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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89화 (289/349)

제289화

289화. 부름과 부름의 부름 (3)

철퍽.

비늘 덮인 살덩이가 바닥으로 처박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쨍그랑.

철퍽!

금속 등의 소리들까지.

아까까지만 해도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곤 믿기 힘들 정도로.

하급부터 최상급할 것 없이.

용족들이 죄다 바닥에 무릎과 머리를 처박았고.

사전에 짜 맞춘 듯.

“용제를 뵙습니다!”

“용제를 뵙습니다!”

동시에 외치는 용족들.

그에.

검분홍색의 아우라.

그것을 전신으로 뿜어내는 거대한 드래곤 한 마리가.

[흐응.]

향락의 요람 내부를 슥 훑었다.

이내.

[다 죽여 버릴까 했는데. 나름 애는 쓰고 있었구나? 하긴…….]

천대와 오만이 동시에 깃든.

그래.

꼭 떠받들려 자란 일국의 공주처럼.

[드라고닉도, 진화종도 아닌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그저 그리 천하게 태어난 것을.]

기다란 속눈썹을 슬쩍 떨며, 검분홍빛 눈으로 머리 숙인 용족들을 슥 훑는 브리트라.

그 고고하다는 최상급 용족들이 더러 있음에도.

예를 표한 용족들은 그 누구도 하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한데 이상하구나.]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브리트라는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이 사달이 났는데. 라비 이년은 어디서 뭘…….]

짜증 섞인 브리트라의 말이 흐려진다.

그녀만큼은 아니나.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깃털뱀을 포착한 것이다.

[케찰…… 코아틀?]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거대한 검분홍빛 눈동자가 찌푸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케찰코아틀은 죽음의 성좌.

즉, 이 향락의 요람과 어울리지 않는 몇 안 되는 부류이지 않은가?

이내.

기다란 속눈썹 아래.

거대한 검분홍빛 눈에 수많은 언데드들이 담기고 나서야.

[하! 너였니? 이딴 개짓거리를 펼친 놈이.]

검분홍빛 눈에 담긴 의문이 풀렸다.

그에.

[여전하구나. 브리트라.]

허공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케찰코아틀이 스륵 고개를 치켜든다.

[그 천박함은 만 년이 넘어도 변함이 없어.]

[입 닥쳐!]

비릿한 케찰코아틀의 미소에 곧장 짜증을 토하는 브리트라.

그녀는 당장이라도 찢어발길 듯.

[너, 신성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니? 아니면 신종 소멸 방법이라도 알아 온 거야?]

표독스러운 눈으로 케찰코아틀을 노려보았다.

단순히 노려보는 행위임에도.

화아아아악!

강렬한 존재감이 뻗어 나온다.

“큭!”

“으윽.”

그에 예를 표하던 용족들은 물론.

끼이익!

그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언데드들조차 죄다 몸을 움츠렸다.

하나.

[그래 보이나?]

[그게 아니면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짓인데? 나와 전면전이라도 치러보자는 거냐?]

성좌에겐 아무 영향도 없는 것일까?

[네년과 전면전을 치르는 게, 이 몸에게 미친 짓 정도나 되는 수준인가?]

케찰코아틀은 눈과 입꼬리를 더욱 끌어올리며.

[자신들의 신을. 아니, 제 아비를 뜯어먹고 성좌에 오른 네년 따위에게?]

그저 이죽거릴 따름이었고.

그 말이 꽤나 치명타로 작용한 것일까?

[개소리하지 마!!]

쿠그그그.

브리트라는 일대가 떨릴 정도로 거대한 노성을 토했다.

[나와 우리 용제들은 이전부터 성좌의 자격을 지니고 있었어!]

[하나, 너희 용족에게 허락된 자리는 하나 아니던가?]

[그러니 그 부당함을 다시 조율한 거야. 이는 정당한 혁명이다! 우리가 새 시대를 연 거라고!]

[크하하하핫!]

브리트라의 말에 광소를 터뜨리는 케찰코아틀.

단순한 도발이 아닌, 진심 어린 웃음이었는지.

[정말이지 대단한 발상이로구나.]

거대한 눈동자에 사기로 이루어진 물기까지 맺힌 그는.

[신성 찬탈자 루시퍼조차 웃고 가겠어.]

노골적인 눈빛을 보냈고.

그에 쌍심지를 켬도 잠시.

[호호! 네가 그런 소릴 하니 퍽이나 재밌네.]

입꼬리를 쭉 끌어올린 브리트라는.

