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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57화 (257/349)

제257화

257화. 멸망이란 (1)

“무열이 너, 공허 후유증도 다 나았다며?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우르르 쏟아지는 잔소리.

“지금 세상은 아메리칸 드림의 부길마가 배신하고 죽은 일 때문에, 아주 난리도 아닌데. 협회장이라는 놈이 이러고 앉아 있냐고!”

하나 그런 잔소리 세례에도.

김무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쯧.”

짧게 혀를 찬 이영희는 뒤편을 힐끔했다.

2미터에 달하는 체구 때문일까?

문틈 사이로 빼꼼 삐져나온 골렘 최창욱의 머리는 퍽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였으나.

‘부디 부탁드립니다. 누님.’

그러한 눈빛을 보내는 최창욱에.

“하아.”

한숨을 내쉰 그녀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야 김무열. 너 이러는 거 은혜가 봤으면, 뭐라고 하겠냐? 어?”

효과는 훌륭했다.

인형처럼 일말의 움직임도 없던 김무열이.

“……이영희.”

처음으로 반응을 해 왔으니까.

그리고 이어질 노성에 대비하던 그녀가 무색하게.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이 있나?”

김무열은 잠긴 목소리로 조용히 물을 따름이었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이 새끼가 진짜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이래?’

이영희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뭐가 됐든 간에. 이젠 입이라도 여네.’

겨우 일깨운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기에.

“그게 가능했으면 진즉 전생이든 회귀든 해서, 이 세상을 씹어 먹고 있지 않겠니?”

재빨리 이 기회를 붙잡았다.

하나.

“……그런가.”

대답이 시원치 않았던 것일까?

김무열은 다시 방금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려 했고.

그에 입술을 잘근 씹으려던 이영희는.

“아! 맞아!”

짝.

무언가 기억난 듯.

다급히 손뼉을 치며 말했다.

“되돌리는 것까진 모르겠는데. 뭔가 시간에 관련된 능력이 있긴 한 거 같아.”

그 말에.

“……그게 뭐지?”

무감정해지던 김무열의 동공에 감정이 깃든다.

이를 확인한 이영희는 얼른 답했다.

“왜. 시문이 길드에 있는 여자애 있잖니. 고말숙이었나?”

“고말숙? 아, 고창진의 딸 말인가?”

“맞아! 고창진이 딸!”

고개를 끄덕인 이영희는 답했다.

“어쨌든 걔가 이번에 우크라이나 아웃 브레이크에 참여했잖아.”

“그런데?”

“거기서 뭔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더라고. 뭐라더라? 미래의 자신을 만난 느낌이었다던데.”

“미래?”

이젠 눈을 넘어 미간까지 꿈틀하는 김무열.

점차 살아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신이 난 것인지.

“나도 유정이한테 듣기만 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몇 년 후의 자신을 만나게 된 것 같다더라고? 근데…….”

이영희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데스페라도의 차원 악동, 카미사토 하루토에게 뭔가를 당한 직후에 벌어진 거래.”

그 말이 결정타가 된 것일까?

“차원 악동? 차원 악동이라…….”

멍했던 김무열은 어느새 턱을 괴며.

“그래. 그러고 보니 차원 악동은 공간 능력자였지…….”

저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이영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입구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남자.

최창욱을 흘끗했다.

그에.

김무열에게 들킬세라.

최대한 조심히 엄지를 척 올린 최창욱은 모습을 감추었고.

“거기다 놈은 데스페라도의 이동책이니. 마담의 그 포탈에도 관여를…….”

이영희는 아직도 중얼거리고 있는 김무열을 바라봤다.

“왜. 놈에게 관심이 생겨?”

“그렇다.”

“잘됐네.”

우아하게.

그러나 격식 없는 미소를 지은 이영희는.

“너 저번에 나와 거래했던 거 기억나지?”

“거래?”

“아버지를 암살했던 데스페라도, 그리고 그 의뢰자를 찾아 조지기로 한 거 말이야.”

바닥을 나뒹구는 술병들을 능숙하게 헤치며, 소파에 앉았다.

“놈들이 대단한 건지, 네가 무능한 건진 몰라도. 그간 너 아무런 수확도 없었잖아?”

이내.

핸드폰을 몇 번 터치하더니.

“근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

김무열의 앞으로 슥 내미는 이영희.

그곳엔 마담 다이애나의 사망 소식을 담은 뉴스가 떠 있었다.

김무열은 눈매를 꿈틀거렸다.

“이건?”

“창욱이한테 들었어. 너희, 마담 다이애나랑 싸웠다며?”

