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화
266화. 화안금정 (1)
[속보! 아시아 각국의 최상위 플레이어들 잇달아 사망!]
[저항의 흔적조차 없었다? 사고사가 맞나?]
[왜 아시아만?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멀쩡]
[세계 각성자 연맹, ‘사력을 다해 조사 중’]
주르륵 쏟아지는 뉴스들.
그것을 확인한 시문은.
“허참.”
실소를 머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하니, 이렇게나 저돌적으로 움직일 줄이야.’
정규 아레나의 시작부터 어느 정도의 문제야 생기리라 예상했지만.
설마 이렇게 다량의 암살을 펼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실제로.
‘전생에서도 암살까진 벌어지지 않았는데 말이지.’
전생의 지구에서도.
정규 아레나가 시작된 시점에서 이렇듯, 대규모 암살이 이루어지진 않았었다.
그저 아레나 휴식기로 이리저리 대련을 펼치다, 크고 작은 부상 정도에서만 그쳤을 뿐.
이로 비춰볼 때.
시문은 몇 가지 사실을 유출할 수 있었다.
‘일단 범인은 종리추가 확실할 테고.’
우선 이번 암살의 범인은 종리추라는 것.
이유는 간단했다.
[사망을 피해낸 유일한 국가는 중국과 한국뿐?]
[속보! 중국의 유망주인 강화위와 랭커 장대인 사망 확정!]
[이로써 피해가 없는 국가는 한국뿐!]
[‘왜 한국만?’ 쏟아지는 아시아의 의심]
[한국 협회 측 ‘우리의 평소 치안이 훌륭한 것’ 단호한 자신감]
곧이어 떠오르는 속보.
대륙성 측에서도 피해가 있었다지만.
그 피해자 이름이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강화위는 저번에 나한테 깨졌었지.’
대륙성의 유망주 강화위.
S급 특성 육갑(肉甲)의 소유자인 그는, 지난 세계수의 성장 버프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던 당시.
멋대로 덤벼들다 자신에게 된통 당하지 않았던가?
당연하게도.
‘그 일로 종리추의 눈 밖에 났을 테고.’
대륙성에 준 피해와 더불어, 서위룡이라는 반대 세력을 키워준 만큼.
종리추에게 제대로 버림을 받았을 터.
한데.
‘버린 패를 이리 꼼꼼하게 쓸 줄이야.’
이건 종리추의 스타일이 아닐 텐데?
어쨌건.
눈썹이 슬쩍 들리던 시문의 시선이 장대인에서 멈춘다.
‘거기다 대륙성 전대 길마의 측근. 그러니까 서위룡 측의 랭커도 죽었지.’
장대인.
대륙성의 랭커이자, 온건파의 수장인 전대 길드 마스터의 측근.
심지어 랭커인 그가 때마침 강화위와 함께 죽는다?
더군다나 장대인은 전대 길마와 같은 1세대 출신의 랭커.
다른 각국에서 한참 유명세를 떨치던 랭커들이 사망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케이스인데?
‘참 철저하게도 연막을 쳤군.’
참으로 철저하게 짜인 연막작전이라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륙성을 잘 아는 이들이라면.
장대인의 죽음에 나름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겠으나.
‘아무리 반대파의 랭커라지만,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일 텐데 말이지.’
아무리 반대파라지만.
설마 자신의 길드에 있는 랭커까지 죽여가며, 이딴 짓을 펼친다곤 상상도 못 할 터.
그때.
벌컥.
협회장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두 명의 중년인이 들어선다.
“빠짐없이 확인한 거겠지?”
“예. 랭커들과 모두 연락이 끝났습니다.”
협회장 김무열과 그의 비서인 최창욱이었다.
제법 바쁘게 움직인 것일까?
“쯧.”
짧게 혀를 차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김무열은 소파에 털썩 몸을 던지곤.
“뭐 때문이냐.”
곧바로 시문을 향해 물었고.
“다 아시잖아요.”
시문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김무열의 미간이 좁아졌다.
“대륙성의 짓이라는 건 안다. 아마 장대인의 죽음만 아니었다면, 전 세계가 눈치챘을 테지.”
대륙성.
정확히는 종리추의 짓이라는 것쯤은 김무열도 알고 있다.
아마 그처럼 종리추와 긴밀했던 이들이라면 모두 눈치채고 있겠지.
“내가 묻고 싶은 건…….”
문제는.
