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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37화 (237/349)

제237화

237화. 체르노젬 (3)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진녹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음산한 기운이 끊임없이 치솟는다.

그리고 이곳에 보인 이들 대부분이 플레이어인 만큼.

“미친!”

“무, 무슨 놈의 사기가 저렇게!”

어마어마하게 치솟는 기운의 정체는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시문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그들과 달리 가라앉은 얼굴로 치솟는 사기를 바라봤다.

‘전생에서 보았던 사기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해.’

전생에 방송으로 접했던 체르노젬 사건.

당시에도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가 나타났으나.

저렇게 하늘을 꿰뚫고 치솟을 정도는 아니었다.

고로,

‘아웃 브레이크와 더불어, 저 사기의 위력도 상승한 건가? 그렇다면…….’

이 뒤에 벌어질 일도 전생에 비해, 훨씬 심해진다는 말이 될 터.

물론 두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뭐 때문이지?’

궁금했다.

‘뭐 때문에 이 사건이 이렇게 변한 걸까?’

우크라이나와는 큰 접점이 없었는데.

왜 전생과 이렇게 달라진 것인지가 궁금했다.

‘뭐. 예상가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하다만…….’

미친 듯이 치솟고 있는 저 진녹색과 회색의 사기는 이전 스틱스 강에서도 겪어보지 않았던가?

‘죽음의 성좌 케찰코아틀의 사기지.’

그리고 전생에서도.

케찰코아틀의 후원을 받는 존재는 딱 둘.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인 데스 로드 말리크와 그의 동생 말리나였다.

하지만 체르노젬 사건 뒤에 죽음의 남매와 데스페라도가 있다는 건.

이미 전생의 경험으로 알고 있던 사실.

고로.

‘누가 데스페라도와 말리크를 도왔다는 건데…….’

전생과 달라진 이 일에는 필히 조력자가 있을 터.

‘당장 짐작 가는 곳은 대륙성 정도지만.’

회귀 후 자신의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다름 아닌 대륙성.

하지만.

‘데스페라도는 대륙성만 후원하는 곳이 아니지.’

물론 개개인의 후원자들도 있겠지만.

비정규 아레나 때부터 빌런 조직인 데스페라도를 후원하던 국가는 총 둘.

‘어쩌면 미국이 연루되어 있을 수도 있겠어.’

정확히는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해야겠지.

그들의 길드 마스터인 데릭이 앤드류에게 어떻게 길마 자리를 넘기게 됐는지를 돌이켜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그런 시문의 상념을.

“꺄하하하핫!”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일깨운다.

경박함이 가득 서린 웃음소리는 예전, 저승의 강 스틱스에서도 들어보았던 목소리였다.

그곳을 돌아본 시문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말리나.”

잿빛 머리칼의 흑인 여성.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인 데스 로드 말리크의 동생이자.

몇 년 후엔 죽음의 남매로 악명을 떨치게 되는 네크로맨서.

물론 현재로선 한 국가의 최상위 유망주급에 해당하는 플래티넘 플레이어였고.

그것이 저번 아레나에서 시문이 기억하던 모습이었건만.

“꺄하핫! 깃털뱀신이시여! 저 버러지들로 포식하소서!”

말리나가 휘두르고 있는 사기는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기어가는 죽음.”

시문이 아는 한.

기어가는 죽음이란 어느 사령술에도 존재하지 않는 마법.

실제로 말리나가 외친 방식은 마법이 아닌 ‘시동어’로 권능을 사역할 때 쓰이는 방식이었고.

이를 증명하듯.

스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발밑에서 어마어마한 진녹색의 사기가 뻗어왔다.

분명 기체의 형태일 텐데.

뻗어 나오는 사기의 속도는 각성자도 대응하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그나마.

“오라버니.”

우웅.

선두에 있던 시문의 앞으로 나선 이유정이 성력을 펼쳐 대응했으나 그뿐.

애당초 아웃 브레이크를 중심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던 상태라.

제아무리 철벽의 성녀라 불리는 이유정의 성력도 모든 플레이어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그녀의 성력이 닿지 않는 곳.

즉.

“아아악!”

“아파! 아파!!”

“내, 내 몸이 썩어…….”

반대편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순식간에 진녹색의 사기에 휩싸여 썩어들어갔다.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 중 근 30%에 해당하는 숫자가 순식간에 죽어 버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세상에…….”

“미, 미친!”

이유정의 성력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실시간 죽어 나가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히려 한 걸음 나아가.

“으, 으아아아!”

“난 못해! 못 싸워!”

“다 죽을 거야…… 전부 다 죽을 거라고!!”

