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14화 (214/349)

제214화

214화. 다이아 승급전 (1)

랭커팰리스의 주변.

단순히 랭커팰리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값을 자랑하는 이곳은 당연하게도.

랭커팰리스를 포함한 일대의 부유가들에게 맞춘 수많은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카페.

부유한 이들의 니즈에 맞춰 전체적으로 프라이빗한 카페의 방 안에는.

“멀쩡하다니 다행이구나.”

날카로운 눈매의 미중년이.

그와 똑 닮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는.

“하! 꼴랑 그거 물어보려고 날 오라 가라 한 거야?”

“사망자만 수십에 랭커까지 살해당한 길드전 아니더냐?”

“어쩌라고?”

“소식을 접하긴 했어도. 정말 괜찮은 건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X랄!”

미중년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해야겠지.

그와 똑 닮은 여성.

“걱정하는 척하지 마. 역겨우니까.”

고말숙은 한 잔에 몇만 원대를 호가하는 커피엔 입도 대지 않은 채.

눈앞의 미중년을 노려봤고.

그런 그녀의 앙칼진 말에도.

“그래.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구나.”

한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신화 길드의 마스터이자.

1세대 출신의 랭커인 고창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별칭이 철혈임을 되새겨보자면.

그리고 그가 아레나와 현실에서 내비치는 이미지를 보자면 무척이나 놀라운 미소였건만.

고말숙에겐 한낱 길바닥의 돌멩이만도 못한 것일까?

쾅!

“이봐. 당신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어!”

값비싼 커피가 출렁거릴 만큼, 거세게 테이블을 내리친 그녀는 성을 낼 뿐이었다.

그러나 앙칼진 그녀의 모습에도.

“물론이다. 네가 한 말은 하나도 잊지 않고 있으니까.”

고창진이 흔들림 없는 미소로 답했다.

과연 철혈이라는 별칭에 어울릴 만한 태도.

하나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그래?”

고말숙의 눈매는 한층 더 치켜 올라갔다.

“그럼 10년 전. 나한테 했던 말도 아직 기억하고 있겠네?”

그녀는 고개를 까딱이며 물었고.

고창진은 고말숙과 만난 뒤 처음으로.

“…….”

여유를 잊어버렸다.

마음에 드는 반응이었을까?

아니면 그때의 일로 감정이 북받쳐서일까?

“분명 그랬지? 언제, 어디서든. 연락하면 달려오겠다고. 아니! 날아오겠다고.”

고말숙의 목소리는 점차 야수의 으르렁거림처럼 변했고.

“그래서. 그때 내 연락도 씹은 거야? 엄마 연락도?!”

그녀의 눈빛 역시 증오로 번져갔다.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고창진.

어느새 미소가 사라진 그는 정색이 아닌.

“그 일은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구나.”

자책과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어째서일까?

기껏 그의 여유를 무너뜨렸건만.

“……그딴 표정 짓지 마.”

오히려 불편해지는 마음에 고말숙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내.

“됐고. 다시는 이딴 식으로 유정이 이용해서 접근하지 마. 난 경고했어.”

차갑게 말을 내뱉은 그녀는 자리를 박차곤.

쾅.

거칠게 문을 닫으며 나가버렸고.

그런 고말숙을 말없이 바라보던 고창진의 뒤로.

“거참…… 아주 쏙 빼닮으셨습니다.”

키가 큰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저 불같은 성격은 말이죠.”

“하광일. 많이 컸구나. 대놓고 흉도 보고. 길마 넘기고 은퇴해도 되겠어.”

“하하! 형님도 참! 그만큼 굳세고 주관이 뚜렷하다는 칭찬이지요.”

어깨를 으쓱이며 너스레를 떠는 신화길드의 부길마 하광일.

그에.

“여하튼 무사해서 다행이야.”

고창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 김시문의 도움이 컸겠지요?”

하광일의 물음에 고창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갤럭시 아레나에서 입막음을 할 정도고. 러시아 연맹 대표를 비롯해 랭커까지 암살을 당했잖나?”

“보통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을 거다?”

“당연하지. 그러니 광일이. 넌 최대한 이번 일을 조사하도록.”

고창진의 명령에.

‘주최 측까지 함구하는 마당에, 제가 무슨 조사를 어떻게 합니까?’

라는 말은 간신히 집어삼키는 하광일.

여전히 고말숙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고 있는 고창진의 속이 어떤지 아는 탓이었다.

고로.

“알겠습니다.”

성과를 떠나 당장은 ‘예’ 라는 답을 내밀었고.

딸칵.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고창진은.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다. 두 번 다시는…….’

스스로에게 되뇌듯.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삼켰다.

* * *

종업원의 인사와 함께.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함께 카페를 나서는 고말숙.

‘좋은 하루는 개뿔…….’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그런 그녀를.

“말숙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청아한 미녀.

이유정이 반긴다.

주변으론 몇몇의 행인들이 그녀를 알아본 듯.

“야! 저거 이유정 아냐?”

“찌, 찐이다!”

“러시아에 귀국했다더니……. 뭐야? 고말숙도 있잖아?!”

“다친 덴 없겠지? 거기 랭커는 암살당했다는데.”

주변이 빠르게 술렁거렸고.

그것을 의식한 그녀는 고말숙을 향해 싱긋 웃으며.

“어서 타.”

가격이 얼만지도 예상하기 힘든 뒤편의 고급 승용차를 턱짓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모일세라.

얼른 조수석에 오르는 고말숙.

이내.

“뭐야. 네가 운전하는 거야?”

