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화
288화. 부름과 부름의 부름 (2)
분명 이 강림에 소모되는 모든 인과는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거늘.
타르타로스의 조각이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힘이…… 이전의 강림보다 힘이 더욱더 넘치는구나!]
어느새 제단까지 내려온 케찰코아틀이 환희 섞인 감탄을 흘렸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때보다 더 커졌네.’
현재 강림한 케찰코아틀은 우크라이나에서 데스로드 말리크로 인한 소환보다.
더욱 거대해진 상태였다.
그 크기만 거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커, 커헉!”
“끄으으……!”
주변에 있던 타락 천사들은 케찰코아틀의 강림에 이젠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
“케찰코아틀?”
[음?]
타르타로스의 조각으로 이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는 시문은.
“내 부하들이 힘들어하잖아.”
주변 타락 천사들을 턱짓할 뿐이었고.
[아아, 그러고 보니 7마제의 패잔병들이 함께 있었군.]
타락 천사들을 훑은 케찰코아틀은 작게 비소를 흘렸다.
하나 시문의 요구대로.
존재감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덜어 준 것일까?
“허, 허억!”
“하아!”
무시무시한 존재감에서 해방된 듯.
타락 천사들은 연신 숨을 몰아쉬며, 본능적으로 시문의 뒤편으로 모여들었고.
[하! 고작 존재감에 저리 빌빌대다니. 하긴, 패잔병들이니 당연한가?]
그것들을 하찮은 눈으로 내려보던 케찰코아틀은.
[한데…… 김시문. 그 모습은 또 뭐냐?]
시문을 보곤 거대한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너, 언제부터 타락 천사가 된 거지?]
누가 봐도 작금의 시문은 타락 천사들의 수장격으로 보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케찰코아틀과는 명백한 거래 관계이지.
칭호 [왕들의 픽]처럼 자신과 깊은 관계를 지닌 성좌가 아니었기에.
“그냥.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서…… 그래, 이 판을 짜기 위해서라고 해두지.”
어깨를 으쓱하며 모호하게 답할 뿐이었고.
그런 시문을 잠시 응시하던 케찰코아틀은.
[흥, 네놈이 무슨 수를 쓴다 한들. 이젠 그다지 놀랍지도 않구나.]
큼직한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리더니.
[나야 이 만찬을 즐기면 그뿐이기도 하고 말이지. 뭐, 이런 부분에선 좀 놀랍긴 하군.]
곧 시선을 내려.
-꺄하핫!
“아아!”
“하읏!”
성좌가 강림했음에도.
[네가 내게 약속했던 제물이 무엇일지 참으로 궁금했다만…….]
여전히 신음이 끊이질 않는 향락의 세상을 바라봤다.
[설마 향락의 요람이었을 줄이야?]
그 묘한 어조를 캐치한 시문은.
“왜. 용족의 후환이 두렵나?”
펄럭.
날개를 펄럭이며 케찰코아틀의 머리 옆으로 날아올랐고.
[크하하핫! 제법 깜찍한 도발이구나.]
광소를 터뜨린 케찰코아틀이 날아오른 시문을 바라봤다.
[내 비록 상위서열의 성좌는 아니지만, 엄연한 죽음의 성좌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
그에 걸맞게.
[용족의 세가 대단하다곤 하나, 이 케찰코아틀이 그깟 놈들의 눈치를 볼 것 같은가?]
케찰코아틀의 거대한 눈엔 오만과 비소가 가득했다.
이것이 단순한 허세가 아닌.
진심 어린 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시문은.
“그럼 기대할게. 여길 어떻게…… 먹어 치우는지.”
케찰코아틀과 같은 미소로 답했고.
[크하핫!]
또다시 광소를 터뜨린 케찰코아틀은.
[안 그래도 그놈들과 비슷한 외형으로 엮이는 게 짜증 날 때가 있었지. 이번에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전신의 깃털을 활짝 펼치며, 특유의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를 뿜어냈다.
그것은 방금 시문이 케찰코아틀을 강림시켰던 것처럼.
솨아아아아아!
거대한 사기의 기둥이 되어, 하늘을 꿰뚫었고.
[김시문, 네게도 보여주겠노라. 저 파충류들과 질적으로 다른 이 케찰코아틀의 전능함을.]
쩌정!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부숴버렸다.
* * *
향락의 요람.
이곳이 만들어지고 난 후 처음으로.
“아, 아아악!”
“끄아아아!”
쾌락에 젖은 신음이 아닌.
공포에 젖은 비명이 터져 나온다.
무리도 아니었다.
끼아아아아!
캬아악!
치르륵!
스켈레톤부터 좀비, 그리고 유령형 언데드들까지.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를 줄줄 흘리는 망자들이.
