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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94화 (294/349)

제294화

294화. 갈무리 (4)

허공을 파고든 시문의 손.

서서히 빠져나오는 그 손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던 벨리알은.

“아아…….”

작은 탄식을 흘렸다.

우우우…….

음울한 울음.

그것을 똑 닮은 이명이 흐르는 칠흑의 구슬이 시문의 손에 딸려 나온 것이다.

성좌 정도 되는 이들이라면.

특히나 한때 천계의 천사이자.

“흥분되다 못해…… 혼이 나가 버릴 정도로 음란하군, 아주 아름다워!”

타락 천사가 된 벨리알로선 모를 수 없는 물건.

“아스모데우스에게 밀려났던 치욕을 드디어……!”

피처럼 시뻘건 눈이 번들거림을 넘어, 작은 안광까지 띤다.

그래.

욕망.

그것으로 빗어진 듯한 그 눈이.

“색욕의 옥좌를…… 7마제의 영광을 이 내가 다시 재현…….”

칠흑의 기운을 음산하게 풍기던 구슬에 가까워지는 순간.

“그만.”

한껏 몰입해 보고 있던 포르노가 뚝 끊어지듯.

칠흑의 구슬이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춘다.

마약을 중단한 중독자처럼.

“무슨…… 짓이지?”

몸을 파르르 떨며 으르렁거리는 벨리알.

위협하는 짐승 같은 태도와 달리.

그는 음욕의 죄종을 움켜쥔 시문의 손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벨리알이 마계의 실질적 무력 서열 2위의 성좌임을 따져 보면.

화아아아아!

그가 내뿜는 위협은 그간 겪어온 필멸자들의 살기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으나.

앞선 에린의 신왕 누아다의 기억도 그렇고.

이미 수차례 신화적인 이들을 접해왔으며, 루시퍼의 악기까지 계승한 시문에겐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벨리알 역시 흥분하긴 했어도.

“날 애타게 할 생각인가? 김시문. 그댄 제법 가학적인 취미가 있군.”

시문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감까지 풀어내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걸 시문도 잘 알고 있었기에.

“헛소리 말고.”

마계 2인자의 위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시문은.

“우리 먼저 계산해야 할 게 있잖아?”

태연하게 말을 이었고.

“……하, 그래. 그렇지.”

예상치 못한 말인 것일까?

맥이 빠진 듯.

“이거 미안하군.”

제 이마를 턱 짚으며 슬쩍 고개를 젓던 그는.

“너무나 염원하던 것이라…… 내가 잠시 흥분했어.”

잔뜩 달아오른 듯.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시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움켜쥔 손을 펴자.

아무것도 없는 손아귀와 달리.

[퀘스트 ‘색욕의 주인’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100,000점이 지급됩니다.]

시문의 눈앞으로 퀘스트 완료와 보상이 떠올랐다.

메시지를 본 시문은 미미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이걸로 업적 포인트는 받았고…….’

벨리알이 의뢰했던 음욕의 죄종을 가져와달라는 퀘스트.

그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10만 점과 벨리알의 선물.

그리고 음욕의 죄종 대여가 있었지.

그중 업적 포인트는 지금으로 해결.

벨리알의 선물 역시 ‘선지급’으로 타락 천사라는 소환수들을 얻으며 해결되었으니.

‘남은 건 마지막 보상인 음욕의 죄종 대여.’

이제 마지막 보상인 5분간 음욕의 죄종 대여가 남아 있었다.

당연히.

“성좌는 약속을 지키지.”

퀘스트를 의뢰한 벨리알 역시 자신이 내건 보상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약속대로 그대에게 음욕의 죄종을 5분간 대여해주겠다.”

음욕의 죄종을 쥔 시문의 손을 떠나지 않던 시선을 들어.

“이왕이면 내가 보고 있는 이곳에서 하는 것을 추천하지, 그래야…….”

이젠 형형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붉은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이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거든.”

어느새 시문의 뒤편에서 나타나선.

“아무리 루시퍼의 계승자라 해도. 악기는 아직 그대에게 어색한 힘일 테니까.”

귓가로 성별의 고하를 떠나, 놀랍도록 퇴폐적인 목소리로 속삭여 왔다.

그 목소리를 따라.

스으으으…….

‘윽.’

음습하고 끈적한 무언가가 귓가로 파고드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실제로 시문의 루시퍼의 악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곳으로 오기 전.

