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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24화 (224/349)

제224화

224화. 신념이란 (1)

랭커팰리스의 한 펜트하우스.

그 거실의 창가엔 청량한 미남이 햇살을 받으며.

“그러니까 별문제는 없다는 거죠?”

통화를 하고 있었다.

물론 통화가 이어질수록.

“그럼요. 세계적으로 최고라 평가받는 유망주잖아요. 그쯤은 당연하죠.”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착각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하하!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업계 최고다운 안목이에요.”

청량한 웃음을 터뜨리는 미남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네네. 수고하셨습니다. 추가로 보너스도 지급해드릴 테니, 나중에 확인하세요.”

흡족하게 통화를 끊은 그는.

“형. 대련장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 말곤, 다행히 별 이상은 없데.”

어딘가 뿌듯한 얼굴로 거실의 소파에 털썩 앉았고.

“그거 다행이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시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으로.

“거 보십쇼. 제 말이 맞잖습니까?”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 박진욱이었다.

그는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꽤 큰 폭발이긴 했지만, 그 정도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랭커팰리스는 약하지 않다니까요?”

“선배 말이 맞아. 애당초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업계 최고 실력자에다, 각성자 출신인 이들에게 맡긴 거거든.”

“크핫! 인맥빨로 겨우 맡긴 거라, 제법 고생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유난히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박진욱.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기에.

“과연 진욱 씨입니다. 길드 업무도 그렇고, 어떤 일이든 확실하게 처리하시네요”

시문은 한껏 부푼 그의 가슴에 더욱 펌핑을 가해주었고.

“으하하핫! 시문 님도 참! 과찬이십니다. 암살계에게 세심함과 확실함은 필수 덕목 아닙니까?”

박진욱은 풀 버프라도 몰아받은 것처럼.

큰 웃음을 빵빵 터뜨리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동생에겐 그 모습이 꼴불견이었는지.

“선배. 아주…….”

김시혁이 뭐라 입을 떼려던 찰나.

“거기다 시문 님께서 급히 보수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이어지는 박진욱의 말에, 김시혁의 관심은 다시 시문을 향했다.

“맞아. 형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대련장을 전부 보수해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보수는 무슨. 그냥 응급처치나 한 거지.”

“형. 아까 시공사랑 통화하는 거 못 들었어?”

아까 통화했던 제 핸드폰을 흔드는 김시혁.

“그 응급처치 덕분에 대련장 복구가 며칠이나 앞당겨졌다고 아주 침을 튀기며 칭찬했잖아.”

박진욱 역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맞습니다! 거기다 대련장이 좀 큽니까? 이 넓은 랭커팰리스에서 한 층을 통째로 차지할 정돈데요!”

각성자 전용으로 작정하고 쌓아 올린 만큼.

랭커팰리스는 그 값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부지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한층 당 평수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상태.

그만한 크기의 대련장을.

“제가 나름 많은 마법계들을 만나왔지만, 그런 광경은 난생처음 봤습니다!”

핑거 스냅 한 번으로 복구해 버렸으니.

보는 이의 입장에선 가히 경이로운 광경일 수밖에 없었다.

“어디 그뿐입니까? 대련에서 보여주셨던 그 검은 칼날은…….”

그때를 회상하듯.

점차 말끝이 흐려지는 박진욱.

이내.

“어후! 꼭 성좌의 권능을 보는 느낌이었다니까요.”

몸을 부르르 떨며 답했고.

“맞아. 실제로 라파엘의 보호막을 반쯤 부숴버렸잖아?”

김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덕분에 누구는 지금까지 내내 말도 없고 말이야.”

입꼬리를 슥 올리며, 거실 한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김시혁.

그곳엔.

“…….”

“…….”

청아하고 뚜렷한.

서로 상반된 분위기의 두 미녀가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었는지.

“쯧.”

뭔지 모를 불만스러운 얼굴로 혀를 찬 뚜렷한 미녀.

고말숙은 턱을 괴며 고개를 획 돌렸으나.

“…….”

옆에 앉아 있는 이유정은 여전히 침묵한 채.

멍하니 허공만을 응시할 따름이었다.

“저 봐. 아직도 저러고 있잖아.”

김시혁은 픽 웃으며 고개를 젓자.

