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29화 (229/349)

제229화

229화. 다이아 랭크 데뷔전 (3)

[이게 지금 몇 킬인 거죠?!]

[김시문! 너무 강력합니다. 너무도 강력해요!]

지구 최고의 아레나 채널 TWC.

처음 아레나 방송이 가능했던 그 날처럼.

마이클과 조나단은 연신 높은 톤으로 중계를 이어갔다.

무리도 아니었다.

다이아 데뷔전의 중계화면.

아무것도 없는 평평하고 어둑한 공동에선.

“뭐야? 왜 아무것도 없…….”

콰드득!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되는 학살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아! 또다시 입장과 동시에 사망했습니다!]

또다시 탄성을 내뱉는 캐스터 마이클.

그에.

[김시문 플레이어가 강하다는 건, 이미 소정규가 시작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만…….]

해설인 조나단은 높아졌던 텐션을 가라앉히고.

[이건 정말 차원이 다르군요.]

진중한 얼굴로 화면 속에서 피를 닦아내는 시문을 바라봤다.

[개인 방송을 챙겨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외계의 플레이어들 수준은 상당하거든요?]

[그렇죠. 실제로 지구에서 나름 해당 랭크의 중하위권 플레이어들이, 소정규에서 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소위 말하는 ‘물랭’이라고 하죠?]

[한국에서 시작된 그 단어 말이군요. 덕분에 꽤 많은 플레이어가 그 소리에 시달렸다죠?]

[애당초 물랭이라는 단어 자체가 해당 랭크대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에게 하는 소리니까요.]

조나단은 넥타이를 슬쩍 풀며, 한번 숨을 골랐고.

마이클은 능숙하게 파트너의 빈 오디오를 채웠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지 알겠습니다. 지구의 플레이어들이 정규전의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는 거죠?]

[많이는 아닙니다만. 수준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죠.]

[하긴, 각 랭크대 별로 나름 잘나간다는 플레이어들도, 소정규에선 일반적인 성적만 거두고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겁니다! 마이클. 다들 같은 수준대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말끝을 흐리는 조나단.

그는 해괴한 무언가를 보듯.

경악으로 일그러진 눈으로 화면 속 시문을 바라봤고.

[김시문을 보십시오. 심지어 다이아 데뷔전이지 않습니까? 한데 들오는 족족 한 방에 처리해버린다는 게…….]

[아아! 이렇게 듣고 보니 그렇군요. 뭔가 성장 관련 특별한 특성이나 아이템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 귀하다는 스탯 증강제를 콜라처럼 마시기라도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그럴…… 아! 말씀드리는 순간! 또다시 죽어 나갑니다!]

마이클은 또다시 텐션을 올리며, 분위기를 고양시켰다.

* * *

=엄청난 무력이군. 근데 5천 점은 대체 뭘 말하는 거지?

=나도 모르겠다. 뭘 의미하는 거 같은데…… 여튼 강하긴 하군.

=그래봐야 결국 무력뿐이다.

줄줄이 올라가는 타 차원의 채팅창.

정규전을 치른 이들이기 때문일까?

=이렇게 아무런 던전 세팅도 없이 날뛰기만 해서야…….

=이제 킬 수도 10킬 아닌가? 입장 가능한 공격자 수가 2배로 늘 텐데?

=저번에 임시 정규 아레나 차원이라고 했으니. 아마 던전 공방전을 잘 모르는 게지.

=흥. 그냥 종의 한계인 거지. 모르면 사리는 건 기본 아닌가?

던전 공방전에 대해 잘 아는지.

시문의 플레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고.

-외계인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본데?

-어쩔 수 없지. 우린 정규전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잖아.

-ㄹㅇ 다른 방송 안 보냐? 랭커들도 정보 부족으로 손해 보는 거 개많음.

