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82화 (282/349)

제282화

282화. 대여 (4)

승급전 맵의 등장에.

“미리 후원과 응원,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아레나에 집중해야 해서, 채팅창은 꺼둘게요.”

채팅창을 끄고 주변을 훑었다.

“삭막하네.”

잿빛 하늘.

그와 같은 무채색의 황폐한 대지가 듬성듬성 자리한다.

황량한 일대는 마치.

우주에 떠도는 행성의 파편에 덩그러니 유기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랭커인 김시혁은 이곳이 어디인지 단번에 눈치챘다.

‘혼돈계인가…….’

이를 증명하듯.

[지역은 차원 혼돈계의 ‘바스러진 요새’입니다.]

[마스터 랭크 승급전을 시작합니다.]

[차원 혼돈계는 천계와 마계의 유일한 접경지로 위험이 가득한 곳입니다. 다른 플레이어를 모두 처치하세요.]

시스템이 맵과 함께 아레나의 시작을 알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곧바로 검을 빼 들고 움직였을 텐데.

“음.”

어째서인지 팔짱만 낀 채.

계속 일대를 살피는 김시혁.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서바이벌인 건 좋은데…… 맵이 좀 불편하네.’

혼돈계.

안 그래도 정상적인 대지가 많이 없는 곳인데.

‘바스러진 요새’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바스러진 파편뿐이잖아?’

둥둥 떠 있는 땅들은 사실상 땅이 아닌 파편이라 불러야 할 만큼.

자잘하고 널찍한 간격으로 널려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 아래론.

쿠그그그그…….

혼돈계 특유의 특징인 차원 이상의 소용돌이가 그득했고 말이다.

김시혁은 가볍게 혀를 찼다.

‘이동하기 더럽게 불편하겠는데.’

물론 순수 전투계의 랭커인 만큼.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오러를 활용한다면야.

파편을 닿고 이동이야 가능하겠지만.

‘이래서야. 공격은 꿈도 못 꾸겠어.’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를 수 있을지언정.

제대로 된 검격은 날리기도 힘들었다.

더욱이 비행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나 몬스터를 만난다면.

도망 다니기도 힘들 것이고 말이다.

한데.

이렇게 속으로 불만을 토하면서도.

씨익.

김시혁의 입꼬리는 점차 올라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 이전의 나였다면 말이지.’

순수 전투계 출신의 김시혁.

이전까지의 그였다면 분명히 불리했을 터지만.

“이젠 다르지.”

이제는 달랐다.

허공으로 팔을 쑤셔 넣는 김시혁.

이내.

척.

그의 손으로 옅은 금빛의 다면체가 딸려 나온다.

흐뭇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던 김시혁은.

“아, 이게 아니구나.”

다시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고는.

“찾았다.”

똑같은 형태의 금빛 다면체를 꺼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저게 뭔데 그럼?

-똑같은 거 아님?

-같은 게 여러 개인 듯.

다들 의문을 표했으나.

정작 소유주인 김시혁은 알 수 있었다.

[불완전한 키트]

등급 : SSS+

탈라리아의 모조품이 담긴 불완전한 키트.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떠오르는 정보창도 그렇지만.

‘뭔가 진의 모양이 날개 달린 신발 같아.’

옅은 금색의 다면체 내부에 담긴 진의 모양이 아까의 것과 미세하게 달랐으니까.

물론 이는 랭커인 김시혁조차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쨌거나.

“어디 보자…… 이거를…….”

불완전한 키트를 손에 쥔 김시혁은 그것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어.

‘내 업적 포인트를 사용해야 된다고 했었지?’

키트의 제작자이자, 형 김시문이 알려 준 대로.

‘키트를 개봉하고…….’

콰직!

손에 쥔 다면체를 힘껏 쥐어, 으스러뜨리는 김시혁.

그러자.

우우…….

다면체에 잠들어 있던 복합한 진이 희미한 이명을 토했고.

‘여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그곳에 얼른 손을 가져다 대자.

[……업적…… 600점…… 요구……다.]

