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5화
225화. 신념이란 (2)
천계.
마계와 더불어 갤럭시 아레나에 등장하는 수많은 차원 중 수위로 꼽히는 차원.
늘 찬란하고 거룩한 빛이 존재하며, 영원한 아침을 자랑하던 이곳에.
쿠르르릉!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겁을 상실해도 아주 단단히 상실했어.
통째로 소멸이라도 된 듯.
푸른 하늘을 검게 물들인 검보라색의 촉수 무더기가.
꾸드득.
천계의 찬란한 빛을 모두 왜곡시키고 있었으니까.
그뿐만 아니었다.
-으음.
-천지가 성력이로군. 아주 불쾌해.
두 개의 뿔과 두 눈구멍에서 시커먼 마기만 줄줄 흘리는 얼굴.
비슷하게 두 눈구멍과 수염에서 시커먼 마기를 줄줄 흘리는 얼굴까지.
천계의 근원이자, 대표 기운인 성력과 상반되는 마기.
그것으로 이루어진 바알과 천마의 형체가 주변의 빛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있는 탓이었다.
하나.
“이, 이럴 수가!”
“…….”
갤럭시 아레나에서 상위서열의 성좌로 뽑히는 두 성좌.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경악하는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검은 염소에 바알, 천마라니……!’
검은 염소와 바알, 천마.
당장 천계에 밤을 불러온 세 존재는 천계와 가장 극단적인 위치에 서 있는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러나.
“당신들…….”
곧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가브리엘은 아까와 같은 무감정한 목소리로.
아니.
“감히 더러운 마의 종주들이, 어떻게 드높은 천계에 발을 들인 겁니까.”
아주 조금은 노기를 담은 목소리로 천계에 밤을 불러온 세 존재를 노려보았고.
-오호호홋!
쿠르르르르르르.
공간 전체.
어쩌면 이 천계라는 차원 전체가 전율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큰 영향을 일으키는 존재.
검은 염소는 감탄 어린 광소를 터뜨렸다.
-난년이야. 참으로 난년이야! 아. 너흰 나서지 마? 인과 아까우니까.
그녀의 웃음 소리에 따라.
츄르륵.
그녀의 형상인 검보라색 촉수 무더기들이 점차 천계의 하늘을 좀 먹으며 퍼져나갔다.
이내.
-어떻게 발을 들였냐고? 하! 대천사치고 대가리가 꽤 나쁘네. 참 이상해?
가브리엘을 비웃듯.
-내가 아는 야훼는 완벽주의자였는데…… 딸년이 이리 멍청하니.
퍼져나간 촉수들이 검은 염소의 웃음에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렸고.
“당신! 감히 누구의 이름을 함부로!!”
지금껏 기계처럼 무표정하던 가브리엘은 처음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드러내었고.
이는 곧.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은빛의 레이피어로 발산되었다.
스릉.
곧장 하늘을 향해 그어지는 레이피어.
놀랍게도.
서걱.
검게 왜곡되어가던 하늘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검은 염소가 좀 먹던 하늘임을 고려해 보면.
저편의 대모인 그녀의 영역을 단 일검에 베어버린 것이나 그뿐.
-후후. 제법 하긴 한다만.
요사스러운 웃음과 함께.
꾸드득.
반으로 깔끔히 나누어졌던 하늘은 정체 모를 파육음을 내며 서로 맞물렸다.
이내.
-딱 상위서열의 수준이네.
언제 잘렸냐는 듯.
흔적도 없이 아물어버리는 하늘.
그에.
“과연 저편의 대모라 불릴 만하군요. 역겨울 정도의 뒤틀림입니다.”
가브리엘의 눈은 혐오감으로 가득 찼고.
-오호호! 정말 난년일세? 이 상황에서도 주둥이를 놀리다니. 근데 어쩌니? 내가 미친년은 좋아해도…….
검은 염소는 즐거운 웃음을 흘리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건방진 년은 싫어하는데.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츄륵!
하늘을 좀 먹던 촉수 중 하나가 꿈틀거렸다.
시문의 시점에선 정말 눈 깜빡할 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찰나.
서걱.
“컥!”
팔다리가 분리되어버리는 가브리엘.
“가, 가브리엘!”
순식간에 5등분이 된 그녀에 경악한 라파엘은 곧바로 금빛으로 물들었다.
