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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59화 (259/349)

제259화

259화. 멸망이란 (3)

불지옥.

이보다 적절한 단어가 또 있을까?

화라라라라!!

둥근 원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벌겋고, 누런 화염 폭풍은 그야말로 지옥의 불길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정작 이 사달의 원인인 화과산의 한 평지는 달랐다.

진공(眞空).

딱 그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이곳은 사방을 불태우는 염화의 열기도.

그리고 어떤 소리도 허용되지 않았다.

실제로.

“…….”

“…….”

천마옥의 태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코브란과 원숭이 요괴들은 입만 뻥긋거릴 뿐.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나 이 모든 사달을 만든 주범.

시문의 머릿속은 달랐다.

-야 너…… 천마와도 아는 사이냐?

일종의 이명처럼.

머릿속에서 직접적으로 울리는 목소리.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성좌의 물음에.

“다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시문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놀랍게도.

저 지옥 같은 화염조차 허락하지 않는 진공 상태가.

“신왕급 어쩌고 했던 건 당신이잖아.”

정작 시문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듯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천마옥으로 융합시켜 폭발시킨 파초선.

그 남은 잔재가.

휘이이이.

이 진공의 공간에서 시문의 주변만을 맴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 놀라운 광경보다.

-당연히 모르지, 인마!

정작 다른 부분이 더 놀라운 것인지.

-신왕급들이 관심을 준다고만 들었지. 어느 누가 관심을 주는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고!

성좌는 억울함이 담긴 호소를 내뱉었다.

이내.

-그래서. 너 천마와도 아는 사이야? 정말로?

놀라움.

그리고 은근한 호감이 느껴지는 어조로 물어오는 성좌.

하나 시문이 대답하기도 전에.

[성좌 천마가 ‘허허. 머리통이 장식인 건 여전하구나.’ 웃음을 흘립니다.]

성좌 천마가 친히 답을 해 주었고.

-망할 변태 영감! 살아 있었구나?

목소리의 성좌는 무척이나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성좌 천마가 ‘네놈이 할 소리더냐? 쯧. 안 본 사이에 돌에 처박혀서는.’ 혀를 찹니다.]

-아이 씨! 변태 영감도 알 거 아냐! 어쩔 수 없었다고!

[성좌 천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러니 옥가 놈에게 당한 것 아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아니, 싸움 자체는 비볐다고! 그 영악한 놈이 하필 석가…….

꽤나 절친한 사이인 듯.

둘이 이리저리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

[아레나와 관련 없는 대화가 지속될 시, 성좌 ?의 의사소통에 제재가 가해집니다.]

갤럭시 아레나의 칼 같은 경고가 날아들었고.

-하여간에. 이 빌어먹을 놈들은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데도 X랄이야.

짜증을 토하면서도 정작 제재가 신경 쓰이긴 한 건지.

이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성좌.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상당히 친한 사이인가 보군.’

전생의 말숙이도 그렇고.

다른 성좌들 역시 변태, 색마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지만.

기본적으로 나름의 격을 차리는 천마였는데.

‘천마가 저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는 건, 처음 보는데 말이지.’

이 목소리의 성좌와 이야기를 나눌 땐, 그러한 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

파아아앙!

커다란 파공음이 터져 나온다.

파초선을 머금은 천마옥으로 인한 진공 상태가 풀려난 것이었다.

그에 맞춰.

“케륵!”

“우끼끽!”

살아남은 이들이 비명을 허락받으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휘이이.

풀려나는 바람이 머리칼을 흐트러뜨린다.

시문은 흩날리는 머리칼을 정돈하지도 않고.

천마옥이 터졌던 아래를 내려다봤다.

‘보아하니 최상급 용족만 살아남았군.’

드래고니안과 드라커다일.

그리고 코브란까지.

천마옥의 여파에서 살아남은 용족들은 죄다 최상급 용족이었다.

특히나.

‘그나저나 코브란이라…….’