[제 형제들에게 물어뜯겨서 겨우 죽음의 성좌로 신성을 면하고 있는 놈이, 지금 누구더러 웃긴다는 거니?]

용족 특유의 기다란 동공을 벌렁이며.

역으로 비꼴 따름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성좌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이 감히……!]

브리트라의 비아냥이 먹혀든 것인지.

강림 이후.

단 한 번도 여유를 잃지 않던 케찰코아틀이 처음으로 짙은 노기를 표출했고.

[어머? 지금 화내는 거야? 아아! 이해해.]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형제냐 자식이냐의 차이지. 같은 혈족에게 신성을 뜯겼다는 건, 비슷한 처지긴 하니까.]

한층 더 짙은 비웃음을 비추었고.

그것을 시발점으로.

[네 이년!!]

결국 노기를 폭발시키는 케찰코아틀.

그 분노에 맞춰.

스아아아아아아!

진녹색과 회색의 기운.

케찰코아틀 특유의 사기가 그 거대한 몸을 중심으로 휘몰아친다.

이내.

[수만 갈래로 찢어발겨 주마!]

거대한 뱀신이 몸을 비틀자.

몸 곳곳에 달린 깃털들이 가시처럼 삐죽하게 솟는다.

사사삭!

그리고 쏘아지는 사기의 칼날들.

꽤나 많은 깃털을 지니고 있다지만.

이리 많지는 않을 진데.

쐐애애액!

허공을 나는 사기의 칼날들은 케찰코아틀의 말처럼.

수만 개는 되어 보일 정도로 수두룩했다.

하나.

[흥. 고작 분신체 주제에, 본신인 나에게 이딴 공격을 펼쳐?]

공간마저 잿빛으로 물들이며 날아오는 사기의 칼날에도.

가볍게 코웃음을 치는 브리트라.

물론 코웃음만 그러할 뿐.

향락의 요람을 지키던 용족들은 상당했기에.

[앱솔루트 배리어.]

나름 진지한 눈으로 공간을 갈라버리듯.

거대한 보호막으로 용족들과 자신의 거체를 보호하는 브리트라.

하나 이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일까?

[멍청한 것.]

비릿한 미소를 짓는 케찰코아틀.

그와 함께.

까가가가가각!!

골이 울릴 정도로 강렬한 마찰음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브리트라의 보호막 표면에 사기의 칼날들이 들이박히던 찰나.

[신조차 기피하는 태초의 죽음이여! 그대의 격을 빌리겠소!]

브리트라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동공을 번뜩이며 외치는 케찰코아틀.

그러자.

스르륵.

방어막과 충돌하던 사기의 칼날들이 순식간에 잿빛에서 검회색으로 물들었고.

[그, 그 힘은!]

경악하는 브리트라가 어찌 손을 쓸 틈도 없이.

슈아악!

그녀가 펼친 보호막을 가볍게 베어 버리며.

“끄아아악!”

“꺄아악!”

“요, 용제시…….”

그녀의 보호를 받던 수천 마리의 용족을 무참히 도륙 내 버렸고.

그중 유독 거대한 사기의 칼날이.

[멈. 추. 어……!]

서걱.

언령을 외치던 브리트라의 몸을 스쳤다.

[꺄아아아아악!!]

영혼이 뒤흔들릴 정도로 강렬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쇄골에서부터 옆구리까지.

푸화아악!

상체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자상에서도 쉬지 않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응할 수 없다는 걸 미리 눈치챈 것인지.

빠르게 몸을 틀어, 상반신이 절단당하는 상태는 모면했다는 것.

하지만 그뿐.

고통은 어쩔 수가 없는지.

[아아아악!!]

브리트라는 그 거대한 육신으로 몸부림치며, 재차 비명을 토했다.

그리곤.

쿠우웅!

바닥으로 쓰러지는 브리트라.

그 어느 때보다도 무방비한 상태이건만.

이 사달을 낸 당사자.

성좌 케찰코아틀은 이 절호의 기회를 잡아채지 않고.

스륵.

되려 조금 몸을 물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쓰러졌던 브리트라.

그 거대한 드래곤의 육신에.

쩌적.

점차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전신으로 뻗어 나가는 금은 곧.

쩌정!

깨지는 도자기 같은 소리를 내었고.

[그래…….]

앙칼지고 요사스럽던 목소리는 어디 갔는지.

케찰코아틀의 그것처럼 음산한.

아니.

보다 더 어둡고 그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분신체 따위로, 본신인 내게 맞섰던 이유가 있구나…….]

깨져버린 육신 사이로.

쿠그그그그.

