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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92화 (292/349)

제292화

292화. 갈무리 (2)

무지막지하다 못해.

태평양 같은 바다가 연상될 정도로 거대한 평원.

그곳으로.

“크워어어!!”

“놈들을 쓸어버려라!”

“에린은 오늘부로 멸망하리라!”

굉음 같은 괴성과 폭음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전쟁.

그것도 전생의 지구를 연상시키듯.

온갖 마법과 이능, 거대한 괴물들이 판치는 전쟁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광경을 보던 시문의 눈이 일순 동그래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놈들의 또 다른 병력이 합류합니다!”

“후퇴는 안 된다!”

“물러서지 마라!”

외침과 함께 이 드넓은 평원에 나타나는 새로운 병력들.

그들은 다름 아닌.

‘전부 거인족이잖아?’

거인족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어안이 벙벙한데.

전쟁에서 일어나는 소음들을 모조리 뭉개버릴 만큼.

쿠구구궁!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는 거인족들이 수천이나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아.’

시문은 알 수 있었다.

‘목소리도 그렇고…… 저번에 티아메트의 피를 흡수했을 때와 비슷해.’

지금의 자신은 과거.

크로노스의 모래로 티아메트의 피를 되돌렸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나마 다른 것이 있다면.

‘그래도 그때보단 더 선명한 거 같기도…….’

실제로 그때 보았던 5명의 용제.

지금보다도 훨씬 약했던 시기라, 그 존재감만으로도 짓눌려야 했었는데.

당시엔 멀쩡하지 않았던가?

그에 비해.

‘이 진동도 그렇고, 뭔가 그때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이야.’

꼭 2D 영화를 보다 3D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크진 않지만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었다.

그리고 이는 아마.

‘이 망가진 은팔 때문이겠지.’

영혼마저 지져지는 듯한 끔찍했던 고통.

회귀 후 처음으로 비명을 지르게 만든 이 은팔이 원인일 터.

그렇다는 건.

‘그럼 티아메트의 피처럼, 이것도 남겨진 기억이라는 건데…….’

티아메트의 기억처럼.

아마 은팔의 주인이 은팔을 뜯기기 전의 기억일 터.

이내.

고오오오오!

티아메트의 피 때보다 확실히 선명해진 감각 때문일까?

중력이 몇 배로 늘어난 것마냥.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시문의 전신을 짓눌러온다.

그래도 기억이라는 것인지.

직접적인 영향까진 받지 않은 시문은.

[어리석은 것들.]

성좌의 그것처럼.

육성도, 이명도 아닌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그러곤.

‘미친…….’

저도 모르게 감탄 어린 경악을 토하는 시문.

무리도 아니었다.

‘대체 얼마나…… 큰 거야?’

나가와 라미아를 합친 듯한 진신을 내보였던 브리트라.

성층권까지 도달하던 그녀의 크기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거인족들을 죄다 압살해 버릴 수준이었건만.

[기회를 주어도, 이까짓 무의미한 발악을 택하다니…….]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거대한 존재를 한눈에 다 담지도 못해.

고개가 거의 직각이 될 정도로 치켜들어야, 겨우 상반신이 보일 정도였다.

그제야.

‘세상에…….’

시문은 알 수 있었다.

‘이거…… 전신이 아니야…….’

진신을 이룬 브리트라보다 거대한 이 존재는 모든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

‘상반신만으로 이 정도인 거야!’

그저 상반신과 머리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태산을 넘어.

들리는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이 세상의 일부라고 해도 믿었을 정도로 거대한 상반신.

그 위로.

[이번이 마지막이다.]

별, 위성 따위를 연상시키는 청색 안광이 이곳을 향한다.

[누아다. 선택해라.]

시선이 주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은 둘째 치더라도.

‘누아다는 무슨…… 잠깐.’

아무리 별, 위성을 연상시키는 크기라지만.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시문은 저 거대한 안광이 정확히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를 증명하듯.

“선택? 무슨 선택을 말하는 것이냐.”

시문의 입이 멋대로 움직이며, 목소리를 토한다.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군. 티아메트 때와 비슷하다 했더니…… 이런 부분까지 똑같구나.’

당시 티아메트의 기억을 경험할 때에도.

용신 티아메트의 관점에서 보지 않았던가?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아다. 그래, 은팔의 주인이군.’

이내.

[귀찮게 되묻기는.]

짜증이 난 것일까?

청색 안광을 슬쩍 찌푸린 거인은.

[복종하고, 충성을 맹세해라. 그럼 너와 너희 에린의 신성과 자리는 유지시켜 주지.]

오만함에도 차마 오만하다 일컬을 수 없는 시선을 던졌다.

하나.

“귀찮게 하는 건 네놈이구나. 사탄.”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시문.

아니.

망가진 은팔의 본 주인인 누아다는.

“똑똑히 듣거라.”

서늘한 눈으로 말을 내뱉었고.

“우리 에린은 소멸을 택할지언정, 너희 더러운 거인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잠깐!!”

강렬한 노성이 두 존재 사이를 파고들었다.

“내게 한 말과 틀리지 않소!”