“종리추가 무엇 때문에 장대인까지 죽여가며 이 짓을 벌였냐는 거다.”
아무리 상대 파벌이라지만, 결국 큰 틀에서는 대륙성의 주요 전력이다.
한데 대체 왜.
그런 길드 최고 전력인 ‘랭커’까지 죽여가며 일을 벌였냐는 것.
궁금한 것은 최창욱도 마찬가지인지.
늘 석상 같던 그 역시 다소 감정이 어린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그것도 아마 숙부가 짐작하신 그대로일 겁니다.”
“네가 말했던 그 이벤트성 아레나 때문이냐?”
“예.”
김무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정규 아레나가 시작되고 나면, 대륙별로 대륙 대표전이 일어나거든요.”
“대륙 대표전이라…… 국가대항전과 비슷한 모양이군.”
“맞아요. 거의 흡사하죠.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말끝을 흐린 그는 잠시 식어버린 차를 들이켰다.
이어.
“대륙 대표전에서 승리한 국가는 차원대항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거죠.”
달깍.
잔을 내려놓았고.
“차원대항전?”
1세대 출신으로서도 처음 듣는 단어에 김무열과 최창욱은 의문을 내비쳤다.
시문은 능숙하게.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 타 차원과 경쟁하는 아레나로 알고 있어요. 일종의 범차원적인 아레나랄까요?”
전생의 기억을 사용하기 편하게 편집해서 답해주었다.
“타 차원과의 아레나라…….”
잠시 생각에 잠기는 김무열.
이내.
“그렇군.”
김무열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나 마나 차원대항전으로 인한 보상이 엄청나겠군.”
“맞아요.”
애당초 국가대항전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한 국가에 소속된 플레이어 전체에게 적용되는 국가 버프.
그것의 가치만 따져보아도.
차원대항전의 보상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정규 아레나부턴 차원 단위의 버프가 추가되니까.’
일종의 차원 버프.
국가의 영역을 넘어, 차원 전체에 적용되는 버프로써.
단순히 경험치 증가, 보상 증가 등의 효력을 넘어.
‘해당 차원의 각성자 수나, 획득 특성의 벨류 자체를 올려버리지.’
각성자, 특성 등과 직결되는 버프들이 주어지니까 말이다.
“거기다 대륙별이라고 하셨으니.”
곁에서 조용히 서 있던 최창욱이 말을 보탠다.
그 역시 김무열을 통해, 종리추를 몇 번 접해본 적이 있는 것인지.
“아마 대륙 선별전으로 인해 얻는 명예도 상당하겠지요.”
종리추의 노림수를 정확히 짚어냈다.
“음. 그렇겠지.”
김무열은 고개를 까딱였다.
“대륙성이 아시아에서 최강의 길드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거기다 차원대항전으로 참가하면, 지구 자체에서도 최고라는 뜻이 될 테고 말입니다.”
갤럭시 아레나에서 선사하는 물질적 보상 외에도.
아시아 전체.
더 나아가 지구 최강국이자 최강 길드라는 명예까지.
“종리추. 그 콧대 높은 놈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겠군.”
“동감입니다.”
대륙성과 종리추가 그 타이틀에 얼마나 목숨을 거는지는 두 남자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
이렇게 놓고 보자니.
“이제야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였는지 납득이 가는군.”
종리추의 행보가 이토록 저돌적인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
김무열은 시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 대륙 대표전에 참가하는 이들이 조건이, 네가 내게 요구했던 조건인 것이냐?”
“맞아요. 플래티넘, 다이아, 랭커까지. 각 랭크대별로 각각 1명씩 뽑히거든요.”
그것도.
“최근 아레나에서 가장 퍼포먼스가 좋았던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말이죠.”
각국의 상위 랭크대에서 ‘최근 가장 큰 퍼포먼스’를 보였던 플레이어들로 뽑히니까.
김무열은 묘한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그럼 참가자들은 이미 정해졌겠군.”
“그렇죠.”
아니면 대륙성이 어떻게 대륙 대표전의 참가자들을 콕 집어 암살할 수 있었겠나?
“당장 아레니아 방송만 따져도, 눈에 띄는 플레이어들은 뻔하잖아요?”
애당초 어느 정도는 다 내정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무열은 조금 가늘어진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한국의 다이아 대표는 너겠구나.”
“뭐…… 그렇겠죠.”
어깨를 으쓱하는 시문.
오만을 떠는 것이 아니다.
