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1화
241화. 전부 역방향으로 (3)
[이건 말도 안 된다!!]
듣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목소리.
하나 어느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경악을 담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무리도 아니었다.
[내 언령을…… 필멸자가 어찌!]
언령.
말 그 자체로 법칙이 되어 작동하는 힘의 한 형태.
그 추상적인 형태답게, 대다수가 권능으로 작용되었고.
이는 성좌.
달리 신이라 불리는 이들의 주된 수단 중 하나였으니까.
특히나 케찰코아틀은 죽음의 성좌.
그가 내뱉은 죽음의 언령은 다른 동 수준의 성좌들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거늘.
어찌 필멸자가 저항한단 말인가?
심지어.
‘분명! 분명 내 언령이 먹혀들었다!’
케찰코아틀의 언령은 분명 먹혀들지 않았던가?
플레이어들이 지니는 특성은 물론.
시문의 눈동자와 전신에서 나타난 죽음의 증상을 똑똑히 보았었단 말이다.
[대답해라! 필멸자!]
케찰코아틀의 일갈.
그 또한 죽음을 내포하고 있는 언령이었으나.
휘청.
시문은 잠깐 몸을 휘청일 뿐.
“뻐근하네.”
깊은 잠이 들었다 깬 사람처럼 기지개를 켤 뿐이었다.
그에.
‘또다. 또!’
케찰코아틀의 거대한 육체가 움찔거렸다.
죽음의 성좌인 만큼 죽음이라는 속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케찰코아틀.
‘분명 놈은 방금 죽었다.’
방금 김시문의 몸에 분명 죽음이 들어찼었다.
심장과 뇌를 비롯한 모든 기능이 죽은 것들처럼 멈춰 버렸단 말이다.
한데.
‘언데드로 되살아난 것도 아니고. 다시 멀쩡한 생명체로 일어서다니?!’
케찰코아틀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진다.
‘설마 부활이란 말인가? 하지만 부활은 상위 서열, 아니. 신왕급 성좌들에게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인데…….’
성좌들에게도 아득한 존재들.
그래.
예컨대 천계를 창조한 야훼와 같은 태초신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설령 태초신이라 해도. 아무런 인과와 전조도 없이, 이런 식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애당초 이곳은 정당한 절차와 준비로 이루어진 죽음의 영역.
태초신급의 성좌가 나섰다면, 어떻게든 케찰코아틀이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 그조차도 아니었으니.
‘이래서야 놈에게 죽음이란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생각에.
[하!]
헛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제 놈이 무슨 죽음의 성좌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따진다면 이 현상도 설명이 된다.
죽음의 성좌들끼리 싸움이 벌어질 때.
늘상 일어나는 것이 이렇게 무의미한 죽음의 개념을 주고받는 것이었으니까.
마치 물의 정령에게 물대포를 쏘듯이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잠깐.]
어느새 실소를 머금고 있던 케찰코아틀이 움직임을 뚝 멈춘다.
‘안 될 건 또 뭐가 있지? 저놈은 이미 아스트라페와 레바테인을 다루지 않는가?’
어딘가 열화된 느낌이긴 했으나.
케찰코아틀이 기억하는 두 무구와 똑같은 본질의 힘을 지녔다.
어디 그뿐이던가?
말리크와 말리나.
두 후원자를 통해, 김시문이 천마신공까지 사용한다는 걸 확인한 상태.
‘그리고 그 이전엔, 헬의 배인 나글파르를 사용했었지.’
단순히 배만 불러낸 것도 아니었다.
나글파르의 선장인 흐림을 비롯해, 헬하임의 전사들까지 부려 먹었었지.
그들이 죽음의 성좌 헬의 직속 부하들임을 돌이켜본다면.
[김시문, 네놈은 죽음의 성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나 보구나.]
김시문을 중인 신왕급 성좌들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죽음 계통의 성좌와 연이 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문제는.
[누구냐? 대체 어떤 죽음의 성좌가 널 후원하고 있는 거지?]
그게 누구냐는 거였다.
[설령 하데스나 오시리스라 해도, 나의 언령을 막아 내진 못할 텐데?]
그런 케찰코아틀의 물음에.
시문은 미묘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물론.
‘역시. 앞선 말리나, 말리크와의 전투에서 사령술에 닿지 않길 잘했군.’
그 속내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이 아이템이 있다곤 상상조차 못 하겠지.’
시문은 인벤토리에 고이 잠든 채.
이렇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템 하나를 떠올렸다.
[타르타로스의 조각]
등급 : ?
죽음의 성좌들이 플레이어 김시문에게 선물한 아이템.
닉스의 힘으로 진정한 모습을 되찾았다.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는다.
