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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95화 (295/349)

제295화

295화. 갈무리 (5)

세련되면서도 다소 차가운 느낌의 양복.

그것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널따란 복도 사이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믿을 만한 자인가?”

서늘한 외형만큼이나 서늘한 중년인의 목소리에.

“예. 지금은 은퇴했지만, 과거 협회장님과도 몇 차례 아레나를 뛰었던 이입니다.”

뒤따르던 2미터의 사내.

최창욱이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고.

“아레나? 그 의사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정태혁입니다.”

“정…… 태혁?”

고개를 갸웃하는 서늘한 인상의 중년인.

“기억에 없는 이름인데.”

김무열의 말에.

“…….”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는 최창욱.

정확히는.

‘그거야 무열 형님께선 다이아 이하는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시니까요.’

목구멍까지 치솟는 말을 속으로 내뱉고 있다고 해야겠지.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사실상 한평생 김무열과 함께해 온 최창욱이었기에.

“몇 차례 함께 했던 것뿐이라, 기억 못 하실 만도 합니다.”

익숙하게 형님이자, 상사의 말을 정리해 준 그는.

“한데 갑자기 비밀리에 의료인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까지 돌려주었다.

하나 방향을 잘못 돌린 것일까?

“그건…….”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결국 침묵에 들어서는 김무열.

그러나 이러한 기복조차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기에.

저벅.

최창욱은 어떤 어색함도 없이, 김무열의 뒤를 수행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거침없던 두 남자의 걸음걸이가 멈춘다.

집 주인의 취향인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값을 자랑하는 것과 달리.

꽤나 수수한 문을 말없이 바라만 보는 김무열.

하나 한 걸음 뒤에서 그를 수행하던 최창욱은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거칠 것 없는 이 남자가 지금.

‘망설이고 계시군.’

몹시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꿈쩍도 하지 않는 부동의 자세와 달리.

미세하게 까딱이는 저 손가락이 그 증거였다.

그리고 이럴 땐.

‘스스로 결정을 내리실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

섣불리 초인종을 누르겠다느니.

뭘 어쩌겠냐느니 하는 것보다.

그저 가만히 김무열이 움직일 때까지 있는 것이 현명했다.

자신의 뜻과 관계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내이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윽.

침묵을 깬 김무열의 팔이 초인종을 향해 움직인다.

그러나 초인종이 눌러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는 김무열이 중간에 마음을 바꿔서가 아니었다.

수수하지만 큼직하고 세련된 문 너머로.

도도도도.

무언가가 달려오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1세대라곤 하나.

랭커인 골렘 최창욱이 느낀 것을 그보다 강한 김무열이 느끼지 못할 리 없었기에.

김무열은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을 택했다.

과연 그의 선택은 현명했다.

벌컥!

큼직한 문이 힘껏 열리며.

“할아부지!”

대여섯 살로 보이는 뽀얗고 작은 아이 하나가 폴짝 날아들었으니까.

‘저, 저 아이는!’

갑작스러운 아이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최창욱.

애당초 김무열의 비서장이자 수행원인 만큼.

본래라면 곧바로 아이의 접근을 막아야 했으나.

‘저 애가 갑자기 왜…….’

아이라는 것도 그렇고.

워낙 상상치도 못한 등장이라, 제대로 반응도 못 했다.

하나 이건 최창욱만 그런 것이 아니었는지.

주춤한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김무열은.

“떠, 떨어져라.”

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었으나 그뿐.

“할아부지다! 할아부지!”

도리도리.

파고든 품에서 연신 고개를 비벼오는 낯선 감촉에 대처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래도 철목왕은 철목왕인 것일까?

“너!”

금방 이성을 되찾은 김무열이 시연이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당장 떨어…….”

시연이를 떼어놓으려는 찰나.

“할아부지…….”

그의 눈과 마주친 물기 어린 촉촉한 눈망울에.

“…….”

그대로 얼어붙어 버리는 김무열.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최창욱이.

“저…… 시연 양? 이만 내려오셔야…….”

혹여나 해코지라도 당할까.

조심스레 김무열에게서 시연이를 떼어놓으려던 순간.

“아빠가! 끅! 아빠가 아야 한대요!”

숨을 꼴깍이는 시연이의 말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나 이번엔 그런 최창욱보다.

“그게 무슨 소리냐?”

김무열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 녀석이 아프다고? 어디가?”

“몰라. 언니야가 아빠는 아파서, 침대에서 낸내 한다고 해써.”

울먹거림 때문에 다소 어눌하긴 했으나.

알아듣기엔 부족함이 없는 말이었기에.

김무열과 최창욱의 시선은 곧바로 활짝 열린 문 안쪽을 향했다.

하나 거기까지.

‘그놈이 아파 봐야…….’

‘듣자 하니 대충 피곤해서 쉬시는 모양인데?’

막상 심각한 수준이 아니란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애당초 시문이 아팠다 하면.

‘이유정 아가씨가 없는 걸 보니…….’

‘정말로 아팠다면, 그 계집이 칼같이 달려왔겠지.’