“키하하핫!”
“산 자다! 산 자야!”
“죽…… 어…….”
장마철의 소나기처럼.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어, 어디서 언데드들이 이렇게나!”
“막아라! 경계를 최고등급으로 울려!”
“상부는? 상부에선 아무런 지령도 없단 말이냐!”
향락의 요람이 용족의 주요시설인 만큼.
드라칸, 드발리부터 드래고니안, 드레이크 등.
하급부터 최상급에 달하는 수십, 수백에 달하는 용족들이 허겁지겁 뛰어나왔고.
또 그만한 용족들이 지속적으로.
“얼른 전선으로 합류해라!”
“최상급들은 최전방을 향하라!”
향락의 요람 곳곳에 위치한 이동 거울을 통해 투입되었으나 그뿐.
저승의 입구처럼 뻥 뚫려 버린 하늘에서.
키하하하!
끼아악!
끝없이 쏟아지는 언데드의 군세는 쉽사리 제압되지 않았다.
그때.
[침입자! 소란 피운다!]
다소 어눌하나.
천둥 같은 외침이 혼란에 빠진 향락의 요람 전체로 뻗어나간다.
향락의 요람의 입구를 관장하던 문지기.
외눈박이 거인인 퀴클롭스였다.
어느새 요람 안으로 들어선 그는 고층 빌딩과 같은 거체로.
[시체들! 뭉갠다!]
쿠구궁!
걸음을 옮기며, 일대의 언데드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영악하게도.
압도적인 제 체구의 파괴력을 잘 아는 것인지.
한참 용족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가 아닌.
[나. 여기 뚫는다. 너희. 엄호해라!]
이미 언데드들에게 장악당해 버린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쿠그그그그.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언데드들을 휩쓸었고.
“무, 문지기님이 오셨다!”
“다들 위치를 지키고, 원거리로 문지기님을 엄호하라!”
“라미아를 비롯한 마법계들은 저쪽으로 화력을 집중시켜!”
그에 힘을 입은 용족들은 온갖 마법을 쏟아내며, 밀리던 전선을 유지시켰다.
그러던 중 퀴클롭스와 다른.
[어리석은 것들! 문지기로 고용한 거인족의 도움이나 받다니!]
뚜렷한 어조의 또 다른 노성이 들려왔다.
퀴클롭스만큼은 아니나.
그에 뒤지지 않는 검은 비늘의 거대한 존재.
“드, 드래곤이시다!”
“드래곤 님께서 오셨어!”
용족 중 최상위 종이라 불리는 드래곤이었다.
[고작 언데드들 따위에게 밀리고도, 네놈들이 용족이라 칭할 수 있겠나!!]
노성에 담긴 분노를 표현하듯.
날개를 활짝 펼친 블랙 드래곤은 드래곤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우우웅.
드래곤 캐스팅까지 선보이며, 주변으로 수백 개의 마법진을 생성해 내었다.
[가라! 브리트라 님의 질책을 원치 않는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이다!]
목숨을 걸라는 분명한 협박이었으나.
그간 언데드들에게 밀리던 용족들에겐 달리 다가오는 것일까?
“우와아아아!”
“쉬르륵! 침입자들을 쓸어 버려라!”
“이 시체놈들을 진정한 저승으로 돌려보내 줘라!!”
사기가 진작된 병사들처럼.
함성을 내지른 수백, 수천의 용족들이 일제히 용력을 발하며 언데드들을 향해 달려든다.
그워어어!
끼아악!
언데드 특유의 장점인 무감정.
그로 인해 쏟아지는 언데드들이 기계적으로 달려들고 있기는 했지만.
콰직.
까드득!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
그리고 사기가 진작된 용족 병력에게 서서히 밀려나고 있었다.
하지만.
‘강하군.’
드래곤 캐스팅으로 수백 개의 마법을 쏟아 내어, 언데드들을 쓸어 버리고 있음에도.
‘이것들, 보통 언데드가 아니야.’
블랙 드래곤의 미간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거기다.
향락의 요람이 생겨난 이후.
최초의 침공이건만.
‘메두사 라비 님은 대체 어디에 계신 거지?’
향락의 요람의 관리자이자.
진명의 진화종인 메두사 라비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 않나?
이내.
‘일단 이 공세부터 막아 낸다.’
펄럭.
거대한 두 장의 날개를 펄럭인 그는 최전방까지 날아갔고.
끝없는 언데드들의 공격은 물론.
뒤편에서 날아드는 용족의 마법마저도.
[전부 부순다!]
콰쾅!
맨몸으로 받아내며 날뛰는 문지기 퀴클롭스를 향했다.
[여봐라. 문지기.]
[뭐냐? 검은 드래곤.]