유실된 브리트라의 신성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어지간한 정신계 능력자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네.’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홀려버렸을 정도로 말이다.

덕분에.

“죽는다.”

약에 취하는 듯한 몽롱함을 금방 떨쳐 낸 시문이 낮게 읊조렸고.

“크큭! 과연 쉽지 않군.”

짧게 웃음을 흘린 벨리알은 방금의 일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이럴수록 난 더 애가 타는데 말이지.”

어느새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시문의 앞에 자리하는 벨리알.

한 가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긴 했다.

“과연…… 김시문, 그대는 참으로 가학적인 취미가 있어.”

피처럼 새빨간 눈.

“색욕의 옥좌를 놓친 이후, 날 이토록 힘겹게 만든 이는 네가 처음이거든.”

욕망을 형상화한 듯한 그것이 이전보다 더 강렬한 안광을 뿜고 있다는 것.

그에.

-하여간에, 한번 눈에 들면 어떻게든 가지려는 저 성격은 변하질 않는다니까.

왼쪽 눈에서 루시퍼의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동감이야.’

시문 역시.

‘이래서 레메게톤의 첫 문장이 약속과 맹세를 제외하곤, 악마를 믿지 마라. 라는 구절이 있는 거구나 싶다.’

고개를 슬쩍 저으며 루시퍼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하나.

-뭐? 레메게톤에 그런 구절이 있어?

이에 대한 루시퍼의 의견은 또 다른 것일까?

-솔로몬 이 개자식이! 저게 제 놈이 할 소리야? 바알 놈은 또 왜 저런 구절을 그대로 놔두고…….

곧바로 성을 토했으나 그뿐.

기본적으로 루시퍼와 바알, 솔로몬과의 관계엔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어쨌거나 김시문? 그대는 내 특별히 도와주도록 할 테니, 여기서 음욕의 죄종을 사용하도록 해.”

당장은 작금의 보상 해결이 먼저였기에.

-애당초 공동 창조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였어! 저게 우리 7마제의 족쇄가…….

‘됐고. 루시퍼? 노파심에 다시 묻는 건데, 진짜 가능한 거지?’

시문은 루시퍼의 투덜거림을 잘라 내며 물었고.

-아직도 못 믿냐? 레메게톤의 소유권이 바알에게 있듯, 칠 죄종의 소유권은 나한테 있다고!

루시퍼는 앞서 몇 번이고 들어왔던 대답을 내뱉었다.

그에.

‘그냥 확인차 물어본 거야.’

시문은 손에 쥐고 있던 음욕의 죄종을 흡수하지 않고.

“됐어, 5분간의 대여는 없던 걸로 하지.”

되려 벨리알을 향해 내밀었다.

의외의 대답이었는지.

“……뭐?”

한껏 능글대던 벨리알은 순식간에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이내.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 벨리알.

그에.

“아니, 제대로 들었어. 네가 퀘스트 보상에 넣었던 음욕의 죄종 5분간 대여는 없던 걸로 할게.”

시문은 방금의 발언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었다.

“하!”

헛웃음을 흘리는 벨리알.

여태 호의적이던 그의 시선은.

“대체 무슨 꿍꿍이지?”

처음으로 의심이라는 감정을 담았고.

그런 벨리알의 시선에도.

“말 그대로야. 음욕의 죄종을 얻어보니 알겠더라고.”

시문은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이거,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악기 흡수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유실된 브리트라의 신성 흡수까지 끝난 이후.

예전보다 성장한 스펙으로 음욕의 죄종에 손을 써봤지만.

‘브리트라의 신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격이 높았지.’

음욕의 죄종이 지닌 힘.

달리 신성이라 볼 수 있는 그것은 결코 필멸자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아예 방법을 찾지 못한 건 아니었다.

‘성흔, 그리고 이번에 얻은 칭호 용신. 그걸 잘 이용하면 어떻게든 악기는 쥐어짤 수 있겠지만…….’

신성과 관련된 특성과 칭호.

특히 칭호 용신까지 얻게 되면서.

나름 신성이라는 개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시문이었으나.

‘그러기엔 음욕의 죄종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오랜 시간 동안 향락의 요람을 유지하던 에너지원이 되어서일까?

음욕의 죄종의 상태는 루시퍼가 노발대발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죄종의 격도 격이지만, 죄종 자체가 너무 불안정해서 괜히 위험성을 감수하고 싶지 않거든.”

당장은 음욕의 죄종에 손대지 않는 게 좋았다.

