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04화 (304/349)

제304화

304화. 은팔 (2)

정적.

그래.

괴괴한 정적이 일대에 내려앉는다.

약속된 필중의 뇌격창으로 더는 경계할 것이 없어진 발키리들도.

그들 곁에서 대결을 관람하던 고말숙과 네를록도.

“…….”

공간까지 일렁거리는 무시무시한 맹격을 펼쳤던 카를록까지.

현 승천의 성채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저 2미터의 용인을 형체도 없이 박살 내고.

승천의 성채까지 뒤흔들어야 했던 패도적인 일격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니까.

이 믿기지 않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카를록.

“대체 어떻게…….”

가지고 있던 모든 오러와 투기.

그리고 신화급 무기에 담아낸 일격을.

“이걸 막아 낸 거지……?”

고작 한 손에 막힌 카를록은 너무나도 힘겹게 입술을 떼었다.

하나.

정작 터무니없는 힘을 보여 준 시문에겐 이 상황이 카를록과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저도 이렇게 완벽하게 막아 낼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시문은 작은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답했다.

“나름 팔 하나 날릴 각오로 실험한 거거든요.”

그런 시문의 감정과 별개로.

“실험…… 이라고?”

내뱉는 말의 내용에 또다시 충격을 받은 카를록은 하이오크로 태어나 처음으로.

저벅.

뒷걸음질이라는 것을 쳤다.

하나.

‘브리트라의 신성 흡수로 은팔의 복원도가 10%까지 오르긴 했다만…….’

연금술사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된 것일까?

‘설마 저 일격을 완벽히 막아 낼 줄이야.’

시문은 반짝이는 눈으로 은은한 광채를 품은 제 오른팔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물론 그때 함께 성장한 드래고노이드의 영향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향락의 요람 클리어 이후.

누아다의 은팔과 더불어 유실되었던 브리트라의 신성 일부를 흡수했던 그 날.

8%의 복원도를 지녔던 누아다의 은팔은 10%로.

드래고노이드에 추가된 저항력 3종은 모두 5%씩 증가하지 않았던가?

하나.

‘결국 파라슈를 막아 내는 데 가장 큰 작용을 한 건, 누아다의 은팔이니까.’

일종의 후폭풍을 막아줬다랄까?

성장한 드래고노이드가 막아 준 것은 딱 부수적인 충격뿐.

파라슈의 발동으로 이루어진 본격적인 공격은 전부 누아다의 은팔이 해결해 주었다.

‘만약 카를록이 파라슈를 발동하지 않았으면, 예상대로 정말 내 팔이 날아갔겠지.’

어쩌면 상반신 전체가 박살 나, 그대로 승급전이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러와 투기, 그리고 하이오크 특유의 근력까지.

단순히 담긴 힘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카를록이 파라슈를 발동해 주어 다행이었다.

‘카를록의 모든 힘을 권능으로 바꿔버렸으니까.’

그랬기에 과거.

본 주인이던 누아다가 삼황오제 중 하나인 염제신농의 권능을 무효화시켰던 것처럼.

자신 역시 권능이 되어버린 카를록의 일격을 손쉽게 막아 낸 것이다.

물론.

‘그래도 아예 무효화시킬 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그러나.

“하…….”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카를록으로선 헛숨이 나오다 못해.

“하, 하하하…….”

헛웃음으로 이어질 뿐이었고.

곧.

“크하하핫!!”

본래 호탕했던 특유의 웃음으로 승화되었다.

솥뚜껑만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짚은 카를록은.

“그래…… 이래야지.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아!”

웃음기 어린 중얼거림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전사여! 이 카를록, 그대의 무력에 감탄을 표한다. 그러니…….”

얼굴을 덮은 그 굵직한 녹색의 손가락 사이로.

“내 모든 것을 걸어, 그대에게 걸맞은 명예를 바치리라.”

붉은 동공이 번쩍이는 순간.

크아아아아!!