“싸운 적은 없다.”

“그래. 시문이 혼자서 싸운 거긴 하지. 그러고 보면 우리 시문이도 참 대단해?”

김무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영희.

이내.

“데뷔한 지 이제 반년이 넘어가는데.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 둘을 처리하다니.”

흐뭇한 미소를 걸쳤다.

“여하튼. 마담 다이애나가 죽은 건 확실한데. 갑자기 아메리칸 드림의 길드 하우스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뭔가 냄새가 나잖아.”

“……거울상 제니퍼. 그녀가 관여했다는 것이냐?”

“역시 싸가지는 없어도 머리 하난 똑똑하다니까.”

긍정을 표한 그녀는 기지개를 쭉 폈고.

김무열은 어느새 턱을 괴곤 읊조렸다.

“확실히…… 그쪽을 파 보면, 데스페라도에 대한 정보를 털 가능성이 높겠군.”

“그래. 거울상이나 차원 악동이나, 둘 다 핵심 멤버 중에서도 특별한 애들이잖아? 거기다…….”

말끝을 흐리는 이영희.

이내.

“요즘 유정이가 과하게 데스페라도에 집착하는 느낌이라, 최대한 빨리 내 선에서 처리하고 싶거든.”

그녀는 조금 진중해진 목소리로 말했고.

“흥. 네 핏줄 아닌가? 보나 마나 너처럼 복수니 뭐니 하며 설쳐 대는 거겠지.”

김무열은 평소와 같은 시니컬한 코웃음을 치며.

“그냥 모른 척 맡기지 그러나? 이젠 너보다 네 딸이 더 강할 텐데.”

쥐고 있던 담배꽁초를 수북한 재떨이로 던졌다.

“개소리 말고. 너도 이제 관심이 좀 생긴 것 같으니. 이번엔 제대로 도와라?”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라. 난 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새끼. 까칠하긴.”

어디서 꺼낸 것인지.

어느새 담배 하나를 빼 무는 이영희.

칙.

“그나저나……. 시문이 참 대단하지 않니?”

라이터로 불을 붙인 그녀는.

“마법계인데 성장이 그리 빠르다니. 너도 잘 알잖아? 마법계는 성장이 힘든 거.”

“원래 힘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좀 웃기네. 여하튼 신기해. 초기 각성 능력은 부모를 따라간다던데…….”

팔짱을 낀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듯.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 천장을 바라보며.

“으음~ 은혜가 각성했다면 마법계였으려나?”

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하! 넌 그 나이를 먹고도, 아직 각성 유전론 따위를 믿나?”

“그만큼 세월을 겪었으니까 믿지. 당장 무진 오빠나 시혁이만 보면, 김씨 가문은 순수 전투계인데. 넌 다르잖아?”

“몰라서 묻는 거냐? 나는 애당초…….”

그녀의 흰소리에 대꾸하려던 김무열은.

“…….”

갑자기 움직임을 뚝 멈췄다.

* * *

무주 공간인 대기실.

그곳의 시문은 의외의 눈으로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용병 아레나라……. 이거 오랜만이네.’

성좌의 요청.

혹은 갤럭시 아레나의 자체적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아레나.

전생의 지구를 비롯한 여러 차원에서 이를 용병 아레나라고 불렀다.

‘근데 지구는 아직 정규 아레나 차원이 아닌데. 내가 용병 대상으로 선정이 되나?’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이내.

‘뭐, 조건이 되니까 요청이 날아왔겠지.’

갤럭시 아레나가 어떤 곳인데?

어깨를 으쓱한 시문은.

‘어쨌건 보상은 어지간해선 좋을 테니.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고.’

별 고민 없이 ‘예’의 선택지를 선택했다.

그러자 눈앞으로.

파아아앗!

절경.

딱 그 말에 걸맞은 거대한 산악이 펼쳐진다.

일대를 슥 둘러본 시문의 눈이 슬쩍 커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 전부 산으로 이루어져 있잖아?’

아무리 먼 곳을 봐도 오로지 산만 존재할 뿐.

바다와 같은 다른 지형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를 증명하듯.

[요청 승낙으로 ‘차원 화과산’으로 소환되었습니다.]

산밖에 없는 세상답게.

차원 이름이 화과산임을 알려 오는 메시지.

이어.

[성좌 천마가 ‘호오? 이곳은…….’ 이채 어린 눈으로 화과산을 훑습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뭐야. 여긴 아직도 멸망을 안 했네?’ 의아한 표정으로 화과산을 살핍니다.]