-근데 쟤들도 5천 점 뭔지 모르나 봄 ㅋㅋ

-우리도 모르는데 지들이 어케 알어 ㅋㅋㅋ

이를 본 지구의 시청자들 역시 조금씩 불안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후. 이제 속이 좀 풀리네.”

정작 당사자인 시문은 여유롭게 피 묻은 손을 털어낼 따름이었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걸로 이제 총 10킬이지?’

이미 전생의 경험을 지닌 시문은 던전 공방전의 방식에 빠삭했으니까.

‘그럼 입장 가능 인원수가 2배로 늘겠네.’

그것을 증명하듯.

[10킬을 달성하였습니다.]

[방어 포지션에 소속된 플레이어입니다.]

[킬 포인트가 5배로 환산됩니다.]

[이제부터 입장 가능 공격자 수가 2배로 증가합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들.

이어.

우웅.

작은 이명과 함께.

정면에만 존재했던 입구의 반대편으로 또 다른 문이 생성되었다.

‘입구가 늘어날 때마다 휴식 시간을 줬었지? 그럼 슬슬 던전 세팅을 하면 되겠네.’

우득.

드래고노이드를 비활성화시킨 시문은 가볍게 숨을 고르며.

띠릭.

[던전 설정에 들어갑니다.]

던전의 설정창을 열었다.

이어 기다렸다는 듯.

[1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집니다.]

휴식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역시.’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린다.

‘방어 포지션이 휴식 시간을 줄 정도로 인기 없고 불리한 포지션이긴 하지.’

랜덤 스탯 +1을 투기로 뽑아, 5천 점을 손해 봤던 시문.

오랜만에 충격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덕분에 공격, 방어 포지션을 선택하지 못하고 자동 선택으로 넘어가 버렸었다.

당연하게도 자동 선택은 늘 선택이 부족한 방어 포지션이었고.

자칭 공명정대하기로 유명한 갤럭시 아레나는 휴식 시간과 더불어.

[던전 기본 프리셋 1번을 선택하셨습니다.]

[던전이 형성됨에 따라, 추가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던전 내에서 소환수의 모든 능력치가 30% 증가합니다.]

[던전 내에서 자신과 소환수의 모든 저항력이 20% 증가합니다.]

여러 버프까지 부여해, 이러한 불균형을 잡고자 노력했다.

물론.

‘이렇게 버프를 줘도 여전히 인기는 없지만 말이지.’

그나마 소환계열의 직업들.

예컨대 정령사나 소환사, 네크로맨서 등의 직업들은 나름 선호하나 그뿐.

소환수 한정 모든 능력치 30%라는 어마어마한 버프에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저항력까지 20%나 증가시켜주어도.

‘결국 던전의 등수가 오르고, 입구가 최대치로 늘어나면 얼마 못 버티니까.’

점점 입장하는 공격 포지션들이 많아지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보편적인 시각이었고.

=드디어 던전을 세팅하는군.

=흥! 그래봐야 혼자 아닌가?

=아니. 소환수가 있다. 저번에 본 정체불명의 용족을 잊었나?

=넌 정말 저능한 종족인가 보구나. 던전 공방전에서 그 한 마리로 될 거라 보나?

=그러게 말이다. 아무리 무효화 능력이 있어도, 한 마리론 어림도 없거늘.

이러한 인식은 타 차원의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반대로, 던전에 입장하는 공격자들을 전부 집어삼킬 수만 있다면…….’

방어 포지션은 그야말로 황금알 낳는 거위.

무한한 킬링 자판기일 수밖에 없었고.

“총출동시켜야겠네.”

시문에겐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

지잉.

시문의 왼팔에 장착된 실린더 끝에 검은 연성진이 어린다.

이어.

‘현자의 돌?’

-응. 애들 부를까?

굳이 목적어를 말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답해오는 현자의 돌.

이내.

‘부탁할게.’

시문의 허락이 떨어지자.

-얘들아! 연장 챙겨라!

갑자기 걸걸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현자의 돌.

그리하여.

“퉤! 뚜목. 불러쪄?”

