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31화 (231/349)

제231화

231화. 의외의 거래 (2)

시문의 시선이 하늘을 향한다.

그의 눈엔.

‘저 믿죠?’

그러한 의미가 그득 담겨 있었고.

지금껏 함께한 시문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성좌들은.

[다섯 성좌가 애틋한 미소를 짓습니다.]

[성좌 바알이 ‘으음.’ 흡족스럽게 벨리알의 제안을 허락합니다.]

저마다의 반응을 보내왔고.

바알은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벨리알의 제안을 허락해 주었다.

‘좋아. 그럼 바알이 허락도 해줬으니…….’

시문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따악.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꾸륵.

기분 나쁜 파육음과 함께 사라지는 살점 종이.

“이제 알겠지?”

무심하게 시선을 던지는 시문에.

“…….”

벨리알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마계 서열 2위라면 상위서열의 성좌 중에서도 수준급일 텐데.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벨리알.

무리도 아니었다.

‘놀랐겠지. 급조한 모조품이긴 해도, 내 연성은 진품의 힘을 그대로 보여 주니까.’

방금 시문이 연성했던 브리트라의 초대장.

그것은 지금까지 연성해왔던 여타 신화급 무구들처럼.

업적 포인트를 이용한 모조품이긴 해도, 4용제 브리트라가 지닌 용력의 형태를 그대로 담고 있었으니까.

물론.

‘꼴랑 초대장의 겉모습만 흉내 내는 데 업적 포인트 300점을 턴 건 좀 아쉽지만…….’

반대로 말해서 고작 업적 포인트 300점으로 마계의 무력 서열 2위를 속일 수 있으니.

상당히 남는 장사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이걸로 히든 퀘스트의 보상을 더 조율하면 돼.’

벨리알에게서 보상을 더 뜯어낼 수 있지 않은가?

스륵 올라가려는 입꼬리.

그것을 애써 컨트롤한 시문은 처음처럼 담담한 얼굴로 멍한 표정의 벨리알을 바라봤다.

이내.

“하…… 하하! 크하하하핫!!”

쿠르르르르르.

이 공간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광소를 터뜨렸다.

그 감정에 반응하듯.

화르르르!

신전을 에워싼 흑염이 하늘까지 솟구치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아아! 그래. 이 또한 쾌락이지. 웃음이 솟구치고 가슴이 아주 저릿해.”

하얀 손으로 제 얼굴을 짚더니, 끅끅거리며 웃음을 진정시키는 벨리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이봐. 계승자, 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었지?”

그는 무슨 마약에 취해 황홀경에 빠진 중독자처럼.

“원하는 게 뭐야? 응? 내가 줄 수 있는 쾌락이라면 뭐든 줄 테니 말만 하라고!”

풀려버린 눈으로 새빨간 입술을 핥았다.

그에.

‘저런 반응을 보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잠시 떨떠름한 표정이 된 시문.

애원하며 밀지는 않더라도.

최소 당황하는 모습까진 예상했었는데, 설마 더 좋아할 줄이야?

하나.

‘뭐, 루시퍼도 그랬지만, 처음부터 곱게 미친놈으로 보이진 않았으니까.’

벨리알이 범상치 않은 미친놈이라는 건, 이미 첫 만남부터 알아챈 사실.

“그딴 건 됐고. 내가 네 퀘스트를 받아들이면, 보상은 뭘 더 줄 수 있는데?”

시문은 단도직입적으로 보상을 논했고.

“후후. 내 인과가 허락하는 한 모든 것을 해 주마. 원한다면 내 친히 너의 침실 시중도…….”

“그냥 갈게.”

이어지는 미친 변태의 헛소리에 곧바로 몸을 돌렸다.

“농담이다! 농담! 거참, 재미없기는.”

언제 움직인 것인지.

어느새 시문의 앞에서 나타난 벨리알은 양손을 들며 항복 의사를 표했다.

물론.

“쩝.”

정체 모를 아쉬움으로 입맛을 다시긴 했지만 말이다.

그에.

“……주저리 늘어놓지 말고 빨리 말해.”

이 미친 변태놈에게 영문 모를 위협을 느낀 시문은 대답을 종용했고.

“흐음. 마음 같아선 기존 보상으로 제시했던 내 선물을 더 주고 싶은데…… 그건 하나밖에 없는지라 불가능하고…….”

벨리알은 그런 재촉에도 느긋하게 팔짱을 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내.

“인과까지 계산하면…… 그래. 그게 좋겠군.”

벨리알의 얼굴에 만족스러움이 번진다.

“계승자. 보상의 조건을 바꾸지.”

그는 들고 있던 살점 종이를 시문에게 내밀었고.

