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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08화 (308/349)

제308화

308화. 네가 거기서 왜 나와? (3)

이번 대규모 아웃 브레이크 지역인 함부르크.

그곳에 설치된 지휘부로 들어선 시문은.

“1번 아웃 브레이크는 검성과 성녀의 지원으로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곧 내부 핵 공략이 시작될 겁니다!”

“2번과 4번 아웃 브레이크는 여전히 대치 중! 3번 아웃 브레이크가 위험합니다!”

“3번은 대다수가 중위급 이상의 언데드들이라, 전선 유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러 인종과 국가가 섞여, 바쁘게 움직이는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줄곧 안내하던 파비안 볼프가 잠시 실례를 구한다.

그러곤.

“당장 1번 아웃 브레이크의 대기팀을 전부 3번으로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방금까지 보여 준 우아하고 부드러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언데드와의 전투는 지속력 싸움이다. 소모품을 전부 털어서라도, 플레이어들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챙겨라.”

“예!”

“또한 검성과 철벽의 성녀에게 연락을…….”

숙련된 장교처럼 명령을 내리는 파비안 볼프.

그의 명령에 따라 분주했던 내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를 보던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

“그…… 시문 님? 꽤나 큰 대접이었나 봅니다.”

밤사냥꾼 박진욱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올리비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시문 또한 말없이 긍정을 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보아하니 파비안 볼프가 총지휘관 같은데…….’

딱 봐도 파비안 볼프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이렇게 지휘부가 바빠진 것 같은데.

‘고작 날 맞이하겠다고 자리까지 비우다니.’

그런 그가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도.

총지휘관의 자리를 비운 것이 다름 아닌 시문 자신 때문이지 않은가?

물론.

‘뭐, 나름 한국의 지원팀이라는 대외적인 의미도 있다지만…….’

한국 협회의 이름으로 공식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기에.

박진욱, 올리비아를 포함한 플래티넘 이상의 플레이어들을 다수 이끌고 오긴 했으나.

‘그래도 과한 마중이긴 했네.’

그렇다고 동생 김시혁이나 이유정처럼 이름을 날리는 랭커도 아닌데.

이렇게 친히 마중을 나오는 것은 작금의 상황을 보면 다소 과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동생을 정말 많이 아끼나 봐.’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다시 깨달은 시문은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그런……!”

난처한 얼굴로 연락을 이어 가는 파비안을 바라봤다.

사실상 유럽판 김시혁, 이유정급의 인물이.

“그……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다소 저자세로 말을 이어 나간다.

무리도 아니었다.

아무리 발텐베르크의 부길마이자, 독일 플레이어의 2인자라 한들.

“1차 전선이 뚫려 버리면 원거리 지원이 어려워지고. 사상자도 많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건 저희도 아는데요.

상대는 그와 같은 수준의 인물인.

-여기도 유정이가 빠지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할 겁니다.

검성 김시혁 아니던가?

그간 보여 오던 철없고 어리숙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거기다 마침 웨이브가 끝난 타이밍입니다. 이때 제대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결국 내부 핵 공략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다소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하는 김시혁.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3번 아웃 브레이크는 파비안 볼프, 당신이 직접 가지 그래요?

“저도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다이아 등급 아웃 브레이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아. 하긴, 플래티넘만 해도 이런데. 다이아까지 터지면 아주 난리가 나겠죠. 대기를 하긴 해야겠네요.

늘 청량하고 선한 미소로 인지된 이미지와 달리.

-그런데 저흰 어디까지나 지원을 나온 상황이라서요. 그쪽에서 결정해 주세요.

김시혁은 목소리만큼이나.

-피해를 감수하든지…… 아니면 당장의 불부터 끄고, 나머진 운에 맡기든지.

냉정하고 차갑게 들릴 수 있는 말을 내뱉었다.

그 낯선 모습에 다소 헛웃음이 나왔으나.

나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지원을 나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타국의 아웃 브레이크니까.’

애당초 아웃 브레이크는 아레나가 아닌 현실의 일이다.

한번 죽으면 그대로 끝이란 말이다.

굳이 타국의 아웃 브레이크에 위험성이 높은 일을 자처할 필요는 없었고.

이는 한국이 같은 상황을 겪어도 마찬가지일 터.

실제로 전생의 한국이 멸망할 때.

다들 자국의 아웃 브레이크를 명목으로 어떤 지원도 해 주지 않았었다.

물론.

‘그렇게 멸망한 나라가 한둘이 아니기도 하고.’

원래 국제 관계가 그렇지 않은가?

타국보단 자국이 무조건적으로 우선인 법.

고로 이기적이라기보단.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라고 해야겠지.

하나.

‘새끼. 그래도 좀 좋게 말해도 될 텐데.’