아마 미스릴로 추정되는 방망이를 어깨에 척 걸치고.

나오지도 않는 가래를 뱉으며 나타나는 시연이.

그리고.

큐르릉!

차라리 본모습으로 현신이라도 하던가.

강아지만 한 모습 이지만, 애써 사나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는 뀨웅이의 등장에.

“…….”

시문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내.

“커, 커흠! 시연아. 뀨웅이랑 같이 아빠 좀 도와줘. 알겠지?”

얼른 정신을 차리곤 찬찬히 말을 이었고.

“걱정 마십쬬. 뚜목! 시여니가 싹 쓸어버릴 꼬니까!”

큐웅.

시연이와 뀨웅이는 최대한 껄렁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에.

-꺄아악! 시여나! 뀨웅아!!

-뭐야! 둘 다 왜 이렇게 귀여워?!

-뀨웅아…… 삼촌 심장이…….

지구의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어디 지구뿐이랴?

=……귀엽군.

=조그마한 것들이 참으로 사납군. 심장이 아프다.

=동의한다. 후…… 이게 하등한 종족들의 기분인가?

귀여움은 국적을 넘어 종족까지 초월하는 것인지.

방금까지 따가웠던 타 차원의 채팅창은 순식간에 훈기가 돌았다.

시문 역시.

“던전핵 옆에서 골렘들만 최대한 조종하고.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네! 뚜목!”

“큐웅!”

힘차게 답한 시연이와 뀨웅이가 뒤편에 자리한 정갈한 형태의 부유석.

던전핵을 향해 쪼르르 달려간다.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시문은.

‘어차피 방어 포지션은 던전핵이 핵심이고, 애들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도형이 가득한 던전 설정창을 바쁘게 터치했다.

쿠그그그.

진동이 울리며.

사방에서 설정한 형태의 벽들이 치솟는다.

특히.

쿠그그.

카각!

던전핵이 놓인 곳.

시연이와 뀨웅이가 자리한 던전의 중심부로는 두터운 벽이 2중, 3중으로 겹쳐졌다.

“이게 던전 설정으로 가능한 최대치인가.”

그를 보던 시문은 몇 차례 손가락을 튕겨.

츠츠측.

몇 겹의 벽을 더 겹치고.

미스릴로 도금까지 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그런 시문의 귓가로.

-아이고~ 오늘 이미지 버릴 각오하고 간 건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현자의 돌의 영문 모를 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뿐.

[휴식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휴식의 끝을 알려오는 시스템에 얼른 왼팔의 실린더를 천장으로 내밀었다.

그러곤.

피핑.

연속해서 쏘아지는 검은 연성진.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지잉.

쏘아진 검은 연성진들이 허공에 멈춰 있다는 것.

물론 이는 시문이 의도한 일이었다.

‘처음 얻었을 때도 그랬지만, 악기는 마기와의 상성이 아주 좋아.’

처음부터 마기 속에 자리했었던 악기.

또한 따로 분리시킨 후에도.

악기는 마기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걸.

라파엘의 힘을 이용한 유정의 보호막으로 몸소 체감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걸 마기를 소모하는 마수 소환에도 접목시킨다면…….’

아마 상당한 결과를 맛보게 되리라.

연금술사 특유의 실험 정신이 발동된 것일까?

“흐흐!”

시문 얼굴에 기대와 고양감이 감돌았다.

그렇게.

사아아.

시문의 하얀 손끝에서 마기보다 더 어둡고 악랄한 기운이 피어오르자.

지이이잉!!

허공에 맺혔던 4개의 검은 연성진들이 일제히 진동했다.

이내.

“음?”

4개의 연성진은 각각 모서리가 되어, 사각형의 형태를 이루었고.

딱 그러한 형태로 변한 것이 던전 천장을 점차 좀먹어가더니.

“무슨…….”

시문이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파앗!

그대로 집어삼켜 버렸다.

