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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16화 (216/349)

제216화

216화. 다이아 승급전 (3)

아즈쉬타 바다의 깊은 곳.

맑은 하늘 같던 주변이 저녁의 어스름처럼 느껴지는 이곳은 아즈쉬타의 생명체들도 피하는 곳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 악랄한 수압도 수압이지만.

크아앙!

거대하거나 뾰족한 등.

기괴함으로 무장한 바다 괴수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흥. 하찮은 것들이 감히.”

어디에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었다.

콰직!

까드득.

속절없이 쓸려나가는 바다 괴수들.

그리고.

“이 망할 버러지들이 유독 많이 나타나는군.”

악명높은 아즈쉬타의 바다 괴수들을 손쉽게 찢어발긴 거구.

4미터에 달하는 근육질의 여성은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에 붙은 살점을 떼어 냈고.

“후후. 그만큼 우리의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 아니겠어요?”

근육질의 여성만큼은 아니나.

“오히려 기뻐하셔야죠.”

근 3미터에 달하는 인간의 상체에 뱀의 하체를 지닌 여성.

최상급 용족인 나가가 요사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본래라면 백 년은 더 기다렸어야 했거늘. 때마침 다이아 승급전의 맵 중 하나로 지정되었잖아요? 그것도…… 사절인 당신이 딱 승급을 치르는데 말이죠.”

그에.

“하! 그걸 너희 용족이 직접 조율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냐?”

사절이라 불린 거구의 여성은 눈매를 꿈틀거렸고.

“호호! 딱히 그렇다고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만.”

나가는 요사스러운 미소에 퍽이나 어울리는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그러나.

“웃기는군. 너희 용족들이 뻔뻔한 족속들이란 건 잘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나가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무슨 말씀이실까요?”

“너희 나가가 모시는 제2용제, 에키드나 덕분에 용족 전체가 페널티를 받았다지? 갤럭시 아레나에 심어둔 끈들도 죄다 끊어지고 말이야.”

“…….”

늘 여유롭던 나가의 미소가 처음으로 멈춘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로 인해 1용제가 크게 분노하여, 에키드나를 그녀의 영역으로 처박아버렸다던데. 아닌가?”

거구의 여성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이죽거렸고.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에키드나 님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시고, 스스로 자숙에 들어선 겁니다. 용제로서의 품격을 지키신 것이죠.”

“크하핫!”

정색하는 나가의 대답에 폭소를 터뜨리는 거구의 여성.

“그래. 세간에는 그렇게 소문을 내나 보지? 정말 그놈의 체면 하난 더럽게 챙겨대는구나.”

눈물도 어리지 않는 눈가를 보란 듯이 닦아낸 그녀는.

“하긴, 용족의 대모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에키드나는 유독 외부의 시선을 신경 썼지. 그런데…….”

더 짙은 비소를 걸치며 말을 이었다.

“그런 고귀하신 분께서 제 신의 등을 치셨나? 그러고 보니 상습범이네? 우리가 맡긴 연구도 등을 쳐서…….”

“그만!”

아까의 미소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이 이상의 모독은 참지 않겠습니까.”

나가 여성은 세간에 알려진 평대로.

최상급 용족 나가의 서슬 퍼런 기세를 그대로 뿜어내며, 거구의 여성을 노려보았다.

의외로.

“아아. 그렇게 날 세우지 말라고. 싸우자고 한 소린 아니니까.”

굵직한 주먹으로 맞받아칠 것 같은 외형과 달리.

거구의 여성은 두 손을 펼치며, 항복의 의사를 보내왔다.

하나 나가의 서늘한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너희가 먼저 우리 의뢰를 이용해 뒤통수를 쳤잖아?”

능글거리는 그녀의 태도도 태도지만.

“그것 때문에 잠시 열 받았나 봐. 네가 이해 좀 해~.”

그 큼직한 입가엔 여전히 짙은 비소를 걸치고 있었으니까.

하나 불리한 것은 어디까지나 나가쪽이었기에.

“후…… 그래서 이렇게 최선을 다해 협력해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나가 여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들끓는 속을 다스렸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이 일을 위해 다이아 상위권에서 내려왔습니다. 이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는 말 안 해도 하시겠죠?”

“물론이지. 다이아의 패작은 급이 다르니까.”

랭크 다운.

일명 패작이라 불리는 이 행동은 본래도 막대한 손해와 페널티를 안는 행동이지만.

랭크가 높을수록 그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특히나 다이아 랭크부터는 사실상 제 팔다리를 자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기에.

“너희가 그만한 정성을 보여 주니까. 우리도 다시 손을 잡은 거잖아?”

앞서 일어난 2용제와 나가들의 배신을 떠나서.

거인족인 그녀 입장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의 시선이 옆을 힐끔한다.

삼지창을 든 10여 명의 나가들.

그들의 중심엔 호위를 받는 듯.

거인족의 여성만 한 존재가 고급스러운 로브를 쓰고 있었다.

