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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40화 (240/349)

제240화

240화. 전부 역방향으로 (2)

휘이이이!

귓가를 스치는 매서운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일대를 완전히 뒤덮어버린 눈보라는 그 소리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했고.

실제로 그 영향권 아래 놓인 이들.

퍼석!

쩌적.

수천 마리의 언데드가 실시간으로 얼어붙고 부서지길 반복했다.

물론 언데드라는 특성상, 얼음 마법과 상성이 제법 좋았으나.

빠각.

까가각!

눈보라에 섞인 돌덩이 같은 우박들은 그런 상성과 관계없이 죄다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나마 상급 언데드에 속하는 듀라한이나 구울들이 점진적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하지만.

“쯧.”

이 엄청난 위력의 눈보라를 일으킨 장본인.

올리비아 덴슨은 정작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혀를 찼다.

‘내 블리자드가 상급 언데드를 겨우 처리하는 수준이라니…….’

현존하는 얼음 마법 중 순위에 손꼽히는 블리자드.

얼음 마법이 가지는 모든 이점을 광범위한 일대에 퍼붓는 고위 마법이었다.

거기다.

‘서리 핏줄을 최대한으로 활성화했는데도, 아직도 언데드의 수는 반이나 남았어.’

SS급 특성인 서리 핏줄.

얼음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수위를 다투는 특성이건만.

최대로 활성화된 특성의 도움으로도, 정면의 언데드들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올리비아의 시선이 언데드들 너머에 있는 로브인들을 향한다.

정확히는.

‘역시, 저 제단이 큰 작용을 하는 건가…….’

진녹색과 회색의 기운을 풀풀 흘리는 음산한 제단이라고 해야겠지.

언데드들과 네크로맨서들의 진형만 보더라도.

저 제단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쯧. 어쩔 수 없군.”

혀를 찬 올리비아가 양팔을 들어 올렸다.

‘어차피 저 언데드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접근은 불가능하니. 마력을 좀 쓰더라도, 속전속결로 가는 수밖에.’

판단을 내린 그녀의 두 눈에 시퍼런 안광이 깃든다.

두 눈만이 아니었다.

쩌저적.

눈매를 타고 얼굴로 퍼지는 푸른 빛줄기.

그것은 흡사 핏줄처럼.

그녀의 얇은 목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나갔고.

그에 호응하듯.

휘오오오오오!!

일대를 쓸어 버리던 눈보라의 기세가 한층 더 매서워졌다.

당연하게도.

카가각!

그간 꾸역꾸역 버티며 접근하던 듀라한, 구울을 비롯한 상급 언데드들이 빠르게 갈려 나갔고.

‘지금이야.’

그 틈을 노려 올리비아의 신형이 파고드는 순간.

“본 러쉬.”

“데스 사이드.”

“커스 페럴라이즈.”

음산한 목소리들과 함께 갖가지의 사령술이 쏟아졌다.

과연 죽음의 형제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게.

‘저주까지 아주 꼼꼼하게 쓰는군.’

빈틈없이 쏟아지는 사령술 세례에 올리비아의 신형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그녀의 위치만이 아니었다.

“일어나라.”

“케찰코아틀의 이름으로!”

죽음의 형제단에게서.

정확히는 그 뒤편의 제단에서 쏟아져나오는 사기가 주변의 사체들을 휩쓸자.

그으으으!

달그락.

마력에 특성까지 아낌없이 털어 넣어 갈아버렸던 언데드들이 처음의 형태 그대로 일어났다.

순식간에 첫 대면 때로 돌아가 버린 상황.

“하…….”

올리비아는 헛웃음을 머금었다.

단순히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허무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골렘이나 피조물같이 사체로 재조형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기만으로 모두 복구해버린다고?’

재조형과 복구의 차이는 마법의 분야를 떠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그런 그녀의 귓가로.

“크큭! 이만 포기하고 받아들이지?”

“네 용기는 가상하다만, 혼자 온 것은 만용이었다.”

“흐흐! 얌전히 군다면 훌륭한 리치로 탄생시켜주마. 윈터 퀸.”

죽음의 형제단들의 조소가 들려온다.

하나.

올리비아 덴슨은 아메리칸 드림의 영업부 부장직이 아니었다면.

랭커도 노려봤을 다이아 최상위의 마법계.

‘일단은 후퇴가 답이긴 한데. 그럼 마력을 다 털어서 한 번 더 블리자드를…….’

어설픈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침착히 상황을 살피던 순간.

움찔.

갑작스레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

“어느 틈에!”

쩌적.

그에 화들짝 놀란 올리바이의 손으로 기다란 얼음 창이 맺혔고.

적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얼음 창이 그녀의 손을 떠나려던 찰나.

“타올라라.”

익숙한 미성이 그녀의 귓가로 파고들었고.

‘이 목소린!’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던지려던 얼음 창을 곧바로 털어버림과 동시에.

“헤이스트!”

재빨리 가속을 마법을 사용하여, 곧장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 빈 공간으로.