이는.

“……그대의 말대로군. 누가 천박한 파충류 놈들 아니랄까 봐! 이 귀한 것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다니!”

시문이 건넨 음욕의 죄종을 직접 확인한 벨리알 역시 알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잠시나마 그대를 의심해서 미안하군.”

벨리알은 성좌임에도 손쉽게 사과를 건넸고.

“사과할 것까진 없고, 나도 마냥 보상을 포기한다는 건 아냐.”

짧게 손사래 친 시문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벨리알. 너도 소식을 들었으니 알겠지만, 나 이번 일에 고생 꽤나 했거든?”

“아아, 알다마다. 그만한 일이면 최소 상위서열 이상의 성좌가 개입했을 테니까.”

향락의 요람의 멸망.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 브리트라의 큰 부상까지.

“신왕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그대이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분명 출혈도 있었겠지.”

이에 대한 가치는 벨리알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 다른 보상을 원하는 거로군? 좋다. 내 최대한 수용해주도록 하지.”

벨리알은 먼저 다른 보상에 대해 말을 꺼냈다.

시문은 벨리알의 붉은 눈을 바라봤다.

“벨리알, 너라면 음욕의 죄종의 복구가 가능하겠지?”

“상태를 보면 아득한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겠지만…… 가능은 하겠지.”

“그럼 음욕의 죄종의 안정도 빨리 될 테고?”

“물론이다. 복구보단 안정화부터 할…… 아아, 이제야 알겠군.”

작게 탄식을 흘린 벨리알은 씩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내가 어느 정도 음욕의 죄종을 안정시켜놓으면, 그때 대여해서 악기를 흡수하겠다?”

“반은 맞아.”

시문은 슬쩍 고개를 까딱였다.

“악기를 흡수하는 대신. 그걸 1회용으로 대여해줬으면 해.”

“그게 무슨 소리지? 어차피 대여나 악기의 흡수나 다를 바가…….”

시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벨리알의 말끝이 흐려진다.

“설마. 악기의 흡수가 아니라, 1회성의 아이템으로 쓰겠다는 거냐?”

예컨대.

“성좌에게 바칠 제물과 같은 용도로?”

일종의 공물이나 성물처럼.

성좌에게 인과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용도로 말이다.

시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지금의 내 상태론 악기를 흡수해 봐야, 나중에 탈만 날 거 같아서.”

신성은 성좌가 아닌.

그리고 자격조차 없는 필멸자에겐 독밖에 되지 않지만.

‘반대로 제물이나 공물용으론 더없이 좋지.’

성좌에게 허락된 힘인 만큼.

성좌에게 바쳐졌을 때의 그 가치는 상당했으니까.

그러니.

‘최대한 모아둔다.’

단순한 악기 스탯의 흡수보단.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현명했다.

그런 시문의 속내를 어느 정도 깨달은 벨리알은.

“하! 신성의 개념까지 고려하다니…… 그대는 정말…….”

헛웃음을 넘어.

허탈함을 여실 없이 보이는 벨리알.

이내.

“그래, 좋다.”

고개를 끄덕인 벨리알은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그대의 뜻대로 하지. 언제고 그대가 원할 때 1회용으로 대여해주겠다.”

붉게 빛나는 눈으로 시문을 응시했다.

그러곤.

“한데…… 김시문. 그대는 정말 배후성을 둘 생각이 없나?”

또 다른 제의를 내미는 벨리알.

“그대가 성흔을 지녔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배후성이라는 게 꼭…… 갤럭시 아레나의 시스템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

‘시스템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그 말에 시문의 눈이 잠시 커졌으나 그뿐.

“벌써부터 신성을 어느 정도 아는 그대라면…… 내 신왕들과 척을 지더라도,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거든.”

앞서 성좌 케찰코아틀에게도 비슷한 제의를 받았었기에.

“미안하지만, 그건 좀 생각해 볼게.”

시문은 정중히 거절했다.

애당초 신왕급 성좌들의 관심을 충분히 받고 있을뿐더러.

‘저놈한테 좀…… 찔리는 것도 있고.’

나름의 노림수로 벨리알을 대하고 있지 않던가?

물론 사전에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루시퍼는.

-거참, 형! 찔리긴 뭐가 찔려? 애당초 칠 죄악은 내 거야. 저놈에게 허락된 죄종은 하나도 없다고!

벨리알에겐 칠 죄종에 대한 어떤 자격도 없다고.