시문의 눈앞으론 달라진 퀘스트 내용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00, 벨리알의 선물(선지급), 음욕의 죄종 대여 (5분)

내용이 아닌 보상 부분이었다.

변경된 보상을 확인한 시문의 미간이 살짝 모여들었다.

‘벨리알의 선물은 선지급으로 변했고. 음욕의 죄종을 대여해 준다고?’

그것도 꼴랑 5분?

그런 시문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후후. 이제야 제법 마음에 드는 얼굴이 되었군.”

벨리알은 욕망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거 아나 계승자? 그대는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보다, 그렇게 조금은 놀란 얼굴이 매력…….”

“시끄럽고.”

또 헛소리로 빠져드는 벨리알.

그것을 단번에 잘라 낸 시문은 물었다.

“음욕의 죄종을 대여해 준다는 게 무슨 뜻이지?”

“명시된 그대로다. 딱 5분에 한해서, 음욕의 죄종을 그대에게 대여해 주는 것이지.”

“내 말은. 그게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야.”

“아주 많은 의미가 있지.”

벨리알의 입가가 한층 더 진득해진다.

“말 그대로 음욕의 죄종인지라. 남성에겐 끝없는 성욕과 정력을 부여해주지. 더불어 영원한 젊음에 외모에도 색기가 더…….”

“하!”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는 시문.

“고작 그딴 효력이나 보라고?”

“고작 그딴 효력이라니? 그대도 남성이면 알지 않는가? 이게 얼마나…… 아니, 아니지.”

벨리알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대는 이미 다 가진 것이니, 의미가 없겠군. 내 실언을 했어.”

“…….”

이어지는 침묵.

그에 맞춰 무섭도록 가라앉는 시문의 얼굴에.

“아아! 농담이야.”

“……한 번만 더 네 입에서 농담이란 말이 나오면. 장담컨대 후회하게 될 거다.”

그냥 하는 위협이 아니었다.

‘보상으로 받은 신물을 써서라도, 저 망할 미친 변태놈을 교육시켜 버리겠어.’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주인 없는 최상급 신물.

그걸 쓰면 제아무리 마계 무력 서열 2위라도 버틸 수 없을 터.

자신의 성좌들은 모두 바알과 같은 신왕급 이상이니 말이다.

시문의 살벌한 진심을 느낀 것일까.

“하하! 주의하지. 이런 살벌함을 보면 그대는 참 바알 님을 닮았군. 역시 루시퍼께서 악기를 선사하신 이유가 있단 말이지.”

얼른 항복 의사를 표한 벨리알은 말을 이었다.

“음욕의 죄종의 대여를 보상으로 넣은 이유는 간단하다. 저건 ‘악기’와 관련된 물건이거든.”

이제야 구미가 당기는 소리를 늘어놓는 벨리알.

“악기? 아.”

흥미를 보이던 시문이 작게 탄식한다.

악기와 관련된 물건을 굳이 5분이란 짧은 대여 시간을 단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음욕의 죄종에 집약된 악기가 상당한 모양이군.’

그리고 벨리알은 루시퍼와 같은 타락 천사.

“그렇군. 넌 음욕의 죄종을 통해, 7마제 이후로 사라졌다던 악기를 손에 넣으려는 거야.”

“하핫! 정말 그대에겐 속내를 숨길 방도가 없군.”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벨리알.

시문은 그를 묵묵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게 5분간 대여를 해 주겠다는 건, 음욕의 죄종에 있는 악기를 내게 나눠주겠다는 거고?”

“그렇지! 아주 정확해. 이런 이가 그의 계승자라니, 아주 든든하단 말이지.”

벨리알은 무척이나 흡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대로다. 칠 죄종은 본디 악기의 근원. 필멸자인 그대가 소유할 수는 없겠지만, 그 힘을 뽑아 쓸 수는 있지.”

그 말에.

‘악기를 뽑아낼 수 있다라…….’

시문의 눈은 대번에 반짝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신화 스탯은 잔여 스탯이나 영약같이 일반적인 방식으론 성장이 불가능하지.’

한참 지구를 달구고 있는 스탯 증강제 역시도 고유 스탯인 연성력은 올려 주지만.

신화 스탯인 악기에는 올려 주지 못하니 말이다.

당연했다.

‘신화 스탯은 말 그대로 신화 스탯. 어찌 보면 성좌의 힘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러니 고작 1스탯임에도.

이만한 위력을 선보이지 않는가?

고로.

“그럼 악기를 수급할 방법은 칠 죄종 말곤 없다는 거네?”

신화 스탯인 악기는 평범한 방식으로 성장이 불가능했고.