화라라라락!!

시뻘건 화염이 들이닥쳤다.

* * *

분명 언데드일 텐데.

끼아아악!

키이이!

소름 끼치는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앞선 블리자드가 무색할 정도로.

“…….”

정말 삽시간 불타 사라지는 언데드들에 올리비아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저 검이 심상치 않은 공격력을 지녔다는 건,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시문의 손에 쥐어진 검붉은 검.

방금 일격을 날린 여파인지.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화륵.

작은 불길들을 휘감고 있는 검의 위력은 가히 경악을 넘어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각진 안경 속.

경외라는 감정을 내비치는 올리비아의 눈이 전방을 향한다.

고작 몇 초나 지났다고.

수천이 된 언데드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치이이.

뜨끈한 김과 바닥을 핥고 있는 잔불만이, 아까의 불바다가 현실임을 상기시켜주었다.

‘저래서야…… 아까의 그 사기적인 복구도 어렵겠어.’

아까 자신의 블리자드 때와 달리.

이번엔 작은 뼛조각조차 남아 있지 않으니.

제아무리 말도 안 되는 복구라도 이번엔 불가능할 터.

그를 증명하듯.

“세, 세상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이래선 복구가!”

죽음의 형제단은 아까처럼 언데드들을 되살리지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이내.

“제길! 쫄지 마! 언데드들이 없어도, 아직 우리에겐 제단이 있다!”

“마, 맞아! 케찰코아틀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잖아!”

“케찰코아틀이시여!”

데스페라도의 조직원답게, 얼른 정신을 차린 그들은 모두 캐스팅에 들어갔고.

스으으으.

제단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가 죽음의 형제단을 휘감았다.

단 2초.

“부패의 손길!”

“블러드 서클!”

“쉐도우 팽!”

그 짧은 시간에 6성급 이상의 사령술이 쏟아진다.

그 사이로.

“커스 페럴라이즈.”

“블라인드!”

“위크니스 닷지!”

진녹색을 띤 저주들까지 시문의 전신으로 녹아들었다.

2미터가 넘는 변신 능력에도 저주에 대한 저항력은 없는 것인지.

늘어뜨렸던 검붉은 검이 한층 더 아래로 기울었고.

“이런! 시문 님!”

그를 본 올리비아가 다급히 마법을 캐스팅하는 순간.

스윽.

늘어졌던 시문의 팔이 움직인다.

그를 따라 손에 쥐어진 검붉은 검 역시 전방을 향했고.

시문이 손에 쥔 검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자.

화륵.

검붉은 검은 작은 불씨가 되어, 시문의 손아귀로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화라락!

시문을 옥죄던 진녹색의 저주들이 한순간에 타버리며.

천마신공(天魔神功).

파(波) 섬멸포(殲滅砲).

시문의 손아귀에서 검붉은 광선 한 줄기가 쏘아졌다.

파스스.

6성급이 넘는 마법과 저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령술만이 아니었다.

죽음의 형제단.

데스 로드 말리크의 휘하 네크로맨서들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치이이이.

허옇게 올라오는 김만이 그들의 흔적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

지원 마법을 캐스팅하던 올리비아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러곤 정신이 돌아온 듯.

서서히 깜빡여지는 눈꺼풀.

하지만.

‘바, 방금 그건 무슨 위력…….’

충격이 상당했던 것인지.

침착과 냉정의 대명사인 윈터 퀸의 사고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쯧. 역시 성좌다 이건가…….”

십여 가지의 저주에 걸린 상태에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 장본인.

시문의 얼굴엔 만족이 아닌, 약간의 아쉬움이 어려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대체 뭐가 불만인 거지?’

올리비아의 시선은 대번에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감히 저 속이 어떤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바테인을 섞은 섬멸포에도 멀쩡할 줄이야.’

시문은 다소 아쉬운 눈으로 사기를 뿜어내고 있는 제단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레바테인의 내구도가 거의 끝나갈 수준이긴 했다지만, 흠집조차 안 나다니…….’

권능은 권능으로.

특히나 멸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구답게.

레바테인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성질과 더불어, 권능전에서도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였었다.

이는 아까 말리나와 말리크에게 몸소 확인받은 사실 아니던가?

한데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니.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잠시일 뿐.

‘뭐, 신화급 무구로 두들기다 보면 결국 부서지겠지. 영 안 되면 악기까지 털어버리고.’

어차피 파괴할 수단은 많았기에.

아쉬움을 털어낸 시문은 멍하니 서 있는 올리비아를 바라봤고.

“올리비아.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예요?”

“예? 아!”

그의 물음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그녀는 안경을 슬쩍 치켜올리며 답했다.

“아웃 브레이크로 지원 가던 찰나. 이곳에 강력한 기운의 흐름이 느껴져서 오게 되었습니다. 도착하니 이 상황이더군요.”

평소의 그녀답게 깔끔하고 심플한 대답.

하나.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시문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는지.

잠시 말끝을 흐리던 시문은.

