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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85화 (285/349)

제285화

285화. 향락의 요람 (3)

아까보다 더 화려한 방.

그러나 입구부터 뿌옇던 분홍빛 연무가 일체 없는 공간이 나타난다.

하지만 시문은 알 수 있었다.

‘악기의 잔재가 그 어느 때보다 진해.’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해진 악기의 잔재를 말이다.

‘역시 지금까지 보았던 분홍빛 연무는 전부 음욕의 죄종의 힘을 어떤 방식으로 변질시킨 모양이군.’

앞서 보았던 분홍빛 연무는 전부 악기의 잔재가 특정 방식으로 정제된 것일 터.

고로.

‘어디지? 어디에 숨겨 놓은 거냐.’

음욕의 죄종이 관리자의 거처에서 가까울 것이란 추론은 성공적이었다.

이내.

방 안을 힐끔거리며 감각을 집중하던 시문의 시선이.

‘아래군.’

바닥에 깔린 호화로운 호피를 향한다.

하나 곧 미간을 슬쩍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중 차원을 수백 중으로 겹쳐놨어.’

알베리히의 투구인 타른헬름으로 인해 얻은 격 높은 통찰력.

그것을 통해 보이는 바닥 너머는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울 정도로.

여러 개의 차원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이다.

물론.

‘그냥 힘으로 뚫으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못 뚫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타른헬름의 통찰력이 알려왔으나.

결국 업적 포인트든 뭐든.

어느 정도의 소모전을 치르게 될 테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소란 역시 보통이 아닐 터.

당연하게도.

‘아마 이곳의 온갖 경비들이 다 몰려오겠지.’

그런 시문의 귓가로.

“그럼 어디…… 진중한 이야기 좀 나눠 볼까요?”

요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그래도 최근 타락 천사들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이리 제 발로 찾아주셔서 참으로 기뻤어요.”

어깨를 으쓱한 관리자 라비는.

“보셨다시피. 그쪽의 조력을 좀 구하려고 천족까지 손을 뻗어 놨거든요.”

정말 몹시도 위험하고 힘들었죠~.

그렇게 능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막상 우두머리인 당신께서 오시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날?”

“네, 애써 지X맞은 타락 천사들을 하나하나 대접해 주는 것보다…….”

지금까지의 극진했던 태도를 보자면.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 어조였으나.

“그들이 꼼짝 못 하는 당신 하나를 상대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잖아요?”

아랑곳하지 않고 비웃음까지 걸치는 라비.

하나 시문은 이번엔.

“원래 이곳은 접대를 위해 만들어진 곳 아니던가?”

‘오만한 타락 천사 우두머리’처럼 행동하는 것을 참았고.

“호호! 맞아요. 힘 있는 자들의 접대를 위한 곳이죠. 하지만 다른 것도 이루어진답니다?”

웃음을 흘린 라비는 의미심장한 어조로 답하더니.

“솔직히 좀 아쉬워요.”

라비는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날카롭게 자라난 손톱을 다듬었다.

“나름 급이 있는 타락 천사 같은데, 이리도 조심성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

“무슨 뜻이긴요.”

시문의 물음에 싱긋 웃는 라비.

이내.

“이런 뜻이죠.”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이 시문을 가리키자.

촤르륵!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사슬들이 시문의 사지로 뻗어온다.

하나 타른헬름의 투구로.

이것들이 악기의 잔재들로 만들어진 사슬임을 확인한 시문은 별다른 저항 없이.

촤륵.

검분홍색 사슬에 붙잡혀주었고.

“어머나? 저항조차 안 하시네?”

라비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하는 말에.

“무슨 재밌는 짓을 하나 궁금해서 말이지.”

시문은 그녀와 같은 비소를 지어주었고.

“아하핫! 역시나 타락 천사의 우두머리답네요. 정말이지…….”

깔깔대던 그녀는.

“오만해.”

순식간에 시문의 뒤에서 나타나 속삭이더니.

지금껏 들어왔던 끈적한 목소리와 다른.

