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1화
221화. 변화 (1)
[??? 차원의 ?????? 님이 AP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그쪽 차원은 각성자가 당신뿐인가? 방송이 가능한 차원인데. 왜 시청자가 없지?
줄줄이 쏟아지는 후원들.
그에.
-와…… 외계인들 클라스 봐.
-최소 AP가 100만 단위네 ㅋㅋㅋ
-저거 지금 환율로 따지면 100억 초반대인데…….
-저 애들은 정규 아레나라 그런가? 쓰는 돈이 다름.
-차원 차이도 있겠지.
감탄을 숨기지 못하는 지구의 채팅창.
[??? 차원의 ?????? 님이 AP 5,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각성자가 소수라면 여러모로 힘들 텐데, 차라리 우리 차원으로 오는 게 어떤가?
[? 차원의 ???? 님이 AP 7,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우리 차원으로 와라. 우린 무력의 고하를 나눌 뿐, 종족을 차별하지 않는다.
특히 적은 시청자 수 때문인지.
플레이어 수가 적다고 판단한 타 종족들은 점차 후원 AP를 올려 가며, 시문을 향해 스카웃 세례를 쏟아냈다.
-러브콜 보소 ㅋㅋㅋ
-외계인들도 홀리는 시문. 당신은 대체…….
-저기도 무슨 인종차별 같은 거 있나 보네 ㅋㅋ
-그러게. 종족 차별을 왜케 강조해 ㅋㅋ
-아까 승급전할 때 싸우는 거 못 봤어? 자꾸 무슨 종이냐고 물었잖아.
-ㄹㅇ 최하위 종족이냐는 말 계속 나옴.
-사람은 다…… 아니지. 지성체는 다 똑같나 봐 ㅋㅋㅋㅋㅋ
하나.
“죄송하지만 당장 차원을 옮길 생각은 없어요.”
대기실에서 후원을 확인하던 시문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러자.
[? 차원의 ??? 님이 AP 8,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 우리 차원은 아레나가 진행된 지 무려 50년이 넘었다고.
[??? 차원의 ?????? 님이 AP 10,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고작 50년? 우린 100년이 넘었다네. 성장 루트나 아이템의 영역부터가 달라!
이래도 안 넘어와?
하는 수준의 후원을 넘어, 저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는 타 차원의 종족들.
-와…… X발 AP가 무슨…….
-꼴랑 싸우는 후원 메시지 보내는데 수백억을 태워 버리네 ㅋㅋㅋ
-아메리칸 드림이나 대륙성 아니면 비비기 어렵겠는데?
-걔들도 저런 데 돈 안 쓸 듯 ㅋㅋ
-난 돈보다 아레나 경력이 더 레전든데?
-ㄹㅇ 50년 100년은 좀 벅차…….
-그럼 각성자는 얼마나 많다는 거임?
-그거야 모르지. 다른 차원이 어떤 세상인지도 모르는데…… 경력 오래되도 우리랑 별 차이 없을 수도 있고.
-ㅇㅇ 뭐든 확신은 절대 못 함. 이런 건 여러 가설을 세워봐야 함.
-그러네. 당장 인섹티아 같은 곳만 봐도, 과학 기술력 같은 건 없잖아?
지구의 채팅창이 경악할 만한 수준의 후원과 내용이었으나.
“죄송합니다. 제 뜻은 변함이 없네요.”
시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소속도 아니고 차원을 바꾸는 건, 인간으로서의 삶 자체가 달라지니까.’
애당초 소속을 바꾸는 것 자체로도.
많은 페널티가 생긴다는 것은 전생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지 않은가?
하물며 차원 소속을 바꾼다?
시스템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정말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지구와 아레나 진행도부터 다르기도 하고.’
차원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대다수가 이제 아레나 경력이 16년 차에 접어드는 지구보다 오래 아레나를 겪었을 터.
당연히 특수 아레나, 히든피스 등 성장에 큰 이점을 지닌 요소들부터 고갈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지구는 게임으로 따지면 갓 오픈한 신생 서버인데. 굳이 닳고 닳았을 타 차원으로 넘어갈 필요는 없지.’