시문의 시선이 코브라와 같이 넓적한 머리의 용족.

십여 명의 코브란에게로 향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코브란은 3용제의 봉사종일 텐데. 이렇게 다수가 모이다니…….’

최상급 용족 코브란.

그들은 3용제를 주력으로 섬기는 봉사종이었으니까.

당연히 플레이어라면 일반적인 아레나의 참여에도 자유롭겠지만.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저렇게 다수의 봉사종이 우르르 한 아레나를 참가하는 데는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증명하듯.

[성좌 라가 ‘아포피스……(이 잡것이 또 연료를 찾아다니나 본데?)’ 인상을 찌푸립니다.]

[성좌 바알이 ‘으음.’ 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들이 반응이 눈앞으로 떠오른다.

그에.

‘뭐, 궁금하면…….’

키이잉.

오딘의 눈을 활성화시킨 시문은.

‘직접 알아내면 되지.’

스르르.

마침 탈라리아의 리바운드로 인한 추락을 추진력 삼아, 힘껏 허공을 박찼다.

파앙.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아래로 쏘아지는 시문.

살아남은 이들이 최상급 용족이라서일까?

“노, 놈이 온다!”

“방어는 불가능해! 공격을 쏟아라!”

“어차피 면사권이 있다! 겁먹지 마라!”

쏜살같이 날아드는 시문의 모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저마다의 반격을 준비하는 최상급 용족들.

“플레임 버스터!”

“기가 썬더!”

“죽어라!”

준 7성급의 마법.

혹은 그에 걸맞은 오러와 용력 덩어리가 시문을 향해 날아든다.

하지만.

‘완전한 7성급 마법은 아니군. 그렇다면…….’

오딘의 눈으로 그것들의 수준을 파악해낸 시문은 곧장 드래고노이드에 용력을 욱여넣었고.

까득!

또 한 번의 뒤틀림과 함께 시문의 전신이 희미한 백금색의 빛을 품는다.

이내.

쿠웅.

날아드는 공격들과 정면으로 맞부닥치는 시문.

과연 준 7성급에 닿은 공격들인지.

까가가각!

콰쾅!

강렬한 마찰음과 폭음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더불어.

“걸렸다!”

“얼른 몰아붙여라!”

용족들은 왜 최상급 용족인지를 증명하듯.

“인퍼널 플레임!”

“리차지 썬더!”

공격이 적중하자마자, 잇달아 추가타를 쑤셔 넣었고.

자욱한 연기로 인해 보이지만 않을 뿐.

콰가강!

잇달아 일어나는 폭발로 시문의 추락을 처음부터 끝까지 표시해 주었다.

이윽고.

쿠웅.

시문의 추락을 따라가던 폭발들이 바닥에 도달했지만.

“놈이 떨어졌다!”

“절대 접근하지 마라! 원거리 공격만 쏟아부어!”

용족들은 일말의 방심도 하지 않고.

“일대를 냉기로 도배해라! 디버프 위주로 준비해!”

“아포피스 님의 성물을 꺼내라! 놈의 사술에 저항해야 한다!”

추락 지점을 중심으로 온갖 함정과 마법 등을 도배했다.

그러나.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저벅.

코트 자락처럼.

옅은 상아색의 갈기를 펄럭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나오는 시문.

작은 생채기마저 없는 그의 모습에.

“미, 미친!”

“조금의 타격도 없어……?”

“이게 말이나 되는!”

용족들은 일제히 경악을 표했으나 거기까지.

백금의 빛이 희미하게 일렁이는 제 몸을 내려다보며.

“좀 아슬아슬했네.”

정체 모를 말을 내뱉는 시문이 진각을 밟는 순간.

쿵.

“컥!”

“크흡!”

무형의 아지랑이가 만반의 대비를 갖추던 용족들을 짓눌렀고.

시문의 손가락이 무력해진 그들을 향했다.

피핑.

얇은 파공음과 함께 쏘아지는 검은 실선들.

