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50화 (250/349)

제250화

250화. 변화하는 겨울 (2)

고막이 얼얼하게 떨려온다.

일반인이었다면 음향외상이 생길 정도로 강렬한 폭발.

그러나 놀랍게도.

아메리칸 드림의 한국 지부인 이곳은 다 터져나간 유리창 정도를 제외하면.

이만한 폭발이 일어났다곤 보기 힘들었다.

“나이스 타이밍의 결계였어. 레이나.”

갈색 머리의 여성이 숨을 헐떡이는 레이나를 바라본다.

그에.

“나이스는 개뿔! 유리창 터진 거 안 보여?”

레이나는 눈에 쌍심지를 켜며 아랍계의 중년인.

“결계 외부에서도 폭발은 이미 일어났다고! 모가담 이 미친놈아!”

폭탄마 모가담을 노려봤다.

하나.

“그래 봐야 유리창 정도잖나? 호들갑 떨지 마라.”

모가담은 그런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정면에 있는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자.

시문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에.

“호들갑?! 우리 작전 잊었어? 애당초 너흰 한국 입국까지만 하기로 한 거잖아!”

레이나가 빼액 소리를 내질렀다.

“이따위 짓을 해 버리면 난 어쩌라는 거야! 내 신분 노출은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해?!”

“자자, 진정해 레이나. 좋게 생각하자. 그 귀찮은 스파이 짓을 안 해도 되잖아.”

“마담! 당신도 저 새끼 편드는 거야?”

“그럴 리가.”

어느새 아메리칸 드림의 집행부 복장을 벗어 던지고.

잘록한 허리선에 좁은 치마폭, 20세기에나 입었을 법한 드레스를 입은 마담은.

“내가 미쳤다고 저 또라이 편을 들겠니?”

짧게 한숨을 쉬며, 달래는 어조로 말했다.

“그저 내 오랜 경험상, 이런 일은 좋게 넘기는 게 편하다는 걸 아는 것뿐이야.”

“……쯧.”

마지못해 혀를 차는 레이나.

어쩔 수 없었다.

‘마담은 창립 멤버이니, 저런 미친놈은 누구보다 잘 알겠지.’

데스페라도의 창립 멤버.

세계적인 빌런 조직답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반대로 창립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하나같이 실력자이자, 온갖 미친놈들을 다 겪어본 베타랑들이다.

당연히 같은 조직의 멤버에 대해서도 빠삭할 터.

더불어.

“그럼 난 이제 어쩌라는 거야? 신분이 전부 들통났는데.”

“어쩌긴.”

저 막무가내인 폭탄마 모가담에 뒤지지 않는 미치광이기도 했다.

“사실을 아는 놈들을 다 죽여 버리면 되지.”

서걱.

순식간에 목이 달아나는 20여 명의 집행부원들.

하나하나가 최소 플래티넘부터 다이아급임을 따져보면.

지금 마담이 펼친 일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녀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는 단둘.

레이나와 올리비아뿐이었다.

“레이나. 보아하니 너, 저년을 꽤 싫어하던 눈치던데…….”

마담은 방금 사람 20명을 참수해 버린 이라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태연하게.

“적당히 가지고 놀면서 화 좀 풀고 있어~.”

20명을 참수해 버린 쇠붙이들을 회수했다.

“데스페라도의 스파이라니…… 레이나! 당신은 정말!”

그를 본 올리비아가 경악스러운 얼굴로 말을 내뱉었으나.

“입 닥쳐!”

짜악.

곧장 뺨을 후려치는 레이나.

각성자용 수갑 때문일까?

쿵.

올리비아는 힘없이 날아가 옆쪽 벽면에 처박혔고.

마담은 그런 두 여성을 보며.

“아, 참! 레이나? 즐기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결계 유지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싱긋 웃고는 몸을 돌렸다.

이내.

스윽.

또다시 휘둘러지는 마담의 손.

그를 따라 회수되었던 쇠붙이들이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조각조각이 모여 기다란 검신의 형태를 이룬 쇠붙이들은 놀랍게도.

슈아악!

그녀의 공격은 전방이 아닌, 곁에 있는 같은 조직의 멤버를 향했다.

까앙.

쇠붙이를 보지도 않고 막아 낸 모가담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폭파시킬 듯.

“할망구. 미쳤나?”

짧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전혀 위협되지 않는 것일까?

“미친 건 너지. 이 새끼야.”

레이나에게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걸쭉한 욕설을 내뱉은 마담은 신경질적인 눈으로 모가담을 흘겼고.

“보스가 절대 들키지 말라고 했던 거 잊었어?”

“난 다른 자의 명령 따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코웃음을 친 모가담은 정면을 네 남자를 슥 훑었다.

“목격자를 다 죽여 버리면 그뿐 아닌가.”