“그런 거 아니니까. 닥치고 있어.”

그동안 침묵을 고수하던 이유정의 입이 처음으로 열린다.

그녀답지 않게 제법 묵직한 어조였으나.

“구론 고 아뉘뉘까 따찌꼬 이쬬~”

김시혁은 반박하다 못해, 아주 얄미운 구조로 입술이 승화했고.

“이 개새끼야!”

결국 대련 이후부터 쭉 침묵을 고수해오던 이유정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후웅!

어느새 허공에서 뽑혀져 나오는 굵직한 철퇴.

당연히 김시혁 역시.

스릉.

어느새 뽑아 든 검으로 허공을 베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쩌엉!

귀청이 울릴 만큼 강렬한 이명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랭커 중에서도 랭커인 두 사람이 맞붙었다기엔 다소 소박한 파장.

실제로.

“이제야 좀 철갑 오우거답네.”

“뭐래! 이 망할 놈이!”

두 사람 다 진심 펀치를 때린 것은 아니었는지.

전투의 파장으로 주변 가구가 박살 난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두 랭커의 가벼운 장난?이 끝나고.

“하아. 김시혁. 언젠가 그 망할 머리통을 아주 부숴버릴 거야.”

“풉! 뭐 언데드라도 되야 꿈을 이루시겠네.”

정겨운 마무리 인사를 나누는 두 랭커.

물론 머리통을 날려버린다는 대목에서 시문은 살짝 움찔했다.

“내가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한 건, 오라버니가 내 배리어를 반이나 부숴 버려서가 아니야.”

“진심? 그에 대한 충격이 손톱만큼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냐?”

“그건!”

김시혁의 추궁에 입술을 슬쩍 깨무는 이유정.

당연했다.

‘아무리 오라버니가 대단하시다 해도. 라파엘의 힘을 빌린 내 배리어를…….’

성좌 라파엘.

엄연한 상위 서열의 성좌인 그녀의 힘을 이용해, 성녀라 불리는 이유정이 직접 펼친 보호막이다.

말 그대로 신의 권능이 깃든 힘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그간 방송으로 보여 주었던 시문의 위력적인 마법들도 막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늘.

‘고작 작은 투사체 하나에 반파 당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이내.

‘후. 아니, 이 또한 내가 오라버니를 얕잡아본 탓이야.’

크기나 규모로 위력의 고하를 나누는 건, 주로 약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인식.

본디 경지가 오르면 오를수록.

작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그만큼 위력이 응축되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고로.

‘오라버니가 작은 투사체를 날렸다면. 나도 그만큼 배리어를 피격 지점으로 응축시켜야 했어.’

애당초 배리어가 보호하는 범위에 따라, 그 방어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건.

상위 플레이어들에겐 기초상식 아니던가?

전방을 덮을 정도로 넓은 배리어가 반파 당했다는 건.

반대로 말해 피격 지점으로 잘만 응축했어도.

충분히 손상 없이 막아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이 모든 부분을 빗대어 봤을 때.

‘무력도, 집중력도, 판단도. 모두 명백한 내 패배다.’

모든 면에서 그녀가 시문보다 부족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인정이 지금의 이유정을 있게 만든 원동력인 만큼.

“그래. 김시혁. 네 말이 맞아.”

그녀는 랭커의 자존심을 접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자존심에 금이 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오라버니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도 내 위치라는 게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관점은.

“이유정 네가 인정하니 하는 말인데. 내가 괜히 너 엿 먹으라고 한 소린 아니다. 알지?”

같은 수준의 랭커인 검성 김시혁 역시 볼 수 있는 부분이었고.

“물론이야. 무력부터 집중력, 판단까지. 오라버니가 제대로 임해달라고 하셨는데도. 모든 부분에서 내가 안일했어.”

이유정은 쿨하게 이를 인정했다.

그래서일까?

“근데 내가 마냥 거짓말한 건 아냐. 내가 그동안 침묵한 이유는 자존심보다, 진짜 다른 이유가 더 커서 그래.”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오던 것과 달리.

이유정은 홀가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고.

“그래? 그게 뭔데?”

그녀의 자존심 때문인 줄로만 알았던 김시혁은 이채가 어린 눈으로 물었다.