어떤 비명도, 파육음도 없었다.

그저 검은 실선이 통과한 머리와 가슴이 지우개로 지워낸 듯 사라져 있었고.

털썩.

썩은 고목처럼.

십수 명의 용족들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 * *

짧지만.

무거운 정적이 감돈다.

하나 이는 그을린 화과산의 아레나 속에서만 그럴 뿐.

-캬하! 지린다!

시문의 방송을 보던 이들은 정반대였다.

-아니. 이 형 언제 또 모습이 변한 거임?

-갈기 간지 개지림 ㅋㅋ 근데 방어력 무엇?

-ㄹㅇ. 나 아까 떨어지면서 공격 맞을 때. 정신 나가는 줄 알았음.

-22 화면 너무 어지럽던데. 어떻게 그 상황에서 흔들림도 없지?

-흔들림 없는 편안함. 시문스……. 커흠!

지구의 시청자들부터.

=방금 그 검은 광선은 뭐지? 최상급 용족을 한 방에 죽이다니!

=난 그것보다 저 방어력이 더 놀라운데?

=동감이다. 준 7성급 마법으로 보이는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다니.

=공격에 마법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오러와 용력으로 이루어진 공격도 있었지.

=그 말은 마법 저항력만 높은 게 아니라는 건데…….

=준 7성급 마법도 무시하는데. 다른 방어력도 높다? 그게 말이 된다고 보나?

=그럼 방금 본 건 뭐라고 할 텐가?

타 차원의 시청자들까지.

저마다의 의견을 표출하며, 방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열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또한.

말만 하지 않았을 뿐.

머릿속이 시끄러운 것은 살아남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아니, 무슨 방어력이!’

고릴라를 연상키는 거구의 원숭이.

미후왕은 식은땀을 흘리며.

‘저 공격들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생채기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백금의 갈기를 흩날리는 시문을 바라봤다.

‘저런 맷집은 제천대성 그 괴물 같은 놈을 제외하곤 본 적이 없는데…….’

이름만 언급했는데도 등골이 서늘한 것일까?

슬쩍 몸을 떤 미후왕의 시선이 급소가 뻥 뚫려 쓰러진 용족들의 사체를 힐끔거렸다.

‘거기다 최상급 용족들도 한 방에 죽여 버렸지…….’

이는 통풍대성이라 불리는 자신조차 쉬이 해낼 수 없는 일.

고로.

‘여기서 저놈과 싸우면 필패다.’

고작 인간에게 패배감을 느끼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나.

현실과 자존심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미후왕은 멍청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 멸망전마저 실패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어.’

수차례에 걸친 화과산의 멸망전 성립도 그랬지만.

이번 멸망전엔 악독한 용족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용제와의 거래가 걸려 있지 않은가?

아무런 수확도 없이 오로지 실패만으로 이어지다간.

단순한 죽음만으로 끝나지도 않을 터.

‘용족들이 저놈을 아는 걸 보아, 개인적인 원한들이 있나 본데…….’

시문과 용족을 빠르게 훑는 미후왕.

‘그렇다면 저놈들을 미끼로 주고, 거인놈들에게 받았던 그걸…….’

계산이 끝난 것일까?

“멍청이들아! 다들 이리로 모여라!”

미후왕이 갑작스런 소집령을 내렸고.

그로 인해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거기까지.

“우끽!”

“왕께서 부르신다!”

살아남은 원숭이 요괴들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자.

“여봐라! 인간!”

미후왕은 전방에 있는 시문을 바라봤다.

“뭐지?”

시문의 되묻자.

“이번 멸망전. 우리는 깔끔히 포기하겠다.”

“뭐?”

갑자기 아레나 포기를 선언하는 미후왕.

그러나 방어 측인 시문보다 놀란 이가 있었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미후왕!”

용족 측의 대표인 술디크였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라니요! 머리가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는 평소의 냉철함을 잃고 성을 토했으나 그뿐.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은 네놈이다! 술디크!”

