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44화 (244/349)

제244화

244화. 메인 아레나 (1)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

대기실의 허공으로.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장 아이템으로 인해, 메인 아레나 ‘네메아의 골짜기’로 입장합니다.]

[아레나 입장 시, 입장 아이템 ‘네메아의 새끼 사자 가죽’이 소모됩니다.]

[아레나 실패 시, 다시는 NO. 274 지구에 ‘네메아의 사자’와 연관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메시지들이 좌르륵 떠오른다.

‘메인 아레나라…….’

메인 아레나.

일종의 특수 아레나처럼.

정규 아레나 이후부터 등장하는 특별한 아레나.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

시문은 감회가 새로운 눈으로 내용을 확인했고.

그 위로.

-오오! 방송 켰다!

-시하!

-형! 우크라이나 용병 참전했다면서?

-경치 버프 개지린다던데 진짜임?

-이 형 심드라실 소속이잖아. 그럼 경치 버프가 대체 몇 퍼인 거임?

방송에 입장한 시청자들의 채팅이 우르르 쏟아졌다.

지금껏 메인 아레나를 겪은 적이 없었던 지구였기에.

-엥? 메인 아레나? 저건 또 뭐임?

-아 저거 기억남. 공성전 때 얻은 거 아님?

-ㅇㅇ 저번에 유우토랑 둘이서 수성 싹 밀어버린 그때인 듯.

-ㅋㅋㅋㅋ 그때 개 레전드였는데. 생방 본 나 칭찬해!

-유입들 어리둥절행 ㅋㅋ.

허공에 명시된 갤럭시 아레나의 공지를 확인한 채팅창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이는 지구의 채팅창만이 아니었다.

=메인 아레나라고?

=네메아의 골짜기라는 걸 보니 확실하군, 한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전에 김시문이 자신의 차원은 분명 임시 정규 아레나라 하지 않았나?

=나도 그렇게 들었다. 아직 소정규라고 하던데…….

=그럼 네메아의 새끼 사자 가죽을 어떻게 얻은 거지?

=첫 방송부터 봐왔는데. 입장 아이템을 얻는 건 본 적이 없었다.

타 차원이 참여할 수 있는 채팅창 역시.

지구의 특수 아레나를 진행하는 여타 방송들처럼 무척이나 들썩였다.

아니.

오히려 지구의 채팅창보다 더 뜨거웠다.

이들은 이미 정규 아레나에 돌입해, 메인 아레나라는 콘텐츠를 진즉 접해봤을뿐더러.

‘메인 아레나는 차원 당 딱 한 번밖에 못 하니까.’

메인 아레나는 차원당 딱 1번밖에 도전하지 못하는 1회성 아레나이지 않은가?

고로.

=한데, 하필 네메아의 사자라니…… 이거 클리어가 가능한 건가?

=이 자가 이레귤러급이긴 하다만, 난 불가하다고 본다.

=마찬가지다. 정규 아레나 10년 차인 우리 차원도 얼마 전에 실패했었으니까.

=애당초 식민차원이 있는 종족들이 아니라면, 거의 다 실패하는 아레나 아닌가?

=그렇긴 하지. 이봐 김시문, 난 이번 아레나 거를 것을 추천한다.

=동의한다. 네놈은 성장세가 뛰어나니, 다음을 기약하도록.

타 차원의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이번 메인 아레나의 실패를 점치고 있었다.

시문 역시 그러한 채팅 내용을 확인했지만.

기분 나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긴 하니까.’

이미 전생을 통해 메인 아레나의 난이도를 잘 알고 있을뿐더러.

‘특히나 네메아의 사자라면 더더욱 그렇지.’

이번 아레나의 메인 아레나의 보스가 네메아의 사자 아니던가?

이는 타 차원의 이들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아가, 너무 이르지 않니?’ 다소 우려를 표합니다.]

[성좌 천마가 ‘패기는 좋다만, 천천히 가도 나쁠 것은 없네.’ 수염을 쓸어내립니다.]

[성좌 제우스가 ‘믿고야 있으나…… 부디 신중하도록.’ 진중한 시선을 보냅니다.]

줄줄이 떠오르는 성좌들의 반응.

시문을 주시 중인 성좌들 역시 걱정 섞인 반응을 보내왔다.

지금껏 시문의 활약을 봐왔고.

또한 거칠 것 없던 그들의 성격을 돌이켜본다면 상당히 낯선 반응.

시문은 성좌들의 반응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도 아니지, 전생에 말숙이가 클리어하긴 했어도…… 그 내용은 상당한 난이도였으니까.’

당시 내로라하던 하이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고말숙.