이는 시문과 고말숙, 박진욱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

세 사람 역시 관심 있는 시선을 보내왔다.

“별 건 아니고…….”

잠시 시문을 힐끔하는 이유정.

이내.

“사실 별 게 아니라…… 좀 중요한 일 같긴 해. 라파엘이 오빠에 대해 언급했거든.”

“라파엘? 성좌 라파엘 말이야?”

김시혁의 물음에.

“응. 그것도 네가 말 걸기 전까지 계속.”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정.

그에.

“유정아. 그게 정말이냐?”

“라파엘은 성력 관련 성좌 아냐? 왜 이 자식한테 관심을 보여?”

박진욱과 고말숙은 영문 모를 얼굴로 물어왔으나.

“…….”

시문은 말없이 이유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라파엘이 나한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면…… 역시 악기 때문인가 보군.’

신화 스탯 악기.

달리 루시퍼의 기운이지 않는가?

그런 악기를 그냥 관전도 아니고.

‘자신의 권능으로 직접 접촉했을 테니.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리고 그렇게 관심을 보였다는 건.

“라파엘이 나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데?”

“그, 그걸 어떻게!”

보나 마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뜻일 터.

깜짝 놀라는 이유정에 피식 웃은 시문은.

“좋아. 한번 만나보지 뭐.”

“……오라버니. 괜찮으시겠어요?”

다소 우려 섞인 눈으로 물어오는 이유정.

그도 그럴 것이.

따로 시문이 성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높은 서열의 성좌가 이리 지속적으로 접촉을 원하는 것이, 그리 좋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이유정의 반응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상관없어. 대충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알 것 같고.”

“하지만!”

“괜찮아. 거기다…….”

미묘한 미소로 말끝을 흐리는 시문.

‘계속 거부하면 유정이 네가 곤란해지잖아?’

그러한 뉘앙스를 담은 시문의 미소에.

“……여전히 오라버니에겐 도움만 받네요.”

잠시 서글프게 웃은 이유정은 곧 따스한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내밀었고.

“부디. 조심하세요.”

“걱정 말라니까.”

시문은 씩 웃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파앗!

찬란한 빛이 시문을 집어삼켰다.

* * *

천국이 있다면 이러할까?

뻥 뚫린 하늘 전체로 퍼져나간 구름과 다양한 색채로 아른거리는 빛무리들.

그 위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절제가 돋보이는 석재 건물들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이 내려다보이는 이곳.

경건함이 절로 드는 신전의 중앙에선.

“오셨군요.”

이 경건함을 따스하게 녹여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시문 님. 느닷없는 초대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따스한 태양을 녹여 뽑은 듯한 금발의 미녀가 미소를 지으며 하강하고 있었다.

눈 역시나 연한 연둣빛으로 아른거리는 미녀는 꼭.

‘에르넨 같군.’

하이엘프인 에르넨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자연의 싱그러움을 선보이는 그녀와 다르게, 따스하고 순수한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라파엘이죠? 반갑습니다.”

반겨주는 만큼, 시문 역시 미소로 화답했고.

“후후. 듣기와 다르게 좋은 분이시네요.”

라파엘은 조각 같은 손으로 입을 슬쩍 가리며 웃었다.

“하긴, 그 목석이 그토록 관심을 쏟는데. 악인일 리가 없죠.”

그녀의 중얼거림에.

‘목석?’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뿐.

“시문 님을 이리 모신 것은 다름이 아니랍니다.”

곧바로 본론을 꺼내는 라파엘을 바라봤다.

“시문 님께서 유정 님에게 사용하셨던 그 힘에 대해,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예요.”

“악기 말이군요.”

“그게 어떤 힘인지…… 알고 계셨군요.”

시문이 직접 악기를 거론할 줄은 몰랐던 것일까.

의외라는 얼굴로 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악기는 본디 단 일곱 존재만 사용하던 힘이죠.”

“일곱 존재요?”

“네. 더 정확히는 단 한 존재로 인해서, 다른 여섯 존재들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지만요.”

앞뒤의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모르겠으나.

‘보나 마나 저 한 존재가 루시퍼겠지.’

라파엘이 말하는 단 한 존재가 누구인지 대번에 확신하는 시문.