미후왕은 역으로 노성을 지르며 술디크를 삿대질했다.

“저런 괴물과 싸워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공연히 면사권만 낭비할 뿐이거늘!”

“미후왕! 당신 정말!”

“닥쳐라! 보아하니 개인적인 원한들이 있나 본데. 알아서 해결해 보도록. 그럼 멸망전도 다시 고려해 보겠다.”

그렇게 말을 끝맺은 미후왕이 곧바로 몸을 돌린다.

“저 용족들이 원한 관계를 정리할 때까지. 다들 저리로 물러나 있자꾸나!”

“예!”

“우끽!”

그 뒤를 졸졸 따라, 정말로 전장을 이탈해 버리는 미후왕과 원숭이들.

그에.

“이…….”

적잖이 어이가 없는 것일까?

얼이 빠진 얼굴로 떠나는 미후왕을 바라보는 술디크.

이내.

‘되었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멸망전이 끝나면 처리하려고 했던 놈이니. 차라리 잘됐어.’

어차피 일어날 일.

미리 앞당겨 갈라섰다고 보면 된다.

고로.

‘중요한 건 김시문. 바로 저놈이야.’

현 상황에서 중요한 건은 다름 아닌 김시문이었다.

‘어떻게 저놈이 이곳에 나타난 건진 모르겠으나……. 이건 기회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아무리 각성 용족인 드라고닉에 플레이어라는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김시문을 상대로 덤벼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용제께서 친히 경고를 내릴 만큼, 그의 악명은 유명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을 위해, 3용제께서 친히 내게 힘을 내려 주셨지.’

행성의 핵.

그것을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서.

철저하신 자신의 주군께선 만일의 대책을 남겨 주시지 않았던가?

‘비록 면사권으로 보호받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다이아 랭크에서 이 힘을 막을 존재는 없다.’

비죽 올라가는 술디크의 입꼬리.

그와 함께.

스으으으.

칠흑보다 더 검은 기운이 그의 손에 있는 작은 조각에서 줄줄 흘러내린다.

저 힘이 무엇인지 아는 것일까?

술디크의 곁에서 다급히 물러나는 코브란들.

이내.

“김시문. 네놈의 악명은 익히 들어왔었다.”

저벅.

가라앉은 목소리로 시문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술디크.

“그간 수많은 우리 용족들을 죽여 왔다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말이다.”

그가 한 걸음씩 내디딜수록.

우드득.

까득.

그의 육신은 시문의 드래고노이드처럼.

전신이 뒤틀리며 그 크기를 키워 나갔다.

시문의 것과 다른 것이 있다면 딱 하나.

“하지만, 이번은 다를 것이다.”

2미터가량으로 커지는 시문과 달리.

[나 드라고닉 술디크가 네놈에게 첫 패배를 안기고…….]

거인족과 같이 근 8미터에 가까운 크기로 자라났다는 것.

마기보다 더 검은 그 기운을 전신에 두른 술디크는.

[나의 주군께 그 영광을 바치리라!!]

어느새 뱀처럼 변해 버린 하반신을 움츠리며, 한껏 숨을 들이켰다.

스으으으.

척 봐도 가공할 만한 기운이 응집된다.

용력까지 가미된 듯한 검은 기운은 무섭도록 일렁거렸고.

그것이 절정에 달하는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

검디검은 브레스가 공간을 찢어발기며 쏘아진다.

하나.

[아, 아니?!!]

정작 브레스를 쏘아낸 술디크의 두 눈이 부릅뜨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거참. 이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브레스를 정통으로 맞았던 시문은 아까의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훨씬 더 위험한 분위기로 변모해 있었다.

그래.

마치 칠흑의 힘으로 강력해진 술디크, 그 자신처럼 말이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그 힘을 전신에 두르고 있어서일까?

뚜둑.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손을 움켜쥔 시문은.

“여기서 악기를 다 보게 될 줄이야.”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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