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78화 (278/349)

제278화

278화. 적합자 (3)

시문은 다소 차가운 눈으로 신음하는 팔선 종리권을 바라봤다.

“어쩌긴. 처리해야지.”

졸지에 이런 이득을 얻긴 했으나.

애당초 처음부터 ‘고문’을 거론했던 만큼, 죽지 않더라도 곱게 보낼 생각은 없었을 터.

당연히 시문 역시 곱게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이는 루시퍼도 마찬가지인지.

-에이~ 처리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내 말은 ‘어떻게’ 처리할 거냐는 거지.

능글맞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떻게?’

루시퍼의 말에 담긴 미묘함을 눈치챈 시문이 묻자.

-흐흐! 비록 잔해이긴 해도, 여긴 악기가 천지에 깔렸잖아?

음흉한 웃음을 흘리는 루시퍼.

-팔선 종리권은 적합자에게 강신한 상태고.

‘그런데?’

-아까 소멸하는 차원을 버티느라, 힘도 거의 다 소모한 모양인데. 저기서 종리권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어?

‘어떻게 되긴. 그냥 인간 철춘류로 돌아……. 아.’

작게 탄성을 흘리는 시문.

루시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챈 것이다.

-사실 마음 같아선 영혼마저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은데. 아레나이니 불가능하기도 하고, 또 형은 인간이니까…….

‘같은 인간인 철춘류를 해치는 것을 꺼릴 거다?’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닌데……. 뭐, 내가 봐 온 형은 그런 느낌이더라고?

‘확실히 누굴 해치는 걸 즐기는 타입이 아니긴 한데……. 이건 좀 이야기가 다르지.’

시문의 얼굴이 한층 더 차가워진다.

‘대륙성의 차기 랭커임을 논하기 이전에, 저자는 날 해하려고 종리권을 강신시킨 거니까.’

처음 종리권이 언급했던 고문은 평범한 인간의 기준으로 따지면.

아마 정신이 온전하게 남지 못할 터.

이건 대륙 대표전이니 죽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살아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게 만들 터였다.

그러니.

종리추의 세력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나 역시 똑같이 되갚아 줘야겠지.”

이번 일은 똑같이 되갚아 줄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목숨을 잃지 않는 것은 철춘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지 않나?

시문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일까?

“자, 잠깐!”

주저앉아 있던 종리권이 황급히 두 팔을 든다.

“진정하게나! 난 자네에게 어떤 일도 저지르지 않았어! 애당초 전투 자체도 없었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 본의 아니게 그 전 단계에서 멈추었을 뿐.”

저벅.

시문이 한 걸음 다가가자.

“이, 이보게! 이건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일이네. 그래. 보상! 자네 플레이어이지 않나?”

종리권의 목소린 한층 더 다급해졌다.

“내가 줄 수 있는 보상은 최대로 주겠네. 정보를 원하나? 아니면 후원? 뭐든 말만 하게나!”

저항할 한 줌의 선기조차 남아 있지 않는 것인지.

“어허! 대화로 하자니까!”

처음 턱을 치켜들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힘없는 노인처럼 연신 팔을 내젓는 종리권.

갑작스런 태세 전환에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왜. 천하의 팔선께서, 기껏 얻은 적합자를 잃을까 겁나나?”

정곡을 찌르는 시문의 말에 두툼한 몸을 움찔하는 것도 잠시.

“……그렇다네.”

다급했던 모습은 벗어던지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종리권.

“자네. 보아하니 마음을 정한 모양인데.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걸세.”

그는 서늘한 눈으로 시문을 노려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자네에겐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 오히려 무언가를 얻지 않았나?”

“뭔가 말이 이상한데. 그건 내 힘으로 얻은 거야.”

“알고 있네. 아마 자네가 악기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겠지. 하나, 작금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네.”

점점 강신의 유지가 어려운 것일까?

희미하던 구름마저 사라져.

털썩.

칠흑의 바닥으로 툭 떨어진 종리권.

하지만 그런 동안에도.

“난 선계의 팔선이네. 상제와도 대면하는 위치란 말일세.”

그의 시선은 시문의 눈을 떠나지 않았다.

“이미 이랑진군과 2번이나 부딪친 마당이야. 그게 뭐 대수라고.”

“이랑진군이야 거칠디거친 신장 아니던가? 나 같은 신선과는 본질이 다름이야.”

그 말에.

“아니. 같아.”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시문.

그는.

“하나하나 나열할 것도 없이. 아주 똑같아.”

터억.

점차 하얀빛.

선기를 잃어 가는 철춘류의 두툼한 머리를 한 손에 쥐었고.

“이익! 정녕 신계와 척을 질 셈인가! 한낱 인간 따위가 감히 두렵지도 않냐는 말일세!!”