죽음의 증표를 들고 타르타로스에 들렸을 당시.
밤의 여신 닉스가 친히 그녀의 힘으로 본 모습을 되찾아주었던 아이템.
단 한 줄밖에 없는 옵션이었지만.
그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당시에도.
그리고 작금에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아마 완전한 불사가 아닌, 사령술이나 사기와 같은, 죽음의 이능에 한해서겠지만…….’
아스트라페와 레바테인을 그러쥐는 시문.
이내.
‘어쨌건 지금 상황에서 난, 무적이나 다름없지.’
타앗.
곧장 바닥을 박찼다.
목표는 케찰코아틀의 강림을 유지하고 있는 제단.
당연히 그런 시문의 목표를 깨달은 케찰코아틀은.
[감히! 꺼져라!]
쩌렁쩌렁한 포효를 내질렀으나.
움찔.
2초는 되었을까?
잠시 몸만 움찔한 시문은 또다시 바닥을 박차며 내달렸고.
[죽어! 죽어라! 죽으란 말이다!!]
까드득!
콰직.
그 위로 온갖 형태의 죽음을 담은 언령들과 뼈, 살점 등의 사령술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콰가각.
그것들을 정면으로 받아 낸 시문은 탱크처럼 우직하게 제단으로 전진할 뿐이었다.
[이익!]
케찰코아틀은 성난 얼굴로 이를 갈았다.
‘이놈! 점점 내 언령에 저항을, 아니. 익숙해지고 있다!’
오히려 한 발 나아가.
파지직.
화라락!
아스트라페와 레바테인을 휘둘러오는 여유까지 내보였다.
그리고 신화급 무구들답게.
[키아아악!]
그 뇌전과 화염에 적중한 케찰코아틀이 몸을 비튼다.
시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쳐졌다.
‘역시 통하는군.’
자신이 연성한 아스트라페와 레바테인은 엄연한 모조품이지만.
그 성능은 진품의 권능과 다를 바 없었고.
‘지금의 케찰코아틀 역시 불안정한 강림을 하고 있으니까.’
케찰코아틀 역시 강림 의식을 유지해 줄 네크로맨서가 없지 않은가?
고로 공격력만 놓고 본다면, 아무리 상대가 성좌라도 서로 동등한 위치.
아니.
화라락!
[캬악! 네놈!!]
철저하게 시문의 우위일 수밖에 없었다.
타앗!
어느새 제단의 지척까지 도달한 시문.
아스트라페와 레바테인의 존재감만으로 제단을 보호하던 사기가 시커멓게 타버린다.
그런 시문의 머리 위로.
[죽음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면……!]
격한 노성이 울린다.
고개를 들자.
지옥의 입구라도 되는 것일까?
흐아아아…….
끼아악!
수많은 망자의 비명과 형상들로 점철된 케찰코아틀의 아가리가 쩌억 벌어졌다.
[산 채로 나의 저승에 던져주마!!]
쏜살처럼 내리꽂히는 케찰코아틀의 거대한 아가리.
이는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시문을 집어삼켰다.
정확히.
집어삼키기만 했다고 해야겠지.
진녹색의 사기로 이루어진 케찰코아틀의 입 속.
그 안에선.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고 있습니다.]
[성좌 케찰코아틀의 자신의 저승으로 당신을 소환합니다.]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아주 친절한 문구의 메시지창이 시문의 앞에 둥둥 떠올라있었으니까.
시문은 헛웃음을 머금었다.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으면 이런 것도 가능한 거야?’
기껏해야 강제적인 차원 이동에 조금 저항하는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이런 시스템의 형식으로 바꿔버릴 줄이야?
‘타르타로스의 조각. 이거 진짜 정신 나간 아이템이긴 하구나.’
지난 나글파르의 선장 흐림의 반응도 그렇고.
괜히 제우스마저 쩔쩔매던 밤의 여신 닉스가 손을 댄 것이 아니었다.
그건 시문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는지.
[어, 어떻게 아직 그대로인 거지?!]
어느새 시문을 삼킨 아가리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두 눈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지간히도 놀라운 걸까?
[네, 네놈! 설마 공간과 관련된 능력도 있는 것이냐? 아니면 그쪽 관련 성좌와도…….]
케찰코아틀의 목소리엔 다급함과 초조함이 묻어나왔고.
시문은 그런 그의 말을 배경음악 삼아, 여유롭게 ‘아니오’를 택했다.
그러자.
퍼어어어엉!
[커헉!]
강렬한 반발력과 함께 케찰코아틀의 거체가 허공으로 튕겨 나간다.
물론 실질적인 타격이 아니라.