* * *

폭격이라도 당한 듯.

사방이 박살 난 던전 속에서.

“쿠릉! 그래서.”

독특한 콧소리와 상반되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뜸은 다 들었나? 더는 못 참겠는데 말이지.”

짙은 녹색의 피부와 4미터는 거뜬히 넘는 체구.

말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허연 김까지.

무척이나 위압적인 근육질의 거구는 손에 쥔 흉악한 도끼를 만지작거렸고.

그 맞은 편.

짙은 녹색의 거구보다 1미터는 더 거대한 거구는 놀랍게도.

“개인적으론 좀 더 기다렸으면 하네만. (기다린다!)”

동시에 두 가지의 말을 내뱉으며 부정을 표했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본디 고기는 숙성시킬수록 맛있지 않은가? (숙성고기! 최고다!)”

2개나 달린 머리.

물론 어눌한 말투에 눈과 콧구멍도 하나씩밖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동시에 말은 내뱉고 있었으니까.

머리 두 개 달린 녹색 거구의 말에.

“쿠릉! 당신은 귀한 주술사이니 지금까지 얌전히 말에 따랐다만. 이제는 무리다.”

독특한 콧소리의 근육질 거구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 범상치 않은 외형 때문인지.

“던전이 벌써부터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다. 먹잇감이 줄고 있단 말이다!”

“바르크……. (그, 그건…….)”

바르크라 불린 거구의 얼굴은 그야말로 흉악스러움의 극치였다.

“주술사. 우린 근 10년간, 플레이어가 된 오우거들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네. 바르크. (알지! 알아!)”

“한데 사냥감이 얼마 없는 종목에서 아레나 눈치까지 살피면, 점수는 대체 언제 올린단 말인가!”

쾅!

만지작거리던 도끼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처박힌다.

바르크라 불린 오우거의 주술사라 불린 트윈 헤드 오우거를 노려봤다.

“우린 지난 승급전에서 우리 종족을 지배했던 요툰까지 박살 냈다. 현 기수 중 최강이란 말이다!”

“그, 그건 그렇네만…….”

오우거 주술사의 두 얼굴이 잠깐 어두워진다.

그에.

“물론 등수가 높은 던전일수록. 킬 포인트를 많이 준다는 것은 나도 잘 안다. 당신도 그걸 노리고 기다리자는 거겠지. 하지만 보라.”

바르크는 한결 가라앉은 어조로 허공에 큼직한 손을 휘둘렀다.

[공격]

1위 – ???? 120점. (파괴한 던전핵 2)

2위 – ?? 98점. (파괴한 던전핵 1)

3위 – 바르크 73점. (파괴한 던전핵 1)

4위 – ?…….

주륵 펼쳐지는 아레나 보드.

“티밍에 점수까지 몰아받은 내 순위를 보란 말이다.”

바르크는 굵직한 손가락으로 3위의 자신을 가리켰다.

“1등이었던 내가 벌써 3등으로 밀려났다. 심지어 100점이 넘는 걸 보아, 현재 1등은 3번째 던전을 공략 중이겠지. 그것도 제법 상위권의 던전을.”

바르크는 바닥에 처박았던 도끼를 다시 빼 들어, 어깨에 턱 하니 걸쳤다.

“저 1, 2등도 분명 우리와 같이 티밍을 맺고 있을 터. 놈들이 상위권 던전마저 쓸어가면, 나중엔 뒤집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특히나 방어 포지션은 인기가 없지 않은가?

안 그래도 던전의 수가 적은데.

그것들이 높은 점수를 줄 때까지 기다리다, 혹여나 다른 이들이 먼저 차지하기라도 한다면?

“당장 우리도 던전을 쓸어 담아야 한다. 아레나의 눈치 따위, 볼 여유가 없단 말이다.”

바르크의 말은 분명한 일리를 담고 있었기에.

“좋네. 대전사의 판단을 따르지. (따른다! 따라!)”