펄럭.
그녀와 똑닮은 따스하고 순수한 8장의 날개가 펄럭인다.
그녀와 가브리엘의 위론 이유정에게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보호막이 펼쳐졌으나.
딱히 더 손을 쓸 의사는 없던 것일까?
-흐응~ 처음부터 네년의 자매처럼 날개를 모두 꺼냈다면. 그 꼴까진 안 났을 텐데 말이지. 정말 아둔한데? 대천사 맞니?
검은 염소는 비웃음을 흘리며.
-허허! 천사장이 어떤 인물인지 알지 않나? 무력의 고하를 나누지 않고, 그저 형제자매라고 오냐오냐해 준 탓이지.
-하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러니 신왕급도 안되는 것이, 감히 내 앞에서 저리 주둥이를 털어댄 거겠지.
천마와 함께 가브리엘을 조롱해 나갈 뿐이었다.
“가브리엘! 괜찮아?”
라파엘은 그녀를 닮은 빛으로 가브리엘의 팔다리를 복구했다.
하지만.
파직.
“아앗!”
단순히 사지를 절단 내는 것만으로 끝이 아닌 것일까?
“이런! 고, 공허가!”
절단된 팔다리에선 검보라색의 스파크가 일어나며, 라파엘의 치료를 연신 방해하고 있었다.
이를 본 검은 염소는 진득한 웃음을 흘렸다.
-후후. 치유의 대천사야. 내가 애써 저 건방진 것의 숨통을 붙여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그녀의 비웃음을 등지고.
“성령이시여!”
라파엘은 더욱 환한 금색 빛을 쏟아냈으나 그뿐.
대천사의 권능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것인지.
꾸드득.
“으윽!”
공허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고, 가브리엘의 절단면을 좀 먹어갈 뿐이었다.
‘이, 이대로는 안 돼!’
라파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버지나 미카엘이 나서지 않는 한, 이 공허를 소멸시킬 방법은 없어!’
그러나.
위대한 아버지께선 자신들에게 천계를 맡기고 한 걸음 물러나셨고.
‘하필 미카엘마저 자리를 비운 이때에!’
그를 대신해 천계를 책임지고 있는 천사장 미카엘은 자리를 비운 상태.
현재 천계에선 검은 염소의 공허를 상쇄시킬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활로는 단 하나.
초조한 얼굴로 입술을 잘근거리던 라파엘은 황급히 고개를 들어.
“시, 시문 님! 제발 도와주세요! 이대로는 가브리엘의 신격이 크게 손상될 거예요!”
시문을 향해 애원했다.
저 세 괴물을 불러낸 존재.
김시문이 나서는 것 말곤 방법이 없는 것이다.
시문은 물기 어린 라파엘의 눈을 잠시 바라봤다.
‘라파엘은 내게 친절했고, 유정이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성좌…….’
거기다.
‘신화급 연성물도 그렇고. 천계와 척을 지는 건 여러모로 손해가 크니, 이쯤에서 구슬려볼까?’
마계와 쌍벽을 이루는 천계.
심지어 갤럭시 아레나 측과도 나름 친한 관계의 차원 아니던가?
계산을 끝낸 시문은.
“검은 염소님.”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가? 아무리 네 부탁이라도 이번만은 참을 수 없구나.
가브리엘의 행태가 상당히 거슬렸던 것일까?
검은 염소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을 표했다.
-내 오늘 천계와 담을 쌓더라도, 저 시건방진 년을 완전히…….
그에.
“누나아~.”
시문은 예전부터 아껴두었던 필살기를 내던졌고.
-…….
-…….
“…….”
살벌했던 천계의 밤에 잠시 침묵이 돌았지만.
-……하! 정말이지. 요 깜찍한 것!
정작 당사자에게 효과는 확실했는지.
츄르륵.
-이리 마음이 착해서 어쩌려고 그래! 그러니 이 누나가 네 걱정을 거둘 수가 없잖니!
어느새 길게 뻗어진 촉수들이 시문의 머리와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대었다.
그 모습이 어지간히도 충격적이었는지.
“세상에…….”
라파엘은 물론.
‘저편의 미친년을 고작 말로 멈추다니……!’
사지가 잘려 나간 가브리엘과.
