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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80화 (280/349)

제280화

280화. 대여 (2)

중국의 수도 베이징.

그곳에서도 유독 우뚝 솟은 마천루의 최상층에선.

쿠쿵!

강렬한 진동이 울려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온갖 아레나산 재료와 건축 기술로 건설된 덕분에,

이 정도 진동은 무리 없이 버텨 낸다는 것.

하나 강렬한 진동의 원인인 최상층.

그 내부에 있는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빌어먹을!!”

벽력같은 노성.

그와 함께.

화아아아아!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가공할 만한 기세는.

쩌저적.

최상층을 이루는 아레나산 유리들을 삽시간 금이 가게 만들었으나.

이 사태의 원인인 중년인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이 망할 애송이 놈이 감히!!”

한껏 성난 분노를 토해냈고.

안절부절못하던 대륙성의 부길마.

“데, 데피나!”

종완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치자.

“쯧.”

못마땅한 얼굴로 짧게 혀를 찬 그녀는.

“리스토어.”

허공으로 마력을 머금은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스르륵.

당장이라도 깨질 것 같던 유리창들은 물론.

내부에 박살 난 가구들과 벽면까지 삽시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그 때문일까?

아니면 마침 성을 모두 토해 냈기 때문일까.

“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중년인.

종리추는 거칠게 이마를 쓸어올리더니.

“이깟 개짓거리를 하다니…….”

그를 분노케 했던 작금의 원인인 한쪽 벽면을.

정확히는 벽면에 걸린 거대한 화면을 노려봤다.

[‘아시아는 하나, 대륙 모두에 적용되도록 버프 공유할 것’ 한국의 결정]

[아시아 전체에 경험치와 각성 확률 증가 5% 확정! 아시아 환호!]

[한국 협회 ‘단, 조건 있어’]

[아시아 전체를 선택한 한국, 그가 내민 대가는 ‘차원대항전의 선발권?’]

[한국 협회 측 ‘선발권으로 아시아 대표국이라는 위신은 세워 줘야’]

[아시아 각국, 한국의 요구에 흔쾌히 수락 중!]

김시문을 비롯한 한국 대표들의 사진.

그리고 각국의 정상이나 협회장들까지.

그것들로 가득한 기사를 보던 종리추의 시선이 홱 돌아간다.

그의 입에서 뭐라 말이 나오기도 전에.

“왜요. 이번에도 제 탓을 하시려고?”

피부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검은 미녀.

“애당초 한국이 3개국 집중 버프를 택해도, 우리가 포함될 리는 없었어요.”

데피나가 이죽거렸다.

하나.

“우리로선 이게 최선…….”

애당초 탓하려는 것이 아니었는지.

“김시문. 저놈이 어떻게 차원대항전에 대해 아는 거지?”

그녀의 말을 자르며 물어오는 종리추.

그에 잠시 눈이 동그래지던 데피나는.

“글쎄요. 소정규의 아레나를 통해 알아 냈으려나요?”

곧 턱을 괴더니 진중한 얼굴로 답했다.

“아니, 그럴 린 없죠. 타 차원의 채팅창도 필터링되는 마당에.”

“그럼 저놈이 어찌 차원대항전의 선발권을 요구한단 말이냐? 이런 짓은 차원대항전을 모른다면 할 수 없는 짓이거늘!”

“그거야 저도 모르죠. 하지만 차원대항전에 대해 안다는 보장은…… 아니, 어쩌면 전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말을 수정한 데피나는 시선을 돌려.

“부길마님?”

“에. 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종완지에게 물었다.

“우리 쪽에도 한국 측의 요구가 왔었나요?”

“아,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허둥지둥.

다급히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낸 종완지가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그렇소. 우리 협회 측으로 아시아 전체에 5%씩 적용되는 버프를 택하는 대신, 차원대항전의 선발권을 일임해달라는 요구가 왔다고 하오. ‘아시아 대표로서의 위신’을 세워달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주절주절 말을 이었고.

“아시아 대표로서의 위신이라…….”

턱을 괸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던 그녀는.

“참나, 이렇게 구실이 좋은 걸 보니. 차원대항전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겠네요.”

헛웃음을 흘리며 종리추를 바라봤다.

“아니면 당신의 말대로. 이렇게 차원대항전의 선발권으로 역공을 가할 순 없을 테니까요.”

그녀의 말에.

“……한국에 차원대항전의 선발권이 넘어가면 어떻게 되지?”

잠시 침묵하던 종리추가 물었고.

“차원대항전의 예비 인원을 뽑아도, 중국 소속의 인원은 없을 확률이 높겠죠.”

당연히 차원대항전의 참가 보상은 싹 날아갈 테고.

설령.

