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화
261화. 우호적인 신화 (1)
정적.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일대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하나 이는 호흡이 힘들 정도로 들끓는 주변의 환경 때문이 아니었다.
‘이, 이게 대체…….’
20미터에 달하는 불의 거인.
‘그자는 분명 성좌들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성좌들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무스펠헤임의 이 무시무시한 존재가.
“대체 왜 가만 멈춰 있냐는 말이다!”
석상처럼 일말의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의 어깨에 서 있던 미후왕은 길길이 날뛰며.
“움직여! 당장 저 잡종을 처리하라고!!”
사아아.
연신 전신에 오로라처럼 감도는 붉은 기운들을 휘둘렀으나.
[…….]
불의 거인은 꿈적도 하지 않았고.
미후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체 왜 안 움직이는 거지?’
그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하나.
‘설마 소환진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내 요력이 부족했나?’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움과 별개로.
‘술디크가 죽기 전 개수작을? 어쩌면 애당초 그 거인 놈이 건네준 소환 매개체가 잘못된…….’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착실히 찾아가고 있었지만 그뿐.
‘아니. 아니야.’
미후왕의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뭐든 간에 이놈이 소환이 된 시점부터, 소환 과정에서의 문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애당초 소환이라는 형식 자체가 섬세함의 극의를 따지는 만큼.
불의 거인이 소환된 시점에서 소환 과정엔 어떤 결점도 없었을 터였다.
고로 이는 철저한 후천적 문제.
즉, 소환이 이루어진 뒤의 문제였고.
‘맞아! 그러고 보니!’
미후왕의 눈이 부릅뜨인다.
갑작스레 무릎을 꿇는 행위에 당황해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왕……. 분명 왕이라고 했었지?!’
말은커녕.
신음조차 흘리지 못할 줄 알았던 불의 거인은 무릎을 꿇으면서.
‘왕’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었다.
그런 미후왕의 가설을 증명하듯.
“고개 들어.”
나지막이 울리는 시문의 목소리에.
그그극.
미후왕의 말엔 꼼짝도 하지 않았던 불의 거인이 들썩인다.
시문의 말대로 정확히 고개만 드는 불의 거인.
동시에 미후왕의 시선 역시 불의 거인과 같이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고.
이 사태의 원인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검……. 그래! 저 검 때문이야!’
손가락의 튕김과 함께 생겨났던 검붉은 검.
저 검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불의 거인은 자신의 명령대로 친히 김시문에게 주먹을 내지르지 않았던가?
‘저 검이 나타나자, 주먹의 궤도를 틀어 버린 거야!’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저 검을 내가 쥘 수만 있다면…….’
불의 거인은 다시 자신의 지배하에 들어올 것이오.
한발 나아가.
‘칠대성 따위를 넘어, 내가 무스펠의 아들들의 왕이 될 수도 있어!’
타고난 힘만으로 성좌들에게까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불의 거인.
그것들의 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화과산의 성흔 따위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성좌에 버금가는 힘을 누릴 수도 있을 터!’
좌절과 충격으로 가득했던 미후왕의 눈이 어느새 짙은 탐욕으로 물든다.
이내.
파파팍.
잔상만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미후왕의 두 손.
진녹색의 요기를 머금은 그것은 범인의 눈으론 확인도 어려운 수인들을 잇달아 맺었고.
“만상절도(萬象竊盜)!”
시동어와 함께 요력을 머금은 수인들이 순식간에 풀려난다.
끼이잉!
철을 긁는 듯한 날카로운 이명.
그와 함께 미후왕의 양손과 시문의 양손이.
정확히는 그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듯.
순식간에 왜곡되었다.
타앗!
4미터에 달하는 근육질의 거구에 맞지 않게.
재빠른 움직임으로 두 팔을 움직이는 미후왕.
그리고 그 손아귀로.
철컥.
묵직하게 느껴지는 검의 무게감에.
“크하하핫!”
미후왕은 곧장 광소를 터뜨렸다.
“과연…… 보검이로다.”
당장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뜨듯하면서도 미묘한 열기와 기이한 힘이 흘러든다.
탐욕스러운 눈으로 그것을 슥 훑던 미후왕은.
“멍청하긴!”
비웃음이 그득한 얼굴로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는 시문을 응시했다.
“아무리 잘난 무력이 있다 해도, 그리 오만하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다!”
이내.
“제천대성. 그 오만하고 멍청한 놈처럼 말이다!”
철컥.
검붉은 검.