천마란 별칭답게.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그녀도 갖은 고생과 시간 투자로 겨우 클리어한 아레나다.

그리고 그 대단했던 전투를 빠짐없이 목격했던 시문이기에.

타 차원과 성좌들의 이러한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략법만 알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전생의 말숙이가 친히 보여 주었던 네메아의 사자 공략법.

그녀답게 다소 터프하고 격한 방식이긴 했으나.

시문은 네메아의 사자의 공략법을 알고 있을뿐더러.

‘내 가설이 맞는다면. 말숙이의 공략법보다 더 확실한 공략법이 될 거야.’

말숙이의 방송을 바탕으로 그녀의 것보다 좀 더 차분하고.

좀 더 효율적인 공략법을 고려해 둔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럼 아레나 시작할게요. 채팅창 확인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문은 차분하나 자신 있는 얼굴로 답하곤.

[네메아의 새끼 사자 가죽]을 아레나 메시지가 떠 있는 곳으로 던졌다.

스르륵.

물에 빠지듯.

허공으로 녹아드는 입장 아이템.

이내.

[‘네메아의 새끼 사자 가죽’을 사용하였습니다. 해당 아이템이 소멸됩니다.]

일련의 메시지와 함께.

사사사삭!

아무것도 없었던 무주의 공간이 빠르게 일변했다.

적당히 자라난 숲에 저 멀리서 보이는 바다까지.

‘실제로 보니까 느낌이 확 다르네.’

오랜만이면서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지형에 시문은 잠시 감명 깊은 얼굴로 일대를 둘러봤다.

이내.

[아레나를 시작합니다.]

특수 아레나와 다르게.

아주 짧은 힌트나 목적도 없이, 그저 시작만 알려오는 시스템.

그에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래야 메인 아레나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입장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미친 난이도의 아레나.

하지만.

“어디 보자…….”

이미 전생의 기억을 지닌 시문은 당황이 아닌.

‘제일 큰 산 두 개를 끼고 있는 골짜기였지?’

여유롭게 뒤쪽의 산악 지대로 몸을 돌릴 따름이었다.

그때.

[메인 아레나의 참가자, 김시문의 차원 NO. 274 지구는 비정규 아레나 차원입니다.]

[메인 아레나는 자체 밸런스 조절이 불가한 관계로, 공정성을 위해 추가 참가자를 소환합니다.]

[소환된 플레이어들은 업적을 제외한 어떤 보상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에?”

눈을 끔뻑이는 시문.

그도 그럴 것이.

‘뭐야? 전생에 이런 건 없었는데?’

전생의 메인 아레나에선 전혀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상황이 납득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메시지는 분명 ‘비정규 아레나’ 차원의 불리함 때문임을 명시하고 있었으니까.

시문이 뭐라 답할 틈도 없이.

파아앗.

갤럭시 아레나 특유의 소환 빛무리와 함께.

“크핫! 드디어 기회를 얻었군!”

“얼마나 기다렸는지!”

굵직하다 못해, 큼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쿵.

“으흐! 이번 아레나만 성공하면 이 짓도 끝인 거지?”

“그래, 이번 분들이 마지막이잖아.”

하나같이 4~5미터가 거구에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묵직하게 울리는 진동까지.

‘거인족?’

아레나 최상위 종족 중 하나인 거인족.

그것도.

‘전부 요툰이잖아?’

각성 거인이라 불리는 요툰 십여 명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파아아앗!

요툰들보다 더 거대한 소환 빛.

“전부 소환됐나?”

“그런 것 같은데.”

어림잡아도 7미터는 가뿐히 넘어갈 크기의 거인 둘이 추가로 소환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우리가 마지막이라니, 짜증 나는군.”

“어쩔 수 없지. 그 대전에 참가하려면 자격이 필수잖나?”

두 거인은 앞선 각성 거인인 요툰들과 달리.

거대한 몸 곳곳에 비늘이 돋아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 저 둘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시문은 물론.

[성좌 검은 염소가 ‘하! 저 잡종 새끼들이 여길 왜 와?’ 인상을 찌푸립니다.]

[성좌 바알과 천마, 라가 짧게 혀를 찹니다.]

성좌들 역시 일제히 불쾌감을 토했다.

특히나.

[성좌 제우스와 오딘이 ‘저것들이 어찌!’, ‘개자식들! 뒤로 뭘 받아먹은 거야?!’ 격분을 토합니다.]

성좌 제우스와 오딘은 처음으로 격한 분노까지 표했다.

이는 직접적인 항의로까지 이어진 것일까?

[해당 플레이어들은 모두 정당한 절차를 걸친 플레이어들입니다.]