성장에 관해 상당한 디메리트에 해당했다.
특히나.
‘지구에서 소정규를 나만큼 앞서나가는 플레이어도 없으니까.’
막 업데이트된 소정규라는 콘텐츠에서 일종의 선구자로 나아가는 시문에겐 더욱 그랬다.
마침.
[??? 차원의 ?????? 님이 AP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제의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 거절 의사가 상당히 확고하군.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지속적으로 제의를 해오던 한 후원자가 이유를 물어왔고.
“간단합니다. 제 차원은 지금 소정규, 그러니까 임시 정규 아레나거든요.”
시문은 가감 없이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뭐, 뭐라고?!
=임시 정규 아레나?
=아직 정규 아레나가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은 차원이란 말인가!
=그렇군! 그래서 차원이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는 거였어.
이번엔 타 차원의 채팅창에서 난리가 났다.
무리도 아니었다.
=잠깐. 그럼 제대로 된 정규 아레나도 아닌 차원의 플레이어가…….
=이런 학살을 펼쳤다?
=하……!
=이건 종족 탓도 못 하겠군. 죄다 임시 정규 아레나의 인간에게 쓸려 버렸으니.
이번 승급전에서 시문이 보여 주었던 무력.
그것과 임시 정규 아레나라는 타이틀의 갭이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차원 변경을 거절한 것이로군. 현명해.
=임시 정규 아레나의 차원에서 이만한 실력자라면. 굳이 차원을 바꿀 필요가 없지.
=어쩐지. 웬일로 인간이 다이아 랭크로 도전하나 했더니…….
=참으로 놀랍군. 아레나를 보지 않았더라면 믿기 힘들 정도야.
=그래서 이렇게 시청자가 없던 거였어.
=제 차원과의 채팅창이 분리된 거지.
=으음. 그럼 정규 아레나의 정보들은 모두 검열되겠군? 예를 들면 #@!*?같은 것 말이야.
=호오? 정말이잖아?
우르르 올라가는 타 차원의 채팅창.
후원자 역시 놀라운 마음은 마찬가지인지.
[??? 차원의 ?????? 님이 AP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런 거였군. 정규 아레나가 아니다라…… 내 제의를 거절하는 것도 당연해.
타 차원의 채팅창과 비슷한 반응과 더불어.
[??? 차원의 ?????? 님이 AP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나니 더욱 욕심이 나는군. 포기할 수가 없겠어.
[? 차원의 ???? 님이 AP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마찬가지다. 요즘 것들은 죄다 비슷한 수준이라 무료했는데. 당분간 즐겁겠어.
시문의 영입에 대한 욕심을 더욱 불태웠다.
이미 정규 아레나에 들어선 이들이라 잘 아는 것이다.
시문의 거절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아닌데…….’
거절이라는 확고한 의사를 내비친 시문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어음…… 그러면 여러분. 전 이만 방종하겠습니다.”
뒷머리를 긁적인 시문은 방종이라는 방법을 택했고.
-아, 앙대!
-ㅠㅠ! 벌써부터 그립읍니다!
-시바…….
-시바!!
-시X! 방송 더하라고!
[매니저 ‘검은 염소’가 방송이내인생 님을 강퇴하였습니다.]
지구의 시청자들과.
=다이아 승급은 확실할 터. 데뷔전을 기대하지.
=호오. 그러고 보니 이만한 실력이면 곧 데뷔전이겠군?
=데뷔전도 부디 정규 아레나로 참여하길 바라겠습니다.
=우리 쪽 유망주들도 이번 데뷔전에 참가하지. 같이 매칭되길 바라겠다.
=풉! 꼭 주제도 모르는 미천한 종족들이 저런 말을 하더라.
=그러게. 방금 승급전을 봐놓고도 저런 소릴 하나?
=놔둬라. 제 종족의 유망주는 다를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위에 놈은 이번 승급전에 자기 종족의 유망주가 있었나 보군? 다 보인다.
