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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53화 (253/349)

제253화

253화. 전말 (1)

20세기에 지어진 한옥을 개조한 것인지.

넓은 내부의 구조는 밖에서 보던 것보다도 더욱 복잡했지만.

저벅.

김무열은 정처 없이.

그러나 망설임도 없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홀린 듯.

‘어디지. 어디냐?’

넓은 한옥 내부를 제집처럼 익숙하게 휘젓고 다녔고.

놀랍게도.

“정말 그랬어요?”

“그렇다니까? 난 가주님이 전대 가주님께 그렇게 언성을 높이시는 거 처음 봤어.”

“어머머! 믿기지가 않아요!”

“나도 안 믿긴다니까.”

김무열을 마주한 관리인 중 누구도 그를 제지하거나, 붙잡지 않았다.

그래.

마치 보이지도 않는 투명 인간처럼 말이다.

실제로.

“내가 이 집안에서 일한 지 벌써 40년이 다 되었지만, 가주님은 한결같은 장자셨거든.”

“그러실 거 같아요. 저희한테도 얼마나 상냥하신 분인데.”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김무열의 정면으로 걸어오던 두 중년 여성은.

스륵.

귀신처럼 김무열을 통과했다.

“아마…… 여자 문제가 아닐까요? 왜 있잖아요. 둘째 도련님의…….”

“그 여자 말이지? 참 대단한 불여시이긴 해. 사생아로 모자라서, 이젠 적자까지 홀린다는 게.”

“그러니까요. 두 분 다 얼굴만으로 홀릴 수 있는 남자들도 아니잖아요?”

“그럼! 예전에 유명 여배우가 두 분 모두에게 들이댔다가, 대차게 까인 일은 유명하잖아.”

“알다마다요. 상류층에서 소문이 파다했잖아요! 창부도 그렇게 흔들고 다니진 않을 텐데.”

하나 김무열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뒤로한 채.

멈추지 않고 걸음을 옮길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번 걸음은 이전처럼 정처 없는 느낌이 아닌, 어딘가 확신을 지닌 걸음걸이였다.

그럴 수밖에.

방금 지나갔던 입 싼 관리인들.

특히나 스스로 40년이나 있었다는 여자는 김무열 역시 잘 알고 있는 관리인이었다.

고로.

‘최은혜…… 이때부터 형님과 붙어먹은 것이냐!’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래야 했던 그 여성의 행적은 빤했다.

‘이리 대놓고 본가에 들러서, 형님과 놀아났다는 말이지?’

이곳 김씨 가문의 본가를 불사른 그 날 이후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불길이 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김무열의 걸음걸이는 점차 거칠어졌고.

그렇게 복잡한 복도와 몇 개의 문을 지나고 나서야.

저벅.

그의 걸음걸이는 다시 제 속도를 되찾았다.

아니.

오히려 더 느려졌다.

“오셨습니까. 제수씨.”

“오랜만이에요.”

전방에 보이는 두 남녀를 본 뒤부터 말이다.

자신과 달리.

“안으로 드시죠.”

선하고 다소 부드러운 외모.

한평생 자신의 위에 군림했던 반쪽짜리 형제가, 단 하나뿐이었던 자신의 여자를 데려간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두근!

심장이 요동치며, 숨이 가빠온다.

지금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려왔다.

분명 저 방문을 여는 순간.

간신히 묻어두었던 지난 모든 것들이 깨어나, 자신을 죽도록 괴롭히겠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으나.

저벅.

이율배반적이게도.

그의 걸음은 닫혀버린 문을 향해 움직였다.

한 걸음씩 나아갈수록 숨통이 절로 조여온다.

천 리 같았던 문과의 거리는 어느새 코앞까지 좁혀졌고.

이젠 손만 뻗으면 저 안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조리 알 수 있을 터.

동시에.

‘지금이라면…….’

지금 발걸음을 돌린다면.

이 모든 것을 다시 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어림짐작하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의 차이쯤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스윽.

인간의 어리석은 호기심 때문일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한심한 마음 때문일까?

이를 악물며 한사코 뜯어말리는 이성과 달리.

김무열의 손은 문고리를 향했다.

이내.

스륵.

그의 손이 힘없이 문을 통과한다.

‘하아…….’

절로 흘러나오는 한숨.

‘그래. 이 모든 건 어차피 환상인데…….’

뭣하러 이런 멍청한 짓거릴 하고 있단 말인가?

정 수가 틀린다면.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을 박살 내 버리면 그뿐이었다.