저승의 입구가 되는 그의 아가리를 밀어낸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 이건 말도 안 된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
케찰코아틀은 무슨 어마어마한 공격에 적중당한 듯.
온몸을 비틀며 괴성을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릉.
아스트라페와 레바테인을 움켜쥔 시문은 제단을 향했다.
이내.
‘잠깐.’
제단을 공격하려다 멈칫하는 시문.
‘타르타로스의 조각이 저승으로의 소환마저 막아 줄 정도라면…… 저 제단도 힘들여 무력을 쓸 필요가 없는 거 아냐?’
지금 자신은 죽음의 이능에 관해선 성좌급의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사기의 집약체인 저 제단에도 영향력이 미칠 터.
시문은 즉시 무기를 거두고.
저벅.
제단을 향해 다가갔다.
그 위로.
[막아라! 놈을 막으란 말이다!!]
케찰코아틀의 발악적인 언령들이 줄줄이 쏟아졌고.
주변을 넘실거리던 사기들이 해골이나 날붙이, 저주 등.
온갖 형태의 형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륵.
바람에 떠밀리는 민들레 꽃씨처럼.
시문의 피부나 머리칼에 닿기도 전에, 전부 허공으로 흩날려버렸다.
그리하여.
금세 제단에 도달한 시문이 뼈로 이루어진 제단에 손을 올리자.
우우우…….
망자의 구슬픈 울음 같은 이명이 흘러나온다.
처음 겪는 현상이었지만.
‘이 느낌. 파라켈수스의 가마솥 때와 비슷해. 그렇다면…….’
이미 비슷한 현상을 겪어 본 시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라.’
익숙하게 제단으로 제 의지를 밀어 넣었다.
결과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아, 안 돼애애애!!]
어느새 머리 위까지 도달한 케찰코아틀이 어울리지 않는 절규를 토했으니까.
그것을 신호로, 뼈로 이루어진 제단의 중앙.
쩌적.
누구의 것인지 모를 두개골에 금이 갔고.
삽시간 제단 전체로 퍼지더니.
퍼석.
힘없이 내려앉았다.
부서진 틈 사이로.
콰아아아아아!!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흐아아아!
키이이!
원혼마냥.
온갖 망령과 해골 형태의 사기들이 시문을 비롯한 일대를 휩쓸며 치솟았지만.
정작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지닌 시문에게는.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고 있습니다.]
[사기 스탯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물로 바쳐진 사기를 수용합니다.]
친절한 메시지창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이내.
“아…….”
꼭 수면 총을 맞아 기절하는 사람같이.
시문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온다.
실제로도.
스륵.
시문의 동공과 전신은 1초 단위로 죽었다 깨어나는 사람처럼.
연신 풀렸다 조이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렇게 짤막한 시간 동안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주인 없는 사기를 흡수합니다.]
[스탯 사기가 1 증가합니다.]
[주인 없는 사기를 흡수합니다.]
[스탯 사기가 4 증가합니다.]
[주인 없는…….]
스탯 증가량만 다를 뿐.
같은 메시지들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고.
[아, 안 된다! 나의 제물들이!]
시문의 사기 흡수를 막을 수 없는 것인지.
[그만! 그만하란 말이다! 제발!!]
케찰코아틀의 애처로운 절규만이 쉬지 않고 이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후, 후아!”
시문이 가까스로 호흡을 고르며 정신을 되찾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대체 몇 번이나 죽은 거야?’
성좌에게 바쳐질 사기라 그런 것인지.
제단에 집약되어 있던 사기는 노출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죽음의 언령을 받아 내는 수준이었으니까.
그걸 몇 차례나 받아 내었으니.
아무리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지닌 시문이라도 나름의 부담이 있을 수밖에.
물론 그런 부담감이 씻겨나가는 건 금방이었다.
[총 100의 사기 스탯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탯 연성력의 귀속 스탯입니다.]
[연성력으로 치환되어, 연성력이 50 증가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믿을 수 없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대, 대박이다!”
절로 터져 나오는 육성.
‘연성력을 단숨에 50이나 얻다니! 세계수의 정화 때도 이 정돈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것도 귀속 스탯이어서 반으로 줄어버린 수치였다.
그냥 순수하게 얻은 사기가 총 100임을 고려해 보면.
단순 레벨로 환산해도 100레벨.
즉, 단박에 100레벨업을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치였다.
하나 시문은 마냥 이 막대한 보상의 감상에 젖어있을 수 없었다.
[인가되지 않은 성좌의 개입이 확인되었습니다.]
[NO. 274 지구는 현재 비정규 아레나입니다.]
[성좌 케찰코아틀을 즉시 추방합니다.]
시문과 케찰코아틀.