“뭐, 상관없겠지. 나비효과를 전부 확인할 순 없으니.”

갑자기 저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죄송합니다만, 시문 님. 무슨 말씀인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올리비아는 의문 어린 눈으로 되물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얼른 고개를 저은 시문은 제단 쪽을 힐끔했다.

“이쪽은 제가 처리할 테니. 올리비아는 아웃 브레이크 쪽을 도와주시겠어요?”

“어차피 저 제단만 남은 것 아닙니까? 그냥 함께 처리하는 쪽이 효율적일 텐데요.”

“그게…… 유정이가 말리크와 전투 중이거든요. 그쪽이 좀 걱정돼서요.”

“……걱정이요?”

시문의 말에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가는 올리비아.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데스 로드라도 철벽의 성녀에겐 상대가 안 될 텐데?’

네크로맨서와 성력의 상성을 놓고 보자면.

말리크와 이유정의 싸움은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

‘설상 말리크가 저 진녹색 사기를 다룬다 해도, 이유정급 플레이어면 배후성도 있을 텐데…….’

그리고 이유정과 가족 같은 관계인 시문이 이를 모를 리 없을 터.

하지만.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아웃 브레이크 쪽을 지원하도록 하죠.”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몸을 돌렸다.

또각.

전장임에도 힐을 신은 그녀의 발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그렇게 멀어지는 올리비아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참 좋은 사람이야.”

분명 거짓말이란 걸 알았을 텐데.

저렇게 두말없이 움직일 줄이야.

이는 아마도.

‘그만큼 날 믿어서겠지.’

김시문이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에 근간하는 것일 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시문은.

“그럼 신경 쓸 사람도 사라졌으니. 이제 끝내볼까.”

따악.

다시 레바테인을 연성하곤, 제단을 향해 몸을 돌렸다.

레바테인만이 아니었다.

쿠르릉.

갑작스러운 천둥이 시문의 왼손으로 내리꽂힌다.

아스트라페까지 쥔 시문은 천마신공을 운용하며.

‘내 예상이 맞는다면…….’

케찰코아틀의 제단으로 다가갔다.

치지직.

치익!

스멀거리던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들이 신화급 화기와 뇌기에 타버린다.

‘제단을 부수려는 순간, 반드시 나타나겠지. 그러면…….’

그렇게 사기를 뚫고 제단에 도착한 시문이 두 무구를 치켜드는 순간.

[과연 대단하구나.]

시문의 예상대로.

[레바테인도 놀랍거늘. 아스트라페라니?]

음산함을 넘어.

정신마저 아득해지는 섬뜩함이 귓속으로 파고든다.

이어.

[최근 신왕들의 총애를 받는 이가 나타났다더니, 소문이 사실이었어.]

쿠우우우우웅!

건물 하나를 통째로 등에 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시문의 전신을 짓눌렀다.

하지만 잠시일 뿐.

어째서인지 시문은 잠깐 어깨를 흠칫한 것 말곤, 어떤 불편함도 보이지 않았고.

[호오라? 반신도 아닌 이가 내 존재감을 버텨 낼 줄이야.]

섬뜩했던 목소리는 대번에 흥미로움으로 물들었다.

이어.

솨아아아아아!

제단에서 독연처럼 흘러나오던 사기가 갑자기 하늘로 솟구친다.

진녹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기의 기둥.

그곳에서.

[괜히 신왕들이 관심을 주는 것이 아니구나, 필멸자여.]

정확히는 그 사기의 기둥을 타고.

[하나 안타깝군. 그대가 망자였다면 내 당장 배후성이 되어, 큰 총애를 내렸을 텐데…….]

거대한 뱀 한 마리가 기어 내려왔다.

신기한 것은.

머리와 몸 곳곳에 요란한 색의 깃털이 달려 있다는 것.

하나 시문은 그 요란한 겉모습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기가 줄줄 흘러나오는 그의 두 안광에.

[하필 산자라 말이다.]

진득한 살기가 깃들었으니까.

그리고.

[죽. 어. 라.]

그 살기는 세상의 법칙으로 발현되었다.

스아앗.

진녹색과 회색의 아지랑이.

죽음의 성좌가 논한 죽음이 시문의 전신으로 스며든다.

그에.

늘 뚜렷했던 시문의 눈동자.

스륵.

그 속의 동공이 힘없이 풀렸고.

키잉…….

활성화되어 있던 오딘의 눈 역시 서서히 옅어지며.

우득.

탄탄했던 드래고노이드 역시 점차 형태를 잃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스트라페와 레바테인을 쥔 손마저 힘이 풀리며, 시문의 육체가 뒤로 넘어가는 순간.

[무, 무슨?!]

케찰코아틀의 두 안광에 경악이 깃든다.

이유야 간단했다.

터억.

힘을 잃었던 시문의 다리가 땅을 딛고.

망자의 그것처럼 풀렸던 동공을 시작으로.

“후아! 이게 죽는다는 느낌이구나? 재밌네.”

어느새 생전의 모습을 되찾은 시문이 씩 웃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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