사탄이라 불린 워낙 거대한 푸른 안광의 거인 때문에 그렇지.

“사탄! 에린의 신성은 분명 우리 포모르에게 준다고 약속하지 않았소!”

쿠쿵!

브리트라의 진신처럼.

구름까지 가볍게 도달할 만큼, 거대한 외눈의 거인이 쿵쾅거리며 난입한다.

“쯧, 예나 지금이나 멍청한 건 여전하구나. 발로르.”

그에 혀를 찬 누아다는.

“저놈은 야훼를 배신했고, 그런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루시퍼마저 배신한 놈이다.”

코웃음 섞인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 존재가 약속이라는 걸 지키리라 보나?”

“닥쳐라! 누아다! 멍청한 건 네놈이야! 사탄은 내게 ‘맹세’까지 했단 말이다!”

유독 맹세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큼직한 외눈을 부라리는 발로르.

하나 그런 서슬 퍼런 발로르의 일갈에도.

“하! 정말 멍청한 놈이군.”

한층 더 짙은 비웃음을 걸치는 누아다.

“저 자에게 맹세가 무슨 의미가 있지? 애당초 칠 죄악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거짓으로 진즉 신성을 잃었을 존재다. 네놈도 왕이라면 알 텐데?”

그 말에 거대한 사탄을 잠시 올려다보는 발로르.

성좌에게 약속과.

그리고 맹세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포모르의 왕인 발로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내.

“……사탄의 신성은 나와 너만큼이나 선명하다. 누아다. 적어도 나의 눈엔 그렇다.”

다소 굳은 눈이 다시 누아다를 향했고.

“쯧, 네가 이러니 포모르가 에린을 주도하지 못하는 거다.”

“닥쳐라!”

누아다의 한숨에 노성을 토하는 발로르.

“네놈에겐 그 빌어먹을 팔 쪼가리가 있겠지만!”

그는 굵직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외눈을 가리키며.

“내겐 에린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눈이 있다! 네놈보다 이 발로르의 안목이 훨씬 더 뛰어나단 말이다!”

침을 튀겨가며 목에 핏대를 세웠고.

“하.”

누아다가 깊은 한숨을 내쉼도 잠시.

[걱정 마라. 발로르. 애당초 너에겐 에린의 다른 자리를 줄 생각이었으니까.]

두 신왕의 머리 위로 사탄의 묵직한 목소리가 내려앉았고.

사탕에 홀림 당하는 아이처럼.

“다른 자리?”

고개를 홱 치켜든 발로르는 미미하지만.

[그렇다.]

쿠그그.

결코 모를 수 없는 사탄의 거대한 끄덕임에.

“여, 역시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다고!”

사탕을 받은 아이마냥 환한 미소를 띠었고.

“보았나? 누아다! 이제 에린은 이 발로르가 지배한다! 내가 에린의 진정한 신왕이란 말이다!”

곧바로 누아다를 돌아보며, 승자의 포효를 내질렀다.

하지만 누아다는 어떤 답도 하지 않고.

그저 한심한 눈으로 발로르를 응시할 따름이었고.

[그러면…….]

그의 머리 위로.

[마지막 기회를 차버렸으니. 처리해야겠지.]

사탄의 묵직한 목소리가 내려앉는다.

이를 신호로.

[끝이 났는가.]

났는가.

가…….

메아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사탄의 옆으로.

쿠그그그그그그!

거대한 무언가가 삽시간 솟아났다.

내심 사탄만 한 존재는 더 없을 거라 생각했거늘.

누아다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군.]

걸렸군.

군…….

사탄만 한 존재.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조금 더 큰 것 같은 또 다른 거신을 확인했다.

그러곤.

“하하…….”

절로 흘러나오는 헛웃음.

그도 그럴 것이.

“염제신농…… 당신까지 가담한 건가?”

정말 예상치도 못한 존재가 튀어나왔으니까.

하지만 그런 누아다의 물음에도.

[…….]

염제신농이라 불린 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붉은 안광으로 누아다를 내려다볼 뿐이었고.

그 침묵에 무언가 북받치기라도 했는지.

“이깟 거인족으로 활동하다니. 삼황오제도 다 됐군! 아! 하긴…….”

누아다는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오제에게 그리도 거하게 당해, 돌아갈 곳마저 잃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나?”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비죽거렸다.

도발엔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외향과 달리.

제대로 먹혀든 것일까?

[건방지구나!]

지구나!

나!

곧바로 거센 분노를 표출한 그는.

화륵.

한층 더 이글거리는 눈으로 누아다를 노려보았고.

[그래, 네놈도 결국 그놈들과 같은 신왕이지.]

신왕이지.

지…….

그 말과 함께.

쿠그그그그그.

태산만큼이나 거대한 두 팔을 치켜들었다.

그로 인해.

드넓은 평원에 밤이 찾아온다.

하나 이는 찰나일 뿐.

염제신농의 팔 그림자로 인해 다른 그림자가 삽시간에 사라지며.

화르르륵!

“큭!”

신왕인 누아다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의 열기를 동반한 불빛이 평원을 달구었다.