“혹여나 단체전이 걸려 참가 티오가 생겨도. 결국 한국 측의 눈치를 보며, 기어야 받을 수 있을 거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깨를 으쓱이는 데피나.

종리추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걸 막을 방법은…… 없겠지.”

“상황이 이렇게 돼버린 시점에서…… 거의 그래요. 차원대항전은 아시아만이 아니라, 다른 4곳의 대표국도 함께 참여하니까.”

쾅!

“망할! 그럼 이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냐!”

또다시 벽으로 처박히는 종리추의 주먹.

“그 어린놈에게 위신도, 실속도, 명분도! 전부 다 내어준 채로 이렇게?”

으르렁거리는 그의 말에.

“…….”

“…….”

부길마 종완지는 물론.

데피나 역시 처음으로 침묵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애당초 이번 언론 플레이를 먼저 시작한 건, 다름 아닌 대륙성 아니던가?

시작을 안 했다면 모를까.

“이제 와서 저걸 반대해봐야…… 먼저 말을 꺼낸 우리가 번복하는 것밖에 되지 않겠죠.”

지그시 눈을 감으며 대꾸하는 데피나에.

“이!”

종리추의 분노가 다시 들끓으려던 순간.

스륵.

멀지 않은 곳에서 허공이 쭉 갈라진다.

그 틈으로.

스아아아.

기분 나쁜 검보라색의 운무인 공허와 함께.

“이야~ 예상대로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능글맞은 목소리의 동양계 남성이 들어섰다.

“하루토. 네놈이 여긴 왜 온 것이냐?”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

차원악동 카미사토 하루토였다.

“워워, 진정하세요. 나라고 여길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니까.”

양손을 들어 의사를 표하던 그는.

“뭐,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 좀 보고 싶긴 했지만.”

킥! 하며 뒷말을 읊조렸고.

종리추는 노성대신.

쐐애액!

곧바로 황색의 강기가 휘감긴 창을 내질렀다.

하나.

까가가각!

하루토의 살을 가르는 대신.

거센 불똥과 마찰음을 토하는 창.

황색의 강기와 마찬가지로.

은색의 강기를 둘러싼, 묵직한 손이 쏘아지는 창을 막아 낸 것이다.

창의 주인이 창왕 종리추임을 고려해 보면.

그리고 막아선 강기가 은색임을 고려해 보면, 이에 부합하는 존재는 딱 하나.

“여전히 터프하구나. 종리추.”

“데릭…….”

대륙성과 함께 세계 최고의 길드인 아메리칸 드림.

그곳의 길드 마스터인 슈퍼 히어로 데릭이었다.

까각…….

마찰음이 잦아든다.

짜증스럽게 창을 회수하는 종리추에.

“거봐~. 내 말대로 직접 오길 잘했지?”

하루토는 씩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데릭의 팔을 툭 쳤고.

“확실히. 귀한 구경을 했군.”

데릭이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 비웃음에 또다시 일격을 날릴 법도 하건만.

“네놈이 여긴 뭐하러 온 거지?”

종리추는 아까의 성을 가라앉히며, 되려 차분한 어조로 물었고.

‘과연 창왕. 냉철한 건 여전하군.’

도발로 좀 흔들어 보려 했건만.

데릭은 흔들림 없는 종리추를 보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소식은 들었다. 크게 수를 쓰다, 된통 당했다지?”

“다 아는 소린 그만 지껄이고. 본론이나 말해라.”

“까칠하긴.”

피식 웃은 데릭은 순식간에 정색하더니.

“네놈의 목표는 한국. 정확히는 김시문이겠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고.

의외의 이름에 흥미가 동한 듯.

“그러고 보니 데릭. 네놈도 그 애송이에게 꽤나 당했었지.”

차가웠던 종리추의 눈이 눈을 반짝였다.

* * *

사락.

고요한 방으로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후우.”

긴 한숨과 함께 서류를 내려놓는 서늘한 중년인.

김무열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주물렀다.

그의 책상 위론 서류 더미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아마 각성자.

그것도 랭커급의 각성자가 아니었다면.

진즉 과로로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양.

똑똑.

“협회장님. 접니다.”

그런 협회장실의 문이 두드려진다.

“들어와라.”

주인의 허락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2미터의 사내.

최창욱은 서류가 수북한.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정돈된 듯한 책상 위를 힐끔 하곤 물었다.

“설마 선발권 협약 건을 벌써 끝내신 겁니까?”

“어차피 다 오간 이야기, 검토 후 체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얼마 되지도 않아.”

“하지만 그렇다기엔 양이…… 게다가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나도 늙은 거겠지. 이 정도 일에 피곤한 걸 보면.”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일까.

미간에서 손을 뗀 김무열은.

“그래서. 중국은?”