-허허. 저런 호칭이 그리도 좋은가? 바알. 검은 염소는 자네보다도 나이가 많지 않나?
-음.
천마와 바알마저 입을 떠억 벌릴 따름이었다.
* * *
검은 염소의 공허가 거두어진 덕분일까.
“감사합니다. 라파엘.”
라파엘의 도움으로 금방 팔다리를 수복한 가브리엘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라파엘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진중한 얼굴로 가브리엘을 바라봤다.
“가브리엘. 부탁이니까 더 이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줘.”
“라파엘. 전 제 신념대로…….”
“그만.”
단호히 말을 잘라버리는 라파엘.
“다른 모든 이유를 떠나서, 시문 님은 엄연한 내 손님이야. 무력부터 행사한 건 너의 무례고.”
그녀의 순수한 연둣빛 눈동자는 분명한 꾸짖음을 담고 있었다.
“사과하라고까진 하지 않을게. 대신, 이 이상의 개입은 나도 두고 보진 않을 거야. 난 경고했어.”
화를 내는 일이 드문 것일까?
라파엘의 정색에 가브리엘은 다소 충격받은 얼굴이 되었다.
이내.
“정상적인 절차도 없이 소환했는데. 이런 무례까지 범하게 되어 정말 죄송해요. 시문 님.”
몸을 돌려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라파엘.
그에.
“……라파엘. 당신이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가브리엘이 고개 숙인 라파엘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곤.
“이것은 저의 죄입니다. 당신의 책임이 아니에요.”
라파엘을 당겨 일으키더니.
“플레이어 김시문. 제 섣부른 행동과 모든 무례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찰랑거리는 그녀의 은빛 단발 아래로.
“또한 저편의 대모를 물려 준 당신의 자비에 감사 역시 드리고 싶습니다.”
그녀 특유의 사무적이고 무감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과와 감사.
딱히 두 인사에 어울리는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이는 가브리엘의 목소리에 기인한 것일 뿐.
그녀의 절제된 행동에서 진심이 느껴졌기에.
“뭐, 괜찮아요.”
시문은 별다른 비꼼 없이,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제야 고개를 드는 가브리엘.
여전히 감정이 절제된 얼굴이었지만.
시문은 알 수 있었다.
“한 가지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녀의 얼굴에 어린 미량의 의문을 말이다.
“말하세요.”
“혹시 라파엘의 초대를 받기 전부터…….”
말끝을 흐린 가브리엘의 시선이 시문의 뒤편.
천계의 하늘을 어둑하게 물들인 세 존재를 향한다.
이어.
“저들의 개입을 예상하신 겁니까?”
다시 시문을 바라보았고.
“물론이죠.”
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애당초 아레나를 통한 정식적인 절차로 소환된 것도 아니잖아요?”
과거 천마신공을 연성하고 천마의 부름을 받았을 때도 그랬지만.
플레이어가 성좌와 대면하기 위해선, 갤럭시 아레나가 정한 특정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그 증거가 바로 시스템창이고.
하지만.
라파엘의 소환에는 어떠한 메시지창도 뜨지 않았었다.
이는 다시 말해.
‘라파엘이 아레나의 절차를 거친 소환을 한 게 아니라는 말이 되지.’
아레나 측을 거치지 않고 자신을 불러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이러한 성좌의 부름은 전생에도 가끔 있었던 일이었고.
‘이런 식의 소환을 거친 플레이어들의 말로가 대부분 좋지 않았었지.’
대부분 그 끝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던 시문.
하지만 반대로.
“그쪽의 말대로 전 필멸자예요. 절차도 없이 성좌 같은 존재를 만나는데. 당연히 보험 정도는 깔고 있어야죠.”
자신이 배후성을 두고만 있다면야.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전생의 생환자들로 인해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다.
시문의 말에 가브리엘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성좌인 저보다 인과의 규칙을 잘 알고 있군요.”
“그렇다기보단 가브리엘, 당신이 이러한 부분에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무관심하다라…….”
성좌의 입장에선 기분 나쁠 법도 한 말이거늘.
“옳은 말입니다.”
대번에 고개를 주억이는 가브리엘.
그녀의 은색 눈동자는 보다 차분한 눈으로 시문을 응시했다.
‘아레나의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시점부터. 인과율이 적용되지.’