거인족의 그것처럼.

거대한 진동을 토하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브리트라.

이전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이었던 모습과 달리.

[태초신의 힘이라니, 그거라면 이리 나댈 법도 하지.]

뱀의 하반신을 지닌 그녀는 꼭 라미아와 나가를 융합시켜놓은 듯.

드래곤의 형상보다 훨씬 거대해진 반신반사의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고.

비늘 덮인 그녀의 머리칼은.

쉬아아악!!

샤악!

생전 처음 보는 흑백의 뱀 두 마리가 되어, 연신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너 따위가 어찌 타르타로스의 힘을 사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분홍빛.

그것을 제외하곤 이전과 아예 다른 모습이 되어버린 브리트라.

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닌 걸까?

하늘까지 닿을 듯.

어지간한 거인족을 손쉽게 압살할 정도로 거대한 그녀의 거체에서.

고오오오오오…….

엄청난 존재감이 흘러나오며, 영역을 키워나가듯.

일대 전체로 뻗어나갔다.

[내 진신을 이끌어 낸 이상, 나와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거야. 그 시작은…….]

그리고.

[네 분신체의 소멸로 알리겠다!]

그런 그녀의 눈과 두 개의 뱀 머리칼이 케찰코아틀을 향하는 순간.

파스슥.

케찰코아틀의 육신 일부분이 재가되어 흩날린다.

그의 권속이었던 언데드들 역시 흔적도 한순간에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으나 그뿐.

분신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과연. 제 아비를 잡아먹었다 해도, 결국 상위서열은 상위서열이구나.]

제 권속과 육체의 일부가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렸음에도.

케찰코아틀은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흥. 재수 없는 새끼, 허세하고는.]

짤막하게 짜증을 토하는 브리트라.

그와 함께.

[분신체는 어디 인과가 안 드니?]

퍼퍼펑!

케찰코아틀의 육신 곳곳에 폭발이 일어나며, 삽시간 지워지기 시작한다.

하나.

[허세 같은가?]

순식간에 육신의 절반을 잃었음에도.

케찰코아틀의 비소는 여전했다.

[이미 얻을 만큼 얻은 상황에서 이깟 분신체의 인과쯤이야. 아까울 것도 없지.]

[무슨 개소리야? 이런 것들을 잡아먹어서, 네가 뭘 얼마나 얻는다고?]

[아, 직접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

브리트라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임도 잠시.

케찰코아틀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고.

[인사하거라. 나의 종복들이여.]

펄럭.

쿵.

진녹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두 거체가 내려온다.

[저건……!]

이를 본 브리트라의 눈에 한층 더 짙은 독기가 어린다.

무리도 아니었다.

사기에 물들긴 했으나.

외눈박이의 거인과 웜급의 드래곤은.

[이 개자식이! 누가 더러운 죽음의 성좌 아니랄까 봐!]

그녀가 이 향락의 요람에 배치했던 반신급의 두 존재.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이었으니까.

[이깟 저열한 장난질을 해?!]

브리트라의 노성에도.

[후후, 내 너희에게 태초의 죽음을 부여할 테니.]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케찰코아틀은 거인과 드래곤을 검회색으로 물들였고.

[가서 너희가 이제 누굴 섬기는지. 똑똑히 알려 주어라.]

케찰코아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크어어어어!

크롸롸!

타르타로스의 힘을 머금은 거인과 드래곤이 달려들었다.

* * *

쿠과가가강!

거대한 굉음.

그와 함께 하늘이 흔들리고, 대지가 뒤집힌다.

그 사이로.

[빌어먹을!!]

앙칼 섞인 고성이 쉬지 않고 터져 나온다.

일반인이라면 호흡조차 힘들었을 강대한 전투.

그것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타락 천사들 역시.

“큭!”

“커헉!”

가슴을 부여잡으며, 피를 토했으나 그뿐.

펄럭!

타오르는 흑염의 날개를 꿋꿋이 펼치며, 둥근 진을 만들어 전투의 충격을 막아 냈고.

그 중심에 있는 한 존재.

‘어마어마하군.’

시문은 놀라운 눈으로 두 성좌의 전투를 바라봤다.

특히나.

‘고작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기반으로 강림시켰을 뿐인데…….’

브리트라의 진신을 이끌어 낸 검회색의 칼날도 그랬지만.

타르타로스의 권능을 전해 받은 케찰코아틀의 두 언데드.

크어어어!

크롸롸!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은 브리트라의 진신에 맞서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물론 맞서기만 할 뿐.

[이! 죽어서도 쓸모없는 것들이!]