-형은 내 계승자고, 음욕의 죄종은 내가 형한테 양도해줬잖아. 당연히 죄종의 주인은 형이야!

어차피 원주인이 가지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연신 말해오긴 했지만.

‘그래도 벨리알을 이용해 먹는 건 맞잖아.’

-그거야 그렇긴 하지.

결국 벨리알을 이용해 먹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근데 당하는 놈이 바보 아냐? 그리고 형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쟤 악마야.

‘알아, 아는데. 난 악마가 아니잖아.’

-미안한데 형도…….

‘거기까지. 그만 닥쳐.’

해서 벨리알과는 거리를 둬야 했으나.

정작 당사자에겐.

“하! 정말이지…… 미쳐버리게 하는군.”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화아아아!

안광과 같은 붉은 기운을 눈에 띄게 표출하는 벨리알은.

‘신왕들의 것이니, 빼앗았을 때의 쾌감은 더욱 크겠지!’

시문의 속내도 모른 채.

‘죄종의 힘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널 타락시키고야 말겠다. 김시문.’

그저 입맛만을 다실 뿐이었다.

* * *

랭커팰리스의 한 펜트하우스.

그곳으로 돌아온 시문은.

“아, 돌아오니까 좀 느껴지네.”

자신의 왼쪽 눈에 슬쩍 손을 얹었다.

음욕의 죄종이 품을 떠나서일까?

‘어디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벨리알에게 넘겼던 음욕의 죄종의 존재감이 지구로 돌아왔음에도.

‘음욕의 죄종이 나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느껴져.’

왼쪽 눈과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마냥.

음욕의 죄종의 존재감이 아주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에.

-거봐! 내 말이 맞지? 음욕의 죄종의 소유권은 형한테 있다니까.

왼쪽 눈에서 루시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벨리알 놈도 그리 신경 써 줄 거 없어.

녀석은 평소와 다르게 다소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말하지만, 애당초 난 그놈한테 칠 죄악의 소유권을 줄 마음 자체가 없거든.

말을 이었고.

“왜?”

시문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당장 그놈의 영역에 있던 그 고약한 환영들부터.

성별에다가 불멸자, 필멸자 관계없이 들이대는 그 성격까지.

“벨리알 정도면 그 색욕의 옥좌인지 뭔지에 어울리지 않아?”

아니.

사실 그만한 적합자는 없다고 봐야 했다.

향락의 요람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쾌락에 미친놈이지 않나?

하나.

-그래서 문제야.

루시퍼는 한숨을 푹 내쉴 따름이었다.

-무력도 제법 강하고. 정말 쾌락밖에 모르는 놈이라 아주 잘 어울리긴 한데…… 애가 머리는 영 별로거든.

“하긴…… 내 제안도 너무 쉽게 넘어갔으니.”

-그러니까! 내가 괜히 아스모데우스를 택한 게 아니란 말이지. 그 녀석은 머리도 꽤 잘 썼거든.

루시퍼의 말에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그래도 음욕만큼은 아스모데우스를 뛰어넘는 놈이니까. 음욕의 죄종은 알아서 잘 수복할 거야. 그럼 형은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회복된 음욕의 죄종을 빼 오면 된다?”

-그렇지.

“그러다 보복이라도 하면?”

-보복은 개뿔. 지가 거품 물어봐야, 내 명령이라 하면 결국 찍소리도 못할 거야.

나 천사장 루시퍼라고?

그렇게 말하는 녀석에.

“지독한 놈.”

시문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당연하게도.

-아니, 저기요? 형이 할 소리는 아닌데요? 예?

대번에 루시퍼의 반박이 날아들었으나 그뿐.

시문은 녀석의 반박을 가볍게 무시했다.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해야겠지.

왜냐하면.

[극도의 음란한 행위에 음욕의 죄악이 차오릅니다.]

[음욕의 죄종이 미세하게 회복됩니다.]

[여파로 악기 스탯 1을 획득합니다.]

벌써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얻을 방법이 거의 없던 신화 스탯의 자연 획득에.

“아…… 달다.”

시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이거 봐! 남의 피를 빨아먹는 이 모습! 형 진짜 전생에 타락 천사 아니었어? 아니면 최소 마족…….

조잘거리는 루시퍼의 목소리를 익숙하게 무시하며.

‘좋아. 그럼 업적 포인트도 두둑하게 얻었겠다, 스펙 업좀 해 볼까?’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10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한 창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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