오래전 그날처럼 말이다.

마음이 정리된 것일까?

잠시 멈칫하던 김무열은 두 주먹을 꽉 쥐더니.

저벅.

곧바로 문 너머로 걸어 나갔다.

놀랍게도.

“……랬어요.”

그가 상상했던 일을 알리는 그 어떤 소리나 요소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입니다.”

“그런…….”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말소리만 드문드문 들려왔을 뿐.

‘하!’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생각이 천박했다는 회의감 때문일까?

아니면 전신으로 스며드는 이 한심한 안도감 때문일까?

손으로 제 이마를 부여잡은 김무열은.

‘정말 병신같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내.

저벅.

아까보다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방안으로 향하는 김무열.

몇 걸음을 옮길 필요도 없었다.

“오면서 이야기 들었어요. 전대 가주님과 언성을 높이셨다고.”

“그건…….”

침실이 아닌 거실.

서로를 마주 보고 앉은 김무진과 최은혜가 보였으니까.

김무열은 거실 한쪽에 조용히 자리했다.

* * *

“저 때문이라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안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제수씨.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앉아있던 김무진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나 최은혜는 어떤 답도 하지 않았고.

“설마…… 아버지를 따로 만나신 겁니까?”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김무진의 얼굴은 삽시간 굳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최은혜는 무릎에 올린 두 주먹을 꾹 쥐더니.

“……1년 전, 절 직접 찾아오셨어요.”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안 그래도 태생부터 흠이 있는 놈인데. 저같이 근본도 없는 계집은 허락할 수 없다고…….”

쾅!

선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테이블을 거세게 내려치는 김무진.

“하!”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다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제발 무진 씨. 그러지 마세요!”

최은혜는 그런 김무진을 다급히 붙잡았다.

“저도 제 주제는 알아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예요. 그이가 태생으로 흠을 잡히는 건, 이 집안 안에서일 뿐이잖아요.”

애써 미소를 짓는 최은혜.

“그이에게 여러 집안에서 혼사가 들어오고 있다는 건, 저도 잘 알아요.”

“제수씨…….”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이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게…… 제 욕심이라는 것도요.”

“그렇지 않습니다.”

김무진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금껏 무열이를 봐왔지만, 그 녀석이 이렇게나 감정을 드러내던 건 처음 봅니다. 분명 무열이도, 제수씨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김무진의 강한 부정에도.

“…….”

최은혜는 침묵하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이내.

“지금은 그것보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걸 도와주셨으면 해요.”

최은혜는 주제를 돌렸고.

“그건…….”

난감한 일인 걸까?

김무진을 잠시 머뭇거리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미 늦었습니다.”

“그 말씀은…….”

“예. 아버지께서 이미 눈치를 채셨어요.”

“그, 그런!”

충격이 큰 것일까?

그녀는 떨리는 두 손으로 제 입을 막았고.

“가문과 권력에 관해선 워낙 철저하신 분이니까요.”

김무진은 골이 아픈 듯.

미간을 꾹꾹 눌렀고.

“그냥 내게 말했으면 어떻게든 도와줬을 텐데. 그렇게 철저하던 녀석이 왜 이리 급하게 진행해선…….”

“어,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 건데요?”

최은혜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가문의 사업부터 전반적인 자금줄에 손을 쓴 것과 성삼 일가와 접촉한 것까지. 모두 알고 계십니다.”

“그럼 그이는…….”

“제가 어떻게든 막아 보겠지만. 아버지의 성격상, 녀석이 다시는 반기를 못 들게끔 짓눌러 버리실 겁니다. 자칫하다간…….”

녀석의 목숨까지도요.

그 뒷말은 집어삼킨 김무진이었으나.

이미 듣기라도 한 듯.

“아.”

몸을 휘청거리는 최은혜.

“제수씨!”

김무진은 그녀를 황급히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미, 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아닙니다. 우선 앉아서 숨 좀 돌리시죠.”

그녀는 한 손으로 놀란 가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론 자신의 배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진정이 된 것일까?

“제가 최대한 손을 써볼 거고, 무열이도 뛰어난 플레이어이니. 아마 큰 위험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문에 관련된 모든 것을 잃어 버리겠죠.”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집안의 분란은 절대 용서치 않는 분이시니.”

씁쓸한 얼굴로 말을 내뱉는 김무진.

그에.

“그래선 안 돼요. 그이가 이 가문에 얼마나……!”

차마 말을 끝맺지 못하는 최은혜.