발악하듯 내지르는 종리권의 노성에.

“신계라…….”

잠시 말을 흐리며 허공을 힐끔한 시문은.

“적어도 선계 하나론 안 무섭네.”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른 한 손마저 그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하여.

“알아서 처리해라?”

-이히힛! 맡겨만 두라고!

종리권은 들을 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를 쥔 두 손아귀 사이로.

화아아아악!

“으, 으아아악!!”

일대를 이루던 악기의 잔재들이 소용돌이치며 빨려들었다.

* * *

채널 국아의 두 중계인.

[아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요!]

[철춘류 선수의 호리병이 작동한 시점부터 줄곧 암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15분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과연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요!]

[개인적으론 김시문 플레이어의 그 뇌속성이나 화속성 마법이라도 좀 보였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최강엽과 송재경이 철춘류의 호리병을 사용한 이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에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결승전의 다이아 랭크 경기가 종료됩니다.]

[승자는 한국입니다.]

[이번 대륙 대표전 아시아의 대표 국가는 ‘대한민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대륙 대표전의 끝과 우승 국가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에.

[아, 아니! 우승?! 송 해설님! 이게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저,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습니다만. 저 어둠 속에서의 전투는 김시문 플레이어의 승리로 끝이 난 건 확실해 보입니다!]

[아아! 이러면 지구 최초의 대륙 대표전! 아시아전의 우승자는 우리 대한민국으로 막을 내리는군요!]

[장합니다! 김시문 플레이어, 너무나 장해요!]

한참 중계를 진행하던 최강엽과 송재경은 물론.

-아니 갑자기?!

-갑자기는 무슨! 저 안에서 15분 넘게 싸우다 이긴 거잖어!

-와……. 이럼 진짜 아시아 대표가 우리나라인 거임?

-ㄹㅇ? 대륙성을 잡는다고?

-쥐엔장!! 시문 횽! 믿고 있었다구!

-ㅅㅂ!! 아메리칸 드림 나와!!

대한민국 전체가 달아올랐다.

* * *

파앗.

소환 빛과 함께 나타나는 시문.

그 앞으로.

[대륙 대표전 ‘결승전’에서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활약에 따라 클리어 보상이 증가합니다.]

[대륙 대표전의 보상은 고정된 값으로 지급됩니다.]

[레벨이 10 올랐습니다.]

대륙 대표전의 보상이 주르륵 떠오른다.

이를 본 시문은 눈을 반짝였다.

‘역시 고정값으로 주는구나.’

10레벨 업.

그간의 아레나의 진행도를 보면 마냥 높다곤 볼 수 없었으나.

보상창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고정된 값’이라는 부분을 주목해야 했다.

‘그렇다면…….’

그럼 이게 왜 중요하냐?

이유는 간단했다.

[귀속된 특성 ‘현자의 돌’ 역시 같은 양의 경험치를 분배받습니다.]

[현자의 돌 레벨이 10 상승했습니다.]

바로 귀속된 특성인 현자의 돌의 레벨 역시 ‘고정된 값’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역시. 현자의 돌도 같은 값으로 오르네.’

시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지금까지 아레나 경험치를 거의 절반 가까이 나누어 먹던 현자의 돌.

이를 계산해 보면 사실상 시문은 6, 현자의 돌은 4 정도로 나누어 레벨 업을 했어야 했다.

한데 ‘고정된 값’으로 똑같이 10레벨씩 나누어 먹었으니.

사실상 20레벨 업을 한 셈.

거기다.

‘뒤로 갈수록 레벨 업이 어려워지니까. 이 고정값의 의미는 점점 커지지.’

현재 다이아 최상위들과 랭커.

그들의 레벨 업 속도를 따져 보자면.

고정값의 레벨 업 보상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빛을 발하는 보상이었다.

하물며.

‘차원대항전으로 가면 보상도 더 커질 거고.’

대륙 대표전의 목적인 ‘차원대항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어.

[업적 ‘첫 대륙 대표전’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지구 최초로 ‘대륙 대표전’에서 우승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업적 공적치 500,000점을 획득합니다.]

각종 업적 보상까지 줄줄이 떠오른다.

업적 포인트와 더불어.

단번에 업적 공적치를 50만 점이나 획득해서일까?

[업적 공적치가 일정 단계에 도달하였습니다.]

[업적 상점의 ‘민첩 스탯 +1’ 항목이 ‘민첩 스탯 +2’ 항목으로 상향됩니다.]

[업적 상점의 ‘체력 스탯 +1’ 항목이 ‘체력 스탯 +2’ 항목으로 상향됩니다.]

‘오오! 업적 상점의 스탯도 올랐군.’

업적 상점의 스탯도 +1에서 +2로 상향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랜덤 스탯 +2는 상향되지 않았네.’