“꼭 그렇지는 않지만……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니 알겠지? 내가 음욕의 죄종을 대여를 조건으로 넣은 이유를.”

벨리알은 그 악기의 수급을 보상으로 내건 것이다.

시문의 얼굴이 확 누그러진다.

“좋아. 그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이지.”

벨리알이 내민 살점 종이를 받는 시문.

그러자.

[성좌 벨리알의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

“근데 선지급한다는 네 선물은 뭐야?”

시문은 그것을 옆으로 치우며 물었고.

“아아. 사실 보상을 수정하기 전부터, 입가심용으로 살짝 맛보여주려고 했었는데…….”

벨리알은 시문이 들어왔던 방향을 힐끔하더니.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 말이야.”

헛웃음을 머금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래도 선지급이고, 앞으로 그대의 것이기도 하니, 돌아가면 한번 써 보도록 해.”

* * *

푸화악!

뻥 터진 푸른 페인트처럼.

푸른 피 분수가 솟구친다.

그에 걸맞은 푸른 피부의 플레이어가 비틀거리며, 허공으로 두 팔을 내저었으나 그뿐.

이미 머리통을 잃어버린 몸체는 결국 바닥으로 쓰러질 뿐이었고.

“아, 안 돼! 바드크도로!!”

그의 동료로 보이는 푸른 피부에 역관절을 지닌 여성이 애처롭게 비명을 내질렀다.

“이 악랄한 년이 감히!”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지는 푸른 여성의 얼굴.

그 분노에 맞춰.

쩌저저적!

그녀의 주변으로 가시밭처럼 솟아나는 서리들.

스치기만 해도 베일 것은 물론.

강렬한 마력으로 인해 주변의 공기조차 얼려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죽엇!”

위협적인 서리들이 제 동족의 머리통을 뽑아버린 범인.

작고 하얀 아이를 향하는 순간.

캬아아아앙!

갑작스레 우렁찬 포효가 들려왔고.

놀랍게도.

파스슥.

살벌한 기세의 서리들은 한 줌의 눈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 말도 안 되는 현상에.

“무효화라니! 이런 미치…….”

푸른 피부의 여성이 놀랄 틈도 없이.

콰직.

그녀의 가슴에 작고 하얀 것이 틀어박힌다.

“커, 커허…….”

제대로 된 비명조차 흘리지 못하는 여성.

하나 그런 여성은 안중에도 없는지.

“잘했어. 뀨웅아.”

작은 아이는 멀지 않은 곳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알록달록한 용족을 바라봤다.

이내.

“뭐…… 굳이 도와줄 필요는 없었지만.”

천사 같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잔혹한 미소를 머금으며 무슨 쓰레기라도 버리듯.

무심하게 팔을 내젓는 아이.

털썩.

가슴이 뻥 뚫린 푸른 피부의 여성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군다.

이미 죽어버린 시점에서 관심은 끊어진 것일까.

“힛! 장난감들이 계속 몰려오니까 되게 재밌네?”

아이는 신이 난 얼굴로 또다시 생성되는 문을 바라봤다.

“이번에 오는 애들은 좀 강했으면 좋겠네. 너무 약하니까 시시하잖아. 그치?”

뀨웅.

“헤헤! 미안. 그래도 뀨웅이도 좀 죽였잖아. 그거, 내가 일부러 남겨 준 거다? 알지?”

즐겁게 흥얼거리며, 제 덩치의 몇 배나 되는 현신한 뀨웅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연.

그런 둘의 정면에서.

텅.

생성이 끝난 문이 열렸다.

“이곳인가?”

“아아~ 피비린내가 가득하군. 향기로워.”

“1등의 던전이니 당연하지 않나? 아마 던전의 주인도 제 컨디션은 아닐 거다.”

“후후. 빨아먹을 피가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고풍스럽고 품위가 느껴지는 목소리.

들어선 이들은 목소리답게, 하고 있는 행색 또한 무척이나 귀족스러웠다.

그중.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3등이 한순간에 사라졌다지만, 아직 1등이 살아 있으니.”

가장 선두에 선 창백한 남성이 들뜨는 무리를 제지했고.

“물론이지요. 아직 1등은 멀쩡한 걸 보니, 이곳에 입장하진 않은 모양입니다.”

“보나 마나 3위 이하의 안전한 던전만 골라잡고 있겠죠.”

“그래놓고 1등이라니? 품격 떨어지는군.”

“오호호! 본디 질보단 양을 따지는 게, 천한 것들의 본성이잖아요?”

멋들어진 코트와 드레스를 입은 이들은 여유롭게 말을 흘리면서도.

피처럼 붉은 눈으로 사방을 흘겼다.