[정신 지배.]

짐승의 그것과 같은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촤륵!

사지를 결박했던 검분홍색 사슬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하나 이는 범인의 시야에 한했을 뿐.

스으으…….

악기의 잔재로 변환된 그것은 결박했던 사지를 타고, 시문의 머릿속까지 파고들었다.

이내.

“후후.”

본래의 요사스러운 웃음과 함께.

“자, 우리 오만하신 타락 천사님?”

뱀의 하반신을 움직여 시문의 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복종의 예를 보여 주시겠어요?”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손을 내밀었고.

“…….”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던 시문은.

쪽.

천천히 그녀의 손등 위로 입술을 맞추었다.

그에.

“오호호홋!!”

드드득.

방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렬한 교소를 터뜨리는 라비.

“정말 오만한 종족이네요. 보통은 무릎을 꿇다 못해, 머리까지 조아리는데. 고작 손등에 입맞춤이라니.”

뱀 같은 혀를 날름거리던 그녀는 무표정한 시문의 턱을 부드럽게 쥐어 올렸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네요. 너무 조아리기만 하는 것들은, 정복하는 재미가 없거든.”

음습함이 감도는 눈빛.

“이번 일이 끝나면…… 친히 내 침실 시중을 드는 영광을 내려드리죠.”

그 눈빛과 같은 웃음을 흘린 그녀는 시문의 턱을 놓고.

검분홍색 기운을 머금은 손을 저었다.

그러자.

그그극.

사치스럽던 바닥이 갈라지며, 소용돌이와 같은 포탈 하나가 나타났다.

“따라와요.”

* * *

꽤나 큰 공동이라도 되는 것일까?

스륵.

땅을 쓰는 부드러운 소리와.

저벅.

무심한 발걸음이 작게 메아리친다.

어둑한 조명 아랜 생동감 넘치는 조각상들이 즐비했고.

그 사이를 얼마 동안 나아가던 라비는.

“여기예요.”

움직임을 멈췄다.

다소 들뜬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는 라비.

그곳엔.

우우우…….

소름 끼치도록 낮은 이명을 흘리는 검분홍색의 작은 구슬이 있었고.

그것을 그러쥐듯.

본래는 미스릴과 같은 백은색이었을 듯한 검은 팔 하나가.

음울한 이명의 구슬을 받치고 있었다.

“오만한 당신들을 찾았던 건 다름 아니에요.”

라비는 그곳으로 더 다가갔다.

“음욕의 죄종. 과거 7마제 중 하나였던 아스모데우스의 저 근원 때문이죠.”

귀한 도자기를 쓸 듯.

“하지만 과연 신계를 뒤흔들었던 악기의 근원이라는 걸까요? 다루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검게 물든 백은색의 팔 받침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라비.

“거인족과 합작으로 겨우 얻었던 이 귀한 유산 덕분에 그나마 사용이 가능했지만…….”

어느새 파충류의 그것처럼.

“이젠 그도 한계인지. 500년 전부턴 갑자기 작동을 멈춰버려서, 여러모로 곤란한 상태랍니다?”

긴 동공을 드러낸 그녀의 시선이 검게 물든 백은색의 팔을 타고.

“해서. 당신들이 필요했어요. 7마제가 몰락한 이상.”

우우…….

음울한 이명을 흘리는 음욕의 죄종을 바라봤다.

이내.

“이 빌어먹을 기운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7마제의 패잔병인 당신들. 타락 천사뿐이니까.”

시문을 돌아보는 라비.

시문의 눈은 처음 정신 지배를 당했을 때와 달리.

어딘가 생동감이 생긴 상태였으나, 라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했다.

“후후, 과연. 정신 지배를 당했음에도, 힘의 근원을 본능적으로 알아보다니…….”

악기는 과거 7마제의 병력이었던 타락 천사들의 고유 기운.

달리 용족의 용력과 같은 형태의 힘 아니던가?

“역시, 당신들을 찾길 잘했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라비는.