어느새.

화라라라락!

그의 거대한 두 손에 태양과 같은 화염의 구체가 생성된 것이다.

이어.

[신왕은 모두…… 사라지리라.]

지리라.

라…….

특유의 메아리 같은 목소리와 함께.

쿠그그그그!!

염제신농은 두 손에 쥐고 있던 태양을 내리꽂았다.

염제신농의 말대로.

그 존재만으로 드넓은 평원을 달군 화염의 구체는 이곳의 모든 것을 불사르다 못해.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그래.

분명 그래야 했는데.

[호오, 역시 은팔인가?]

“미, 미친…….”

사탄과 발로르의 각기 다른 반응이 들려온다.

하나 표출의 방식만 달랐을 뿐.

작금의 상황을 보며, 두 존재가 가지는 감정은 똑같았다.

그리고.

치지직!

은색의 스파크.

“크윽!”

그것을 전신으로 휘감으며, 짧게 비명을 토하던 누아다는.

“움켜…… 쥐어라! 아르게틀람!”

치지지지직!!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은색의 스파크를 뿜어내는 오른팔을 힘껏 내질렀고.

그 오른팔의 끝.

염제신농이 내리친 화염 구체를 막아 내던 오른손이 힘겹게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피시이이…….

존재만으로 이 드넓은 평원을 달구었던 화염 구체가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공격이 막혔음에 화를 낼 법도 할 터인데.

[역시, 권능은 통하지 않는가?]

않는가.

가…….

도리어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는 염제신농.

하나 거기까지.

[그럼 물리력을 행사하면 그뿐이다.]

그뿐이다.

다…….

그 말과 함께.

터억!

거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누아다의 오른팔을 잡아채었다.

그러곤.

“어느 틈에!”

누아다가 어찌 대응할 틈도 없이.

콰지지직!

“크아아악!!”

그의 팔을 뜯어내 버렸다.

* * *

“크아아악!”

곧장 비명을 내지르는 시문.

어느새 익숙한 천장과 배경.

-오, 오빠!

“아빠! 아빠!”

뀨우우!!

그리고 목소리들이 들려왔으나.

“으윽!”

시문은 연신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작게 신음을 토할 뿐이었다.

이내.

-일단 침대로 가자! 시연아?

“응!”

뀨우.

무언가에 들린 듯.

출렁거리는 시야.

이윽고.

푹신한 감촉이 전신을 두드리고 나서야.

“하아…….”

시문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 시문의 시야로.

-오빠. 일단 내가 살펴보고 있는데…….

자신의 몸 상태를 이리저리 확인하는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보였다.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를 기반으로 호문쿨루스화 중인 현자의 돌.

고로 그 본신은 시문의 가슴 정중앙에 위치해 있기에.

-일단 육체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거든?

시문의 몸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내었다.

-아마 정신적인 문제 같은데…… 많이 힘들어? 진정제라도 좀 가져올까?

그런 현자의 돌의 걱정에.

“아니, 이제 괜찮아.”

헐떡이는 호흡을 진정시킨 시문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네 말대로 좀…… 충격이 있어서. 조금 쉬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아빠…….”

뀽…….

당장 눈물이라도 뚝뚝 흘릴 것 같은 시연이와 뀨웅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빤 괜찮아.”

그런 시문을 잠시 보던 현자의 돌은.

-알았어. 시연아, 뀨웅아. 오빠 좀 쉬게 나가주자.

“우웅…….”

뀨우…….

시연이와 뀨웅이를 데리고 침실을 나섰다.

“후우.”

깊은숨을 내쉰 시문이 이마에 척 하고 손을 얹는다.

그러곤.

파르르.

“……충격이 심하긴 하네.”

불이 난 핸드폰처럼.

이마 위에서 쉬지 않고 떨어대는 오른손에 헛웃음을 픽 흘리는 시문.

‘하긴, 무리도 아니지.’

산 채로 팔이 뜯겨나가는 감각.

심지어 일반적인 힘도 아니고.

‘무려 거신의 손아귀였으니까.’

태산과도 같던 염제신농의 손아귀에 당하지 않았던가?

그 거대한 체구답게.

자체적인 물리력도 가히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무슨 온 세상이 내 오른팔을 잡아당기는 느낌이었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시문.

이제 거의 진정이 된 것인지.

점차 사그라드는 오른팔의 경련을 보며.

“그래도 헛된 고생은 아니었네.”

시문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점점 진정을 찾아가는 오른팔 위로.

[‘망가진 은팔’이 성공적으로 귀속되었습니다.]

[‘망가진 은팔’이 ‘누아다의 은팔’로 변경됩니다.]

[특성에 ‘누아다의 은팔’이 추가됩니다.]

이 아득한 감각을 잊게 만드는 반가운 메시지들이 떠올라 있는 것이다.

‘특성이라…… 잠깐.’

이를 보던 시문이 눈을 반짝인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거 정보창이 있잖아?’

특성 드래고노이드처럼.

누아다의 은팔 역시 정보창이 있는 것이다.

시문은 즉시.

“상태창.”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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