[너도 반신의 존재이니 알겠지만. 이 언데드들, 보통 언데드가 아니다.]
[안다. 나도 이상하다. 생각한다.]
블랙 드래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퀴클롭스.
그에.
[전황도 어느 정도 뒤집혔으니. 내가 탐지 마법을 사용하겠다.]
탐지 마법으로 보이는 마법진을 띄우며.
[최전방만 안정되면, 나와 함께 이 언데드들의 원인을 찾…….]
다급히 움직이던 블랙 드래곤의 입이 멈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으으으…….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
어지간한 고층 건물 크기의 두 존재 위로.
[드래곤 정도야 예상했다만. 퀴클롭스라니?]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이거 오늘 제대로 포식하겠구나.]
그리고 그에 걸맞은 섬뜩한 목소리까지.
블랙 드래곤의 거체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이, 이 존재감은…….’
드래곤으로 태어나 몇 번 느낀 적 없던 오싹한 기분.
심지어 웜급 드래곤인 그에게 이만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성좌! 성좌다!’
최소 성좌.
혹은 그 이상의 급밖에 없었다.
하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거대한 뱀의 육신에 요란한 깃털들이 달린 모습을 몸소 확인하곤.
[아…….]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존재는…….’
드래곤인 그의 지식이 틀리지 않는다면.
[케, 케찰코아틀?!]
성좌 중에서도 까다로운 부류 중 하나인 죽음의 성좌 케찰코아틀이었으니까.
그의 불신에 확신을 더하듯.
[호오, 과연 드래곤. 제법 식견이 있구나.]
블랙 드래곤과 퀴클롭스를 내려다보던 케찰코아틀의 눈과 입이 부드럽게 휜다.
블랙 드래곤은 그런 케찰코아틀을 조심히 올려다보며 물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주, 죽음의 성좌께서 어찌 이곳을 방문하셨습니까?]
죽음의 성좌.
이 향락의 요람이 선사하는 쾌락에 면역된 몇 안 되는 부류이지 않은가?
하나 이는 블랙 드래곤만의 착각인 것인지.
[이곳이 그토록 다양한 향락을 선사한다길래…… 내 친히 방문해보았노라.]
케찰코아틀의 미소는 한층 더 짙어졌고.
그래서일까?
[실로 아주 즐겁구나.]
[하면 절차를 밟으셔야지요.]
아니면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버려서일까?
[이러한 난동은 케찰코아틀께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겁니다.]
블랙 드래곤은 그만 이성이 본능을 앞질러버리는 우를 범해버렸고.
[감히? 내가 너희 용족들에게 해코지라도 당한다는 것이냐?]
[잘 아시겠지만, 이곳은 4용제 브리트라 님의 영역입니다.]
한 번 앞지른 이성은 용족 특유의 오만함이 더해져.
[이러한 난동은 그분께서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 역시도 인과율로 인한…….]
[크하하하핫! 재밌구나! 참으로 재밌어!]
케찰코아틀의 광소를 이끌어 내고야 말았다.
이내.
[하면 네가 그토록 자랑하는 브리트라가 오기 전에…….]
지금까지의 그 어느 미소보다도 더 진득한.
[너희 모두를 죽여 버리면 되지 않겠느냐?]
그리고 살벌한 미소를 흘렸고.
[신안 개아…….]
[멈. 추. 어…….]
그 살기를 눈치챈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이 저마다의 권능을 펼칠 틈도 없이.
[죽어라. 버러지 새끼들아.]
죽음의 신이 직접 내리는 언령이 두 거체를 파고들었다.
* * *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가 줄줄 흘러나오는 안광.
[크흐흐!]
그와 어울리는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디 웃음소리뿐이던가?
맹수가 먹잇감을 씹어 삼키듯.
우드득.
고층 빌딩만 하던 퀴클롭스와 그에 견주는 블랙 드래곤의 거체가 실이 끊어진 인형.
혹은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이처럼.
허공에서 힘없이 휘청거린다.
그 두 거체를 한입에 집어삼키고 있는 존재.
[맛있구나, 참으로 맛있어!]
성좌 케찰코아틀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연신 그 거대한 아가리를 놀려대었다.
이내.
콰직!
순식간에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을 집어삼킨 그는.
[이곳에 소환된 시점부터 본전은 뽑을 것이라 생각했다만…….]
펄럭.
뒤에서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설마 퀴클롭스까지 포식할 줄은 몰랐다.]
고조된 흥분과 만족감.
그것을 담은 뱀의 눈동자가 검은 날개의 미남자를 향한다.
아니.
향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허공을 노니는 귀신처럼.
스르르르.
순식간에 그 거대한 대가리를 들이민 케찰코아틀은.
[어떠냐. 김시문, 이 몸의 힘이?]