평소의 냉철한 얼굴로 돌아와 물었고.

“방금 막 화상 미팅을 끝냈습니다. 협약을 맺겠다더군요.”

“흥. 그럴 수밖에 없겠지.”

코웃음을 치며 품속의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덫을 밟아도 제대로 밟았으니.”

“예. 장 협회장이 그렇게 표정 관리를 못 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칙.

자연스레 불을 붙이는 최창욱.

나름 오랜만에 들이마시는 담배 연기라 그런 것일까?

“후…….”

폐부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감각이 피곤함을 노곤함으로 바꾸어준다.

그렇게 몇 모금 음미하던 김무열은.

“차원악동 건은 어떻게 됐지?”

천장으로 흩어지는 담배 연기를 보며 물었고.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입니다만…….”

최창욱은 다소 어두운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하나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은 것일까?

김무열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최상위권의 공간 능력자다. 어지간해서야 꼬리가 잡힐 리 없지.”

차원악동은 이미 죽어 버린 빌런.

공허방랑자 다니엘과 같은 최상위권의 공간 능력자 아니던가?

“영희 쪽도 아무런 진전이 없던가?”

“예. 성삼 측과 공동 수사를 펼치곤 있습니다만…… 그의 최근 활동 반경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것 외엔 아직 알아낸 것이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 그래. 그렇겠지. 귀하신 후원자들이니.”

어느새 다 타버린 꽁초.

“이럴 줄 알았으면 놈들과의 후원 관계를 계속 유지할 걸 그랬군.”

하긴, 그랬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만.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며, 재떨이에 꽁초를 짓누르는 김무열에.

“저…… 안 그래도 그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최창욱.

“뭐냐?”

김무열이 그의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아까 미팅 때 장 협회장이 그러더군요. 대륙성 측에서 협회장님을 한 번 뵈었으면 한다고.”

“대륙성? 어느 쪽에서?”

“아마 종리추 측인 듯합니다.”

“종리추라…….”

말끝을 흐리는 김무열.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던 그는.

“차원악동이 최근 접선한 게 미국과 중국이라고 했었지?”

무언가를 생각하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고.

“예.”

“음.”

고개를 끄덕여 오는 최창욱에 작은 침음을 흘림도 잠시.

‘대륙성엔 차원악동급의 공간 능력자가 없으니…… 아마 비밀 접선을 한다면 그놈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아니더라도.

이쪽에서 비밀 유지를 위해 최상위의 공간 능력자를 요구하면 그뿐이고 말이다.

그럼 자연스레 차원악동을 접하게 될 테니.

‘그럼 그때 공허의 틈에서 보았던…….’

시문의 뒤를 쫓다 마주했던 공허의 틈.

그 속에서 보았던 환영 역시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더불어 그 뒤 내용이나.

최소한 그것이 단순한 환영이 아닌, 사실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지도.

아니.

“알아낼 것이다.”

“예?”

갑작스러운 김무열의 읊조림에 눈을 끔뻑이는 최창욱.

하나 김무열은 그의 의문을 풀어주지 않은 채.

“요구 사항을 써 줄 테니. 일정에 맞춰 종리추와 약속을 잡아라.”

“아, 예.”

그저 명령만 내릴 뿐이었다.

* * *

펜트하우스의 넓디넓은 거실.

그곳에서 핸드폰을 보던 시문은.

[중국도 협약 체결 완료]

[이로써 아시아의 대륙 버프는 모든 국가가 받는 5%로 확정!]

[이로써 확실해진 아시아의 대륙 버프, 적용은 언제?]

떠오르는 뉴스들을 확인하곤 미소를 지었다.

대륙 대표전의 버프.

그것으로 선 정치를 걸어오던 대륙성은 패배와 더불어.

차원대항전의 주도권까지 빼앗긴 상황이었으니까.

‘이걸로 대륙 대표전에 관해선 완전히 끝났네.’

물론 종리추의 성격상 나름의 발악을 위해 몸을 비틀고 있을 테지만.

사실상 이번 대륙 대표전 건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봐야겠다.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은 시문은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형! 나왔어!”

“나도.”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김시혁과 고말숙.

그리고.

“말숙아, 오라버니. 이 무능아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하핫! 저흰 말숙이랑 시문 님만 믿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따라 유난히도 짙은 미소를 띠며 들어서는 이유정과 박진욱.

그래서일까?

“형, 나 정말…… 가능한 거지?”

김시혁은 유독 번뜩이는 눈으로 물었고.

“어디까지나 가설이라, 일단 해 봐야 알긴 한데…….”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인지.

잠시 천장을 힐끔 하던 시문은.

“아마 가능할 거야.”

피식 웃으며 동생의 어깨를 툭 쳤다.

이내.

“가자.”

연구실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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