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화
274화. 대륙 대표전 (3)
대한민국 최대의 아레나 채널.
통칭 ‘국아’의 스테이지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 올랐습니다! 또 올랐어요!”
“이러면 우리 시청률 역대 최고치 아냐?”
“정확히는 2위입니다. 1위는 첫 국가대항전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상승세라 어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채널 국아의 창설 이후로.
역대 2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맞이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이 열기는 결승전의 중계를 맡은 두 진행자.
[드디어 대륙 대표전! 아시아의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최강엽과 송재경 역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은 프로답게.
[결승전인 만큼 관심도 상당히 뜨거운데요! 송 해설님. 이번 결승전의 양상, 어떻게 보십니까?]
[아…… 아마 막상막하이지 않나 싶습니다.]
고조된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되.
방송의 진행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이는 방송을 하고 있다는 입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패 신화를 기록한 우리 대한민국이지만, 상대인 중국 역시 무패로 결승까지 올라왔으니까요.]
[역시 그렇군요. 안 그래도 앞서 저희 국아에서 많은 전문가의 견해를 모아봤는데. 모두 결승전의 양상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더군요!]
전승 무패.
결승전의 참가국인 한국과 중국 두 국가 모두 지금껏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결승전까지 스트레이트로 올라와 버린 탓이었다.
이에는 앞선 타 아시아국들의 랭커와 유망주들의 죽음이라는 큰 요소가 작용하긴 했으나.
정치적인 이슈는 아예 거론하지 않는 것이 국아의 지침이었기에.
[그만큼 양국의 전력이 막상막하여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감합니다.]
두 사람은 해당 사건의 언급을 떠나, 객관적인 분석만을 논했다.
[당장 랭커 대표들만 따져도 검성과 창왕. 양 국가에서 최고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랭커들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거기다 다이아 랭크 쪽도 그렇고. 플래티넘 랭크 역시 막상막하이지 않습니까?]
[물론 위상만 놓고 보자면 중국의 철춘류 대표와 서위룡 대표가 더 앞서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최근 주가로 보자면 김시문, 고말숙 두 대표 역시 만만치 않으니까요!]
두 진행자의 의견도 그렇고.
-ㄹㅇ 토토 각이 안 보이네 ㅋㅋ
-종리추랑 김시혁은 옛날부터 비비던 사이였잖음.
-시문 형이 지리긴 하는데. 철춘류는 랭커까지 앞두던 괴물 아님?
-ㅇㅇ. 그 아재도 몇 년 전에 대륙성 대표 유망주였으니까.
-서위룡도 업적 ㅈㄴ 대단하지.
-근데 최근만 놓고 보면 우리 미스…… 그녀도 강력함 ㅋㅋ
-ㅋㅋㅋㅋ 왜 X발이라고 말을 못 하냐고!
시청자들부터 아레나 전문가들까지.
모두가 쉽사리 승리를 점칠 수 없는 라인업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선이 모이는 가운데.
[이번 결승전의 참가 국가는 중국과 한국입니다.]
[참가 순서는 랜덤입니다.]
지금까지처럼 시작을 알리는 공지와 함께.
또르르르.
랜덤박스를 돌릴 때와 같은 룰렛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1경기는 ‘플래티넘 랭크’로 매칭되었습니다.]
[각 국가의 플래티넘 랭크 대표가 소환됩니다.]
플래티넘 랭크의 두 대표.
파앗.
“뭐야. 첫 경기네?”
“…….”
고말숙과 서위룡이 소환되었고.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지역은 ‘마가 떨어진 봉우리’입니다.]
무주의 공간이던 주변이 일변했다.
* * *
해가 저무는 시간대인 것일까?
우후죽순처럼 솟아난 봉우리들이 사방에 자리한다.
그리고 공설 운동장을 방불케 하는 가장 거대한 봉우리.
사실상 화산의 분화구라 해도 믿을 법한 이곳 중앙에선.
“X나게 넓네.”
날카로운 눈매의 늘씬한 여성.