단지 로브 아래로 삐져나온 기다란 하반신만이, 그녀가 나가라는 것을 알려 줄 뿐.

거인족의 여성은 그런 나가를 보며.

“이리 귀하신 분까지 보내 주셨으니. 믿기 싫어도 믿어줘야지.”

만족스레 고개를 까딱였다.

-쉬라네. 이만 진행하거라.

무섭도록 아름다우면서도 황홀한 이명의 목소리가 어둑한 물속을 울린다.

“예.”

쉬라네라 불린 나가 여성이 얼른 로브의 나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내.

“그럼 핏빛 심연으로…….”

다시 안내를 시작하려던 쉬라네의 말이 끊어진다.

어느새 그녀의 눈매는 살기로 어른거렸고.

쩌저적.

주변으로 순식간에 생성된 얼음 창이.

“거기냐!”

그녀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쏘아졌다.

* * *

물속임에도.

후우웅.

묵직한 파공음이 들려온다.

실제로 근 2미터에 달하는 얼음 창이 얼어붙은 궤적을 남기며 날아오고 있었다.

물론.

퍼걱!

드래고노이드에 나가의 인자까지 녹여 낸 시문은 그런 얼음 창을 손쉽게 박살 냈다.

그리고.

‘뭐야?’

잠시 눈이 동그래지는 시문.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마법의 위력이 상당하잖아?’

얼음 창을 부숴버렸던 주먹.

드래고노이드로 강화된 그 주먹으로 묵직하고 아릿한 통증이 전해져오는 것이다.

이는.

‘드래고노이드화 된 손인데 이런 충격을…….’

드래고노이드를 얻은 이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나.

“어, 어떻게!”

얼음 창을 쏘았던 나가.

쉬라네의 날카로운 눈에는 시문보다 더한 당황이 깃들었다.

‘분명 플래티넘일 텐데. 어찌 내 마법을!’

비록 패작으로 랭크를 강제 다운시켰다 해도, 그 진신은 다이아 플레이어.

아무리 패작으로 인한 손해나 페널티로 스펙이 내려갔다곤 하나.

그녀가 다이아 랭크에 도달하기 위해 깨달았던 깨달음들은 여전했고.

그것은 곧 같은 스펙대의 마법이라도, 마력의 운용부터가 엄청난 차이를 냈다.

그리고 그런 차이들은 곧 마법의 위력으로 직결되기 마련인데.

‘S급 특성까지 곁들였거늘. 그걸 맨손으로 쳐내다니……!’

다른 장비나 아이템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쳐내다니?

놀란 것은 쉬라네만이 아니었다.

=이럴 수가!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얼음 마법을 맨손으로 쳐내다니? 그것도 바닷속에서!

=심지어 나가의 마법 아닌가? 팔이 4개나 되는 것으로 보아, 다이아급 종자를 지닌 나가 같은데…….

타 차원의 채팅창.

시문의 방송을 처음 경험하기 때문인지.

-반응을 보니 방금 마법 위력이 좀 센가 본데?

-너 브실이냐? 물속에서 수속성 마법이 얼마나 센지 몰라서 그래?

-ㄹㅇ 타 차원 애들이 괜히 놀라겠냐고 ㅋㅋㅋ

-근데 왜 이런 걸로 놀라는 거야? 타 차원 애들은 정규 아레나 아냐?

-ㅇㅇ 맞음. 그러니까 채팅창 따로 분리되지.

-그럼 우리보다 수준 높을 텐데. 꼴랑 마법 쳐낸 걸로 놀라는 게 좀 신기하네.

-그러게. 이 형이 하는 거 중에 젤 평범한데.

-ㄹㅇㅋㅋ 아직 시작도 안 한 건데 ㅋㅋ

조금의 놀람만 있을 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구의 채팅창과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시문이 마법을 쳐낸 것에 대한 경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팔이 4개인 나가면 무조건 다이아급일 텐데. 왜 이곳에서 매칭되는 거지?

=뒤에 거인족과 다른 나가들이 있는 걸 보아, 아레나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일 수도 있다.

=가능성 있는 말이군. 아즈쉬타는 나가들의 차원이니까.

4개의 팔을 지닌 나가.

통상적으로 다이아급에 해당하는 나가가 왜 다이아 승급전에 등장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줄줄이 뒤따르고 있었다.

“대답해라! 네놈은 대체…… 잠깐.”

시문을 쏘아보던 쉬라네의 눈매에 의문이 깃든다.

“너. 용족인가?”

드래고노이드를 얻었던 정령왕의 요람에서도 들었던 질문.

그에.

“아닌데.”

“아니라고? 그럼 정체가 뭐지?”

“글쎄. 내가 말해 줄 이유는 없지 않나?”

시문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고.

“……좋아. 사지가 분질러지고도, 그리 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고!”

쉬라네는 앙칼진 외침과 함께 4개의 팔을 휘저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다중 영창이군. 그것도 사중으로.’

사중 영창임을 알아차린 시문은 즉시 발을 박찼다.

쐐애액.