갤럭시 아레나의 나지막한 추가 메시지까지 떠올랐다.

시문은 차분한 눈으로 성좌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저번부터 제우스와 오딘은 거인족을 싫어했었지?’

물론 다른 성좌들이라고 그리 달가운 반응을 보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부터 유독 제우스와 오딘은 거인족에 대한 진한 적대감을 표출해 왔었다.

물론 만인의 적인 용족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 적대감은 상당했는지.

[성좌 제우스가 ‘저것들이 이따위로 대놓고 수작을 펼치는데도 네놈들은!’ 뇌성과 같은 노성을 토합니다.]

[성좌 오딘이 ‘정당한 절차? 좋아! 그 정당한 절차, 똑같이 돌려주지!’ 한쪽 눈을 번뜩입니다.]

[성좌 제우스와 오딘이 미션을 겁니다.]

미션까지 걸어왔다.

시문은 곧바로 미션을 확인했고.

[미션]

-성좌 제우스와 오딘은 거인족의 참여를 몹시도 불쾌히 여깁니다.

메인 아레나에 참가한 ‘모든 거인족’을 처리하십시오.

보상 : 업적 포인트 30,000

헛웃음을 흘렸다.

‘화가 제대로 났나 보군.’

단 두 성좌가 건 미션인데도, 업적 포인트가 3만 점이라니?

‘예전에 거인족을 만났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아레나에서 유달리 격분을 토하는 두 성좌.

물론 지난 아레나들을 돌이켜본다면야.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기간테스. 저것들 때문인가?’

시문의 시선이 몸 곳곳에 비늘이 자리한 거인족.

기간테스를 향한다.

마침 그들도 시문을 확인했는지.

“저자가 이번 아레나의 주인인가 보군.”

“하! 인간이잖아? 어떻게 네메아의 새끼 사자를 잡은 거래?”

약간의 흥미와 경멸이 담긴 시선을 보내왔다.

그런 시선을 덤덤히 받은 채.

‘다른 참가자가 생길 거라고 예상은 못 했지만…….’

미션창을 힐끔거리던 시문은 작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마침 잘됐네. 새 공략법을 실행하기에 아주 딱이야.’

* * *

쿵쿵.

무슨 로봇이라도 걸어 다니는 것처럼.

묵직한 진동이 쉬지 않고 울린다.

그 소릴 들었는지.

크르릉.

캬앙!

곳곳에서 사자들이 달려들었으나 그뿐.

“온다.”

“얘들아. 싹 쓸어 버려라!”

선두를 나서던 두 비늘 거인.

기간테스들이 고개를 까딱하자.

“크하핫! 오래도 버티는구나!”

“더럽게 질기군!”

“두드리는 맛이 있어!”

뒤를 따르던 각성 거인 요툰들이 일제히 달려 나가.

콰득!

우드득.

덤벼들던 사자무리를 피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사자들이 모두 4미터가 넘는 거대 야수들임을 따져보면.

그리고 이곳이 메인 아레나임을 상기해 보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광경.

하지만.

치이익.

요툰 특유의 허연 증기와 함께.

크헝!

케엥!

십여 명의 요툰들은 사자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길 뿐이었고.

악명 높은 네메아의 사자 무리들이 쓸려나가는 데엔 단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기간테스.

“어떤가?”

토아스는 옆으로 시선을 내렸고.

한참을 내려서 도달한 인간.

“대단하네. 모든 면에서.”

긍정을 표하는 시문의 반응에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넌 참이 운이 좋은 인간이다. 그 약한 몸으로 이곳에 입장하고도, 우리를 지원군으로 만났으니까.”

“크핫! 맞는 말이지!”

반대편에서 큼직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또 다른 기간테스인 히폴리토스였다.

“갤럭시 아레나 놈들이 얼마나 지독한데! 보통은 메인 아레나에 우리 같은 조력자는 넣어주지 않는다고?”

“인간. 너의 차원이 아직 정규 아레나가 아닌 게 참 다행이었다.”

“그럼! 우린 업적 말고 보상도 못 받지 않나? 자원봉사나 다름없다고?”

“음. 그렇지.”

시문을 가운데 두고 있으면서도.

정작 제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던 두 기간테스.

이내.

토아스와 히폴리토스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서로를 힐끔하곤.

“크흠! 그럼 슬슬 메인 요리를 즐겨보실까?”

“그러지. 안 그래도 저것들이 마지막 사자무리였으니, 놈도 슬슬 등장할 거다.”

또 저들끼리 결정하더니.

“그럼 다들 골짜기로 이동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선두에 서서 일행을 이끌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척 보기에도 험준하고 거대한 산 두 개가 보였고.