둘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갤럭시 아레나의 공지와 함께 추방이 시작된 것이다.
허공에 뻥 뚫린 공간이 나타났고.
그것은 어느 우주의 블랙홀처럼.
휘오오오오오!
무자비하게 케찰코아틀의 거체를 빨아들였고.
[이, 이건 부적절한 처치다! 갤럭시 아레나! 내 본신이 넘어온 것도 아닐뿐더러, 난 지구의 어떤 기운도 획득하지 않았단 말이다!]
케찰코아틀은 혼신의 힘으로 저항하며, 발악적으로 소리쳤다.
그는 깃털 난 날개로 뻥 뚫린 공간의 테두리를 움켜쥐곤 시문을 노려봤다.
[저놈이다! 모두 저놈이 흡수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플레이어는 NO. 274 지구의 소속원입니다.]
[제기하신 내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갤럭시 아레나의 사무적인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나아가.
[애당초 이러한 ‘비인가 접촉’만 없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입니다.]
[성좌 케찰코아틀과 해당 차원은 강력한 제재를 조치할 예정입니다.]
[불응 시, 은하법의 위반으로 보호권이 철회되고, 해당 차원은 무기한 ‘아레나 전용 무대’로 지정됩니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감정적인 대응까지 보이는 갤럭시 아레나.
그에.
[이럴 수가…….]
성좌 케찰코아틀의 거대한 얼굴에 낭패가 깃든다.
시문 역시 굳은 얼굴로 갤럭시 아레나의 경고문을 바라봤다.
특히나 그의 시선은 마지막 메시지의 내용.
‘아레나 보호권 철회라…….’
보호권의 철회에 집중되었다.
당연했다.
‘회귀하기 전 지구에서도, 분명 저러한 내용의 공지가 떠올랐었지.’
말숙이가 엘릭서를 가져다주기 전.
연구실에 있던 그의 눈앞으로 지구의 보호권이 철회된다는 공지가 딱 저러했었다.
물론 이유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그땐 성좌 자격의 보유자가 사망했다고 했으니까.’
바로 동생 김시혁의 죽음.
그 때문에 아레나 보호권을 철회한다는 내용이었지 않았나?
거기다.
‘아레나 전용 무대를 무기한으로 지정한다는 건…… 결국 멸망할 때까지 계속 아웃 브레이크가 나타난다는 뜻이지.’
결국 하나의 차원이 끝장난다는 것은, 전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오히려 더 심했지.
당연하게도.
[이는 너무 가혹한 처사다! 너희들이 말하는 공정성과도 거리가 너무 멀단 말이다!]
이를 잘 아는 케찰코아틀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모습과 정반대로 이의를 제기할 뿐이었다.
그에.
[이의제기는 제재가 가해진 이후, 정식적인 절차를…….]
갤럭시 아레나의 차가운 답변이 이어지려던 찰나.
“잠시만요.”
뚜렷한 미성이 대화 사이로 파고든다.
손을 든 시문은 허공에 떠 있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일의 피해자는 쏙 빼 두고. 왜 갤럭시 아레나에서 멋대로 처벌을 진행한단 말입니까?”
[플레이어 김시문 님. 이는 당신과 당신의 차원에 피해를 입힌…….]
“그러니까 하는 말입니다.”
갤럭시 아레나의 말을 잘라 내는 시문.
“이미 지구는 피해를 입을 대로 입었는데, 상황 다 끝나니까 갑자기 나타나서 얼른 추방하고 처벌하면 끝입니까?”
[오해가 있으십니다. 성좌 케찰코아틀은 깃털뱀의 진을 이용해, 해당 사건을 철저히 은폐한 터라…….]
“그러니까 그건 그쪽 사정이고.”
갤럭시 아레나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손사래를 설렁설렁친 시문에.
‘이, 일개 플레이어가 갤럭시 아레나에게 어찌 저런 태도를!’
케찰코아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그뿐.
“추방이든 처벌이든, 이쪽의 피해 보상이 먼저잖아요. 이런 식의 일 처리는 모르는 척하며 없던 일로 넘어가려는 걸로밖에 안 보입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심상치 않은 대화의 기류에 가만히 침묵한 채.
“아닌 거 맞습니까?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저번 길드전 때도 이랬잖아요.”
[그건…….]
“할 말 없죠? 있으면 저도 이번엔 안 참습니다. 저 아는 성좌들 많아요.”
[그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그럼 처벌을 논하기 전에, 이쪽의 피해 보상부터 먼저 해결하죠. 이견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요구에 맞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갤럭시 아레나의 행사를 눌러버리는 필멸자에.
‘……이놈은 대체 뭐 하는 인간이지?’
멍하니 입만 벌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