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228화. 다이아 랭크 데뷔전 (2)
심드라실의 영역에서 녹음을 모두 지워 버리면 이러할까?
어둑하지만 광활한 대지 위로.
파앗.
각양각색의 종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이아 랭크 데뷔전을 시작합니다.]
[이번 데뷔전의 종목은 던전 공방전이고, 참가 인원은 2,000명입니다.]
[인원이 모두 보이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그들의 앞으론 저마다의 언어로 이루어진 공지가 떠올랐고.
“던전 공방전이라…….”
데뷔전에 매칭된 시문 역시 공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다.
‘정규전으로 편입해서 그런가? 던전 공방전이 데뷔전으로 매칭되네.’
던전 공방전.
전생의 지구에서도 정식 아레나가 시작된 후에나 등장하는 종목이었고.
이를 대변하듯.
-던전 공방전?
-저건 또 뭔 종목이냐?
-완전 처음 보는데.
-저거 지구에 없는 종목임.
-ㅇㅇ 방금 연맹 홈페이지 검색 돌렸는데. 저런 거 없음.
지구의 채팅창은 저마다 의문을 표했다.
반면.
=호오? 아무리 다이아 랭크 데뷔전이라지만, 설마 던전 공방전이 매칭될 줄이야.
=이번 데뷔전 참가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가 본데?
=당장 이 김시문이라는 자의 무력부터 그렇지 않나?
=하긴. 종이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실력이긴 했지.
=이자가 그리 대단한가?
=저번 방송 못 봤나 보군. 이번 걸 보도록 해.
타 차원의 채팅창들은 익숙하다는 듯.
던전 공방전에 대해 여유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업적 ‘시청자 15,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15,000점을 획득합니다.]
시문의 앞으로 업적 보상이 떠올랐다.
15,000점이라는 업적 포인트도 그렇고.
갓 다이아로 승급한 플레이어치곤 상당한 시청자 수였으나.
‘드디어 1,500만 명을 돌파했나 보네.’
이미 저번 승급전에서 1,400만 후반대를 찍어 본 시문으로선.
그다지 감흥이 없는 수치였다.
‘러시아 길드전 이슈만 아니었어도, 진즉 돌파했을 시청자 수니까.’
그보단 업적 포인트 15,000점이라는 보상에 더욱 관심이 갔다.
그러나.
[업적 ‘시청자 18,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18,000점을 획득합니다.]
“에?”
또다시 떠오르는 업적 보상에 이야기는 달라졌다.
‘언제 1,800만 명이…….’
순식간에 추가된 300만 명.
잠시 눈을 끔뻑인 시문은 얼른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정확히는.
확인하려고 했다.
[업적 ‘시청자 20,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어어?!”
그 잠시간의 시간에.
2,000만 명을 돌파해 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이어.
‘2,000만 명이라고? 잠깐. 이러면…….’
2,000만 업적 클리어를 알리는 메시지 아래로 향하는 시문의 시선.
이유는 간단했다.
‘업적 보상의 방식이 달라지잖아?’
업적.
당연히 그 보상은 주로 업적 포인트로 주어지기 마련이었으나.
시청자 수와 같이 한 카테고리에서 장기적인 업적을 지닌 경우.
특정 구간에서 업적 보상이 달라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시청자 수 업적의 경우.
‘아마……. 업적 공적치였지?’
업적 포인트 대신, 업적 공적치가 주어졌었다.
이를 증명하듯.
[해당 업적의 구간을 넘어섰습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업적 포인트’가 ‘업적 공적치’로 전환됩니다.]
[업적 공적치 20,000점을 획득합니다.]
업적 공적치로 전환된다는 메시지를 알려왔다.
‘역시.’
시문은 조금 아쉬운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혁이나 말숙이도 그렇고. 전생의 상위 플레이어들 역시 이 변화를 무척이나 달가워했지.’
아직 정규 아레나가 아닌 지구에선 업적 포인트가 쓰이는 곳은 업적 상점뿐인데.
정규 아레나도 아닌 지금 시점에서.
업적 포인트가 쓰이는 곳은 면사권이나 길드 관련 옵션뿐이지 않나?
그마저도 길드 마스터가 아니면 길드 관련 항목은 쓸모가 없으니.
딱 면사권을 사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런 업적 포인트보단.
‘업적 공적치는 업적 상점의 판매 물품 질을 높여 주니까.’
쓸모없었던 업적 상점을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업적 공적치가 반가울 수밖에.
실제로 심해라 불리는 브실골들마저, 업적 포인트는 잡템처럼 쌓여 있을 터였다.
물론 업적 포인트가 무력인 시문으로선, 다소 아쉬운 상황이었으나.
‘뭐, 시청자 수 업적에 한해서니까. 다른 업적을 깨서 얻으면 되니, 업적 상점이 나아지는 게 장기적으로 좋긴 하지.’
앞으로의 미래를 보았을 땐.