[받아…… 습니까? (예 / 아…….)]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제 형태가 아닌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하나 이미 형 시문을 통해, 언급을 들었던 김시혁이건만.

‘뭐야? 형이 말했던 숫자와 좀 다르네?’

잠시 의문 어린 눈으로 불안정한 시스템창을 바라봤다.

‘업적 포인트는 300점쯤 들 거라고 하지 않았나? 왜 600점인 거지?’

김시혁의 고개가 작게 갸웃거렸으나 그뿐.

‘뭐, 일단 사용은 됐으니까. 집중하자.’

얼른 의문을 떨쳐 낸 그는 침착하게.

그러나 벼락과 같은 속도로 ‘예’를 택했다.

스으으.

갑작스레 생겨난 일련의 기운이 김시혁의 회로를 타고 손가락으로 움직였다.

김시혁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게 형이 말한 업적 포인트의 기운이구나.’

그것은 손가락 끝에 있는 연성진에 스며들었고.

연성진은 순식간에 본래의 형태를 되찾다 못해.

파츠측!

환한 빛과 스파크를 토했다.

그러곤.

팔랑.

금색의 날개가 팔랑거리는 신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눈이 절로 커지는 김시혁.

‘정말 형이 아레나 때 사용하던 그 신발이 됐잖아?!’

이미 시문에게 듣기는 했으나.

이렇게 실제로 보니, 감회가 영 색다른 것이었다.

하나 김시혁은 당장 쾌재를 내지르진 않았다.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으니까.

‘형은 아마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만약 수틀렸다 싶으면 곧장 내다 버리라고 말했던 형 시문의 당부.

그것을 떠올린 김시혁은 진중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고.

기다렸다는 듯.

[성좌 헤르메스가 갑작스러운 무구의 출현에 깜짝 놀랍니다.]

[성좌 헤르메스가 ‘이번엔 누군가 했더니…….’ 당신을 보며 슬쩍 눈살을 찌푸립니다.]

주륵 떠오르는 성좌의 메시지.

하지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랭커에 오르면서도 성좌를 접한 적이 없을뿐더러.

형 시문도 ‘넌 성좌한테 개기지 마라’ 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나?

그땐 몰랐지만.

‘근데 넌 개기지 말라는 건…… 형은 성좌한테 개긴다는 건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딘가 이상한 시문의 말.

하나 김시혁은 그 이상으로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성좌 XXX가 ‘어허!’ 성좌 헤르메스를 향해 턱짓합니다.]

또 다른 성좌의 반응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성좌 헤르메스가 몸을 움찔하며 ‘크, 크흠! 내 것을 썼으니 죽지만 마라.’ 당신에게 신신당부합니다.]

불편을 표하던 성좌 헤르메스가 곧바로 무구의 사용을 허락해온다.

대체 무슨 인과 관계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으나.

“알겠습니다.”

김시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성좌 헤르메스의 대답 대신.

팔랑.

탈라리아가 그의 발목으로 감겨들었다.

이어.

톡.

조심히 바닥을 박차자.

팔랑.

황금의 날개의 보조하에,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는 김시혁.

그에.

“오오! 뜬다!”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름도 잠시.

‘무, 무기도! 무기도 얼른 하자!’

김시혁은 얼른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어, 또 다른 금빛의 다면체를 꺼내 들었고.

아까의 절차를 그대로 행하자.

[성좌 시구르드가 ‘누가 감히! 나의 무구를 허락도 없이 훔친 것이냐!’ 노성을 터뜨립니다.]

성좌 헤르메스 때보다 거친 반응과.

[성좌 XX이 ‘시끄러워. 저기 헤르메스 안 보이냐? 그냥 조용히 눈 감아.’ 성좌 시구르드에게 핀잔을 줍니다.]

[성좌 시구르드가 ‘어, 어째서 이 자의 무례를…….’ 당황합니다.]

[성좌 XX이 ‘아 씨! 그냥 다물라면 다물어! 왜 이렇게 혀가 길어!’ 짜증을 토합니다.]