지금껏 내질러왔던 배틀크라이와는 사뭇 다른 함성이 튀어나온다.

함성보다 비명에 가까운 그것은.

‘저건…….’

시문 역시 잘 아는 능력이었다.

‘광폭화.’

광폭화.

던전이나 레이드 등.

지성보단 본능이 앞서는 타입의 보스들이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나타나는 능력.

대체적으로 야수와 같은 타입의 보스들이 보여 주는 힘이었으나.

때때론 아레나 내의 몬스터로도 등장하는 것이 그린 스킨이었기에.

마냥 이상하다고 볼 수 없었지만.

그 사용자가 하이오크 카를록이라는 점에서 이야기가 달랐다.

‘그것도 피의 광폭화라…….’

그린 스킨 중에서도 상위 종에 속하는 이들의 광폭화는 달리 ‘피의 광폭화’라 칭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광폭화의 특징인.

이성을 대가로 자신의 스펙을 확 끌어올려 주는 것과 다르게.

“어디 받아보시게나!”

피의 광폭화는 어느 정도 이성까지 잡아 주며.

부아아앙!

상승되는 스펙 역시 일반적인 광폭화보다 더욱 높은 비율을 자랑했으니까.

그런 피의 광폭화로 이루어진 공격에도.

“읏차.”

콰가강!

몸을 물리며 피해 내는 시문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피의 광폭화는 전생의 말숙이도 인정할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이긴 하지만…….’

보유 스펙의 대부분을 일정 비율로 확 높이는 피의 광폭화는 분명 사기적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발동된 파라슈를 쥐고 있는 이상, 내겐 큰 의미가 없지.’

시문에게 누아다의 은팔이 있는 이상.

그리고 신화급 무구 파라슈가 카를록의 손에 있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나 이를 모르는 카를록은.

“으랴핫!”

웃음 섞인 기합과 함께.

후우우웅!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동반한 파라슈를 휘둘러 올 뿐이었고.

뚜둑.

오른손을 움켜쥔 시문은 즉시 날아오는 파라슈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쩌어어엉!

골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이명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장병기.

그것도 신화급 무구 파라슈에 피의 광폭화까지 사용했음을 고려해 본다면.

시문의 맨손에 공격이 막히는 것은 명백한 카를록의 손해였으나.

“크하핫! 이 맛이야!”

울상은커녕.

흥분에 찬 목소리로 연신 파라슈를 휘둘러오는 카를록.

까강!

깡!

그가 내지르는 맹렬한 연격이 전부 시문의 맨손에 막히는데도.

붉어진 눈동자와 김이 흘러나오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오랜만에 거대한 벽! 아니, 거산을 마주했구나. 그러나!”

미친 듯이 투기가 그득한 파라슈를 휘갈겼다.

“나는 부수고! 또 부술 것이다! 그리하여……!”

콰가강!

점차 격렬해지는 연격.

물론 누아다의 은팔을 이용한 시문은 그런 카를록의 맹공을 모두 무효화하고 있었으나.

파라슈의 권능으로 치환되지 않은 물리력은 점차.

“뛰어넘으리라! 진정한 전사로 또 한 번 도약하리라!!”

파가각.

공세를 완벽히 막아 내고 있는 시문의 발꿈치를 뒤로.

그리고 아래로 밀어내기 시작했고.

‘과연…… 어마어마하군.’

이를 모조리 막아 내고 있는 시문의 눈에는 감탄이 어렸다.

‘사실상 공격의 99%를 무효화시키고 있는데도…… 내 몸이 밀려나다니. 거기다 공세에 담긴 무리(武理)도 상당해.’

이 무지막지한 힘도 힘이지만.

누아다의 은팔을 제외하고, 단순한 무의 경지로만 놓고 봤을 때.

단순무식하게 도끼만 휘둘러 올 뿐인데도.

반격의 틈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내가 전투계가 아니긴 하다만…….’

순수 전투계인 카를록과 같은 무의 경지를 논할 순 없겠으나.