“지X을 해요. 네 특성이 좀 요란하니? 당장 A급의 탐색 능력자만 와도…….”

“조잘조잘 시끄럽군. 계집이면 계집답게 굴어라.”

“이 망할 새끼가 진짜!”

마담의 눈이 기어코 날카로워진다.

동시에.

화아아아!

진득한 살기까지 흘러나왔으나 거기까지.

“하아…… 그놈의 제물이 뭐라고. 제안에 홀랑 낚인 내가 미친 년이지.”

제 이마를 턱 하니 짚은 마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일단 넌 잠시 닥치고 있어 봐.”

“방금 말했을 텐데? 난…….”

눈살을 찌푸리던 모가담이 얼른 손을 들어 올렸다.

이어.

퍼엉!

묵직한 폭발과 함께 뒤로 슥 밀려나는 모가담.

폭발한 위치 주변으론.

키잉.

날카로운 이명을 흘리는 쇠붙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마 조금만 폭발이 늦었더라면.

‘팔이 날아갈 뻔했군.’

오른팔이 그대로 절단되었을 터.

거기까지 파악하고 나자.

“마담. 제정신인가?”

모가담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고.

이는.

“다시 말하지만, 잠시 닥치고 있어. 모가담 빈 압둘라.”

마담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말을 한 번만 더 하게 되면. 그땐 너부터 썰어 버릴 거니까.”

짧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마담.

하나 그것이 진심임을 잘 알고 있는 모가담은 잠시 저 앞에 있는 시문을 힐끔하더니.

“빌어먹을 년.”

욕설을 내뱉곤 팔짱을 꼈다.

원하는 대로 모가담이 닥쳐줘서일까?

“호호! 미안해요. 좀 교양이 없었죠?”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우아하게 웃은 마담은 드레스 자락을 슬쩍 집곤.

“저이가 워낙 혈기가 넘치는 신사분이라, 잠시 실례를 했네요.”

무릎을 슬쩍 굽혔다.

그리곤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를 부채를 쫙 펼치더니.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철목왕. 여전히 훤칠하셔요.”

어느 사교계의 귀부인마냥.

김무열에게 안부를 물어왔고.

“네가 여기 왜 있는 것이냐. 다이애나.”

김무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되물었다.

차가운 대꾸와 갑작스러운 실명 언급에 당황스러울 만도 하건만.

“후후. 여전히 차가우시네요. 한데 그게 참 매력적이란 말이죠? 정말로.”

마담 다이애나는 부채로 입을 가린 채.

은근한 눈빛으로 김무열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뭐, 볼 건 다 보셨으니. 돌아가는 상황은 대충 파악하셨을 테고.”

탁.

부채를 접은 다이애나.

“저희가 보스의 명령으로 아주 은밀하게 움직여야 해서요. 이번 일에 대해…… 작은 수고 좀 부탁드리고 싶어요.”

“수고라…… 이번 일의 함구를 포함해, 모가담이 일으킨 폭발도 전부 덮어달라?”

“호호! 과연 철목왕이시네요. 왜 우리 조직엔 당신 같은 신사분이 없는 건지…… 참 안타깝네요.”

우아하게 웃음을 터뜨린 그녀는 짙게 칠해진 입술을 슬쩍 핥았다.

“물론 아무 대가도 없이 조력을 바라는 건 아니랍니다? 저도 알거든요. 당신과 저희 최근에 좀…… 멀어졌다는 거.”

“왜인지는 너희도 잘 알 텐데.”

“그럼요. 우리의 귀한 후원자분께 언질도 없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테러를 감행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모가담을 힐끔하는 다이애나.

그에 모가담의 눈매가 꿈틀했으나 그뿐.

그녀가 저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흥.”

모가담은 못마땅한 눈으로 코웃음을 칠 따름이었다.

다이애나는 가련한 얼굴로 말했다.

“그 일은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그건 저 미친놈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일이랍니다?”

“독단이라…… 하긴, 당시 신림의 테러범은 저놈의 제자인 제이스 클라크 하나였지.”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다 알아서인지.

아니면 모가담의 역린을 굳이 언급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호호! 여전히 예리하시다니까.”

교소를 터뜨린 다이애나는 차갑게 굳어버린 모가담을 힐끔하곤 말했다.

“맞아요. 그 일은 모가담이 대륙성의 의뢰를 받고, 독단으로 벌인 일이라…… 저희도 많이 난처했답니다?”

“하지만 그 또한 너희의 무능함을 증명할 뿐이다.”

차가운 얼굴로 비난하는 김무열.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죠. 어쨌거나 이젠 개인적인 의뢰를 떠나서…….”

그럼에도 마담 다이애나는 여전히 싱긋 웃은 채.

“저 김시문이라는 플레이어가 저희에게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해서, 이번 일을 협조해 주신다면…….”