“자, 그러니 움직여요.”

끈이 달린 인형을 조종하듯.

“와서 멈춰버린 음욕의 죄종을 다시 일깨우세요. 그리고 왜 멈췄는지도 알아내요.”

시문을 향해 능숙한 손짓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에 맞춰.

저벅.

음욕의 죄종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시문.

지속해 최면을 걸 듯.

“필요하다면 당신의 그 오만하고 멍청한 부하들을 전부 끌고 와서라도…….”

끝없이 말을 내뱉던 라비의 말이 갑자기 뚝 끊어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요란스러운 아티팩트를 제외하면 나신이나 다름없는 상반신.

그 한가운데로.

콰직!

팔 하나가 틀어박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보다도.

“어…… 떻게?”

먼저 떠오르는 의문에 라비는 경악 어린 눈으로 팔의 주인을 바라봤고.

마땅히 멍한 눈으로 그녀의 명을 따라야 했을 검은 날개의 미남자는.

“고생했어.”

어느새 서늘해진 눈으로 그녀를 흘기며.

촤아악!

꿰뚫었던 팔을 뽑아내었다.

* * *

물에 젖은 쓰레기마냥.

철퍽.

질퍽하게 바닥으로 처박히는 6미터의 거체.

그것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이게…… 칠 죄악…….”

우우…….

시문은 다소 들뜬 눈으로 음울한 이명의 구슬을 바라봤다.

‘그저 보기만 하는데도, 상당한 수준의 악기가 느껴져.’

멀찍이서 바라만 보는데도.

처음 루시퍼를 대면했을 때처럼.

강한 악기가 느껴졌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면.

‘격에 비해 악기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한데?’

지닌 격에 비해, 악기의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것.

이는 시문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는지.

-뭐야! 저게 왜 저래?!

왼쪽 눈.

-이 개 같은 파충류 새끼들! 저 귀한 물건에 대체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정확히는 마안에 깃든 루시퍼가 벌컥 소리를 질렀다.

‘루시퍼, 네가 봐도 이상해?’

시문은 그런 루시퍼를 향해 물었고.

-당연하지! 본래 음욕의 죄종이었다면, 아무리 형이라도 잔뜩 발정이 나서 바닥을 기고 있었을 거라고!

대번에 루시퍼의 대답이 날아들었다.

시문은 다시 한번 되물었다.

‘이전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라도?’

성좌 알베리히가 이번 아레나에 후원했던 타른헬름.

그것은 진짜 신화급 무기인 만큼.

인간이었던 시문의 종 자체를 아예 타락 천사로 변신시킨 상태였으니까.

하나.

-형이 타른헬름으로 종족마저 완벽히 타락 천사가 된 건 알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야.

악기가 근원인 타락 천사라는 종으로도 한계가 있는 것일까?

-애당초 타락 천사는 칠 죄종으로 인해 탄생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종족의 탄생 근원을 거론하는 루시퍼의 부정에.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말했다.

‘어쨌건, 칠 죄악으로 탄생한 타락 천사가 이렇게 멀쩡한 정도면…… 저 음욕의 죄종은 이제 쓸모가 없어진 거 아냐?’

-아니. 그렇지는 않아. 내가 볼 때 저건 내부의 힘만 고갈된 거 같거든.

‘힘이 고갈돼?’

-어.

고개를 끄덕인 루시퍼를 따라가듯.

시문의 왼쪽 눈이 미약하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래서 죄종이 지닌 격도 좀 낮아진 거 같긴 한데…… 그릇 자체는 멀쩡하니까. 그에 걸맞은 죄악과 악기로 다시 채우면 그뿐이야.

루시퍼의 말에.

‘정말 가능한 거 맞아?’

의구심이 섞인 눈으로 되묻는 시문.

그도 그럴 것이.

‘여기보다 음욕의 죄악이 즐비한 곳은 없을 텐데?’

비록 인간의 시선이긴 하나.