성좌들의 반응이 잇달아 날아들었고.

시문의 얼굴은 대번에 굳었다.

‘아직도 멸망을 안 했다고? 설마 여기 차원 멸망전인 건…….’

그런 시문이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이번 아레나의 종목은 ‘차원 멸망전’이고, 참가 인원은 100명입니다.]

[성좌 ?의 요청 승낙으로, 플레이어 김시문의 진형은 ‘방어’로 배정됩니다.]

[인원이 모두 보이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눈앞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공지들.

그에.

-오자마자 뭐야?

-차원 멸망전? 저건 또 뭐임?

-그러게. 처음 보는 종목인데.

-현 다이아 중위권입니다만. 저도 처음 보는 종목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임.

방송에 입장한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의문을 표시했으나.

=미친! 차원 멸망전이라고?

=이자의 차원은 비정규 아레나잖나?

=어떻게 차원 멸망전에 참여한 거지?

다른 시청자들인 타 차원의 채팅창은 달랐다.

그들은 처음 용병 요청을 받은 시문과 마찬가지로.

=뭘 그리들 놀라나? 이 차원의 성좌가 용병 요청했겠지.

=위에 놈은 어디 하위 종족이냐?

=비정규 아레나의 플레이어가 어떻게 용병 요청을 받을 수 있지?

=동의한다. 거기다 차원 멸망전의 용병이 아무나 선정되는 줄 아나?

어떻게 비정규 아레나 소속인 시문이 용병 요청을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토로했고.

[과도한 특별 채팅으로 타 차원의 채팅창이 잠시 가려집니다.]

갤럭시 아레나는 순식간에 검열 작업에 들어갔다.

-아! 또 타 차원 챗창 막혔네.

-나 뭔가 용병 어쩌고 하는 단어 본 거 같은데.

-ㅇㅇ. 보니까 이 형, 다른 차원의 용병으로 불려간 모양인데?

-용병? 근데 공지에선 아레나라고 했잖아.

-ㅅㅂ! 답답해 죽겠네. 저쪽 채팅창 좀 다시 열어라!

곧바로 불만을 호소하는 지구의 채팅창.

그러나 갤럭시 아레나가 이를 풀어 줄 리가 만무했기에.

-근데 차원 멸망전이라는 거, 뭔가 좀 섬뜩하지 않음?

-ㄹㅇ. 뭔가 있는 거 같음.

-검열하는 거 보니까. 우리는 해당 안 되는 듯?

-아니면 그럴 수준에도 못 끼거나 ㅋㅋ.

그저 저마다의 추측으로 도배될 뿐이었다.

이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차원 화과산의 멸망을 최대한 막아내십시오.]

아레나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화라라라라락!

절경이었던 산악이 순식간에 화염으로 가득 찼다.

“뭐야 이거?”

시문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화염 때문이 아니었다.

‘방어 측 인원이……. 나 하나뿐이야?’

앞선 공지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던 100명이라는 참가 인원.

한데 아레나가 시작되었음에도.

주변엔 누구도 소환이 되지 않은 것이다.

시문만 놀란 게 아니었는지.

=참가자가 100명인데……. 방어 측에 아무도 없다고?

=명색이 차원 멸망전인데. 방어 측에 아무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화과산이라는 차원을 처음 듣기는 하지만……. 아무튼 방어가 더 많아야 하지 않나?

=당연한 말이다. 인원수가 적을수록, 그만큼 보상이 커지니까.

방송을 보던 타 차원의 시청자들 역시 의문을 표했다.

그때.

-어이! 많이 놀랐나 봐?

듣기만 해도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하핫! 요 녀석. 도리도리하는 게 꼭 겁먹은 원숭이 같잖아?

이번엔 웃음까지 실려 오는 목소리.

그에 시문은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 것을 멈췄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건 주변에 숨어서 내는 목소리가 아니야.’

고수준의 전투계가 쓸 수 있는 전음과 육합전성.

또는 텔레파시류의 마법도 아니었다.

마치 주입되듯.

머릿속으로 즉각적으로 울리는 목소리.

‘날 용병으로 요청한 성좌인가 보군.’

그런 시문의 예상을 증명하듯.

-정답! 거참, 재미없는 놈일세. 벌써 눈치를 채다니.

생각을 읽은 것처럼.

아쉬움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또다시 머릿속을 울렸다.

-여하튼. 참가자만 100명인데. 너만 혼자 방어 측으로 떡하니 불려와서 불만인 거지?

정체불명의 성좌는 다 안다는 듯한 말투로 물어왔다.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시문은 고개를 저었으나.