두 산만큼이나 험준한 골짜기에 도착한 시문과 거인들.

지금과 다른 것이 있다면.

쿵.

지금까지 거침없이 일행을 이끌던 두 기간테스는 그 거대한 몸을 낮춘 채.

“인간. 여기서부턴 너 역시 손을 거들어야 한다.”

“많이는 아니고, 딱! 한 번만 도와주면 된다고.”

진중한 얼굴로 시문을 내려다봤다.

그중.

“인간. 그래도 네메아의 새끼 사자를 잡았다면, 나름의 괜찮은 이동기 정도는 가지고 있겠지?”

진중한 편인 토아스가 물어왔고.

“물론.”

시문은 짧게 대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가 해 줄 것은 간단하다. 네메아의 사자를 손쉽게 잡기 위해선, 선수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흐! 너도 알겠지만, 우린 몸이 이래서 너같이 쪼끄만 것들처럼 빠르지 못하거든?”

“히폴리토스의 말대로다. 그러니 넌…….”

“너희가 선수를 잡을 수 있게, 먼저 가서 놈을 유인해달라?”

“과연 머리도 제법 돌아가는군.”

토아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유인까지도 필요 없다. 놈은 늘 첫 공격을 기습으로 시작하니, 넌 그저 놈을 끌어내기만 하면 된다.”

“그럼 우리가 싹~ 다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 아까처럼 ‘안전하게’ 말이지.”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두 기간테스의 말에.

“알았어. 그럼 바로 출발할게.”

시문은 일말의 반문도 없이.

저벅.

이곳의 거인족 모두가 뒹굴고도 남을 널찍한 골짜기 사이로 걸어갔다.

드문드문 자리한 바위나 풀 무더기를 제외하면, 거의 평야나 다름없는 골짜기.

그곳을 덩그러니 걸어가는 시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잡아먹기 좋은 먹잇감이었고.

그런 시문의 뒷모습을 보며.

“역시. 저능한 종족이라 그런가? 한 치의 의심조차 하지 않는군.”

“크큭! 저 조막만 한 크기의 머리를 보라고. 의심할 지능이나 있겠냐?”

두 기간테스 토아스와 히폴리토스는 어느새 진득한 살소를 걸치고 있었다.

“아마 저 콩만 한 머리통으론 상상조차 못 하고 있을걸? 네메아의 사자가 지닌 필사 판정 중 하나가 첫 기습이라는 거.”

“어디 저 인간뿐이겠나? 그간 죽어 나갔던 네메아의 골짜기 입장자들은 전부 저리 보냈었다.”

“흐흐! 괜히 우리 형제들의 입장자 처리용 공략으로 쓰이는 게 아니긴 하지.”

앞서 타 차원의 네메아의 사자 메인 아레나를 클리어했던 기간테스들.

타 차원의 입장자를 ‘합법적’으로 죽이기 위해 쓰였던 방법이 또다시 쓰이고 있었다.

“이봐 토아스. 저놈만 죽으면…… 보상은 우리가 받는 거 확실한 거지?”

“앞선 형제들이 지닌 가죽을 너도 확인하지 않았나? 아마 놈이 죽으면, 아레나 측에서 재공지를 할 거다.”

“좋았어! 드디어 나도 사자 가죽을 챙기는구먼.”

음흉하게 웃는 두 기간테스의 귓가로.

크르르릉.

듣기만 해도 저릿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왔군.”

두 기간테스를 포함한 십여 명의 요툰들은 얼른 납작 몸을 엎드렸고.

“모두 긴장을 놓지 마라. 인간이 죽으면 즉시 뛰어나가, 공략대로 움직일 테니.”

토아스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골짜기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시문을 바라봤다.

사자의 울음소리에 겁을 먹은 것일까?

잘만 걸어 나가던 시문은 어느새 걸음을 멈춘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잘 가라 인간. 그래도 고통은 없을 거다.’

토아스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걸쳐지는 순간.

따악.

시문의 손가락이 튕기며 맑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함께.

스아아아.

뜬금없는 회색의 기운.

사기로 추정되는 그것이 시문의 손끝에서 왕관과 같은 형태로 조형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보란 듯이 제 머리 위로 왕관을 가져다 대는 시문이 뒤를 돌아본다.

‘음?’

착각일까?

순간 토아스는 자신과 똑같이.

씨익.

잔혹한 미소를 걸친 시문과 눈이 마주쳤고.

그런 시문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사라짐과 동시에.

크아아앙!

살기 어린 포효가 터져 나오며.

콰직!

“끄아아악!”

곁에 있던 동료.

히폴리토스의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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