“한다면?”

“핵심 멤버의 의뢰권을 하나 드릴게요.”

“고작 그게 다냐?”

“물론 어떤 의뢰든 간에 수행해드리는 의뢰권이랍니다?”

세계 최고의 빌런 조직답게.

의뢰도 아무거나 받지 않는 데스페라도.

한데 그런 데스페라도가 의뢰 내용을 고려하지도 않고 수행하겠다니?

이는 말 그대로.

“내가 당장 데릭이나 종리추의 암살을 의뢰해도, 너희는 수행하겠다는 뜻이겠지?”

그 어떤 내용이든 간에, 반드시 수행해 주겠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수행원은 모두 핵심 멤버들로?”

하나하나가 준 랭커거나 그 이상의 수준을 지닌 핵심 멤버들로 말이다.

진실로 놀랐는지.

“오호홋! 농담도 화끈하셔라! 역시. 겉은 차가워도 속은 뜨거우시다니까?”

유달리 높은 웃음을 터뜨리는 다이애나.

이내.

“물론 그런 의뢰를 하셔도 들어드려야죠. 저희 같은 것들이, 신뢰까지 없으면 안 되잖아요?”

다이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할망구!”

뒤에서 모가담의 노성이 들려왔으나 그뿐.

“넌 다물어. 지금 누구 때문에 이 짓거릴 하게 됐는데?”

마담은 그보다 더 사나운 눈초리로 모가담을 노려봤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이건 한국으로 오기 전, 저희 보스와도 상의된 내용이니. 믿으셔도 된답니다?”

여느 귀부인처럼 우아한 미소로 김무열을 돌아보는 다이애나.

“진즉부터 차선책도 준비해 두었다라…… 그놈답군.”

“호호! 뛰어난 보스 덕에 저희 같은 것들이 이렇게, 세상을 누비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김무열은.

스윽.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시문을 돌아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네놈은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닌 거냐?’

물론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 우크라이나의 일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우크라이나의 아웃 브레이크.

그것에 데스페라도가 관여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공표된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미친놈들이 이렇게까지 네놈을 노리는 거냐?’

데스페라도가 저 말도 안 되는 조건의 의뢰권까지 들이대는 건.

천하의 김무열로서도 감히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동시에.

‘이제 어쩔 셈이냐?’

앞으로의 대처를 묻는 김무열의 시선에.

“거참. 당사자를 앞에 두고 이게 다 뭔 소린지…….”

시문은 고개를 절레 저으며 한 걸음 걸어 나왔다.

정확히는.

“설마 한국의 협회장이 데스페라도와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이거 실망이 큽니다~.”

김무열에게서 거리를 두었다고 해야겠지.

그것도 뜬금없다 못해, 아주 어색한 태도로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이지?’

김무열은 물론.

뒤에 있던 골렘 최창욱의 얼굴 역시 해괴하게 일그러졌다.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가 무려 둘인 상황.

함께 싸우자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거리를 벌리다니?

하나.

시문의 시선의 끝에 뭐가 있는지 확인한 김무열은.

‘그렇군. 인질 때문인가?’

말없이 시문의 행동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에.

“건방진 놈!”

김무열이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판단한 모가담은 곧바로 시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펑.

그의 발바닥에서 터지는 폭발.

이를 이용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모가담은 순식간에 시문의 안면을 붙잡았고.

“내 제자의 복수다. 버러지.”

“모가담 잠깐! 죽이면 안 돼!”

다급한 마담의 목소리와 함께.

“파열.”

콰아아앙!

아까와 같은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쿠르르.

잘게 흔들리는 건물.

이어.

키잉.

자욱한 먼지 사이로 자력을 머금은 쇠붙이들이 떠오른다.

“야이 미친 새끼야! 보스가 분명 생포해 오라…….”

눈이 뒤집힌 마담 다이애나가 그것을 모가담을 향해 내지르려는 순간.

뚝.

그녀의 손이 거짓말처럼 멈춘다.

정확히는.

“어……?”

얼어붙어 버렸다고 해야겠지.

무리도 아니었다.

희미해지는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광경은.

“무, 무슨!”

그녀로선 감히 상상치도 못한 광경이었으니까.

이어.

쉬이이.

아직 폭발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가담의 손가락 사이로.

“으음. 얼굴은 좀 얼얼하네?”

세로로 길게 찢어진 시문의 동공이 깜빡인다.

이내.

“더 큰 기술이었다면 좀 다쳤겠어.”

그렇게 말한 눈이 곡선을 그리는 순간.

터억.

어느덧 백금색의 기다란 손이 모가담의 팔을 역으로 잡아챘고.

“이!”

모가담이 어찌 대처할 틈도 없이.

우드득.

“끄아악!”

그의 팔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