‘당장 한국의 다이아 플레이어 중에서, 나만큼 퍼포먼스를 뽑아낸 사람은 없으니까.’
갤럭시 아레나가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대표를 뽑는지는 모르지만.
대충 짐작하기로 업적 상점의 업그레이드 조건과 비슷할 것이다.
칭호와 아레나 활약부터 업적 포인트, 최근에 얻은 업적 공적치까지.
여러 분야에서 합산되는 것일 터.
물론 소정규의 참가자일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그나저나 좀 이상하네요.”
시문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대륙성은 한국만 쏙 빼놓고 암살을 한 걸까요?”
정작 가장 개인적 원한이 깊은 곳이 한국.
정확히는 김시문 자신 아니던가?
‘아시아 각국의 플레이어들을 암살하려 했다면, 당연히 내가 1순위여야 하지 않나?’
거기다 3명 다 암살할 필요도 없었다.
딱 자신만 골라 죽여도 어차피 한국에서의 사망자는 1명뿐.
결국 3명씩 죽어 나간 아시아 각국의 의심은 여전히 유지될 테니 말이다.
“안 그래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 했다.”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일까?
김무열은 기다렸다는 듯.
“최창욱.”
“예.”
곁에 있던 최창욱을 향해 턱짓했고.
최창욱은 얼른 서류 한 장을 시문의 앞으로 내려놓았다.
“이건…….”
“네가 요청했던 리스트 중, 이번 각국의 사망자들과 유사한 조건의 플레이어들이다.”
리스트를 훑던 시문의 눈이 금방 멈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랑 시혁이, 그리고…… 말숙이?”
자신을 비롯한 동생 김시혁과 고말숙까지.
사이좋게 랭커, 다이아, 플래티넘 부문에서 최고의 주가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물론.
‘뒤로는 각각 야수왕 최진수나 진욱 씨, 유정이 등이 있긴 하지만…….’
익숙한 이름들이 각 랭크대 별로 뒤를 따르고 있긴 하나.
“그래. 김시혁과 고말숙. 그 두 사람이 한국의 각 랭크대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지.”
앞선 자신과 김시혁, 고말숙보다는 약간 뒤처지는 느낌이었다.
당장 실력 차이를 제외하더라도.
‘아레나 참여 횟수에서 좀 갈렸나 보네.’
당장 박진욱만 해도 심드라실 길드의 업무로 바쁘지 않은가?
유정이 역시 아레나보단, 요즘은 현실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가만 생각에 빠진 시문을 응시하는 김무열.
이내.
“그리고 여기 오기 전, 그 두 사람에게 연락을 했었다. 한데…… 연락이 되질 않더군.”
그런 시문의 정신을 순식간에 일깨워버리는 김무열.
그게 정말이냐? 그걸 왜 이제 말하냐!
따위의 되물음은 하지도 않았다.
타닥.
다급히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시문.
급히 화면을 두들긴 그는 곧바로 귀에 핸드폰을 가져다 대었고.
뚜르륵.
긴장감이 감도는 몇 번의 통화음이 흘렀다.
이내.
-여보세요?
다행히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한국 각성자 협회의 지하 주차장.
직원의 과반수 이상이 각성자로 이루어진 곳인 만큼.
주차장 내부엔 온갖 고급스러운 차들이 즐비했다.
하나.
“형. 여기야!”
유독 과하다 못해, 부담스러울 정도의 스포츠카.
아니.
슈퍼 카라 불릴 차 앞에서 손을 흔드는 청량한 미남.
동생 김시혁에.
“야 김시혁. 내 전화는 받으면서 왜…….”
아까의 통화를 이야기하려던 시문은 잠시 눈을 끔뻑였다.
“뭐야? 너 차 바꿨냐?”
“응? 아. 응! 이번에 아레나산 재료로 나온 신형이래서, 뽑아봤어.”
고개를 까딱이며 싱글거리는 김시혁.
그에.
‘이전이랑 다르게 스타일이 너무 요란한데…….’
다소 떨떠름한 눈으로 동생의 새 차를 보던 시문은.
‘뭐, 요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지. 랭커대 소정규면 필사 요소도 많으니까.’
어깨를 으쓱하곤 앞 좌석에 올랐다.
애당초 새 차 뽑은 동생의 마음을 내리깔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이내.
“어?”
차에 오른 시문의 눈이 동그래진다.
다소 신기한 형태의 내부 때문이 아니었다.
“어서오십쇼. 시문 님.”