고말숙이 휘파람을 불며 주변을 슥 훑었다.
단순한 경치의 구경이 아니었다.
‘이 정도 넓이면 대충 꼬라박아도 떨어지진 않겠어.’
전투계.
그것도 무투파인 그녀로선 전투 지역에 대해 알아두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으니까.
그때.
[성좌 천마가 ‘여기선 지지 말거라.’ 미간을 살짝 찌푸립니다.]
갑작스런 성좌의 반응이 떠오른다.
‘이 영감탱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왜 저래?’
고개를 갸웃하는 고말숙.
그러나 이후로는 어떤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미친 영감탱이 하여간에! 노망이 나도 단단히 났다니까.’
이를 슬쩍 드러낸 고말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당초.
‘변태 영감이 말 안 해도, 질 생각은 조금도 없거든?’
대륙성을 상대로 반드시 이기기 위해.
급도 맞지 않는 랭커 이유정에게 죽을 정도로 맞고 치유 받기를 반복하는, 지옥의 수련을 하지 않았던가?
저벅.
한 걸음 내디딘 고말숙이 정면을 바라본다.
자신과 같은 무투파.
현 중국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서위룡이었다.
고말숙은 턱을 까딱였다.
“맵은 썩 나쁘지 않죠?”
그간 대륙성과의 악연과 별개로.
서위룡과의 관계는 썩 나쁘지 않은 그녀였다.
정확히는 악감정이 없다고 해야겠지.
‘종리추 쪽이 나쁜 거지. 얘네 쪽은 멀쩡하다고 했으니까.’
시문에게 이미 대륙성 내부의 파벌 구도에 대해서 들은 상태.
더불어 같은 플래급 무투파라고 몇 번 서위룡의 방송을 챙겨본 결과.
‘뭐, 실제로 저 사람 자체는 착하기도 하고.’
서위룡이란 인간은 대륙성의 악명과 전혀 달랐다.
자신이었다면 당장 팀킬해 버리고 진행했을 진상 트롤 새끼들도.
모두 웃으며 끌어안고 가는 면모를 보이지 않던가?
물론.
‘사람은 참 좋아. 나랑 안 맞는 타입이라서 그렇지.’
그래도 나름 시문과의 안면을 생각해 건넨 인사건만.
“…….”
아무런 말도 없이.
심지어 작은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는 서위룡.
그에.
“이봐요. 왜 답을 안 해요? 사람 머쓱하게.”
잠시 머쓱해졌으나 그뿐.
‘에이 X발! 기껏 인사 좀 건넸더니. 하긴, 그럴 만한 사이도 아니긴 하지.’
뒷머리를 벅벅 긁은 고말숙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려는 듯.
“어쨌거나. 제대로 붙…….”
그녀가 어깨를 붕붕 돌리며 몸을 푸는 순간.
타앗.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쐐애액!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서위룡의 신형.
“이 씨!”
그에 인상을 확 찌푸리는 고말숙은.
“왜 말하고 있는데 들이대!”
우웅.
강맹한 마기가 담긴 주먹을 내질렀다.
물론 패황쇄까지 펼쳐지지는 않았다.
무투파끼리의 싸움은 기본적으로 초근접전.
따라서 선공을 크게 가져가는 것보다.
자잘하게 공수를 나누며.
‘일단 이걸로 허초 심어주고.’
역공과 심리전 위주로 풀어나가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당연히.
‘돌려차기까지 계산해서 그다음에 패황쇄를…….’
선공을 가해오는 서위룡의 주먹 역시 허초로 날리는 것일 터.
그래.
분명 그래야 했는데.
빠각!
너무나 쉽게 틀어박히는 고말숙의 돌려차기.
“엥?”
설마 진짜 맞을 줄은 몰랐는지.
고말숙의 눈이 끔뻑여졌으나 그뿐.
욱신!
곧 발을 타고 올라오는 시큰함에.
‘뭐야? 왜 이렇게 단단…….’