갑작스레 불이 붙는 타 차원의 시청자들을 보고.
‘정말 전생 그대로네. 아주 끝도 없이 싸워.’
시문은 얼른 방송을 종료했다.
* * *
파앗.
작은 빛과 함께 연구실로 돌아온 시문.
그가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이아 승급전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귀속된 특성 ‘현자의 돌’이 일정량의 경험치를 분배받습니다.]
[레벨이 10 올랐습니다.]
[현자의 돌 레벨이 6 상승했습니다.]
승급전 보상이 앞으로 떠올랐다.
내용을 본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플래티넘 승급 때보단 많네.”
플래티넘 당시 올랐던 레벨은 6, 현자의 돌의 레벨 4로 도합 10의 레벨업을 했었다.
하지만 과연 정규 아레나라는 것일까?
‘총 16레벨업이라…….’
짜기로 유명한 승급전 보상이 무려 16레벨업을 선사해주었다.
물론 아이템 보상은 여전히 주어지지 않았으나.
시문은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았다.
‘어차피 메인 디쉬는 따로 있으니까.’
애당초 기대한 것은 승급 보상이 아니지 않은가?
그에 호응하듯.
[지구 최초로 ‘정규 아레나에서 승급전’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5,000점을 획득합니다.]
[지구 최초로 ‘정규 아레나에서 다이아 랭크’로 승급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최초 보상들.
“그래. 이거지.”
시문의 얼굴은 대번에 흐뭇해졌다.
당연했다.
‘한 방에 업적 포인트 15,000점이라니!’
안 그래도 승급전 당시.
아르스 마그나의 융합으로 10,000점이 넘는 업적 포인트를 벌어들이지 않았나?
하나 최초의 업적 보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구 최초로 ‘타 종족’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5,000점을 획득합니다.]
아까 한창 이어졌던 타 차원의 후원들.
그로 인한 추가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5,000점이 지급된 것이다.
‘이러면 도합 2만 점인가?’
아레나 한 번에 업적 포인트 2만 점.
거기다 깔끔하게 다이아 승급까지.
“아…… 달다!”
전신을 내달리는 달달함의 질주에 시문은 슬쩍 몸을 떨었다.
이내.
“어디 보자. 이러면 내 총 업적 포인트가…….”
상태창을 열어 총 업적 포인트를 체크하는 시문.
업적 포인트 – 61,300
‘6만 점이 넘는군. 이러면 천마신공 5성 비용이 5만 점이니까. 5성부터 달성해야겠네.’
천마신공 5성.
앞서 고말숙이 몇 번 보여 주었던 무쌍참이 5성의 대표적인 초식이긴 했어도.
‘새 초식도 새 초식이지만, 5성부턴 부가적인 옵션도 상당하니까.’
전반적인 천마신공의 운용이나 위력 증가도 그렇지만.
5성부턴 천마군림보에 억제력 말고도 새로운 효과가 추가되지 않는가?
‘그럼 다음 아레나인 데뷔전에서도 큰 도움이 되겠지.’
당장 다음 아레나가 다이아 랭크 데뷔전이니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일단 잔여 스탯은 다 연성력에 투자하고…….”
이번 레벨업으로 얻은 잔여 스탯 10.
그 전부를 연성력에 추가해, 깡 연성력 314가 된 것을 확인하고 상태창을 닫은 시문은.
따악.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5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하게 떠오르는 메시지.
무려 50,000점이라는 업적 포인트가 들었으나.
시문은 망설임 없이 ‘예’를 택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파츠츠측!
손가락 끝에서 얽히고설키며, 거센 연성 스파크를 토하는 빛.
이내 요란스러웠던 이펙트와 달리 아주 얇게 저며지더니.
팔랑.
낡은 종이 한 장이 되어 허공을 나풀거린다.
조심스레 그것을 잡아낸 시문은.
“현자의 돌.”
가슴께로 가져다 대었고.
-응!
현자의 돌의 맑은 대답과 함께.