업적 포인트 하나만 받는 것보다야.
업적 상점이 업그레이드되는 업적 공적치를 얻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그리고.
[업적 ‘시청자 25,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공적치 25,000점을 획득합니다.]
[업적 ‘시청자 28,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
[업적 공적치 28,000점을 획득…….]
그 약간의 아쉬움이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니. 이게 대체…….”
눈앞으로 미친 듯이 치솟는 시청자 수 업적.
정말 끝을 모르고 치솟던 시청자 수는.
[업적 ‘시청자 58,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공적치 58,000점을 획득합니다.]
5,800만 명에 도달하고 나서야 점차 잦아졌고.
[58,814,275명 시청 중.]
[58,987,327명 시청 중.]
[59,627,250명 시청…….]
[업적 ‘시청자 60,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공적치 60,000점을 획득합니다.]
6,000만까지 달성하고 나서야, 그 상승세가 거의 멈추었다.
당연하게도.
-여기가 김시문 방송인가요?
-It……. 엄청난데요? lol!
-je suis venu voir l'émissi……. 너무 많아요!
-翻訳されませ……다. 왜 이러죠?
-채팅이 너무 많아. 晕眩的!
-خدایا! 채팅창을 밝혀 주세요!
시문의 채팅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뭐라는 거얔ㅋㅋㅋ
-채팅이 씹ㅋㅋㅋㅋ
-아레니아 정신을 못 차리누!
-한 번에 너무 많이 접속해서 그래 ㅋㅋ
-TWC에서 중계할 텐데도 이 정도라니…….
-갠방의 묘미가 있자너 ㅋㅋㅋ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유입을 겪어서일까?
시문의 채팅창은 제대로 된 번역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슬로 모드 좀 강하게 걸겠습니다.”
시문은 황급히 아레니아를 열어, 슬로 모드의 설정을 강하게 높였다.
효과가 있었는지.
-개굳!
-속이 뻥!
-이제야 채팅이 제대로 작동하는군요.
순식간에 질서를 되찾는 채팅창.
이어.
[업적 공적치가 일정 단계에 도달하였습니다.]
[업적 상점에 ‘힘 스탯 +1’ 항목이 추가됩니다.]
전생의 시혁이와 말숙이가 말했던 하이랭커의 비결 중 하나.
스탯 판매가 뚫렸다.
하나.
[정식 아레나에 소속된 차원의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이미 업적 상점에 ‘힘 스탯 +1’ 항목이 추가된 상태입니다.]
시문은 이미 지난 날 페어리 드래곤의 탄생으로 스탯 판매가 열린 상태.
시스템창은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더니.
[정당한 업적으로 특혜를 얻은 플레이어입니다.]
[플레이어 김시문에 한해, 업적 상점의 성장 단계가 한 단계씩 당겨집니다.]
[업적 상점에 ‘민첩 스탯 +1’ 항목이 추가됩니다.]
다음 단계인 민첩 스탯 +1의 항목을 추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구를 확인한 시문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첩이면 힘 스탯 다음으로 열리는 스탯이었지.’
고로 성장 단계가 한 단계씩 당겨졌다는 문구대로 적용된 상태.
시문은 즉시 업적 상점을 확인했다.
[업적 상점]
길드 인원수 확장 - 12,000p
인벤토리 확장 – 500p
면사권 – 1,000p (0/1)
힘 스탯 +1 – 1,000p
민첩 스탯 +1 – 1,000p
랜덤 스탯 +1 – 5,000p
시문의 시선이 면사권 항목으로 향한다.
‘아마 면사권까지가, 현재 지구 플레이어들의 업적 상점이겠지.’
하나.
그 아래로 펼쳐진 3개의 스탯 판매는 지구에서 오로지 시문 자신에게만 허락된 것.
‘일단 힘민체는 나한테 큰 의미가 없는 데다, 고작 +1 올리는 데 천 포인트는 너무 아까우니 제외하고.’
전투계도 아니고.
인체 연성에 드래고노이드까지 있는 시문에겐 이제 별 의미가 없는 힘민체.
고로.
‘오천 점이긴 하지만, 랜덤 스탯 +1이 중요한데…….’
5,000점이 부담스럽긴 해도.
연성력까지 노려 볼 수 있는 저 랜덤 스탯 +1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잠깐.”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근데 저기서 연성력이 아니라, 다른 스탯들이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갤럭시 아레나가 어디 호구도 아니고.
별다른 설명이 없이 그냥 랜덤 스탯이라면.
갤럭시 아레나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스탯이 총출동할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서 연성력만 딱 골라서 뽑을 수 있을까?’
아마 어렵겠지.
그래.
통상적으론 분명 그럴 텐데.
‘좀……. 마려운데?’
아까 시청자 수 업적 보상으로 33,000점도 챙기지 않았는가?
입맛을 다신 시문은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크르륵. 아직 맵은 정해지지 않았나?”