패닉에 빠져, 자리를 이탈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이탈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자.

“제길! 이러면 진형도 유지가 안 되잖아!”

“일단 튀어! 사람이 줄어들면 더 힘들어져!”

“남는 새끼만 X신 된다고!”

탄탄한 전선이 무너지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플래티넘 등급의 아웃 브레이크도 막아 내던 진형이 모래성처럼 사라진다.

“멈춰라! 우리가 무너지면 조국이 무너진다!”

“모두 자리를 지켜라!”

“물러나지 마라!”

어느새 사령부에서 나온 우크라이나의 협회장.

알렉산드로비치 코즐로프와 지휘부가 우렁차게 소리쳤으나 그뿐.

“비켜! 비키라고!”

“비행선은 어디야?!”

“제길! 밀지 좀 마!”

공포에 질려 이탈하는 플레이어들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애당초 불특정 다수가 각성으로 인해 플레이어가 되었을 뿐.

철저한 애국심으로 교육된 군인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병력의 이탈은 의외로 쉽게 막혔다.

스아아아아.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

“사, 사기가 어느새!”

“커헉……!”

사방에서 진녹색의 사기가 덮쳐온 것이다.

그럴 수밖에.

애당초 저들이 말리나의 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철벽의 성녀.

이유정의 성력 덕분 아니던가?

그 간단한 원리를 아주 비싼 값으로 깨달은 플레이어들은.

“도, 돌아가! 다시 돌아가라고!”

“성녀 곁으로 붙어!”

재빨리 몸을 돌려 다시 전투지로 돌아왔다.

그에.

“하…… 이 부끄러움도 모르는……!”

우크라이나의 협회장.

코즐로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으나 그뿐.

“멍청히 서 있지 말고 당장 진형을 갖춰라! 성녀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구축해!”

당장은 적이 눈앞이었기에.

고성을 지르며 플레이어들을 지휘했다.

그리고.

“아~ 아쉬워라. 조금만 더 도망가지 그랬어.”

말리나의 경박한 목소리가 진득한 비웃음을 걸치고 날아든다.

“그랬으면…… 쓸 만한 재료를 더 얻었을 텐데.”

비죽 올라가는 그녀의 입꼬리와 함께.

“애니메이트 데드(Animate Dead).”

음산한 주문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우득.

까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그어어…….

끼아악!

죽은 무언가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소리의 원인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 저건!”

“아…….”

방금 진녹색의 사기에 휩쓸려 비명횡사했던 자국의 플레이어들.

수십만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의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가. 가서 너희의 동료들도, 너희와 똑같은 처지로 만들어 줘~.”

경박스러운 말리나의 명령을 시작으로.

“캬아악!”

“그어어어!!”

수십만의 언데드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 * *

“으흐흐! 이거지! 이 힘이라고!!”

진녹색과 회색의 기운을 휘감은 흑인 여성.

말리나의 입꼬리는 올라가다 못해 찢어질 정도였다.

당연했다.

애니메이트 데드로 일으킨 구울.

생전의 능력을 어느 정도 사용까지 가능한 언데드답게.

“마, 막아!!”

“무슨 구울의 힘이 이렇게!”

“미친! 특성도 쓰잖아?!”

우크라이나의 플레이어들을 재료로 일어난 구울들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를 보는 말리나의 눈동자 역시 점점 커졌다.

‘이런 엄청난 힘을 오빠 새끼만 쓰고 있었다니! 그러니 그렇게 강한 거지!’

전신을 아우르다 못해, 줄줄 흘러넘치는 힘.

으레 사기라 부르는 이 기운은 성좌 케찰코아틀에게 본격적으로 하사받은 만큼.

“캬하핫! 나도 이제 핵심 멤버를 노릴 수 있어. 랭커급이 된다고!”

그에 걸맞은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내.

“X.”

광소를 터뜨리던 말리나의 웃음이 싹 가신다.

이유는 간단했다.

화아아아아.

백색으로 빛나는 찬란한 빛.

성역을 방불케 하는 빛의 영역이 그녀가 펼친.

정확히는 성좌 케찰코아틀의 사기에 보란 듯이 대항하고 있었으니까.

더 나아가.

“그, 그어억!”

“키아악!”

케찰코아틀의 사기로 인해 더없이 강력해진 구울들은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철벽의 성녀…… 그래. 꼴에 잘 나가는 랭커다 이거지?”

말리나의 한쪽 눈썹이 샐쭉 올라간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긴 것까지 재수 없네. 아시아년 주제에.”

본래라면 눈도 마주치지 못할 존재였으나.

말리나는 표독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볼 뿐이었다.