나름 드래고노이드라는 사기적인 특성과 천마신공의 전수자가 아니던가?

그런 시문의 입장에서도.

‘지금의 카를록과 단순히 무로 맞먹으려면, 최소한 천마신공이 6성엔 다다라야겠어.’

콰가가강!

현재 휘몰아치는 이 저돌적인 공세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뿐.

‘무의 경지를 떠나, 현재 카를록은 신화급 무구는 내게 통하지 않지만…….’

시문은 애당초 전투계가 아닐뿐더러.

‘난 아니지.’

이쪽은 신화급 무구를 온전히 다룰 수 있지 않은가?

따라서.

따악.

비교적 자유로운 왼손.

쿠르릉!

그곳으로 내리꽂히는 아스트라페는 작금의 전투에서.

카를록과 자신의 격차를 가르는 척도였고.

“으하하하하!”

이를 본인도 아는 것일까?

“와라! 위대한 전사여! 내게 영광스러운 명예를 선사해다오!!”

반쯤 광인처럼 외쳐대는 카를록.

어째서일까?

그 광기 어린 열정에.

두근.

답지 않게 가슴이 뜨거워진 시문은.

우우웅!

남아 있는 전신의 마기를 모조리 왼손으로 끌어올렸고.

“영광이었습니다. 카를록.”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연금술사답지 않은 그 극도로 비효율적인 주먹을 내지름으로써.

콰르르르르륵!!

이 뜨거운 전투의 종지부를 찍었다.

* * *

띵.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저벅.

깔끔한 정장을 입은 사내가 걸음을 내디딘다.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 때문일까?

“비서장님.”

“오셨습니까.”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의 최상층.

그 입구에 자리하고 있던 비서들과 가드들은 진즉부터 인사를 건네왔고.

늘 그렇듯.

“수고들 하는군.”

묵묵히 부하들의 인사를 받아준 비서장.

골렘 최창욱은 성큼성큼 옮기던 걸음을 멈칫했다.

그리곤 제 손에 쥔 서류 봉투를 힐끔하더니.

“지금 협회장님은…… 어떠시지?”

나지막이 물었고.

어찌 보면 뜬금없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방금 유럽 쪽의 대규모 아웃 브레이크를 보고드리긴 했습니다만.”

“평소와 같으십니다.”

익숙한 것일까?

비서들은 어색함 없이 답을 해왔다.

“알겠다. 수고하도록.”

짧게 고개를 끄덕인 최창욱이 협회장실로 향한다.

똑똑.

“최창욱입니다.”

들어오라는 허락을 받지도 않았지만.

끼익.

최창욱은 주저 없이 문을 열고 협회장실로 들어섰고.

주변에 있던 가드들도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 대한민국에서 감히 철목왕의 영역을 허락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남자.

아니.

이젠 유이한 남자가 아니던가?

“이야기 들었습니다. 비서들이 먼저 보고를 했다지요?”

협회장실로 들어선 그는 익숙하게 협회장 김무열의 자리로 다가갔고.

김무열 역시 어떤 제지나 불쾌감도 표하지 않은 채.

“그래. 아주 난리도 아니더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해당 보고서를 보고 있던 것일까?

“플래티넘급 아웃 브레이크가 무려 4개. 거기다 다이아급도 1개라니…….”

사락.

제법 두툼한 서류를 넘기던 그는.

“그 잘난 EU도, 이번만큼은 겁이 나는 거겠지. 하긴, 이상할 것도 없지.”

그것을 책상 위로 툭 던지곤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정규 아레나 이후. 아웃 브레이크는 계속 늘어나는데, 플레이어는 자꾸 줄어가니까.”

“안 그래도 그 건으로 유럽 대사관과 지부, 연맹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지원을 부탁한다더군요.”

“호오. 연맹까지?”

“예.”

“하! 어지간히도 살이 떨리나 보군.”

입꼬리를 비죽 끌어올리며, 특유의 비웃음을 흘리는 김무열.