시문의 기준으로 이곳 향락의 요람만큼, 음욕의 죄악이 가득한 곳은 없지 않은가?

물론.

앞서 관리자 라비가 말했던 것들도 그렇고.

지금껏 봐왔던 분홍빛 연무나 악기의 잔재 등.

‘향락의 요람 전체가 이 음욕의 죄종으로 돌아가는 거 같은데…….’

음욕의 죄종이 가진 힘으로 향락의 요람을 유지하고 있다곤 하나.

‘이만한 규모의 죄악이 쉬지 않고 저질러지는데도 고갈 상태인 건, 뭔가 말이 안 되지 않아?’

그만큼이 쉬지 않고 벌어지는 음욕적인 죄악들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야 했다.

마치 충전과 소모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배터리처럼 말이다.

루시퍼 역시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러고 보니…….

말끝을 흐림도 잠시.

-맞아! 저 팔! 저 팔 때문이야!

갑작스레 팔이란 말을 내뱉었다.

-애당초 저 팔이 왜 여기에 있는 건데?!

‘팔이라고?’

시문의 시선이 자연스레 음욕의 죄종을 바치고 있는 팔을 향하자.

[성좌 제우스와 천마가 ‘자, 잠깐! 저건!’ 대경실색을 합니다.]

[성좌 바알이 ‘으음?!’ 눈을 부릅뜹니다.]

[성좌 라가 ‘악기 때문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군요. (그놈을 소멸시킨 건 거인족이 아니었어?)’ 헛웃음을 머금습니다.]

[성좌 오딘, 검은 염소가 기함을 토합니다.]

깜짝 놀라는 성좌들의 반응까지 주르륵 이어졌다.

하나 눈앞에 떠오르는 성좌들의 반응은 보이지도 않는 듯.

“아…….”

무언가에 홀려버린 것처럼.

시문이 저도 모르게 검게 물든 팔로 손을 뻗는 순간.

쉬아악!

뱀의 그것과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로 파고든다.

하나 그보다 먼저.

찌릿.

타락 천사라는 우월한 종의 감각이 경고를 보내주었고.

펄럭.

흑염의 날개를 펄럭인 시문은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음에도.

“태워라.”

화라락!

본래 본인의 것이었던 것처럼.

뜨거운 흑염을 쏟아 내며 옆으로 날아올랐다.

끼이이!

흑염에 휘감긴 뱀이 기분 나쁜 비명을 토하며 몸부림친다.

순식간에 바스러지는 그것을 잠시 보던 시문은.

“심장을 뚫긴 했어도, 관리자이니 쉽게 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뱀이 날아든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쉬르륵.

샤락!

득실거리는 뱀 무더기.

정확히는 그것들을 머리에 얹은 근 8미터에 달하는 여성.

그래.

꼭 신화 속에나 나올 법한.

그리고 전생의 유럽을 들끓게 한 존재.

“설마 진화종인 메두사일 줄은 몰랐네.”

메두사가 살기 어린 눈으로 시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 놀라운 것일까?

[네놈…… 내가 진화종이라는 걸 어떻게 아는 거지?]

살기 어린 그녀의 사갈 같은 눈엔 의문이 어렸고.

“아.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거든.”

설마 라미아의 진화종인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는 시문의 말에.

[헛소리! 전대 메두사가 죽은 지 만 년이 훨씬 넘었다!]

대번에 노성을 터뜨리는 메두사.

[나 역시 진화한 이후, 단 한 번도 요람 밖을 나선 적이 없거늘! 타락 천사가 어찌 나의 존재를 안단 말이냐!]

그녀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일까?

쉬아아아!

머리칼을 대신하는 수백 마리의 뱀들이 일제히 울음을 토했으나 그뿐.

“글쎄…… 궁금하면 직접 알아내 보지 그래?”

펄럭.

입꼬리를 비죽 끌어올린 시문은 날개를 펄럭이며.

“아까처럼 정신 지배라도 걸어서.”

화라라락!

어마어마한 열기의 흑염을 쏟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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