스르륵.
시문의 가슴속으로 녹아들었다.
화아아아.
강렬한 마기가 단전인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뻗어 나온다.
-으아 씨! 신공들은 죄다 뒤로 갈수록 진짜라더니. 더럽게 난해하네!
어지간히도 난해한 것일까?
가부좌를 튼 시문은 투덜거리면서도 깔끔하게 해석해.
-오빠. 이거 회로만이 아니라, 혈도랑 근골도 건드리는 대주천이니까 조심해.
귀속자인 시문에게 전달해주었고.
시문은 눈을 감은 채, 현자의 돌이 해석해 준 천마신공 5성의 묘리를 갈무리해나갔다.
이내.
번쩍!
잠겼던 시문의 눈이 뜨이며, 묵색의 안광이 연구실 전체를 훑는다.
[성좌 천마가 ‘허허! 아직 200레벨도 되지 않았을 터인데. 벌써 5성에 도달하다니.’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립니다.]
천마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끝으로.
“후우…….”
깊은 숨을 내쉰 시문은 가부좌를 틀고 일어났다.
그런 시문의 귓가로.
-오빠? 힘 조절 좀 해야겠는데?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새 다가온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었다.
“힘 조절?”
녀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하나 의문은 금방 풀렸다.
드르르륵.
주변의 크고 작은 사물들부터, 크게는 가구까지.
연구실 내부의 물건들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덜컥대는 것이다.
“아.”
그리고 그 원인이 자신의 마기임을 깨달은 시문은.
“잠시만.”
눈을 감은 채, 천마신공의 구결을 운용하며 마기를 가라앉혔다.
그러자.
툭.
흔들리던 물건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다행히 치료제 작업라인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터라.
치료제 제작에는 아무런 영향도 가지 않았다.
‘후. 일 날 뻔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시문은 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드래고노이드도 활성화되지 않은, 그냥 하얀 손이었으나.
내부로 갈무리한 마기들이 거침없이 회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갈무리를 해도 이 정도라니…… 이러니 마기가 외부로 발출되고 있는지도 몰랐지.’
마치 호흡하거나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기가 발출되고 있었달까?
‘과연 5성이라 이거군. 당분간 적응에 신경 좀 써야겠어.’
몇 번 주먹을 쥐었다 펴며 마기를 재차 다스린 시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까딱이곤.
“그럼 제일 중요한 걸 확인해볼까?”
인벤토리를 열었다.
손을 따로 집어넣지 않았는데도.
스르륵.
시문의 손으로 이끌려 나오는 아르스 테우르기아.
그에.
[성좌 바알이 ‘으음…….’ 묘한 침음성을 흘립니다.]
[성좌 라가 ‘괜찮겠죠? (그렇겠지?)’ 불안한 기색을 보입니다.]
[성좌 천마가 ‘고놈들이 사라진 지는 벌써 억겁이 넘지 않았나?’ 어깨를 으쓱합니다.]
아르스 테우르기아를 본 성좌들의 반응이 주르륵 떠올랐다.
이전 아르스 게티아를 얻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에.
‘아르스 게티아랑은 전혀 다른 능력의 아이템인가? 일단 신화급이긴 하다만…….’
시문은 잠시 의문 어린 눈으로 아르스 테우르기아를 봤으나 그뿐.
‘뭐든 간에. 원본의 레메게톤은 얻어야 하니까.’
전생에서 마왕 파우스트가 보여 준 레메게톤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시문이기에.
망설임 없이 왼쪽 눈으로 가져다 대었다.
키이이잉.
절로 활성화되는 마안.
그 속으로 물에 녹는 설탕처럼.
아르스 테우르기아는 흔적도 없이 흡수되었다.
스으으.
시커먼 어둠이 점차 시야를 덮어온다.
그와 함께.
-헤에~ 어떤 대단한 놈이 바알에 맞서, 레메게톤을 다시 모으나 했더니…….
아르스 게티아 때는 없었던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오며.
-너였구나?
시문의 시야가 픽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