이내.

“어머! 저기 좀 봐요. 우리 신사분들께서 좋아할 만한 아리따운 아이가 있네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던전의 한 지점을 가리킨다.

들어선 이들은 일제히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오오! 정말이잖아?”

“저 고운 피부 좀 봐. 아주 야들야들하겠어.”

“흐흐! 당장 물어뜯고 싶군.”

남성들은 하나같이 시뻘건 눈을 반짝이며 여성이 가리킨 아이.

시연이를 바라봤다.

그들 중.

“어허. 귀족님이 계시는데 다들 예를 지켜야지.”

희미한 주름으로 그나마 나이가 든 외형의 남성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온다.

그는 가장 선두에 있던 남자.

“남작님. 먼저 시식하시지요.”

남작이라 불리는 이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고.

그 우대가 만족스러운 것일까?

“역시 긴 세월을 산 뱀파이어는 다르군. 아주 품격 있는 행동이네.”

“하하! 과찬이십니다.”

남작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한번 짓고는.

스르륵.

검은 연기를 남기고 사라졌다.

정확히는.

“기다리는 이들도 많으니. 맛만 보고 넘겨주지.”

시연이의 뒤편으로 이동했다고 해야겠지.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의 움직임이었으나.

시연이는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이.

“아빠…….”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아빠라고?”

의문으로 미간을 슬쩍 찌푸린 남작은 천장을 올려다보았고.

볼 수 있었다.

‘저건…… 차원문이잖아?’

시커멓게 넘실거리는 거대한 차원문을 말이다.

이내.

“뀨웅아! 빨리 움직여! 아빠가 와!”

갑작스레 소리친 소녀는 후다닥 던전의 중앙에 있는 백금색 구체로 향했고.

“미, 미스릴이잖아!”

“세상에!”

“저 저주받을 광물이 대체 왜 여기에!”

백금색의 구체가 미스릴임을 깨달은 뱀파이어들은 하나같이 경악과 노성을 내뱉으며.

“보기만 해도 역겨울 지경이군.”

“남작님.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검붉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어.

“블러디 서클!”

“으스러뜨려라. 피의 사슬.”

“부서져라!”

쏟아져 나오는 피의 마법들.

앞서 시연이와 뀨웅이가 처리했던 그 어떤 마법계의 마법보다도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으나.

“뀨웅아. 피 다 닦았지?”

뀨웅.

시연이는 연신 자신과 뀨웅이의 몸만을 살필 따름이었다.

그렇게 1초는 되었을까?

꾸르륵.

쐐액!

어느새 지척까지 날아든 피의 마법들이 시연이와 뀨웅이를 향하는 순간.

“시연아!”

던전 전체로 울리는 짧고 뚜렷한 소리와 함께.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무쌍참(無雙斬).

곧장 내리꽂히는 초승달 형태의 마기.

그것은.

서걱.

시연이를 노렸던 혈마법들을 무라도 썰 듯 손쉽게 두 동강 내버렸다.

뱀파이어가 펼치는 혈마법이 어떤 위력을 지녔는지 따져본다면.

그리고 이곳이 다이아 랭크 승급전임을 돌이켜본다면.

이건 정말이지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나.

“…….”

“…….”

뱀파이어들은 그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는 갑작스레 난입해.

“시연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덴 없어? 뀨웅이는?”

“웅! 시여니는 갠차나요!”

“뀨우우~.”

자신들의 혈마법을 한 방에 박살 낸 남자 때문이 아니었다.

“저, 저건…….”

남자가 나타났던 천장.

어둠에 익숙한 뱀파이어들조차 꺼릴 정도로 시커먼 차원문에선.

펄럭.

“아아! 너무나도 오랜만에 맡는 외부의 공기로군.”

“뱀파이어? 한데 죄다 쓰레기들뿐이군.”

“귀족급은 단 하나, 그조차 남작이다.”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이를 본 뱀파이어들의 리더.

남작에겐 2가지의 의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화르륵.

‘날개가…… 시커멓게 타오르고 있잖아?’

이글거리는 흑염이 천사들의 날개를 불태우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흐흐! 공기에 피와 욕망이 가득하군.”

“보아하니 마계의 지하 같은데? 몽마들의 매음굴이라도 되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냥 아레나겠지. 저분은 플레이어시니까.”

“크큭! 아쉽군. 모처럼의 외출인데 말이지.”

보편적인 천사들의 모습과 정 반대라는 것.

거기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뱀파이어 남작은 알 수 있었다.

저건 그가 아는 천사가 아니라.

“타, 타락 천사들이 여길 왜!!”

마계에서도 악명 높은 타락 천사들이라는 것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