콰직!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애당초 성좌의 진신을 상대로 같은 성좌도 아닌.

일개 종복이 맞설 수 있다는 상황부터가 말이 되질 않았다.

‘괜히 성좌들이 태초신, 태초신 하는 게 아니었어.’

자신을 지켜보는 신왕급 성좌들.

그들마저도 나름의 예를 표하는 이들이 태초신 아니던가?

전투를 지켜보던 시문의 눈매가 슬쩍 가늘어진다.

‘이거 잘만 쓰면…… 여기서 브리트라를 처리할 수도 있으려나?’

타르타로스 조각을 기반으로 강림시킨 분신체.

고작 그것만으로도 저만한 위력을 보이는데.

이 조각 자체를 사용해 버린다면?

이내.

‘아니, 그렇게까진 되지 않겠지.’

작게 고개를 젓는 시문.

‘그게 가능했으면 진즉 케찰코아틀이든, 내 성좌들이든 내게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지금 케찰코아틀에게 준다면.

브리트라를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거기다.

‘이만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템을 함부로 털 순 없지.’

무려 태초신의 아이템이다.

지난 손오공의 봉인을 풀기 위해, 선계의 태초신인 석가여래의 창조물.

삼장의 내용을 각각 한 줄씩만 연성하는데도.

무려 3만 점이라는 업적 포인트가 소모되지 않았던가?

‘앞으로 다신 못 얻을 아이템일지도 몰라.’

그렇기에.

‘이제 케찰코아틀도 얼마 못 버틸 것 같으니, 그냥 본래 계획대로 이어가야겠어.’

시문은 몸을 돌려.

원래 준비했던 계획대로 움직였다.

‘처음엔 케찰코아틀로 최대한 향락의 요람을 황폐화하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전생의 체르노젬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렸던 케찰코아틀.

지난 그와의 약속은 작금의 사태를 노리고 한 것 아니던가?

비록 용제인 브리트라가 등장하긴 했으나.

현재 그만한 성과를 거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거라면 황폐화가 아니라…….’

케찰코아틀을 강림시키기 전.

챙겨왔던 이 거울이라면.

정확히는 이 거울 속에 든 존재들이라면.

‘향락의 요람 자체를 아예 지워 버릴 수 있을지도 몰라.’

검은 제련소 때와 같은 반파도 아닌.

아예 소멸까지 가능할지도 몰랐다.

아니.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생부터 지금까지를 통틀어, 대충 알아 온 인과라는 놈도 그렇지만.

[멀리서 당신을 지켜보던 성좌 XXX이 한 걸음 다가옵니다.]

[당신을 지켜보던 성좌들이 거울과 성좌 XXX를 보며 침을 꿀떡입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이봐 깍쟁이! 나도, 나도 한 입만 줘라. 응?’ 군침을 삼킵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들이 확신을 주고 있지 않은가.

따악.

곧바로 손가락을 튕겨.

바닥으로 정갈한 제단을 연성하는 시문.

그 위로 가져온 거울을 올리곤.

“다 알겠지만. 이 일이 실행되면 여러분은 모두…….”

자신을 둘러싸며, 피를 토하는 타락 천사들을 돌아봤고.

“알고 있습니다.”

“그분께선…… 늘 한결같으시니까요.”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십쇼.”

“어차피 저희는 시문 님의 소환물인 상태. 결국 역소환될 뿐입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긍정을 표하는 타락 천사들.

그에.

“미안해요. 다들.”

작게 서글픈 미소를 지은 시문은 다시 몸을 돌려 기도하듯.

가슴으로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이곳에…… 역경에 빠진 당신의 아들딸이 있습니다.”

타락 천사의 외형임에도.

거룩하다 못해, 청결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우우웅.

제단에 올려진 거울 속에서.

백금색의 아우라를 걸친 천사 한 쌍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고.

그에 맞춰.

우웅.

타락 천사의 외형인 시문 역시, 찬란한 백금색의 빛으로 휘감겼다.

[자, 잠깐!! 이 기운이 왜?!]

뒤편에서 들려오는 경악스러운 브리트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을 배경음 삼아.

“부디. 이 타락 속에서 저들을 구원하소서.”

시문은 역설적인 기도를 끝마치자.

쿠르르르르!

검게 물들었던 하늘이 열리며.

“당신의 기도에 나.”

듣기만 해도 영혼이 씻겨나갈 정도로 신성하고.

“야훼의 첫 번째 자손이자, 천계의 천사장 미카엘이 응답합니다.”

시리도록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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