오만함을 넘어.
권위가 가득한 눈으로 시문을 내려다보았고.
“확실히. 대단하네.”
시문은 감탄을 숨기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했다.
‘아무리 성좌라지만, 설마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을 고작 언령만으로 죽여 버릴 줄이야.’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
사실상 두 존재 모두 권능을 사역하는 반신이나 다름없을 진데.
그런 두 존재를 고작 말 한마디로 처리하다니?
‘역시 성좌는 성좌라 이거구나.’
물론 죽음의 성좌이기에.
유독 죽음과 관련된 언령이 강하게 작용한 것도 있겠으나.
현재 강림한 케찰코아틀이 본신이 아닌, 분신체임을 따져보자면.
이는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 시문의 반응이 마음에 든 것일까.
[흐흐, 훌륭한 안목이다. 과연 신왕들이 관심을 쏟을 만해.]
기분 좋은 맹수처럼.
[허면…….]
그르렁거린 그가 은근한 눈빛으로 물었다.
[나와 연을 맺어보는 것이 어떠냐?]
“연?”
[그래, 넌 신왕들께서 주목하고 있는 이. 감히 내가 손을 댈 순 없으나, 어느 정도 관계는 유지할 수 있겠지.]
신왕급 성좌들의 눈치라도 살피듯.
자신의 사기로 물든 하늘을 힐끔한 케찰코아틀이 말을 이었다.
[네겐 타르타로스의 조각도 있지. 그것을 일부만 사용해도, 난 너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해 줄 수 있다.]
스륵.
[보아라.]
거대한 그의 시선이 아래를 향한다.
그곳엔.
“떠, 떨어져! 떨어…….”
“방어선이 밀린다! 지원을…… 아악!”
“전방이 무너진다!”
퀴클롭스와 블랙 드래곤의 부재 때문일까?
[나의 권속은 용제의 영역에 있는 용족들도 쉽사리 찢어발기지.]
다시 케찰코아틀의 언데드들에게 밀려나는 용족들이 보였다.
[나와 손을 잡으면, 너 역시 저것들을 다룰 수 있다. 모두 너의 군세가 된다는 말이다.]
죽음의 남매인 말리크와 말리나.
그들이 인신 공양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그토록 바랐던 언데드 군단이 너에게 주어진다고.
[어떠냐? 김시문, 너라면 지금껏 나의 그 어떤 후원자들보다도 귀히 여기겠노라.]
케찰코아틀은 뱀의 그것처럼 속삭였다.
“확실히 대단한 힘이긴 한데…….”
네크로맨서가 아니더라도 단박에 혹할 정도로 매력적인 제한.
하지만.
“거절할게.”
시문은 천천히.
그러나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고.
[왜지?]
케찰코아틀은 미간을 슬쩍 찌푸리며 되물었다.
시문이 손에 쥐고 있는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슬쩍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온전하게 지니고 있어야…… 이점이 더 많은 거 같거든.”
퀴클롭스와 웜급의 블랙 드래곤.
반신의 두 존재도 버티지 못했던 케찰코아틀의 언령.
그것을 버티게 해 준 물건이 타르타로스의 조각이다.
물론 죽음이라는 속성 내에서겠지만.
‘굳이 힘을 더 얻겠다고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낭비할 필욘 없지.’
애당초.
‘내가 공격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까.’
신화급 무구들을 위시로한 ‘공격력 자체’는 그리 아쉽지 않은 상태.
고로.
‘더 강한 공격력보다야, 내 목숨을 지켜 줄 보험을 지니고 있는 게 더 중요해.’
목숨을 지켜 줄 요소를 하나라도 더 지니는 게 현명했다.
그러한 시문의 뜻을 읽은 것일까?
불쾌한 기색은커녕.
[으하하하핫!!]
이전의 광소와 아예 다른 웃음을 흘리는 케찰코아틀.
[과연 걸작이로군, 참으로 걸작이야!]
한바탕 시원하게 웃은 그는.
[필멸자답지 않은 판단이로다. 정말이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너희 배후성 자리를 탐하고 싶어질 정도야.]
진득한 욕망이 어린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그에 시문이 뭐라 답하려던 순간.
쩌저적!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향락의 요람 전체로 울려 퍼진다.
이내.
쩌어어엉!
골이 울릴 정도로 강렬한 이명이 터져 나왔고.
그것의 근원인 거대한 차원 구멍에서.
[감히…… 감히 어떤 정신 나간 새끼야!]
앙칼지다 못해.
비명과 같은 강렬한 노성이 들려온다.
그리고.
[누가 나의 영역에서 이딴 개짓거리를 펼친단 말이냐!!]
차원의 구멍을 뚫고 나타난 낯익은 모습에.
‘브리트라……?’
시문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