그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최창욱은 조금 곤란함이 섞인 얼굴로 답했다.

정규 아레나 이후.

전 세계가 아웃 브레이크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

그러는 와중에.

“2강인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현재 지구에서 가장 아웃브레이크가 적은 것은 우리나라니까요.”

강대국인 두 나라를 제외하면.

현재 가장 아웃 브레이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 아니던가?

유럽의 입장에선 당연히 지원 요청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나 대답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그래…… 그렇지.”

한숨 같은 말을 내뱉은 김무열은 의자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정규 아레나의 시작 이후 주어졌던 단 하루.

“그 녀석이 진즉 일러주지 않았다면…… 특히 아레나 입장 신고제 같은 사안을 내지 않았다면…….”

그때 자신을 찾아와, 정규 아레나와 관련된 여러 안건을 내놓은 시문이 아니었다면.

아마 한국의 아웃 브레이크 피해는 상당했을 것이다.

특히나.

“정부와 연계해서, 개인 인증을 통한 플레이어 재등록은 확실히 아웃 브레이크를 관리하는 데 큰 몫을 했지…….”

플레이어들의 아레나 실패를 95% 이상 잡아내는 플레이어 개인 인증은 신의 한 수였다.

“그 외 다른 것들도 그렇고, 무척이나 잘 짜인 방안들이었어.”

단지 한 가지 걸리는 건.

“마치 이런 일을 진즉 겪어봤던 이들이나 강구할 수 있는 방안들이었지.”

꼭 작금의 정규 아레나를 미리 꿰뚫고 있던 것처럼.

아니.

꼭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온 이들이 만들었다 해도 믿을 수준의 완성도라는 것뿐.

그리고 이는.

‘김시문, 대체 넌 뭐지? 뭘 숨기고 있는 거냐…….’

자연스레 무식하고 감정적이지만.

그저 강하기만 했던 자신의 형님이 떠올랐다.

당장 그의 적자인 김시혁이 그렇지 않은가?

물론 시문 역시 뛰어난 재능을 쉼 없이 선보이긴 했으나.

그저 무식하게 힘만 센 제 형님과 조카를 돌아보자면.

‘왜 너만은 그 둘과 이토록 다른 게냐?’

김시문은 그 두 사람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나름 짐작하고 있는 상황.

‘네가 정말 나와 은혜의…….’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묘하게 가라앉는 김무열의 시선.

그것이 그가 생각에 빠질 때 나타나는 모습임을 잘 아는 최창욱은 가만 침묵하던 평소와 달리.

“시문 님이 확실히 뛰어나긴 하십니다.”

시문에 대한 호평을 한 줄 내뱉었고.

슬쩍 미간을 찌푸린 김무열은 상념에서 깨어나, 그런 최창욱을 바라봤다.

하나 애당초 이걸 유도했던 것일까?

“그리고…….”

김무열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마자.

“말씀하신 검사 결과입니다.”

최창욱은 협회장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손에 쥐고 있던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이를 본 김무열의 눈이 순식간에 번뜩인다.

하나 찰나일 뿐.

“일찍도 나왔군.”

평소처럼 냉소적으로 답한 그는 서류 봉투를 건네받았고.

“뒤처리는?”

단박에 서늘한 눈으로 물었다.

“어지간히도 협회장님을 존경하더군요. 아마 비밀은 엄수할 겁니다.”

“아마?”

김무열의 반문에.

“물론 사람도 붙여두었습니다. 쓸데없는 행동을 보인다면…….”

최창욱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마지막엔 말을 흐리긴 했으나.

내용은 모두 들린 것일까?

“수고했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김무열은 곧 서류 봉투를 개봉했다.

사락.

지금껏 수백 번도 넘게 해 온 행위일 텐데.

어째서인지 그의 손동작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느리게만 느껴진다.

그 때문일까?

“그……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잠시 입술을 달싹인 최창욱은.

“……협회장님의 유전자와 일치합니다.”

검사지보다 한발 빠르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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