그녀가 ‘김시문에게 상처를 입혔다.’ 라는 행동으로 발생된 인과.
이는 곧 김시문에게 해당 인과에 대처할 정당한 자격으로 이어진다.
특히나 인과의 특성상, 먼저 인과를 발생시킨 쪽보다.
후에 인과를 겪은 쪽이 더 유리해지는 원리로 따져볼 때.
‘나의 섣부른 행동이었다.’
가브리엘의 행동은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결국.
‘라파엘이 김시문을 그렇게 우대한 이유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저 내 신념대로만…….’
‘이단에 관련하여 타협은 없다.’ 라는 신념만으로.
섣불리 덤벼든 그녀의 행동이 만든 나비효과인 것이다.
급속도로 어두워지는 가브리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문은 차분히 입을 열었고.
“가브리엘. 아무리 자신에게 옳은 신념이라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어두워지던 가브리엘의 두 눈은 멍해졌다.
어째서일까?
“내 신념이…… 모두에게 똑같지 않다고……?”
시문의 말은 귓속을 타고 그녀의 뇌리까지 틀어박혔고.
‘그래…… 작금의 일은 모두 내 신념이 불러일으킨 참사. 옳고 그름을 떠나, 너무 내 신념만 맹신한 탓이야.’
그 간단한 이치를 깨닫자.
화아아.
그녀의 은빛 눈동자가 맑게 반짝인다.
이어.
펄럭!
라파엘의 그것처럼.
가브리엘의 등 뒤로 펼쳐지는 8장의 날개.
그녀를 닮아 차가운 은빛의 날개는 이전처럼 마냥 시리기만 한 것이 아닌.
희미한 푸른색이 담겨, 어딘가 현명하고 유순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그녀를 보던 시문의 눈에 작은 이채가 어렸다.
‘꼭 금속이 얼음물로 변한 느낌이네.’
금속에서 얼음물.
결국 차갑다는 부분은 변함이 없었으나.
‘단단히 멈춰 있던 상태에서,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랄까…….’
이 생소한 변화는 시문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는지.
-하! 날강도가 따로 없네. 먼저 칼을 겨눠놓고, 깨달음까지 얻어가?
-허허. 자네 말대로 미친년이 맞기는 하구먼. 이러한 상황에서 깨달음이라니.
-으음.
천계의 밤을 이루던 세 성좌 역시 저마다 헛웃음을 흘렸고.
“아아…… 가브리엘! 드디어!”
곁에 있던 라파엘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글썽이는 눈으로, 이제는 거세게 흐르는 은청색의 빛을 바라봤다.
이내.
스르르.
제 주인의 성격처럼.
차갑고 서늘한 은청색의 빛이 빗물처럼 사방으로 흘러나간다.
그 속에서.
“그렇군요. 신념…… 맹목적이고 틀에 박힌 신념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던 겁니다.”
지극히 사무적이고 무감정한.
그러나 아무리 둔한 이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함이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또각.
한 걸음 내디딘 가브리엘.
“무엇이든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것이 아버지께서 제게 늘 내리시던 가르침이었거늘…….”
그녀의 주변엔 빛으로 이루어진 은청색의 물방울들이 유유히 떠다닌다.
“시문 님. 그대가 그 가르침을 일깨워 준 덕분에, 전 그분의 곁으로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에? 어음…… 딱히 가르침이랄 건 아닌데…….”
갑작스러운 대천사의 행동에 잠시 볼을 긁적이는 시문.
“뭐랄까. 제겐 일종의 진리랄까요? 제가 연금술사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검증된 정의라도 매번 똑같이 적용되지 않더라고요. 이 경우도 마찬가지죠.”
“진리라…… 그렇군요. 이 깨달음이 그대에겐 진리라는 형태로 다가가는 거군요.”
은청색의 물방울들 속에서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는 가브리엘.
이내.
시문의 앞으로 다가간 가브리엘은 탄생이래.
“하나 형태만 다를 뿐, 그 근본은 결국 똑같은 것.”
단 한 존재를 제외하고.
“이 가브리엘.”
누구에게도 꿇지 않았던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대의 진리와 가르침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엄숙하고도 깊은 예를 표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화아아아아아.
-으음?!
-이, 이건!
-하! 엉덩이 무거운 노인네가 웬일이래?
형용할 수 없는 빛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