망설이던 오우거 주술사의 두 머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동의가 떨어지자.

“가자! 전사들이여! 지금부터 휴식은 없다! 쉬고 싶은 자는 죽어서 쉬도록!”

벌떡 일어난 바르크는 큼직한 도끼를 들며 소리쳤고.

“크아아아!”

“전부 박살 낸다!!”

그의 뒤로 수십의 오우거들이 골이 흔들릴 정도로 강렬한 함성을 표했다.

그리하여.

“우선 가장 큰놈부터 잡아먹고, 100점대를 단번에 돌파하겠다.”

“대전사의 뜻을 따르겠네. (큰놈! 1등!)”

방어 측 아레나 보드를 연 바르크는 최상단에 있는 던전.

[방어]

1위 - ??? 22킬.

2위 - ?…….

“하! 벌써 22킬이라니? 방어 버프가 있어도 꽤 지친 상태겠군. 잘 됐어.”

벌써 22킬이나 달성한 1등을 택했다.

파츠측.

바르크의 앞으로 1등 던전의 문이 소환된다.

‘으음? 22킬이면 아직 문이 2개일 텐데. 대기열이 없나?’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바르크.

이내.

‘하긴, 이상할 것도 없겠군.’

바르크의 입꼬리를 비죽 올라갔다.

나름 다이아 랭크 데뷔전의 참가자라고.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머저리들이 한둘이어야지.’

겁도 없이 1등에게 도전하다 죽는 놈들은 늘 넘쳐났으니까.

실제로 지금까지의 아레나에서, 1등의 입장으로 머저리들을 죽여온 바르크였기에.

‘이번 아레나도 단숨에 치고 나가 1등을 차지해주마.’

뜨겁게 투지를 불태우며.

“가자! 형제들이여! 우리 오우거가 이번 세대 최고의 종족임을 증명하자!!”

콰앙.

완성된 던전의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쿵. 쿵.

진동까지 울리는 힘찬 발걸음.

그렇게 1등의 던전 안으로 들어선 바르크의 무리가 처음으로 직면한 것은.

“피 냄새?”

아주 진하고 비릿한 혈향.

그리고.

“……해서 다행이야. 나 정말 각오하고 들어온 거거든.”

귓구멍이 간지러울 정도로 여린 목소리였다.

“그렇잖아? 아빠는 시여니를 착하고 여린 공주님으로 생각하니까.”

바르크와 주술사.

그리고 오우거들의 시선이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한다.

그곳엔.

“물론 나도 이쁜 공주님으로 보이고 싶어. 아빠가 아껴주는 게 너무 좋거든.”

뀨우? 뀨우.

“헤헤! 뀨웅이 말이 맞아.”

둥근 은백색의 구체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웬 꼬마와 알록달록한 생명체가 보였다.

하나.

“네 말대로 사실 난 늘 이런 거에 목말라 있었어. 살아 있는 걸 찢어발기고, 꿰뚫고 자르는 그런 거.”

들려오는 내용은 전혀 둘의 외형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잠깐. 저 꼬마 주변에 저건…….’

이 코가 아릴 정도로 비릿한 혈향의 원인.

주변을 흥건하게 적신 붉은 액체가 시야에 들어왔고.

뀨웅.

“나도 알아. 아빠가 알면 아마 실망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괴리감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바르크는 저 조막만 한 꼬마와 눈이 마주쳤고.

“난 공주님이 아니라…… 여왕님인걸.”

오싹.

그 바윗덩이 같은 거구에 소름이 뻗어나갔다.

순간.

“그래도 괜찮아.”

간지러울 만큼 여린 목소리가 그의 ‘귀 옆’에 속삭였고.

“아빠가 잠시 자릴 비운 덕분에…….”

최상위 종족인 요툰의 공격도 거뜬히 버텼던 바르크의 육체에서.

“난 아직 더 공주님일 수 있으니까.”

푸화학!

피 분수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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