성녀라는 별명까지 지닌 이유정이 벌써 저 안으로 들어섰을 테니까.

검성 김시혁과 밤사냥꾼 박진욱은 덤이고 말이다.

그러나 안쪽에선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울 것 없다. 심각한 것도 아닐 테니.”

양손에 들고 있던 시연이를 무심하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내려놓는 김무열.

그런 그의 귓가로.

“그럼 협회장님. 이제 어쩔까요?”

최창욱의 목소리가 흘러든다.

“보아하니 시문 님께서 잠이 드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인데…… 일단 말씀이라도 드려볼까요?”

그의 말에.

잠시 펜트하우스 안쪽을 흘낏하던 김무열은.

“됐다.”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우리 기척을 느낄 만도 한데. 아무 반응도 없는 걸 보니, 깊이 잠든 모양이지.”

“그렇긴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뭔가 전하실 말씀이 있으셔서 온 거잖습니까.”

“…….”

최창욱의 물음에 잠시 침묵하는 김무열.

이내.

“딱히…… 할 말을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다.”

그는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고.

그 애매모호한 답에.

“예?”

최창욱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으나 그뿐.

다행히 김무열은 그에 대해 별다른 질책을 가하지 않았다.

단지.

“…….”

펜트하우스 안쪽을 다시 한번 바라볼 뿐.

잠시 후.

“이만 가지.”

주저 없이 몸을 돌리는 김무열.

정확히는.

돌리려고 했다는 게 맞겠지.

“할아부지. 오디가?”

어느새 제 다리에 착 하고 붙은 시연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이를 말없이 내려다보던 김무열.

이내.

스윽.

김무열의 몸이 조금 수그러지며, 다리에 감긴 시연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에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를 한 채.

이를 긴장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최창욱은 곧.

‘에?’

멍하니 눈을 끔뻑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카락이…… 묻었군.”

시연이의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을 손수 떼어내 준 것이다.

그러곤.

“웅? 아! 응! 아빠 머리카락이야!”

이어지는 시연이의 말에 김무열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아빠의…… 머리카락?”

“웅! 시연이는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으니까! 아빠 거는 늘 가지고 있어!”

진실로 좋은 것인지.

어린아이다운 해맑은 눈으로 힘차게 말하는 시연.

그에.

한동안 떼어낸 머리카락을 말없이 바라보던 김무열은.

슥.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싸서,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러곤 시연이를 내려다보더니.

“……잘했다.”

머리칼을 스치듯.

아주 조심스레 쓸어주었고.

“헤헤! 아! 시연이는 할아부지도 좋아!”

시연이는 곧바로 김무열의 다리에 얼굴을 비벼왔다.

그러곤.

“할아부지. 시연이랑 놀아요! 응?”

해맑은 미소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조르는 시연이를 말없이 내려다보더니.

“……랭커팰리스를 벗어나선 안 된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에.

‘지금…… 뭐라고?’

안 그래도 놀랐던 최창욱의 두 눈이 대문짝만하게 커졌으나.

“웅! 시연이가 할아부지 모험시켜 줄 꼬야!”

어느새 김무열의 손을 잡고 앞장서는 시연이와.

그런 아이에 맞춰.

“뛰지 마라.”

다소 몸을 굽히는 김무열.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그 광경에.

“…….”

최창욱은 입을 쩍 벌리곤.

두 사람이 코너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 * *

검보라색의 어둑한 연기가 가득한 방안에서.

꾸드득.

살점 특유의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온다.

츄륵.

방안을 검보라색의 촉수들은 연신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고.

그것들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츄르륵!

시간이 순식간에 되감기듯.

검보라색의 촉수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중심.

촉수 무더기에 감싸여 있던 한 남자가.

“후우.”

짧은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스으으.

그의 두 눈에서 검보라색의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그도 잠시.

완전히 갈무리된 듯.

본래의 눈동자로 돌아오자.

“이거 장난 아닌데?”

남자는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10만 점이나 들어서 좀 떨리긴 했는데…….’

두근.

유난히도 크게 들려오는 심장 박동 소리.

그로 인해 전신으로 뻗어나가는 혈액과 그것들에 영향을 받는 신체의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느껴졌다.

마치 전에 없던 감각이 보다 세밀하게 확장된 느낌이랄까?

‘값어치를 제대로 하네.’

시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에.

-오빠는 옵시디언 타블렛을 지닌 상태잖아.

가슴 정중앙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 완성도를 80%까지 올렸으니, 이 정도 신체적 능력의 상승은 당연한 거지.

그렇게 말해오는 현자의 돌에.

“그러게.”

시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옵시디언 타블렛의 정보창을 열었다.

[옵시디언 타블렛]

등급 – 모조품 (80%)

인체 연성의 집합체.

인체 연성을 포함한 여러 지식이 담겨 있지만.

어째서인지 제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현자의 돌의 말대로.

완성도가 무려 80%에 달하는 옵시디언 타블렛.

이를 본 시문은 입맛을 다셨다.

‘업적 포인트가 10만 점 정도 더 남아 있기는 한데…….’

마음 같아선 10만 점을 더 쏟아, 90% 이상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싶었으나.