아까보다 더한 상황이 떠올랐다.

김시혁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형……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느새 연성된 비늘 덮인 검을 조심스레.

그러나 아주 꽉 쥐었다.

* * *

“으, 으아아악!”

“아니 이런 미친! 인간이 어떻게!”

쉬지 않고 이어지는 경악과 비명.

무리도 아니었다.

“이번엔 넷이네. 티밍인가 봐?”

하늘에서 들려오는 청량한 목소리.

서걱.

“내…… 방패가…….”

“컥!”

그와 함께 벌어지는 참상은 가히 그만한 위력을 선보였으니까.

이어.

스으으.

그런 김시혁의 머리 위로 큼직한 그림자가 졌고.

[크롸롸롸!]

갤럭시 아레나에서 가장 피해야 할 존재 중 하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최고의 용종이라 불리는 드래곤이었다.

그도 이번 마스터 랭크 승급전의 참가자인 것일까?

[네놈이구나.]

거대하고도 진득한 웃음이 담긴 눈으로 김시혁을 내려다본 레드 드래곤은.

[현 승급전의 1등. 하! 인간 주제에 제법이야. 하지만 결국 인간.]

우우웅.

백 단위의 수많은 마법진을 허공에 그려내었고.

[네놈을 흔적도 없이 지워 버리고, 진정한 강자로 마스터 랭크로 승급하리라!]

그의 말과 함께 마법진들이 빛을 발하려는 순간.

까가각!

레드 드래곤의 거대한 동체를 휘감은 배리어들이 불똥을 튀며 갈라진다.

[내, 내 배리어가!]

깜짝 놀라는 레드 드래곤.

그도 그럴 것이.

‘이 구간 대에서 웜급인 나의 앱솔루트 배리어를 찢어 낼 존재는 없을 텐데!’

웜급 드래곤.

이제 막 헤츨링의 탈을 벗어 던졌다곤 하지만.

용족 중에서 최강의 종인 만큼.

마스터 랭크 정도는 태생만으로도 짓누를 수 있는 존재 아니던가?

한데 일반적인 방어마법도 아니고.

용언으로 펼친 그의 앱솔루트 배리어를 이리도 쉽게 찢어발기다니?

이내.

[그것은!!]

인간의 손에 들린 비늘 덮인 검을 본 드래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이 불가사의한 현상의 원인을 깨달은 것이다.

[그, 그람?!]

하나.

[마, 말도 안 된다! 시구르드가 그것을 허락할 리…….]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영참.”

서걱!

경악으로 얼룩진 드래곤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 * *

철그락.

그극.

기계 팔과 골렘들이 바삐 움직이는 작업실.

그 작업 소리 사이로.

“안 됩니다.”

시문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나~ 매몰차셔라.

대번에 요염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핸드폰.

그에 피식 웃은 시문은.

“린. 당신 정도면 알아차렸을 텐데요? 저건 막 만들 수도, 아무나 쓸 수도 없는 물건입니다.”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고.

-흐응~ 역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긴 했어요.

핸드폰 너머의 야릇한 목소리.

암시장의 주인 린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무구를 공장처럼 찍어냈으면. 지금쯤 지구는 시문 님 손아귀에 떨어졌을 테니까요~.

“당신답지 않네요. 현실적으론 어느 세력가의 손아귀에 떨어져서, 노예로 살아가겠죠.”

시문의 대답에.

-오호호홋! 답지 않은 건 시문 님 같은데요?

교소가 아닌, 진심 어린 웃음을 터뜨리는 린.

-세상에 어떤 대단한 세력가가, 시문 님을 노예로 잡아 쓰겠어요?

“저 이제 다이아 초입입니다.”

-후후. 짓궂기는. 알았어요. 저 키트 건은 완전히 포기할게요. 대신…….

말끝을 슬쩍 흐리는 린.

이내.

-암시장의 주인이 아닌, 플레이어 린으로서의 부탁으론 어떤가요?

제법 진중함이 담긴 목소리로 물어왔고.