그녀가 놀랄 틈도 없이.
터억!
목에 틀어박힌 그녀의 다리를 부여잡는 서위룡.
그를 보고 나서야, 고말숙은 알 수 있었다
‘저건!’
왜 공격을 가한 자신의 발이 아팠는지.
그리고 왜 서위룡이 목에 돌려차기가 적중했는데도.
일말의 신음도 없이 멀쩡한지 말이다.
“망할!”
짜증을 토한 그녀가 곧바로 몸을 비틀며, 다른 한쪽의 발을 내지른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억제(抑制).
쿠우웅!
둔기로 내려찍듯.
천마군림보로 서위룡의 팔을 그대로 밟아 버리는 고말숙.
그 반동으로 서위룡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그녀는.
파앙.
에어워크까지 밟으며 더욱 거리를 벌린 채.
“…….”
천마군림보의 억제력을 무표정하게 털어내는 서위룡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비늘이 왜 목에 덮여 있는 거야?’
어느새 검은 비늘이 덮인 그의 목덜미라고 해야겠지.
바닥에 착지한 그녀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저건 그 녀석만 쓰던 능력 아니었어?’
비늘.
그것도 단순한 파충류의 그것이 아닌, 용족의 비늘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용족들과의 전투도 그렇지만.
시문의 드래고노이드를 자주 접했기에.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부분.
“쯧. 뭐가 어떻게 된 건진 몰라도.”
고말숙은 짧게 혀를 찼다.
‘속도가 더럽게 빨라졌다 했더니. 저 망할 변신 능력 때문이었구만?’
이미 앞선 김시문이란 괴물로 인해.
용족 변신 능력이 얼마나 사기인지는 잘 알지 않는가?
이어.
파앙!
강렬한 파공음이 들려왔고.
“미친!”
고말숙은 경악을 토했다.
단순히 아까보다 더욱더 빨라진 서위룡의 속도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느낌!’
파공음까지 만들며 날아드는 서위룡.
어느새 그의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뒤덮은 검은 비늘이 주는 느낌이 꼭.
‘예전 그 민간인들이 변했을 때랑 똑같잖아?!’
과거.
시문과 함께 강남 한복판에서 덤벼들었던 대륙성의 암살팀.
그때 그들이 보여 주었던 뮤턴트라는 민간인 변이 괴물과 똑같은 것이다.
우웅.
곧바로 마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고말숙.
그리고.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꽈아아앙!
이번엔 단순한 마기가 아닌, 패황쇄를 내질렀음에도.
“…….”
투둑.
패황쇄가 틀어박힌 왼쪽 어깨가 슬쩍 밀려났을 뿐.
잘게 바스러진 비늘 몇 조각을 제외하곤.
일말의 타격도 없어 보이는 서위룡.
그에.
‘시작부터 줄곧 아무 말도 없던 것도 그렇고. 이제 보니 그 민간인들처럼 그냥 맛이 간 거였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고말숙은.
쿠웅.
천마군림보의 억제력을 흩뿌리며 곧장 몸을 물렸다.
그곳으로.
쾅!
천마군림보의 억제력을 꿰뚫고.
비늘 덮인 서위룡이 팔이 내리꽂힌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했던지.
파아앙.
팔이 꽂힌 바닥을 중심으로 무형의 파장까지 펴져 나갔다.
‘서위룡의 성격상 저 능력을 원해서 얻은 건 아닐 테고. 강제로 주입이라도 당한 건가?’
무형의 파장을 능숙하게 피해내며 머리를 굴림도 잠시.
“아악! X발! 더럽게 복잡하네!”
머리를 가볍게 헝클은 고말숙은 거칠게 욕을 내뱉었다.
애당초 복잡하게 머리 쓰는 것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닐뿐더러.
‘어차피 이건 김시문, 그놈도 다 보고 있을 테니까…….’
고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조진다.”
변해버린 서위룡을 박살 내는 것뿐이었다.
다행히도.
이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순히 그녀의 전문 영역이라서가 아니었다.