김무진 역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시선을 돌렸다.

둘 다 아는 것이다.

이 김씨 가문에 대한 김무열의 집착과 열망을 말이다.

그랬기에.

“……무진 씨. 염치없는 건 알지만, 제 부탁 좀 들어주시겠어요?”

최은혜는 선택을 했다.

“이 일은…… 제가 전부 안고 갈게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그이가 가문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도, 성삼 일가와 뒤로 손을 잡은 것도. 제가 전부 안고 갈게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예요.”

깜짝 놀라는 김무진을 굳센 눈으로 바라보는 최은혜.

“그이가 그런 일을 저지른 건 다 저 때문이에요. 원래는 김씨 가문이라면 치를 떨던 이였는데…….”

“제수씨. 우선 진정하세요. 그렇게 극단적일 필요는!”

“아뇨. 이게 맞아요.”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일까.

그녀는 아까와 다르게, 지나칠 정도로 차분해졌다.

“전 집안이 망하고도, 부유한 삶을 놓지 못해서…… 그래서 무열 씨를 유혹한 거예요.”

“제수씨!”

“그러곤 더 욕심이 생겨, 적자인 무진 씨에게까지 손을 뻗었고. 뛰어난 이복동생의 약점을 당신에게 바친 거예요.”

“……그럼 아버지께서 녀석을 처벌하지 않으실 거다?”

“적어도 제가 본 전대 가주님이라면…… 그러실 거예요.”

말이 없어지는 김무진.

이내.

“하. 어째 저보다 제 아버지를 잘 아시네요.”

헛웃음을 흘린 그는.

“극단적인 만큼. 그렇게 한다면 무열이를 비웃으시겠지만, 분명 용서는 하실 겁니다.”

곧 진중한 얼굴로 최은혜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 화살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결국 집안에 분란을 일으킨 제수씨에게…….”

“알아요. 그걸 원해서 하는 말이기도 해요.”

최은혜는 가라앉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그이가 가문에 반기를 든 건 전부 저 때문이니까요.”

그리곤 아주 조심스레.

“그러니 이것만이…… 모두가 살길이에요.”

자신의 몸을.

정확히는 배를 안으며 몸을 웅크렸고.

김무진은 착잡한 얼굴로 그런 최은혜를 바라보다 물었다.

“후. 이 일은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고. 제게 하고 싶다는 부탁은 뭡니까?”

“그건…….”

웅크렸던 최은혜가 힘겹게 고개를 든다.

그녀는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더니.

“무열 씨는 모르지만, 전 지금…….”

말이 막 시작되는 찰나.

지이이익!

강렬한 노이즈와 함께 두 사람의 형태가 일그러졌다.

그리고 흐려지는 최은혜의 형상에 오버랩되듯.

“……부! 숙부!”

시문이 일렁이는 공간을 가르고 나타났다.

* * *

[속보! 아메리칸 드림 한국 지부, 테러당하다?]

[범인은 데스페라도의 폭탄마?!]

[세계 최악의 범죄조직이 갑자기 세계 최고의 길드를 공격한 이유는?]

[불안에 술렁이는 대중들, 하지만 협회는 아직도 침묵]

[발칵 뒤집힌 아메리칸 드림! 한국 협회에 수사권을 강력 요구!]

[오랜 친우인 윈터 퀸의 부상? 슈퍼 히어로 데릭, 노성을 지르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뉴스 1면을 장식한 데스페라도의 테러 사건.

심지어 해외 각국의 뉴스에서도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무려 세계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아메리칸 드림의 지부가 공격받은 사건 아니던가?

#핸드폰 화면을 슥 내리던 시문은.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조폭을 연상시키는 험상궂은 외모의 사내.

“시문 님. 방금 유정이가 덴슨 씨의 치료를 끝났습니다.”

밤사냥꾼 박진욱이었다.

“다행이네요. 아메리칸 드림 쪽은요?”

“시문님의 예상대로. 이번 일의 수사권과 윈터 퀸을 내놓으라며 난리라더군요.”

“숙부가 그러던가요?”

“아니요. 최 비서님께 들었습니다.”

“……그래요?”

시문의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간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숙부.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지.’

넋이 나간 사람이랄까?

물론 공허에 휘말리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현상이라지만.

그게 철목왕 김무열이라면 조금 느낌이 달랐다.

“숙부의 상태는요?”

“최 비서님 말론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아마 공허에 장시간 노출된 후유증 같다더군요.”