지난 네메아의 사자로 상향되었던 랜덤 스탯 +2 항목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크게 아쉬울 정도는 아니었다.

‘뭐, 이러면 다음 순서에서 +3으로 오를 테니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시문은.

저벅.

대기실의 닫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곳엔 굉장히 어색한 기류와.

“어, 어! 왔냐!”

어색함으로 물든 고말숙이 진심으로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뭐야? 왜 저래?’

그에 고개를 갸웃하던 시문은 그녀의 뒤편.

‘아.’

대기실 한쪽 벽에 기댄 채.

한껏 굳은 얼굴의 동생 김시혁을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네가 질 거라곤 생각 안 했다만, 경기가 안 보이니까 뭘 알 수가 있어야지.”

어지간히도 숨이 막혔던 것일까?

반가움을 가득 담아 물어오는 고말숙.

그에.

“생각보다 힘든 건 없었어. 단지 상대가 좀 치사하게 나와서…… 나도 좀 돌려줬다 정도?”

시문은 싱긋 웃으며 답했으나.

“좀 돌려줬다고?”

고말숙의 얼굴은 다소 해괴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네가 그런 걸 조금 돌려주는 놈이냐?’

라는 뉘앙스가 제대로 묻어나는 얼굴.

“말숙아. 넌 날 대체 뭐로 보고…….”

그에 시문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형. 고생했어.”

벽에 기대어 굳어 있던 김시혁이 어느새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어. 너도 고생했어.”

시문은 그런 동생 녀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생은 무슨……. 하아! 정말 미안해. 그래도 나름 랭커인데. 큰소리까지 치고도 그렇게……. 허무하게 져 버려서.”

평소의 청량하던 모습과 달리.

자조적인 미소를 흘리는 김시혁.

예상외로 패배의 충격이 큰 듯한 동생의 모습에.

‘끝나면 좀 놀려 줄까 했는데. 많이 심각하네. 이거 뭐 농담도 못 꺼내겠어.’

놀리려던 마음이 쏙 사라지는 시문.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필 져도 이런 무대에서 져 버려선……. 아 진짜! 나 진욱 선배 얼굴은 어떻게 봐?”

마냥 패배 심리에서 나오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

아니.

오히려.

“이유정 걔는 또 어쩌고? 보나 마나 이 악물고 죽어라 물어뜯을 텐데!”

종리추에게 패배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맨날 문자에, 전화에, 메일에, 지 SNS 상태 메시지까지 도배해 놓겠지? 그냥 둘 다 미리 차단해 둘까? 응?”

박진욱과 이유정 등에게 놀림받는 것을 상상하니 힘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에.

‘그래. 패배감에 젖어 있는 것보다야, 이편이 낫다.’

피식 웃음을 흘린 시문은 동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괜찮아. 네 말대로 좀 놀리기야 하겠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

그 말이 끝나자마자.

슥.

김시혁은 말없이 뒤편을 턱짓했다.

“음?”

눈을 끔뻑인 시문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자.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쉬지 않고 화면을 깜빡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핸드폰? 저게 왜?”

그것이 동생의 핸드폰임을 아는 시문은 눈을 끔뻑이며 다시 동생 녀석을 바라봤고.

김시혁은 어두운 얼굴로.

“경기 끝나자마자 음소거해 뒀는데. 그때부터 계속 저랬어. 발신자는 아마도…….”

이에 대한 슬픈 추측을 읊었고.

“……힘내라.”

잠시 침묵한 시문은 동생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두드려 주었다.

이내.

“아. 그리고 시혁이 너, 특성 성흔 때문에 지금까지 배후성을 못 두는 거였지?”

형까지 이번 패배의 원인.

배후성의 유무를 언급해서일까?

“으, 응…….”

한층 더 축 처지는 김시혁의 어깨.

이대로는 정말 눈물이라도 보일 기세였기에.

“아니, 아니! 그걸로 뭐라 하려고 이야기 꺼낸 게 아니야.”

다급히 그런 녀석을 붙잡은 시문은.

“어쩌면. 너도 종리추와 같은 성좌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 물어본 거야.”

특성 성흔을 언급한 목적에 대해 말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에? 나도? 나도 성좌의 무기를 쓸 수 있다고?”

동생 김시혁은 물론.

“야. 그게 뭔 개소리야? 성좌의 무기를 사용한다고?!”

고말숙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져 물어왔다.

그에 대해.

“아직 확실한 건 아냐. 나도 문득 떠올라서, 일종의 가정만 해 둔 거긴 한데…….”

시문이 말을 이으려던 찰나.

[대륙 아프리카를 마지막으로 NO. 274 지구의 대륙 대표전이 완전히 마무리되었습니다.]

[대륙별로 선정된 각 대표국에 대륙 대표전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일련의 메시지가 세 사람의 앞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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