“오라버니. 오셨어요?”
“왔냐?”
밤사냥꾼 박진욱을 필두로 이유정, 고말숙까지.
요란한 만큼 크기도 하다지만.
차 내부엔 일행들이 모두 타고 있었으니까.
“뭐야? 다들 같이 있었어?”
놀란 기색이 역력한 시문의 물음에.
“아…… 네. 서로 이야기 나눌 것도 좀 있고. 어차피 아레나도 못 하잖아요?”
잠시 멈칫하던 이유정이 답하자.
“맞습니다. 마침 모처럼의 휴가 겸 나온 거죠!”
얼른 맞장구를 치며 호응하는 박진욱.
그에.
‘휴가?’
시문이 고개를 슬쩍 갸웃한다.
‘올리비아가 업무 적응할 때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쉴 틈이 없다고 않았었나?’
이내.
‘뭐, 다 끝났나 보네.’
박진욱을 신뢰하는 만큼.
그렇게 납득한 시문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띵띵.
“형. 안전벨트.”
“어.”
자동차의 알림음에 안전벨트를 매었다.
부우웅.
과연 아레나산 재료로 만든 신형 차인 것일까?
별다른 소음도 없이 주차장을 빠져나가, 도로까지 쭉 달려 나가는 차.
시문은 의자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어쨌건 인마. 아무리 숙부가 싫어도 그렇지. 연락까지 안 받는 건 너무했다.”
그러나.
“숙부?”
역으로 되물어오는 김시혁.
동생의 물음에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시혁아. 너 이제 20대 중반이야. 아무리 싫다지만 숙부를 모른 척…….”
고개를 돌리던 시문의 말끝이 흐려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뭐야. 너 진심이냐?”
운전대를 잡고 있는 김시혁.
동생 놈의 얼굴엔 진심이 담긴 의문이 어려있었으니까.
그 낌새를 눈치챈 것인지.
“아아! 아니. 그냥 뭐랄까…… 형 말대로 너무 싫어서.”
다급히 말을 잇는 김시혁.
나름 납득가는 대답이었기에.
“아무리 그래도 혈연이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넌 장차 김씨 집안의 가주가 될 사람인데. 그러면 안 돼.”
시문은 평소와 달리, 다소 진지하게 답했고.
“응. 주의할게.”
김시혁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그런 동생놈을 흘기던 시문의 시선이.
“근데 말숙아. 넌 왜 연락 안 받았어?”
뒷자석의 고말숙을 향한다.
설마 이야기가 자신에게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던 건지.
“어, 어? 나?”
고말숙은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녀답지 않은 반응에.
“뭐야. 그 역한 반응은.”
시문의 미간이 대번에 찌푸려졌다.
그에.
“아 X발! 역하긴 무슨!”
버럭하려던 고말숙은 잠시 숨을 고르곤.
“오빠는 보고도 몰라? 나도 시혁이랑 같이 있었잖아.”
화를 간신히 참는 어조로 답했다.
정확히는.
“저 녀석이 제 숙부 싫어하는 걸 빤히 아는데. 내가 어떻게…….”
답하려고 했다.
일그러지다 못해, 해괴해진 시문의 얼굴을 확인하기 전까진 말이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시문은 해괴해진 얼굴 그대로 물었고.
오히려 그런 시문이 이상하다는 듯.
“얼굴이 왜 그래? 오빠. 뭐 귀신이라도 봤어?”
역으로 되물었다.
“…….”
더욱더 해괴해지는 시문의 얼굴.
잠시 침묵한 그는 천천히 고말숙의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욱 씨. 이번 달 길드 버프 관련 결재 서류는 시혁이한테 제대로 보내셨죠?”
“예? 아! 물론입니다.”
시문의 물음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는 박진욱.
“시문 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 녀석이 좀 게으릅니까? 이번 달 들어서자마자, 곧장 결재를 받아냈죠.”
확신에 찬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든 것일까.
“……그렇군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다시 정면을 바라봤고.
“거참. 이래서 다들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당한 거였구나.”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읊조렸다.
이내.
“오빠?”
“시문 님?”
고말숙과 박진욱의 부름에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땐.
“아주 진귀한 경험이었어.”
화륵.
시문의 왼쪽 눈이 불에 타듯 일렁거렸고.
“특히 말숙이 맡은 너. 넌 진짜…… 레전드였다.”
그 말과 함께.
콰아아아아앙!!
아레나산 신형 슈퍼 카가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