“제깟 년이 아무리 랭커라고 해 봐야…… 깃털뱀의 진이 완성된 이곳에서 날뛸 순 없는 노릇이지.”

깃털뱀의 진.

케찰코아틀의 후원만 있다면.

플래티넘 끝자락인 그녀조차 다이아 최상위권의 수준까지 끌어올려 주는 일종의 성역.

거기다 그의 권능까지 부여해 주지 않았는가?

“잘 됐어. 이참에 저년을 죽여 버리고. 내 이름값을 올리면 되니까.”

과시용 시체로 못나게 박제도 하고 말이지~.

그렇게 흥얼거리던 말리나의 웃음이 뚝 멎는다.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저, 저 새끼는!”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자.

하나 말리나에겐 더없이 끔찍한 증오만을 자아내는 한 인물 때문이었다.

“김시문!”

마침 저쪽에서도 이곳을 본 것일까?

토옹.

맑은 소리와 함께 흑백의 작은 구슬이 이곳을 향해 날아들었고.

“하! X신 같은 놈! 내가 저게 뭔지 모를 것 같아?”

말리나는 코웃음을 치며 사기가 휘감긴 손을 내밀었다.

‘그날 이후로…… 네놈의 방송은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확인했어!’

데스페라도의 멤버들을 제외하고, 그녀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겼던 시문.

당연히 복수를 맹세한 그 날부터.

말리나는 시문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왔었다.

당연하게도.

‘아무리 강력한 폭발형 마법이라 해도…….’

시문의 천마옥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터지기 전에 처리하면 그뿐이지!”

그 대처법 역시도 말이다.

스아아아아.

내민 손에서 매연처럼 쏟아지는 사기.

그뿐만 아니었다.

일대로 퍼져 있던 사기들 역시 순식간에 모여들어, 날카로운 형태의 고리를 형성했다.

이어.

“썰어 버려.”

숨통을 조이는 구렁이처럼 천마옥을 옥죄어.

서걱.

무참히 조각내 버렸다.

“후후.”

말리나의 입가에 진득한 비소가 걸쳐진다.

‘김시문. 지금까지야 네놈이 멋대로 날뛰어도, 다들 족족 당해주니 즐거웠지.’

그러니 이 강대한 성좌의 권능은 알아보지도 못한 채.

단일 마법도 아닌, 이따위 범위 마법이나 던져대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젠 아니야. 네놈의 주제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내 친히 죽음으로 새겨 주겠어.’

짙어지는 말리나의 비웃음만큼이나.

스아아아아.

그녀를 휘감은 케찰코아틀의 사기가 짙어진다.

하지만 말리나는 두 가지를 알지 못했다.

첫째로 시문이 던진 구슬은 마법이 아닌, 천마신공의 초식인 무공이라는 것.

고로 마법이 발동하기 전에 부숴 버린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고.

이는.

우웅.

곧 밝게 폭사하는 빛이 되어 드러났다.

“어, 어떻게!”

당황으로 물드는 말리나의 얼굴.

그러나 세계 최대 빌런 조직인 데스페라도의 일원이자, 사령계의 네임드 유망주답게.

“깃털뱀신이시여! 죽음의 똬리로 묶어 주소서!”

곧장 케찰코아틀의 권능을 휘두른 그녀는 폭사하는 천마옥을 사기 속으로 가두었다.

그러고는.

“흥! 빌어먹을 놈. 꼴에 한 수는 있다 이거지?”

인상을 와락 찌푸리는 말리나.

이내.

‘그래. 나름 이 몸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놈인데. 이 정도 발악쯤은 해줘야지. 뭐 그래봐야…….’

앞으로 뻗은 손아귀를 꽉 움켜쥐었고.

그에 맞춰.

꾸드득.

천마옥을 옥죄던 진녹색의 사기가 한층 더 압축되었다.

“성좌의 권능 앞에선 무의미하지만.”

무슨 쓰레기를 집어 던지듯.

휙.

천마옥을 집어삼킨 사기를 옆으로 치워버리는 말리나.

뚜벅.

“자, 김시문. 이제 주제를 파악할 시간이야.”

그리고 그녀가 두 번째로 놓친 것은.

“네놈은 특별히 산 채로 언데드를 만들어…….”

본래의 천마옥은 묵색으로 이루어진 구슬이라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잠깐.’

그녀의 걸음이 뚝 멈추었다.

‘방금 밝은 빛이 폭사했었잖아?’

거기다 방금 그녀가 치워버린 천마옥은 분명 묵색이 아닌 ‘흑백’색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이런!”

말리나는 사기를 휘감고 황급히 움직였으나 그뿐.

콰자자자자작!!