“이보쇼. 그쪽이 갑자기 X나 세진 건 인정하겠는데…….”
뚜둑.
뼈 소리를 내며, 주먹을 거칠게 움켜쥐는 고말숙.
“딱 그거뿐이거든!”
부아아앙!
그녀는 어느새 눈앞으로 날아든 서위룡의 위협적인 발차기를 가볍게 피해 내며.
서걱.
허공을 베어 냈다.
그 손날을 따라 형성된 묵색의 초승달.
격의 초식 무쌍패가 서위룡의 상반신에 틀어박힌다.
하지만.
까가가각!
검은 불똥과 마찰음이 터져 나올 뿐.
서위룡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고말숙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역시…… 전체적인 스펙만 말도 안 되게 높아졌지. 행동이 너무 단순해.’
허초는커녕.
나 여기 때릴 거다? 하고 진짜로 그곳만 노리는 모양새.
여타 공격은 그냥 탱크처럼 몸으로 받아내면서 말이다.
물론.
같은 랭크대인 플래티넘에선 저 무식한 스펙만으로 전부 압살할 수 있을 테지만.
‘김시문 그놈이나 유정이, 시혁이에 비하면 턱도 없지.’
그간 그녀가 겪어왔던 괴물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결정적으로.
‘외형만 비슷하지. 김시문 그놈보다 훨씬 약해.’
정말로 인간이란 종을 초월해 버린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고고하면서도 우월한 아우라를 풍기던 김시문.
‘그놈은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절로 두근거렸는데.’
그와 비교하면 눈앞의 서위룡은 그저 용족1에 지나지 않았다.
이내.
“두, 두근은 지X!”
갑자기 붉어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는 고말숙.
그러면서도 허공을 긁어오는 서위룡의 손톱을 피한 그녀는.
“어쨌건 X발 달라!”
버럭 소리치더니.
쿵.
크게 진각을 밟았다.
이어.
사사삭.
순식간에 6개의 형상으로 나뉘는 고말숙.
서위룡의 사방을 점한 그녀의 형상들은.
천마신공(天魔神功).
파(波) 천마옥(天魔玉).
토옹.
작고 검은 구슬들을 하늘로 쏘았고.
“그 새끼랑은 격이 다르다고!!”
영문 모를 분노를 담은 일갈을 토하며.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공중으로 튀어 오른 5개의 묵색 구슬.
천마옥을 패황쇄로 힘껏 후려갈기는 고말숙.
그리하여.
쩌어어어어엉!!
봉우리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마기의 폭발과 함께.
[결승전의 플래티넘 랭크 경기가 종료됩니다.]
[승자는 한국입니다.]
승자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아아! 이렇게 첫 경기는 우리 한국이 가져오게 됩니다!]
[대단합니다! 고말숙! 정말 대단해요!]
감탄을 터트리는 채널 국아의 두 진행자 최강엽과 송재경.
결승전의 첫 경기가 끝난 후.
둘은 한국의 첫 승에 연신 환호하면서도.
[서위룡 선수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 능력을 선보였는데. 힘으로 뚫어 버렸어요!]
[아마 숙련도 이슈가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펙 자체는 다이아 상위권급으로 상당히 높아졌지만, 공격 방식이 너무 단순했어요!]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보여 주었던 그 신묘한 묘리의 무공은 전혀 보질 못했네요!]
전문가답게.
경기 내용을 분석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갤럭시 아레나 측에서 만들어 준 결승전 대기실.
그곳에서 중계를 보던 청량한 미청년.
“역시 말숙이야.”
김시혁은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펙만 놓고 보면 다이아 최상위권이랑도 비벼볼 수준이었는데. 당황하지 않고 침착히 공략…….”
감탄하던 그의 말끝이 흐려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
무언가를 생각하듯.
시문이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런 형을 가만히 바라보던 김시혁이 물었다.
“형? 왜 그래?”
다행히 깊은 생각에 빠진 것은 아니었는지.