동생 김시혁의 태도는 그런 것을 따져도.

꽤나 차가운 편이긴 했다.

그러나 저런 김시혁이 익숙한 것일까?

“쯧. 망할 놈. 꼭 말을 해도…….”

박진욱은 물론.

“뭐…….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안타깝지만, 모든 피해를 막을 순 없으니까요.”

올리비아마저도 큰 감흥이 없는 얼굴로 수군거렸다.

또한 곁에 이유정도 함께 있는 것인지.

-어쩔까요? 파비안 볼프.

김시혁만 존재하는 화면 속에 이유정 역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녀 역시.

-책임자는 당신이니. 전 명령하는 대로 움직일게요.

김시혁처럼 고저 없는 목소리로 물어올 뿐.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는 파비안 볼프.

지휘부 중간에 크게 떠오른 화면 덕에.

지휘부에 있던 이들 역시 같이 듣고 있기 때문일까?

“…….”

“…….”

분주했던 아까와 달리.

지휘부 내부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들 역시 아는 것이다.

‘결국 모두를 지킬 순 없지.’

모든 걸 다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정규 아레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다들 받아들이기 힘들긴 하겠지.’

지금껏 비정규 아레나만 치러 오던 이들 아니던가?

그나마 임시 정규 아레나였던 소정규마저도.

상위 MMR만 택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우크라이나 때도 그러했지만.

당연히 갑작스레 생긴 사망 페널티와 아웃 브레이크 등.

현실로 다가온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순 없을 터.

이는 전생에도 그랬듯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테지.’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물론 그 대가는 많은 이들의 목숨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잠깐만요.”

굳이 그걸 두고 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더 이상 전생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1레벨의 마력 불능이 아니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작금의 지구는 많은 것을 바꿔 오지 않았던가?

물론 회귀자라 해도 혼자인 만큼.

-응? 이 목소린…….

나름의 한계는 있지만.

“시혁아. 그냥 유정이 3번 아웃 브레이크로 보내라.”

작금의 상황은 충분히 개입이 가능했다.

시문이 곁으로 다가와서일까?

“시, 시문 님?”

깜짝 놀라는 파비안 볼프.

그만이 아니었다.

-혀, 형?! 아니, 언제…….

-오라버니?

시문을 확인한 김시혁과 이유정의 눈 역시 휘둥그레졌고.

이는.

“혀, 형이라고?”

“뭐야. 검성이랑 아는 사이였어?”

암울한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지휘부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니까 성녀와도 아는 사이로 보이는데?”

“그러게. 아시아는 보통 친하면 오빠 동생 사이잖아.”

“아시아라고 다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검성이랑 성녀가 저리 놀라는 걸 보면 꽤 친한…….”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수군거림.

하나 시문은 쏟아지는 시선들을 뒤로한 채.

-형. 대체 언제 도착한 거야?

-왜 아무 연락도 없으셨어요.

놀란 눈으로 물어오는 화면 속 두 동생을 향해 말했다.

“방금 도착했어. 그리고. 둘 다 전투 중일 게 뻔한데, 어떻게 연락을 해?”

-그, 그래도 형 연락을 받을 여유 정도는…….

“그래?”

의미심장한 목소리와 함께.

슬쩍 올라가는 시문의 눈매.

그곳에 숨겨진.

‘전투 중에 전화 받을 여유는 있고. 다른 곳에 지원 갈 여유는 없다?’

시문의 속내를 읽은 김시혁과 이유정은.

-으, 응.

-…….

아주 자연스레 눈을 돌렸다.

그런 동생들을 보던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정상적으로 잘 대응한 건데.’

과거에도.

그리고 전생에도 그랬지만.

‘결국 타국의 아웃 브레이크인데. 목숨 걸고 뛸 이유는 없지.’

타국의 위험 아웃 브레이크에 지원을 나가도.

목숨까지 거는 이들은 최소 시문이 아는 선에선 없었다.

심지어 저 둘은 랭커 아니던가?

‘죽음도 죽음이지만, 자칫 큰 부상만 입어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물론 해당 국가에서 지원금을 비롯한 여러 보상안들을 주겠으나.

결국 해당 국가 역시 자국이 손해를 볼 정도의 보상은 내주지 않는다.

누구도 그걸 욕할 수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철저한 비즈니스.

그보다 더 칼 같은 관계가 바로 국제 사회였으니까.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잘했다.’

김시혁과 이유정은 24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현명하고 완벽한 대처를 해 온 것이다.

시문의 눈매가 풀어져서일까?

-혀, 형…….

-오라버니?

두 동생의 얼굴도 한층 풀렸다.

“방금 오긴 했지만. 상황이 어떤지는 나도 잘 알아.”