하나의 화살처럼 쏘아지는 시문의 신형.

아즈쉬타.

그것도 제법 깊은 곳임을 고려해보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속도였으나.

“어딜!”

“쉬라네 님껜 다가설 수 없다!”

쉬라네의 뒤편에 있던 10여 마리의 나가들이 기다란 삼지창을 휘두르며 시문의 앞을 막아섰다.

“갈퀴 방어진을 구축해라!”

2열의 촘촘한 진을 구성한 나가들은 서로 간의 오러를 연동해, 오러를 머금은 10여 개의 삼지창을 내질렀다.

전투계들의 전략 중 하나인 합격진이었다.

이어.

콰가가각!

강철이 마찰하는 듯한 불똥이 튀어 올랐고.

시문의 눈은 조금 커졌다.

‘막아?’

거인족의 가죽도 뚫어버렸던 손이건만.

드래고노이드화한 주먹을 막아 내는 나가들.

시문은 작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렇군. 팔이 4개인 것도 그렇고. 이 나가들은 플래티넘 플레이어가 아닌 거야.’

승급전으로 지정되었다곤 해도.

차원 아즈쉬타는 기본적으로 나가들의 영역.

갤럭시 아레나가 정해둔 ‘격의 결계’에 통과만 된다면야.

4개의 팔을 지닌 나가가 승급전에 나타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플래티넘 데뷔전에 등장한 천족과 마족도 그랬으니까.’

물론 그래봐야.

콰쾅!

“크윽!”

“무, 물러서지 마라!”

재차 이어지는 공격엔 밀려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때.

“죽어라! 정체 모를 잡종아!”

그런 나가들을 구원하는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쩌저적.

츠츠측!

시문의 위로 쏟아지는 얼음 다발들.

뾰족한 투사체를 시작으로 거대한 덩어리, 기체 형태의 서리 등 다양한 마법들이 쏟아졌고.

물러나는 시문의 퇴로론 얼음이 아닌.

촤르륵.

순식간에 조형된 주먹 형태의 수속성 마법까지 덮쳐왔다.

“쯧.”

짧게 혀를 차는 시문은.

뻐억!

곧장 거대한 물주먹을 돌려차 버리곤.

빠르게 쏟아지는 마법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합격진이야 문제가 안 되지만, 마법의 수준이 상당히 뛰어나군.’

시문은 허공으로 비산하는 마법들의 주인.

쉬라네를 조용히 응시했다.

‘사용되는 마법들이야 6성대지만, 사중 영창도 그렇고. 안에 깃든 마력이나 컨트롤은 7성급과 맞먹어.’

7성의 마법은 주로 다이아 랭크 마법계의 영역임을 떠올려보면.

그리고 마법의 연계와 같은 디테일을 고려해 보면.

‘저 쉬라네라는 나가는 다이아급 마법계가 확실해. 그것도 상위급 수준으로.’

거기다.

“쫓지 마라!”

“위치를 사수해!”

나가의 영역이자, 바닷속이라는 환경과 앞에서 버텨주는 10여 마리의 전투계.

그리고 다이아급 실력까지.

‘이거 그냥 처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아무리 시문이라도 드래고노이드 하나만으로 처리하기엔 꽤나 버거운 조합이었다.

시문의 얼굴에 아쉬움이 깃들었다.

‘안 그래도 지속적인 용력 소모가 커서, 다른 기운이나 업적 포인트는 좀 아껴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전력으로 가는 수밖에.’

시문은 곧바로 손가락을 내밀었다.

하나.

“어딜!”

과연 다이아급 수준인 것일까?

낌새를 눈치챈 쉬라네는 노성을 터뜨리며, 얼른 마력을 흩뿌렸고.

촤라락.

시문의 주변 바닷물이 급속도로 조형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여왕이시여!”

그녀의 비늘 덮인 목덜미에 걸린 푸른 목걸이가 점멸한다.

고등급의 아티팩트인 것일까?

쩌적.

전조도 없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시문의 두 손.

그러나.

“쯧.”

귀찮다는 듯.

‘방송 중이라 사안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는데…….’

키이잉.

짧게 혀를 찬 시문의 왼쪽 눈에서 날카로운 이명이 흘러나왔다.

그때.

[당신에게 결속된 용족, 페어리 드래곤이 당신과 접촉한 원소에 반응합니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일련의 메시지.

그와 함께 공간을 가르고.

뀨웅?

초롱초롱한 두 눈의 둥글둥글한 머리가 쏙 튀어나왔다.

“너…….”

깜짝 놀란 시문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갈라진 공간을 완전히 빠져나온 강아지 크기의 알록달록한 용족.

뀨우우……!

뀨웅이의 동그란 눈동자가 삽시간 날카로워졌다.

캬아아아앙!!

처음 듣는 녀석의 우렁찬 포효와 함께.

퍼석.

시문을 속박하던 얼음과 날아들던 수속계 마법들이 허무하게 부서졌고.

“이, 이럴 수가!!”

쉬라네의 두 눈은 경악으로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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