그런 시문의 기색을 읽은 것일까.

“보아하니 우연히 얻으신 건 아닌 것 같고. 그를 직접 만나셨나 보군요.”

“루시퍼를 말하는 거라면 그렇죠.”

“그렇…… 어머?”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라파엘.

이내.

“하긴, 바알께서도 주시하는 분이니, 그의 저주를 논하는 것도 웃기네요. 실례했습니다.”

가슴에 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슬쩍 숙이는 라파엘.

어찌 보면 단순한 사과의 행동이건만.

그녀의 몸짓은 하나하나가 경건함이 느껴졌다.

“여하튼. 시문 님을 이리 모신 것은 루시퍼의 행방을 묻고자 함이에요.”

“행방이라…….”

팔짱을 낀 시문은 손가락으로 제 팔꿈치를 톡톡 두드렸다.

그런 시문의 행동을 오해한 것일까?

“물론 맨입으로 알려달라고 하지는 않아요. 시문 님께선 플레이어이시니까.”

갤럭시 아레나에 참여하는 성좌라서일까?

“만약 시문 님께서 그의 행방을 말씀해 주신다면…….”

라파엘이 기브 앤 테이크를 근간으로 하여 말을 이으려던 찰나.

-당신은 항상 이게 문제입니다.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신전 전체로 울렸고.

스륵.

라파엘 옆의 공간이 깔끔하게 베이며.

“고작 필멸자입니다. 라파엘. 대체 왜 그렇게 격식을 차리는 거죠?”

시리도록 차가운 은발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우린 그에게 부탁할 위치가 아닙니다. 그 타락자와 관련된 상황에선 더더욱.”

시린 은빛 단발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

아니.

그냥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다고 해야겠지.

은색 단발만큼이나 시린 은빛 갑주를 입은 여성은.

“김시문이라고 했습니까?”

또각.

굽 높은 금속 부츠를 또각이며, 절제된 동작으로 라파엘의 곁에 섰다.

“당신은 그저, 타락자의 위치를 답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오만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윈터 퀸 올리비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

앞서 따스했던 라파엘과의 갭 차이를 떠나.

“재밌네요.”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해오는 은빛 여성에 시문은 헛웃음을 머금었다.

이어.

“만약 제가 답하지 못하겠다면. 뭘 어쩌…….”

시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릉.

“가, 가브리엘!”

가브리엘이라 불린 여성의 손엔 기다란 레이피어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녀와 시문의 사이의 거리는 분명 레이피어로는 닿을 수 없는 거리인데.

또옥.

어느새 시문의 목덜미에선 붉은 핏물이 한 방울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시문이 뭐라 상황을 판단할 틈도 없이.

“당연한 걸 물으시는군요. 이단은 즉결 처단입니다.”

가브리엘은 싸늘하게 답했다.

“즉결 처단? 전 아레나 측의 정식 절차도 없이, 이곳으로 소환된 플레이어인데요?”

“이단을 심판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죠? 어차피 죄다 이단들로 구성된 범우주적 장난 아닙니까?”

어떤 변화도 없는 표정에서.

처음으로 한쪽 눈썹을 까딱이는 가브리엘.

“천계는 아버지와 형제자매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구애되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똑 부러지는 그녀의 말에.

“아아. 어떤 타입인지 대충 알겠네요.”

피식 웃음을 머금는 시문.

하나 거기까지.

“그런데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전 드높은 천계의 대천사입니다. 감히 거짓 따위를 입에 담을 것이라 생각합니까?”

“그래요?”

슬쩍 올라가는 한쪽 눈썹과 달리.

시문의 얼굴은 어느새 얼음장처럼 얼어붙어 있었고.

“그 마음. 부디 끝까지 변치 않길 바랍니다.”

그의 입가만이 간신히 곡선을 그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어 시문이 고개를 까딱이자.

-천계에 대천사 중 미친년이 하나 있다더니. 과연 난년은 난년이구나. 겁도 없이 우리 아가의 피를 다 보고?

“앗!”

“윽!”

대천사인 가브리엘과 라파엘마저 몸을 떨 정도로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그러게나 말일세. 선계놈들도 이리 앞뒤 분간을 못 하진 않았거늘.

-으음.

드높은 천계에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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