시문은 작은 미소를 걸치며 말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너희가 어떤 입장인지도 잘 알고.’

시문의 뜻 역시 읽어낸 두 동생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전략적으로 움직이면. 안 좋은 상황은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럼…… 제가 지금 3번 아웃 브레이크로 갈까요?

-근데 형. 그렇게 되면 여기도 사상자가 적진 않을 거야.

“그렇겠지.”

동생 김시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애당초 무력의 고하를 떠나서.

이유정은 보조계로서도 성녀라는 별칭을 지닌 플레이어 아니던가?

보조계의 정점인 그녀의 빈자리는 당연히 검성 김시혁이라 한들.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하나.

“그래서 말하는 건데. 시혁이 너.”

작금의 김시혁에겐.

“‘그거’ 아낌없이 써라.”

그런 계통의 빈자리마저도 극복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지 않은가?

시문이 무얼 말하는지 알아들은 것일까?

-아, 아낌없이 쓰라고?

즉시 당혹감을 내보이는 김시혁.

무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형! 이거 얼마 안 남은 건데…….

신화급 무구.

그 사기적인 아이템을 담은 연금술 키트는 그 위력에 걸맞게, 개수가 제한적이지 않은가?

정확히는 생산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봐야겠지.

그 재료엔 귀하디귀한 재료들과 세계수의 부산물.

세계수의 청색 잎사귀까지 들어가니까.

결정적으로.

-거기다 다음은 유정이 차례잖아!

그 귀한 생산 개수 덕분에 시문의 일행들마저도 순차적으로 지급받고 있지 않은가?

당장 동생 김시혁을 필두로 박진욱.

그리고 얼마 전 고말숙까지 지급을 해 준 터라.

이번에 제작될 신화급 무구 키트는 이유정에게 돌아갈 차례였다.

뒤에 올리비아까지 남아 있고 말이다.

한데 그걸 아낌없이 사용하라니?

-오, 오라버니……?

어지간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유정의 눈빛 역시 미세하게 흔들린다.

하나.

“괜찮아. 그건 어떻게든 해결될 거야.”

다 계획이 있는 것일까?

[대천사 가브리엘의 여파로 세계수 심드라실에 깃든 축복이 일시적으로 증폭됩니다.]

[낮은 확률로 ‘세계수의 청색 잎사귀’가 2장 자라납니다.]

시문은 평소와 달리 은청색을 띤 메시지창을 힐끔거리곤.

“그러니 걱정 말고 움직여.”

답을 해 주었고.

어딘가 확신이 깃든 시문의 말에 힘을 얻은 것인지.

-알았어.

-그럼 전 지금 바로 3번 아웃 브레이크로 이동할게요.

두 동생은 당혹감을 지우곤, 곧장 행동에 돌입했다.

시문은 고개를 돌려.

“진욱 씨. 혹시 모르니. 함께 온 지원팀을 데리고 시혁이 쪽으로 지원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유정이를 도와줘요. 언데드가 많다고 했으니. 아마 올리비아가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우크라이나 때, 대단했잖아요?”

박진욱과 올리비아에게 명했다.

그에.

두 사람은 잠시 놀란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으나 그뿐.

애당초 심드라실의 길드 마스터라는 자리도 그렇지만.

협회장 김무열이 택한 이번 유럽 지원팀의 책임자가 시문이었기에.

“알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반문 없이 고개를 끄덕인 박진욱과 올리비아는 곧장 지휘부를 나섰다.

그러자.

“…….”

“…….”

지휘부는 또다시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 시문은.

“아……. 총지휘관은 파비안 볼프 씨인데. 제가 너무 주제넘었죠?”

조금 난처한 얼굴로 파비안 볼프를 바라봤고.

그런 시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파비안 볼프는.

“하, 하하핫!”

갑작스레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아니.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되려 절대적으로 감사한 상황인걸요.”

웃음을 수습한 그는 절도 있는 자세로 몸을 숙이며.

“유럽 연합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살았습니다.”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는 파비안 볼프.

그만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킴!”

“제 동생을 살리신 거예요!”

“내 여자친구도!”

“덕분에 한숨 돌리겠어요.”

“끝나면 파티라도 크게 열죠!”

그간 분주하고 암울했던 지휘부.

그곳에 있던 이들이 모처럼의 웃음기를 띠며 감사와 환호를 내질렀고.

이러한 것이 익숙지 않은 시문은.

“어음. 나름 지원 온 입장인데. 이렇게까진…….”

곤란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으나 그뿐.

“그렇지 않습니다.”

파비안 볼프는 진지한 얼굴로 한 걸음 다가왔다.

“지원까지 와 주셨는데. 이렇게 자신의 일처럼 나서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시문 님. 이곳엔 한국 말고도 여러 국가들이 지원을 온 상태입니다.”