레바테인으로 시문을 겨누는 미후왕.
“그러니……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해 주어야겠지.”
한껏 휜 미후왕의 눈가에 살기가 깃든다.
“가라! 무스펠의 아들이여! 네놈의 왕인 나의 뜻을 받들어, 저 잡종을 손바닥으로 내리찍어 버리거라!”
살기등등하게 왜 치는 미후왕.
하나 레바테인을 쥔 그의 명령에도.
[…….]
불의 거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뭣 하는 게냐! 어서…….”
미후왕이 재차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
[이전 사용자가 아닙니다.]
한 줄기의 메시지가 그의 앞으로 떠올랐다.
이어.
[자격 적합 절차에 돌입합니다.]
[성좌가 아닙니다.]
(조건을 충족합니다.)
[배후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건을 충족합니다.)
메시지들이 줄줄이 그 뒤를 따랐고.
[성흔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조건을 ‘불충족’합니다.)
부정적인 메시지 하나가 떠오르자, 이어지는 메시지가 뚝 끊어진다.
이내.
[소각 절차에 돌입합니다.]
서늘한 메시지를 끝으로.
화라라락!
레바테인을 쥔 미후왕의 전신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 * *
“끼아아아아악!”
고통에 어린 비명.
흡사 불지옥에서나 들려올 법한 비명이 울려 퍼진다.
무리도 아니었다.
화라라락!
피처럼 시뻘건 화염을 전신으로 뒤집어쓰고 있었으니까.
쨍그랑.
미후왕은 재빨리 쥐고 있던 레바테인을 집어 던졌으나 그뿐.
“으아아아아!!”
그의 전신을 뒤덮은 화염은 조금도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뜨, 뜨거워! 너무 뜨거워어어어!!”
미후왕은 불의 거인의 어깨부터 목, 턱과 귀까지.
주변 온갖 곳에 몸을 들이박으며, 혼신의 몸부림을 칠 따름이었다.
그리고.
우웅.
바닥에 떨어진 레바테인이 미세하게 진동하더니.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쐐애액!
칼끝을 치켜들고 시문을 향해 날아갔다.
어느새 시문의 앞에 둥둥 떠 있는 레바테인.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던 시문은.
스릉.
떠 있던 레바테인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러자.
[이전 사용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시문으로선 처음 보는 문구와 함께.
웅.
친근한 이명을 흘리며, 이전처럼 따스한 온기를 전해 오는 레바테인.
이를 본 시문은 알 수 있었다.
‘미후왕이랬나? 레바테인을 사용하는 데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네.’
애당초 레바테인이 미후왕의 손에 들어간 것부터가 그랬다.
‘뭐, 신화급 무구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당해 준 거니까.’
순간적인 충동이랄까?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경험이었기에.
이참에 어찌 되는지 보자 싶어, 대놓고 부리는 미후왕의 요술에 당해 준 것이었다.
물론.
‘혹여나 미후왕이 레바테인을 멀쩡히 다룰 수 있어도, 바로 리바운드시켜 버리면 그뿐이니.’
상대가 신화급 무구를 가져갔다 한들.
애당초 무구를 연성한 주인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기에.
언제든지 리바운드를 일으킬 수 있어, 시도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걸로 확실해졌네.’
결과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다른 신화급 무구는 모르겠지만, 레바테인은 절대 다른 이가 사용할 수 없겠어.’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도 사용 불가는 물론이요.
도난 방지라는 결과까지 덤으로 말이다.
이어.
“끼아아아아!!”
“뭐야. 아직도 안 죽었어?”
아직도 죽지 않고 비명만을 내지르는 미후왕을 바라보는 시문.
이내.
키잉.
‘아하. 아까 사용한 그 붉은 수정 때문이구나?’
활성화된 오딘의 눈이 그 원인을 알려 주었고.
“그럼 직접 저 붉은 기운을 베어내야겠네.”
스릉.
레바테인을 고쳐 쥔 시문은 즉시 바닥을 박차 올라.
“끼이이…….”
서걱.
고통에 몸부림치는 미후왕의 목을 깔끔히 베어냈다.
거인의 어깨에서 미후왕의 시체가 추락한다.
붉은 기운을 베어내서일까?
파스스.
레바테인의 화염에 삽시간 잿가루가 되어 가는 미후왕.
그것을 무심히 내려다보던 시문은.
“너도 그만 돌아가라.”
석상처럼 가만히 대기 중인 불의 거인에게 명령했고.
[명령…….]