“아니,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시문은 곧바로 답을 해왔다.
그리고 김시혁은.
“서위룡 씨가 쓴 능력 때문에 그래?”
형의 속을 쉽게 짚어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어떻게 알았냐?”
“뻔하지. 저런 능력은 지금까지 형밖에 없었으니까.”
지금껏 용족과 비슷하게 변신하는 능력은 시문만 선보여오지 않았던가?
결정적으로.
“거기다 서위룡 씨는 원래 저런 변신 능력이 없었잖아. 전투 방식도 이전과 너무 다르고.”
갑작스러운 서위룡의 용족 변신도 그렇지만.
애당초 경기 내용 자체가 평소의 서위룡과 아예 다르지 않았던가?
또 그간 시문에게 들었던 대륙성과 용족의 이야기.
서위룡과의 사이 등을 고려해보면.
“대륙성이. 아니, 종리추가 서위룡 씨에게 뭔가를 한 거지?”
종리추가 서위룡에게 수작을 부렸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시문이 별다른 말 없이 긍정을 표하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서위룡 씨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는 거야?”
김시혁은 조금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
그에.
“아니. 그렇지는 않아.”
작게 고개를 젓는 시문.
“문제 될 만한 건 뒤로 갈수록 점차 소멸되고 있었거든. 지금쯤이면 정상으로 돌아왔을 거야.”
“그래? 그럼 다행이네.”
시문의 답에 김시혁은 안심을 표했으나.
정작 답을 한 시문의 얼굴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저번 암살 때 보았던 변이된 민간인들이랑 똑같은 느낌이었는데…….’
지난 시절.
숙부 김무열의 도움으로 국내로 몰래 진입했었던 대륙성의 암살조.
당시 그들이 이용했던 민간인 실험체들에게 느껴졌던 용력의 형태가, 방금의 서위룡에게서 똑같이 느껴진 것이다.
한데.
‘그때의 민간인들은 되돌릴 가망조차 안 보이게 확 변해버렸는데. 어떻게 이번엔 용력만 사라진 거지?’
흡사 세제를 머금은 수세미처럼.
용력을 한껏 머금은 채, 결승전에 임했던 서위룡은 전투가 지속될수록.
그리고 용력 기반의 무지막지한 괴력을 선보일수록.
몸에 가득했던 용력이 점차 소멸되고 있었다.
‘좋게 보자면 서위룡 씨에게 별문제가 없어 다행이지만. 나쁘게 보자면…….’
시문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때 민간인을 변이시켰던 실험이 발전하고 있다는 거겠지.’
저렇게 일시적인 변이 이후.
증거가 될 용력이 모조리 휘발되어 사라질 정도로 세밀하게 말이다.
고로.
‘별로 좋진 않은데…….’
시문으로선 그다지 달갑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결국 내 사안을 속이진 못했고, 놈들의 실험 진척도를 대충 파악할 수 있다. 정도인가?’
그런 시문의 앞으로.
[2경기는 ‘랭커’로 매칭되었습니다.]
[각 국가의 랭커 대표가 소환됩니다.]
2경기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어? 나네.”
곁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너무 고민하지 마. 형.”
특유의 청량한 미소를 머금은 동생 녀석이 보인다.
“내가 종리추 깔끔하게 털어 버리고, 서위룡 씨의 복수까지 깔끔하게 해 줄 테니까.”
형이 3경기에 나설 필요도 없고!
그렇게 말하며 자신 있는 얼굴로 가슴을 탕탕 치는 김시혁.
하지만 어째서일까?
전생부터 늘 믿음직스러웠던 동생이 오늘따라 유난스럽게도 걱정된다.
‘느낌이 영 안 좋아.’
시문은 그것이 작은 기우이길 바라며.
“조심해라. 절대 방심하지 말고.”
소환 빛에 휘감기는 동생에게 작은 당부를 건넸고.
“응! 나만 믿어!”
힘 있는 답을 끝으로.
파앗.
김시혁은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