이미 한국 말고도.

몇몇의 나라들 역시 외교 차원으로 지원을 온 상황이지만.

그들의 지원이 얼마나 미적지근한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희도 압니다. 당신들께서 굳이 이렇게까지 나서 주실 이유는 없다는걸.”

유럽 연합 역시 같은 상황이라면.

높은 확률로 그러할 테니까.

그러니.

“타국의 아웃 브레이크에 이토록 힘써 주신 건, 마땅히 감사를 표해야 할 일입니다.”

감사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물론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큰 감사를 표할 순 없지만…….”

그 이상의 감사를 표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일이 끝나면 꼭 사례를 하겠습니다.”

어딘가 결연함까지 보이는 파비안 볼프.

그에 시문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러면 거절하는 것도 웃기지.’

딱히 보상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 아니었지만.

저토록 감사를 표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던 시문은.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니. 뭘 받을지 열심히 고민해 둬야겠네요.”

진지한 분위기를 장난스러운 어조로 풀어냈고.

“하하! 과연. 레오니가 입이 닳도록 이야기할 만하군요.”

이를 쾌활한 웃음으로 받아넘긴 파비안 볼프는.

“예?”

“아닙니다.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해 주십쇼.”

걔가 생각보다 부끄럼이 많거든요.

익살맞게 중얼거리곤 시문을 바라봤다.

“한데…… 실례지만.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시문 님은 이제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신지요?”

이내.

“아!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단지 뭐랄까……. 뭔가 가만히 계실 성격으론 보이지 않으셔서요.”

“아아. 다른 사람들 다 보내 놓고. 제가 가만히 놀고 있는 게 이상하셨군요?”

“겨, 결단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전 그저!”

다급히 손사래를 치는 파비안 볼프.

당황하는 그를 보며 씩 웃은 시문은.

“알아요. 그냥 해 본 소리입니다.”

장난스레 답했고.

“……생각보다 짓궂은 면이 있으시군요. 확실히. 이 부분도 레오니가 말한 것과…….”

파비안 볼프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피식 웃으며 그를 보던 시문은 곧 진중한 얼굴로.

“마침 잘 물어보셨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거든요.”

아직 터지지 않은 다이아 등급 아웃 브레이크를 힐끔거렸고.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겠습니다.”

파비안 역시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쿠르릉!

거대한 천둥소리와.

끼기긱!

카각!

거친 금속 마찰 소리들이 들려온다.

거대한 톱날부터 회전하는 칼날.

혹은 대포나 쇠뇌 등등.

각종 기운과 속성을 품은 수많은 기계 장치들이 무시무시한 공격을 쏟아냈으나 그뿐.

앞선 침입자들처럼.

쉽사리 처리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도리어.

까득.

파스슥.

하나둘씩 부서지거나 가루가 되어 가고 있는 기계 장치들.

그리고 그 원인인 두 남녀 중.

“정말 지독할 정도로 단단하네!”

금발의 여성은 짙은 짜증을 토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꼴랑 기계 주제에. 뭔 인챈트가 이렇게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거야!”

4개의 플래티넘 아웃 브레이크를 먼저 터뜨린 시간보다도.

“이거 진짜 다이아 등급 맞아? 마스터 아냐?”

눈앞에 있는 다이아 등급 아웃 브레이크 하나에 드는 시간이 더 크지 않은가?

심지어 아직도 아웃 브레이크를 터뜨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에.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래.”

허공에 뚫린 공간들을 향해 기계적으로 손을 내지르는 금발의 남성.

“밀리아. 네 능력이 쓸모없어져서잖아.”

밀레드는 지루한 얼굴로.

키이이…….

불길한 이명을 토하는 손을 연신 내질렀다.

“X랄! 누가 공간 결계를 저렇게 틈도 없이 발라 뒀을 줄 알았냐?”

“하루토가 가기 전에 그랬잖아. 공간 결계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다고.”

“흥! 그래도 네 망할 특성이 닿게끔 도와주고 있잖아.”

코웃음을 치는 밀리아.

“너 이 누나가 없었으면. 저것들한테 흔적도 없이 갈려 나갔어. 알아?”

그녀는 밀레드가 내지르는 공간 구멍들을 가리켰다.

“그럼 이것도 안 할래? 그리고 돌아가서, 임무 보상은 날로 먹으려고?”

“야! 나 아웃 브레이크 4개나 처리하고 왔다? 넌 지금 하나도 못 한 거고! 누가 누구한테…….”

그때.

토옹.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맑은 이명이 들려왔고.

“응?”

“음?”

밀리아와 밀레드가 그곳으로 시선을 돌릴 틈도 없이.

쿠아아아아앙!!

거대한 묵색의 폭발이 두 사람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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