소리도, 이명도 아닌 기이한 울림과 함께.
쿠그그그그.
몸을 일으킨 불의 거인은 처음 자신이 소환되었던 진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왕…….]
시문을 내려다보는 이글거리는 시선을 끝으로.
화륵.
거대했던 존재는 거짓말처럼 불길이 되어 사라졌다.
아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적막이 감돈다.
“읏차!”
이리저리 몸을 풀며, 기지개를 켠 시문은.
“그럼 나머지 화재도 진압해 볼까?”
따악.
손가락을 튕기곤.
저 멀리 번져 나가는 산불을 향했다.
* * *
펄럭.
식물로 이루어진 부채가 허공을 그리자.
휘오오오오!
맹렬한 강풍이 전방으로 몰아친다.
그 뒤론 시커먼 잿더미와 허연 김만이 남았을 뿐.
어느새 차원 화과산을 뒤덮었던 화재는 씻은 듯 사라져 버렸고.
더 이상의 불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이제 화재는 끝인가?”
시커먼 화과산을 돌아보며 중얼거리는 시문.
그의 말을 증명하듯.
[차원 화과산의 멸망을 성공적으로 막아내셨습니다.]
아레나의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지구 최초로 ‘차원 멸망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를 30,000점을 획득합니다.]
최초 업적 보상까지 지급되었다.
이내.
-이게 이렇게 끝나네.
-아니! 음소거에 송출 일시 정지까지! 너무한 거 아님?
-하필 제일 중요한 전투에서…….ㅠㅠ
-요즘 이거 보는 낙으로 사는데. 송출 끊은 부분 다시 돌려줘!!
-얘들아……. 양심 챙겨……. 지금 정규 아레나 미리 맛보는 것만 해도…….
-ㄹㅇㅋㅋ. 다른 소정규 방송들은 일시 정지가 밥 먹듯 나오는데.
지구의 채팅창부터.
=중간에 방송 송출을 멈추다니. 너무한 것 아니오?
=음소거까지야 이해한다지만……. 아쉽긴 하군.
=너무할 것까지야. 히든 피스 뜨면 방송 멈추는 건 흔한 일 아닌가?
=그렇다. 오히려 강요하는 것이 이상하지.
타 차원의 채팅창까지.
음소거에 이은 송출 일시 정지에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으나.
“그 부분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분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중요한 정보를 이유 없이 공유할 순 없어서요.”
시문은 정중하지만, 완곡한 의사를 보였고.
-하긴……. 당장 골드부터도 어지간해선 정보 안 푸는데.
-진심 소정규 말고 특수 아레나만 봐도, 송출 멈추는 애들 태반이잖어. ㅋㅋ
-22 시문 님은 방송하다가 어쩔 수 없이 끄는 거니까.
-그런 악질들이랑은 질적으로 다르긴 해~.
-그동안 얻은 것들을 생각해라. 심지어 여긴 타 차원의 채팅도 볼 수 있잖아!
시청자들은 곧 납득의 의사를 보내왔다.
그에.
“그럼 여러분. 오늘 방송은 이만 하겠습니다. 조심히들 들어가세요.”
-시바~ (시문 바이라는 뜻)
-X바~ (X발이라는 뜻)
-ㄷㄷ. 위에 놈 패기 보소;; 유입인가?
-님 조심하셈. 여기 매니저 벤 칼임.
[매니저 ‘검은 염소’가 Tlqkgksdo 님을 강퇴하였습니다.]
-검은 염소: 조심은 무슨. 몸으로 배우도록.
작별 멘트를 날린 시문은 방송을 종료했고.
때마침.
[아레나가 종료됩니다.]
아레나의 종료를 알려 오는 시스템.
이어.
파아앗!
잿더미였던 차원 화과산은 지우개로 지워내듯 사라지며, 검은 무주의 공간이 나타났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시문의 일대는 여전히 불타 버린 화과산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이제 말해도 되는 거지?
목소리의 성좌.
자신을 용병으로 요청한 성좌와의 볼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시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보상을 받아야 하니까.”
용병 요청으로 인한 아레나 참여.
경험치 보상이면 몰라도.
아이템 등의 물질적인 보상은 해당 요청자에게 직접 받아야 했으니까.
-보상은 걱정 마. 현재의 내가 줄 수 있는 최대로 챙겨 줄 테니. 대신! 우리 먼저 해결해야 할 이야기가 있지 않냐?
목소리의 성좌의 물음에.