바로 옆에서 터져 나오는 벼락 다발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 * *

그어어어!

캬악!

죽은 것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하나.

“무영참(無影斬).”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그어지는 한 줄기의 섬광에.

서걱.

천 마리에 가까운 언데드들이 그대로 두 동강 나버렸다.

“여기만 넘어가면 리젠 지역은 끝입니다. 니키타 님?”

“예, 때마침 유령형 언데드도 없군요. 다들 모여라!”

일격의 몰살로 잠시 중단된 언데드 무리의 진격.

그 사이로.

“은폐의 장막.”

우크라이나의 랭커 니키타가 가볍게 회전하며, S급 특성인 은폐의 장막을 펼쳤다.

반투명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내부 팀.

이어.

그어어어.

키아악.

또다시 천 마리가 넘는 언데드들이 들이닥쳤으나.

주변엔 자신들과 같은 언데드과 죽어 버린 대지밖에 없었기에.

“그으으…….”

언데드들은 죽어버린 눈으로 아웃 브레이크의 입구.

차원의 균열을 향할 뿐이다.

언데드들이 쉴 새 없이 리젠되는 거대한 언덕.

그 뒤편의 질척한 땅으로.

저벅.

수많은 발자국이 연달아 찍힌다.

이어.

“이쯤이면 좋겠군요.”

허공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은폐의 장막으로 모습을 감추었던 내부 팀이 우르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선두에 있던 김시혁은 곁에서 특성을 추스르는 니키타를 바라봤다.

“방금 거기가 마지막 리젠 지역이니. 핵은 근처 어딘가에 있겠네요.”

“예, 저와 암살계 몇 명이 주변을 정찰하고 오겠습니다. 검성께선 그동안 본대를 좀 맡아 주시죠.”

“그러죠.”

최정상급 플레이어인 랭커답게.

빠르게 브리핑과 역할을 분담하는 김시혁과 니키타.

자국의 암살계들이 준비되자.

“그럼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니키타와 정찰대가 출발하려는 그 순간.

슈아아악!

정찰대를 향해 갑작스레 김시혁의 검이 발출한다.

과연 검성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갑자기 무슨!”

니키타를 제외한 우크라이나의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하지 못했다.

이어.

까가가가각!

인상이 절로 일그러지는 마찰음이 터져 나온다.

다행히도 방향만 같을 뿐.

정찰대의 플레이어들을 노린 검격은 아니었기에.

“다들 본대로 물러난다!”

니키타는 황급히 단검을 뽑으며, 정찰대를 물렸다.

그리고 그 뒤에서.

“호오~ 이걸 알아차릴 줄은 몰랐는데? 과연 검성이로군.”

단아한 외모의 동양계 남성 하나가 걸어 나왔다.

정확히는.

“그런데 좀 궁금하네.”

스륵.

허공을 가르고 나타났다고 해야겠지.

단아한 외모와 다르게.

“내가 아는 검성은 공간 관련 특성이 없었거든.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장난기 가득한 눈빛과 능글맞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동양계 남성.

그에.

“넌…… 하루토?”

김시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고.

“하하! 천하의 검성께서 내 이름을 다 불러 주니 영광인데?”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들은 하루토는 한층 더 능글맞고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왕 불러주는 거 차원악동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서 불러 주면 안 될까? 응? 꽤 마음에 드는 별명이란 말이야.”

“…….”

뜬금없는 하루토의 헛소리에 잠시 침묵하는 김시혁.

이내.

스릉.

대답 대신 또한번의 검격을 선사해 주려던 찰나.

슈아악!

그보다 먼저 검격 하나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앞선 김시혁의 것에 비하면, 한참은 부족한 검격이었고.

“거참~.”

이는 스스로를 차원악동이라 일컬은 미친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낄 때, 안 낄 때 구분 못 하는 건 여전하구나? 유우토.”

하루토는 능글맞은 얼굴로 손가락을 내밀었다.

까깡!

선명한 오러의 색을 보아, 분명 강기일 텐데.

고작 검지 하나로 강기를 막아 내는 하루토.

그런 그의 귓가로.

“네놈! 네놈이 왜 이곳에 있는 겁니까!”

잔뜩 성이 난 유우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참으로 오랜만에 목소리에.

“말버릇 없는 것도 여전하고 말이지.”

하루토의 능글맞은 얼굴이 조금이지만 묘하게 변했다.

하나 잠시일 뿐.

꿀밤을 때리듯.

따악!

“컥!”

가볍게 검지를 튕겨 냄으로써, 현 일본 최고의 유망주를 가볍게 날려버린 그는.

“오랜만이다. 동생아.”

다시 능글맞은 미소를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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