시문의 얼굴의 의외라는 감정이 깃들었다.

‘플레이어 린이라…….’

플레이어 린.

지금까지 수많은 가명과 암시장의 주인이라는 타이틀로만 활동했던 그녀가, 스스로를 밝히면서까지 언급하다니?

이는 그녀가 준비했을 신화급 무구 키트의 대가와 달리.

전생을 통틀어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나.

“그래도 불가입니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추천해 드리지 않고요.”

망설임 없이 부정을 표하는 시문.

이유야 간단했다.

-어머나? 왜일까요?

“린. 당신은 이미 배후성이 있잖아요.”

-…….

이어지는 대답에 침묵함도 잠시.

-정말이지…… 당신은 못 속이겠네요.

허탈한 웃음을 흘린 그녀는.

-그래도 아까 한 말은 진심이니. 가능하다면 한 번쯤 생각해주세요. 값은 어떻게든 치러드릴 테니.

마지막 여지를 남겼고.

“알겠습니다.”

시문이 그녀가 남긴 여지를 받아줌으로써.

-고마워요. 그럼 다음 판매 정산일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린과의 통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후우, 난리도 아니네.”

시문이 숨을 돌림도 잠시.

똑똑.

“들어와.”

연구실의 문이 조금 열리고.

“나, 난데…….”

뚜렷한 눈매의 여성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저…… 그…… 바쁘냐?”

평소답지 않게.

다소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에.

“말숙아. 넌 다이아 찍고 오면 만들어 줄게.”

피식 웃은 시문은 문 쪽은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에.

“저, 정말?”

얼른 연구실 안으로 발을 들이며 되묻는 고말숙.

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이건 플래티넘이 쓰기엔 좀…… 아무래도 위신이랑 관련이 있어서 좀 그래.”

“아, 알았어! 얼른 찍을 테니까. 만들어만 줘! 그럼 나 진짜 네가 땅을 기라고 해도 긴다! 아니! 아주 그냥 박박 긁어서 씹어먹을게!”

이글거리다 못해.

광기까지 느껴지는 눈으로 답하는 고말숙.

그리곤.

“말숙아. 넌 날 대체 뭘로…….”

시문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다이아 X발! 즉시 달린다!”

고말숙은 눈이 뒤집힌 사람처럼.

아니.

실제로 눈을 뒤집으며, 연구실을 뛰쳐나가 버렸고.

‘참 한결같다니까.’

헛웃음을 삼킨 시문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런 시문의 곁으로.

-이럼 올 만한 사람은 전부 다 온 거지?

플라스크 하나가 둥둥 부유하며 다가온다.

현자의 돌의 물음에.

“아마도? 린의 통화에 진욱 씨랑 유정이, 올리비아 씨까지 왔었으니까.”

시문은 고개를 주억거렸고.

-참나, 난리 날 거란 건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우르르 몰려올 줄은 몰랐어.

“신화급 무구잖아. 아마 다들 신화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치와 위력 정도야, 시혁이 녀석 방송을 봤으니 다 알겠지.”

불과 몇십 분 전.

마스터 랭크의 승급전을 방송했던 김시혁.

아레나의 재앙 중 하나인 드래곤마저 한 방에 썰어버리는 그의 활약을 봤다면.

신화급 무구 키트에 눈이 돌아버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자의 돌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보나 마나 오늘 뉴스 속보로, 우리 도련님 무구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겠네.

“아마 지금도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을걸?”

지구 최초의 마스터 랭크 승급.

동시에 그 승급의 주역이 된 정체불명의 무구들까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관심이 쏟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거기다 탈라리아까지 사용했으니. 나도 좀 귀찮아지지 않을까 싶다.”

당장 암시장의 주인인 린의 연락이 온 것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그나마.

-그래도 협회장이 어지간한 건 다 통제해 주잖아.

각성자 협회장이자, 정계와 재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숙부 김무열이 있으니.

과도한 기사나 집을 찾아오는 등의 귀찮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이를 시문도 잘 알았기에.