-오빠, 완성도 90%는 10만 점으론 안 돼. 알지?

“그래.”

옵시디언 타블렛은 아스트라페와 같은 소모형이 아니었기에.

뒤로 갈수록 그 연성 값이 거의 배수로 늘어나지 않나?

‘보마 나마 20만 점대거나 그 이상이겠지.’

워낙 많은 양이라 애당초 현자의 돌에게 다음 연성 값을 묻지조차 않은 상태였다.

뭐,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당장은 확 체감되는 이 신체 능력도 그렇지만.

‘신체 능력 향상은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니까.’

옵시디언 타블렛.

현자의 돌과 융합한 그것의 주된 능력은 다름 아닌 인체 연성 아니던가?

고로 당장 체감되는 신체 능력도 그렇지만.

‘인체 연성의 전반적인 능력이 확 늘어난 게 느껴져.’

인체 연성의 향상도 확연하게 체감되는 시문이었다.

예컨대 단순한 인체 연성들로 인한 강화부터.

옵시디언 타블렛의 영향을 받는 특성 드래고노이드까지.

인체 연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능력들이 향상된 것이 느껴진 것이다.

또한.

‘이 정도 수준이라면…… 호문쿨루스 제작도 시도해 볼 만하겠어.’

이미 검은 염소를 통해 제작법을 얻었음에도.

어마어마한 재료들의 도움 없이는 연성이 거의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던 호문쿨루스.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가 80%에 도달한 지금이라면.

호문쿨루스의 제작에도 손을 뻗어 볼 만한 느낌이 들었다.

‘좋아. 호문쿨루스의 제작은 차차 준비해 보기로 하고…….’

그렇게 호문쿨루스의 제작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한 시문은.

‘일단 칭호부터 확인해 보자.’

벨리알의 퀘스트 때문에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칭호.

‘용신’의 정보창을 열었다.

[용신] - 성장형 칭호

현재 공석인 용계의 자리에 앉을 자격을 증명하는 칭호.

-결속된 용족 : 페어리 드래곤

조촐하게 떠오르는 정보창.

하지만 이를 본 시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쳐졌다.

‘온전해졌네.’

처음 페어리 드래곤인 뀨웅이를 탄생시키고.

칭호의 이름조차 온전하지 않던 당시엔.

‘불완전하다 뭐다라는 문구가 가득했는데. 싹 사라졌어.’

불완전한 성장형 칭호란 문구를 시작으로.

불완전하다는 문구가 대놓고 박혀 있지 않았던가?

물론 그러한 문구가 사라졌을 뿐.

여전히 여타 추가 능력치나 옵션이 붙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시문은 조금도 실망한 기색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용계의 자리라…….’

정보창에 쓰여 있는 ‘현재 공석인 용계의 자리에 앉을 자격’ 때문이었다.

‘성좌들이 그렇게 말하던 자격이라는 게 이건가 보군.’

그간 다양한 신화적인 인물들과 접촉해오며 들어왔던 자격.

혹은 자리라는 단어.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을 지칭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 용계의 성좌 자리는 공석이란 말이지?’

이 말인즉슨.

‘용제들은 제대로 된 성좌가 아니라는 말인데…….’

현재 용계를 다스리는 다섯 성좌인 용제들.

그들은 모두 용계의 정식적인 성좌가 아니라는 말이 되니까.

‘티아메트의 기억을 보면, 적어도 한 명쯤은 제대로 된 성좌일 거라 생각했는데…….’

용신 티아메트.

그를 배반하고, 그 힘을 먹어 치운 다섯 존재가 바로 용제 아니던가?

한데 정식적인 성좌가 하나도 없다니?

물론 이 이상의 자세한 내막은 시문 역시 알지 못했으나.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이거, 언젠가 큰 무기가 되겠어.’

현재 공석인 용계의 성좌.

그리고 그곳에 앉을 수 있는 정당한 자격은 후에 용제들을 상대로 상당한 무기가 될 거란 것을.

생각을 정리한 시문은.

“읏차!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결국 지금보다 한참은 더 성장해야겠지.”

가벼워진 몸으로 힘껏 기지개를 켜곤.

‘이번에 스펙도 많이 올렸겠다. 얼른 아레나 좀 달려야겠네.’

곧장 연구실로 향했다.

이제 우크라이나 때 얻은 경험치 버프도 슬슬 막바지 아니던가?

‘아니지, 세계수 버프도 좀 강화할까? 아니면 좀 더 모아서 천마신공을…….’

그렇게 즐거운 스펙업의 고민을 하며.

달그락.

그극.

연구실에 도착한 시문은 아레나 접속기기를 집어 들었고.

그런 시문의 앞으로.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플레이어 김시문의 수준은 현 랭크대에서 MMR로도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마스터 랭크 승급전으로 배정됩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메시지들은.

[배정된 마스터 랭크 승급전의 ‘조건’과 맞지 않습니다.]

[배정된 마스터 랭크 승급전의 조건은 ‘2인’ 협력입니다.]

[함께 할 플레이어와 함께 매칭을 시도해 주십시오.]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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