“켕! 움직이는 것 말곤 아무것도 못 하니, 더럽게 지루하군.”
“그러게 말이다. 아니었으면 너 같은 저능한 종족은 진작 발라 버렸을 텐데.”
“미친놈! 아레나 시작하면 꼭 방어에 들어가라. 찾아가 죽여 줄 테니.”
“하! 네놈이나 방어 포지션을 선택하도록!”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루함을 달래고 있는 이종족들.
대충 눈대중으로 잡아도.
‘천 명이 좀 넘는군.’
그렇다면 매칭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테니.
‘부담되긴 하지만, 어차피 직접 알아봐야 하니, 한 번만 해 볼까?’
막간을 이용해 랜덤 스탯 +1을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
시문은 즉시 랜덤 스탯 +1을 구매했다.
[랜덤 스탯 +1을 구매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점이 차감됩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또르르르륵.
주사위가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축하합니다! 희귀 스탯 사기 +1을 획득하였습니다.]
축하 메시지가 떠올랐다.
비록 연성력은 아니었으나.
‘사기 스탯이면 연성력의 귀속 스탯인데?’
사기 스탯은 연성력의 세 번째 귀속 스탯.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의문에 답하듯.
[사기는 연성력의 귀속 스탯입니다.]
[연성력으로 치환되어, 연성력이 1 증가합니다.]
사기 +1은 연성력 +1로 치환되어 지급되었다.
그에.
“아니!”
시문은 저도 모르게 육성을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귀속 스탯이면 절반만 적용되는 거 아니었어? 이걸 1 대 1로 치환해 준다고?’
귀속 스탯들은 모두 연성력 스탯의 절반 값으로 적용되지 않는가?
그간 갤럭시 아레나의 일 처리상 안 줬으면 안 줬지.
이렇게 +1로 시원하게 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업적 포인트가 5,000점이나 들어서 그런가?’
그런 거라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
5,000점이면 이전의 아르스 마그나의 연성 비용과 똑같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귀속 스탯이 1 대 1 비율로 전환된다면…….’
마기, 용력, 사기, 정령력.
다양한 바운더리를 지니고 있는 시문에겐 랜덤 요소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될지는 모르겠다만.
‘잘하면 신화 스탯인 악기까지 나올 수도 있는 건가?’
일단은 시스템창과 상태창이 악기를 인정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남들보다 5배는 이득인 거잖아?’
시문의 눈이 희번득하게 뜨였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해!’
즉시 ‘랜덤 스탯 +1’를 구매하는 시문.
[랜덤 스탯 +1을 구매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점이 차감됩니다.]
또르르르륵.
또다시 주사위가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축하합니다! 희귀 스탯 투기 +1을 획득하였습니다.]
[투기 스탯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해당 스탯 투기 +1이 소멸합니다.]
암담한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줄줄이 떠올랐고.
“안 돼!!!”
시문은 곧바로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인원이 모두 매칭되었습니다.]
[지역은 차원 마계의 ‘깊은 곳’입니다.]
[던전 공방전입니다. 포지션을 선정하십시오. (공격 / 방어)]
갤럭시 아레나는 그저 무심하게 제 역할을 수행할 뿐이었다.
* * *
[공격 포지션으로 배치되었습니다.]
[다수가 선택하는 포지션 특성상, 던전 입장 기회는 1번만 주어집니다.]
[방어 포지션의 플레이어가 있는 던전을 돌파하고, 해당 던전의 핵을 파괴하십시오.]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창.
그를 본 초록 피부에 3미터가 훌쩍 넘는 근육질의 남성.
“크하핫! 피투성이 해골 부족의 차기 대전사 쿠리취 님이 나가신다!”
오크 쿠리취는 힘차게 눈앞에 자리한 던전 문을 박차고 들어섰고.
“이 쿠리취 님의 투기를 받아낼 자! 누구…….”
투지 넘치던 그의 말은 뚝 끊어져 버렸다.
무리도 아니었다.
‘뭐, 뭐지? 왜 아무런 세팅도 안 되어 있는 거지?’
던전 공방전.
그 이름에 맞게.
방어 포지션의 플레이어는 본인의 던전 구조를 어느 정도 재구성할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들어선 던전은 기본 세팅조차 되지 않은.
아주 텅 빈 평지였으니까.
그리고 그 중앙.
“투기……라고?”
2미터도 되지 않는.
손만 스쳐도 가죽이 찢어질 것 같은 연약한 외형의 생명체가.
“투기……? 투기……. 내 5천 점…….”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오크 쿠리취는 저 생명체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인간? 인간이 다이아 데뷔전에 참가했단 말인가?”
하나.
쿠리취는 그 이상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드득.
순식간에 뒤틀리며 자라나는 인간의 몸.
그리고.
“내 5천저어엄!!”
차기 대전사 후보인 그조차 깜짝 놀랄 정도의 절규를 마지막으로.
‘빠, 빠르…….’
콰드득!
쿠리취의 시야는 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