“해결? 아! 내가 어떻게 파초선을 다루는지였나?”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시문이 답하자.
-그거에 더해서! 어떻게 변태 영감이랑 아는 건지! 루시퍼 저 미친놈은 왜 붙어 있는지! 무스펠헤임 그 위험한 곳이랑은 또 무슨 관계인지! 전부 다!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말을 쏟아내는 목소리의 성좌.
그에.
-하여간에, 멍청한 원숭이라니까. 누가 봐도 답해 줄 이유가 없는 질문들이잖아?
루시퍼의 목소리가 난입했고.
-그보다 김시문……. 아니, 시문 형? 그 코브란한테서 뽑아낸 조각부터 보는 게 어때? 악기도 흡수될 텐데.
은근한 목소리로 코브란 술디크에게서 얻은 조각을 논했고.
-이 천계의 망나니가 미쳤나! 이거 내 아레나야! 내가 저 녀석을 요청해서 불러낸 거라고!!
목소리의 성좌는 대번에 언성을 높였다.
또다시 아까의 유치했던 말싸움의 조짐이 보이자.
“그만. 그 조각은 돌아가서 확인할 거니까. 루시퍼 넌 조용히 있어.”
시문은 곧바로 노선을 정리했고.
-캬! 이리 현명하니 형수님과 변태 영감의 연자가 된 것이지! 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탄성을 지르는 목소리의 성좌.
그러나.
-흥! 멍청한 원숭이 같으니. 넌 이번 아레나로 끝이겠지만, 난 영원히 시문 형이랑 함께거든? 에베베~.
루시퍼는 얄미우면서도 유치한 어조로 반격했고.
놀랍게도.
-저, 저 망할 문제아 놈이! 너 진짜 죽을래!
저런 놀림에 긁힌 목소리의 성좌가 길길이 날뛰는 것도 잠시.
이미 사라졌는지 루시퍼의 대꾸는 들려오지 않았다.
-후……. 이봐, 김시문. 저 망할 놈의 말이 진짜냐?
한숨을 쉬며 숨을 고른 성좌는.
-정말 답 안 해 줄 거냐? 엉?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말해 줄 수 없어.”
당장 신화급 무구의 연성도 그렇지만.
“사실 나도 네 질문의 근본적인 이유는 잘 모르거든.”
애당초 루시퍼니, 무스펠헤임이니 하는 것들은 시문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상태 아니던가?
‘당장 천마신공도 주인인 천마의 호의로 무난히 익히게 된 마당인데…….’
물론 그 이면엔 칭호 ‘저편의 시선을 받는 자’의 영향이 있긴 했으나.
어찌 됐건 목소리의 성좌의 호기심은 시문 역시도 다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그것이 진심임을 안 것일까?
-그래. 모른다면 어쩔 수 없지.
생각보다 미련 없이 답한 성좌는.
-그럼 화과산의 멸망을 막아 준 보상으로…….
성좌가 보상을 지급하려던 찰나.
[성좌 천마가 ‘크흠!’ 헛기침을 합니다.]
성좌 천마가 갑작스레 난입했다.
그에.
-뭐야? 변태 영감. 갑자기 왜 그래?
목소리의 성좌는 의문을 표했고.
[성좌 천마가 ‘크으흠!!’ 더 큰 소리로 헛기침을 합니다.]
천마는 더욱더 큰 기침을 하며, 알 수 없는 반응을 보내왔다.
-변태 영감. 노망이라도 났어?
그러나 또다시 이어지는 의문에.
[성좌 천마가 ‘이 멍청한! 쯧. 아니다. 그냥 평생 거기서 썩거라.’ 한숨을 푹 내쉽니다.]
결국 천마는 백기를 들었고.
-저 미친 영감이 진짜! 성질 하난 노망이 나도 여전히 더럽구만!
목소리의 성좌는 빽 하고 화를 토했다.
하나.
“보니까. 내가 그쪽한테 뭔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나 본데?”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나름 회귀 초반부터 천마를 봐 온 시문은 천마가 뭘 원하는지 알아차렸고.
-엥? 인간이 내게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그게 무슨…….
목소리의 성좌가 의문을 표하는 것도 잠시.
무언가 깨달은 게 있는 것일까?
-잠깐. 그러고 보니 파초선에 천마신공, 악기에다 레바테인까지……. 서, 설마!
저 혼자 중얼거리던 목소리의 성좌는 놀라움이 담긴 목소리로 물어왔다.
-김시문! 너 혹시 내 봉인도 풀 수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