“역시 공허 때문이군요.”

박진욱의 대답에 미간을 슬쩍 찌푸리는 시문.

‘쯧. 그러게 뒤처리만 해달라니까.’

뭣하러 공허로 이루어진 포탈까지 들어와,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하필 거기가 또 공간이 뒤틀린 곳이니…… 보나 마나 차원악동 하루토가 만든 포탈이겠지.’

한숨을 푹 내쉰 시문은 몸을 일으켰다.

“알겠어요. 처리할 일이 많으셨을 텐데. 진욱 씨도 좀 쉬세요.”

“아닙니다. 사실상 최 비서님이 다 해결하셨는걸요.”

그렇게 답한 박진욱이 호위하듯.

시문의 뒤로 착 붙는다.

그것이 이번 데스페라도의 기습 때문임을 잘 아는 시문은.

‘거참. 아무리 데스페라도라도 지금 당장 덤벼들 수는 없을 텐데…… 뭐, 그래도 좋긴 하네.’

픽 웃음을 흘리곤 별말 없이 방을 나섰다.

거실에 도착하자.

“형!”

“야!”

김시혁과 고말숙이 놀란 얼굴로 다가온다.

시문은 두 사람이 뭐라 말을 꺼내기 전에.

“난 괜찮아. 보이지? 아주 멀쩡해. 이건 유정이가 오자마자 진찰하고 확진을 내린 거야.”

먼저 걱정의 멘트들을 차단해 버렸다.

또한 시문이 시선이 어딜 향하는지 훤히 보였기에.

“그, 그랬지.”

“쯧.”

김시혁과 고말숙은 별말 없이 길을 텄고.

시문은 곧바로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시문 님.”

“아아. 일어나지 마세요.”

올리비아를 제지하곤 맞은편으로 자리했다.

그녀의 곁에서 빛나던 백색의 빛이 사그라든다.

“더 치료할 건 없고, 각성자용 수갑으로 인한 마력 불능은 대략 1시간 안에 풀릴 거예요.”

“감사합니다. 유정 님.”

“별말씀을요. 그런데…….”

신성 마법을 거둔 이유정은 몸을 일으키려다.

“저번에 제게 하신 말, 아직도 유효하신가요?”

덤덤한 눈으로 물었고.

그런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던 올리비아는.

“네. 변함없습니다.”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하는 이유정.

이내.

“그래요? 알았어요.”

본래의 청아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러났고.

올리비아의 시선은 자연스레 맞은편에 앉은 시문을 향했다.

“지금쯤이면 아마 길마…… 아니, 데릭이 절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고 있겠군요.”

“정확합니다.”

시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 그 망할 놈이 이렇게까지 썩었을 줄은…….”

입술을 질끈 깨무는 올리비아.

“시문 님. 실례지만 레이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었어요. 과다출혈로.”

“표정이 밝으신 걸 보니, 마담 다이애나 추살 역시 성공하셨을 테고요.”

“네.”

이번 사건의 범죄자들을 모두 처리했건만.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올리비아의 얼굴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데스페라도의 테러.

그것에 대해선 큰 문제가 없었으나.

“그럼 이번 일의 배후와 데릭과 데스페라도의 연관을 증명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모두 사라진 거군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와 아메리칸 드림의 길드 마스터.

데릭이 데스페라도와 연루되어 있음을 알리는 증거는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물론 올리비아를 비롯한 시문, 김무열 등의 증언이 있긴 했지만.

“당사자인 레이나와 같은 이들의 증언이 아니라면, 논란조차 될 수 없을 텐데…….”

그게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들의 것과 같은 무게일 수는 없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길마직도 그렇지만.

아웃 브레이크나 각성 범죄 등.

수많은 아레나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슈퍼 히어로라 불리는 데릭 아닌가?

더불어 그 위치에 걸맞은 권력과 인맥도 있을 테니.

올리비아를 비롯한 증언들은 덮어 버리면 그뿐이었다.

시문 역시 권력과 인맥의 힘을 잘 알았기에.

“아마도 그렇겠죠. 민중을 비롯한 여러 세력이 그의 편일 테니까요.”

올리비아의 말에 동의해주었다.

이내.

“하지만 올리비아? 죽은 사람이 말이 없는 거지. 죽기 전 사람이 말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묘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시문의 부정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올리비아는 영문을 모를 목소리로 물었고.

시문은 대답 대신.

[나, 나는 데스페라도의 창립 멤버인…….]

핸드폰 속 영상을 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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