“그건 그렇지. 언제 수고비라도 드릴 겸, 숙부 것도 고민해 봐야겠어.”

나름의 수고비로 숙부 김무열의 것도 고민해 보는 시문.

이내.

-근데 아무리 도련님이 업적 포인트가 많다지만, 좀 아껴 써야 하지 않아?

“안 그래도 아껴 쓰라고 말해 뒀어.”

현자의 돌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시문.

그간 쌓인 업적 포인트만 무려 50만 점 대라는 시혁이 녀석의 말에 기함을 토했으나.

“제작되는 수량은 한계가 있으니까.”

당장 드는 재료만 해도.

세계수의 청색 잎사귀부터 시작해, 현 지구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것들이 꽤 있지 않은가?

거기다 골렘이나 기계 팔들이 아닌.

시문 자신과 현자의 돌이 함께, 정성을 들여 작업을 해야만 했다.

결정적으로.

-거기다 애써 만들어도, 최종적으로 오빠 성좌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잖아.

“그게 제일 중요하긴 하지.”

애써 투자와 정성으로 신화급 무구 키트를 만든다 한들.

정작 그것들의 주인인 성좌들의 허락 없이는 결코 사용할 수 없는 물건.

“그래도 난 그 부분은 오히려 마음에 들어.”

하나, 이는 반대로 따지면.

“설령 도난당한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테니까.”

그 어떤 아이템보다 완벽한 도난 방지 시스템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미리 언질해 둔 인물이 아닌, 제3자가 함부로 신화급 무구를 사용한다?

‘성좌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벌할 테지.’

성좌들에게 위신이란.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니까.

시문의 미소에 현자의 돌 역시 짙은 미소를 지었다.

-하긴, 솔직히 도련님한테 준 키트들 전부 오빠 성좌빨로 찍어 누른 거잖아.

“그건 정중한 부탁이라고 해두자.”

-알았어~. ‘정중한 부탁’이라고 할게.

시문의 정정에 능글맞게 답하는 현자의 돌.

이내.

-이제 어쩔 거야? 아직 남은 재료가 더 있긴 한데. 마저 키트 작업해?

현자의 돌은 눈을 끔뻑이며 물었고.

“아니, 나머진 상황 봐서 필요할 때 만들 거야.”

시문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신화급 무구 중 검은 종류가 꽤 다양하니까.’

전생에 신화급 검 관련 주인이었던 이들.

그들을 보며 ‘저 검의 주인이 시혁이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그 상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아무리 시구르드의 그람이 용족 한정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지만, 설마 웜급 드래곤을 한 방에 썰어 버릴 줄은 몰랐지.’

웜급 드래곤.

타고난 태생만으로 마스터 랭크급에 해당하는 존재를 단번에 죽여 버리지 않았는가?

고로.

‘앞으로 용족은 물론, 다른 적들과 싸울 때도. 시혁이에게 적절한 검을 쥐여 주면 든든한 전력이 될 거야.’

상황에 맞는 무구만 쥐여 준다면.

그 리턴 값은 확실한 전력이 될 터였다.

앞으로 성장할 다른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시문은.

-그럼 이제 좀 쉬는 거야?

“아니. 당장은 아레나를 좀 뛰려고.”

현자의 돌의 물음에 접속기기를 향했다.

-아레나? 쉬지도 않고 바로?

“어. 경험치 버프 기간이 남아 있을 때. 최대한 이득 봐야지.”

-하긴, 대륙 대표전 때문에 그동안 아레나를 못 뛰긴 했지.

우크라이나의 아웃 브레이크 보상으로 얻었던 경험치 보상.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좀 달리게. 쉬는 건 버프 기간이 끝나고 쉬어도 되니까.”

그렇게 답한 시문은 곧바로 인벤토리로 손을 집어넣었다.

‘원래라면 아레나를 최대한 돌아서 스펙업 좀 하고 마지막 날에 가려고 했지만…….’.

손이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땐.

‘정규 아레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그냥 빠르게 치고 나가야겠어.’

꾸득.

살점으로 이루어진 종이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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