-어우! 그놈의 존댓말은 안 하면 안 되냐? 난 네 차원의 성좌도 아니라고.

의외인 부분에서 몸서리를 치는 성좌에.

“딱히 그런 건 아냐.”

곧바로 말투를 바꾸어 주었고.

-이제야 좀 듣기 편하네. 반응 한번 즉각적이구만?

성좌는 그것이 만족스러운지.

몹시도 시원한 목소리로 답해 왔다.

-어쨌거나. 혼자 불려온 게 불만이 아니다? 이거 패기로운 놈일세?

“갤럭시 아레나가 날 용병으로 택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간의 일이 어떻든 간에.

일단 공정성을 중시하는 것이 갤럭시 아레나가 아니던가?

방어 측 용병을 1명만 요청한 성좌도 성좌지만.

애당초 턱도 없는 내용이었다면.

갤럭시 아레나가 애당초 용병 요청을 허가할 리 없을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푸하핫! 이것 봐라? 어지간한 놈들보다 잘 알잖아? 하긴, 그러니까 신왕들의 관심을 받는 거겠지.

큰 웃음을 터뜨리는 목소리.

시문은 한쪽 눈썹을 슬쩍 들었다.

“날 아나 봐?”

-뭐, 소문은 무성하지. 아직 그쪽 차원이 정규 아레나가 아니라서, 자세하게까진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몸이 좀 잘나서 말이지.

다소 오만함이 섞여 있는 목소리.

이내.

-어쨌건 네 말이 맞아. 내가 널 용병으로 요청하고, 저 망할 아레나 놈들이 허락한 이유가 있어.

긍정을 표한 그는 말을 이었고.

-너,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다룬다며?

시문은 대번에 이 성좌가 원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의 화재를 꺼 주길 바라는 거구나?”

-역시 눈치가 빠르네. 맞아. 내 차원의 멸망전은 늘 화재거든.

그 말을 증명하듯.

화라락!

뜨거운 화염과 함께 후끈한 열기가 들이닥친다.

따악.

손가락을 튕겨 인체 연성을 한 시문은 빠르게 뒤편으로 물러나며 답했다.

“일단 간단하게 답해 주자면, 그걸론 화재 진압이 불가능해.”

전혀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었을까?

-뭐?! 왜! 어째서?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바다를 뒤덮을 정도로 강력하잖아!

활기차기만 하던 목소리는 처음으로 당혹감을 내보인다.

그리고.

‘아니. 자기 입으로 그 이유를 말해놓고도 모른다고?’

당혹스러운 건 시문 또한 마찬가지.

하나 금세 정신을 차린 시문은 차분히 답했다.

“보아하니 여긴 오직 산으로만 이루어진 차원 같은데. 맞지?”

-그, 그렇긴 하지?

“그럼 바다가 없다는 말인데. 그걸 어떻게 써?”

방송이 켜져 있었기에.

트리아이나의 직접적인 언급은 최대한 피하며 답하는 시문.

그에.

-어…… 그러네?

성좌이면서 정말로 몰랐던 것일까?

-아이 씨! 모처럼 머리 좀 썼나 했더니! 이러면 1명만 요청한 이유가 없는데!

성좌는 씩씩대며 성을 토했고.

‘참, 성좌도 여러 종류가 있다지만……. 이번엔 좀 웃기는 성좌군.’

어이없는 반응에 실소를 머금던 것도 잠시.

“난 ‘그걸론 불가능’하다고 했지. 아예 불가능하다고 한 적은 없어.”

성좌의 실망감을 조금은 덜어 주었다.

하나 그 실망감이 상당한 것일까?

-그럼 뭐, 마법이라도 쓰게? 미리 말해 주지만, 저건 보통 불길이 아니야. 권능이 담긴 불이라고.

불신이 담긴 퉁명스러운 답만 돌아왔고.

시문은 대답 대신.

따악.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 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3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눈앞으로 익숙하게 떠오르는 메시지.

‘300점이라……. 가성비는 좋겠네.’

‘예’를 택하자.

우웅.

업적 포인트로 환산된 연성력이 시문의 손끝으로 모여들었고.

그것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펄럭.

식물로 이루어진 단창 길이의 부채가 나타나 시문의 손에 쥐어졌다.

-아, 아니 그건?! 너! 형수님과 연이…….

깜짝 놀라는 성좌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것을 무시한 시문은 부채를 힘껏 휘두르자.

휘이이이이!

어마어마한 강풍이 전방의 불길을 모조리 살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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