운전석에 타는 이유정을 보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러면?”

이유정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시동을 걸었다.

“아니…… 그 뭐냐. 너쯤 되면 막 운전수 따로 두고 그렇지 않나?”

“내가 무슨 공주니?”

“그럼 아냐?”

“뭐래.”

고말숙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린 이유정은 전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뭐, 운전 기사분이 따로 계시는 건 맞는데. 난 혼자가 편해.”

“하긴…….”

고개를 까딱이는 고말숙.

그녀는 창틀에 팔꿈치를 대곤, 턱을 괴어 창밖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언제부터 알았냐?”

시선도 돌리지 않고 물었고.

“같이 오라버니랑 암시장에 갔을 때부터.”

이유정 역시 전방을 주시한 채 답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고말숙.

이유정은 그런 그녀를 힐끔했을 뿐.

아무 말 없이 운전을 이어갔고.

“미안하다. 유정아.”

고말숙은 곧 사과를 해왔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다.”

목적어가 없는 말이었지만.

이유정은 다 알아듣는 듯.

“아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지.”

역으로 고말숙의 눈치를 살피는 이유정.

“네가 이렇게 힘들어할 줄은 몰랐어. 난 그저…….”

다행히도.

“아아. 보나 마나 그 인간이 막 들이대서 자리 만들었겠지. 다 아니까 그건 너무 신경 쓰지 마.”

고말숙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답했다.

“근데 김시문한테는 비밀로 해줘라. 말을 해도 내가 직접 하고 싶거든.”

“응. 알았어.”

다시 침묵이 내려앉는 차 안.

그때.

띠링.

이유정과 고말숙.

둘 모두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운전 중인 이유정보다 먼저 폰을 확인한 고말숙은.

“참나. 양반은 못 된다니까.”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정확히는.

“길드전에서 복귀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레…… 잠깐!”

저으려고 했다.

“이게 뭐야? 다이아 승급전?!”

시문의 방송 제목을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경악을 들은 이유정 역시.

끼익!

“뭐, 뭐라고? 그게 정말이니!”

급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멈춰 세웠다.

* * *

[승급전을 정규 아레나로 배정받으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눈앞으로 떠오른 선택지.

잠시 그것을 보던 시문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정규로 배정받아야지.”

‘예’라는 선택지를 터치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아무리 승급전이라 해도, 비정규 아레나랑 정규 아레나는 보상부터가 다르니까.’

그동안 치렀던 아레나들은 모두 비정규 아레나.

고로 목숨이 들지 않는 아레나였고.

이는 안 그래도 보상이 짜기로 유명한 승급전의 보상을 더욱 깎아내렸다.

물론.

‘뭐, 정규 아레나라고 승급전의 보상이 확 늘어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정규 아레나라고 보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나.

그래도 목숨을 거는 아레나인 만큼, 비정규 아레나와는 확연히 달랐다.

결정적으로.

‘소정규가 열린 이후, 승급전을 치루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잖아?’

승급전 관련 최초의 업적 보상이 남아 있지 않은가?

[승급전이 정규 아레나로 배정됩니다.]

[동기화 중.]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다이아 랭크대와 가까워지기 때문일까?

승급전의 매칭엔 잠시간의 대기시간이 주어졌다.

잠시 기다리던 시문은 계속 묵묵부답인 메시지를 보곤.

“좀 걸리네. 방송이나 켜둬야겠어.”

아레니아의 방송을 활성화시켰다.

-아니? 킹시국에 알림이?

-이 형. 귀국한 지 몇 시간밖에 안 지났잖아?

-철인이냐!

-따지자면 철인보다 더하지 ㅋㅋ. 거의 인간 골렘 수준 아님?

-ㄹㅇ 탈인간이긴 해.

-시하!!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입장하는 시청자들.

“반갑습니다. 여러분.”

시문은 가볍게 인사를 건넸고.

-아니! 시문 님. 큰일 겪으셨는데 쉬셔야죠!

-ㅁㅈㅁㅈ. 갤럭시 아레나에서 언급까지 막을 정도였다면서요?

-얼마 쉬지도 않고. 이렇게 방송 켜도 괜찮으신 거예요?

-아직 매칭 안 잡힌 거 아님? 형. 좀 쉬어.

시청자들은 곧바로 걱정 어린 채팅을 쏟아냈다.

물론.

-길드전 어글 꺼지기 전에 후딱 켰누 ㅋㅋㅋ

-시청자 수 빨라고 그런 거지.

-아 ㅋㅋ 방송 하루이틀 보냐고~

드문드문 빈정대는 채팅들도 더러 있긴 했으나.

-이미 어지간한 다이아들보다 청자가 많은데 무슨 ㅋㅋ

-놔두셈. 열등감 어그로들임.

-벤좀요.

이미 많은 어그로를 겪어온 시문의 시청자들과.

[매니저 ‘검은 염소’가 dlfjsdkdlel님을 강퇴하였습니다.]

[매니저 ‘오딘’이 aksemsmsrp님을 강퇴하였습니다.]

[매니저 ‘바알’이 wpdlfdjfudnj님을…….]

매니저의 탈을 쓴 상위서열 성좌들에겐 어림도 없었다.

“아, 길드전이라면 전 괜찮아요. 제가 크게 뭔가를 하지는 않았거든요.”

여유롭게 웃으며 답하는 시문.

실제로 거짓말도 아니었다.

‘차르 길드야 나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했고…….’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차르 길드의 유망주들은 애피타이저도 되지 않았다.

반면.

‘제일 문제였던 에트라는 아라크레아가 처리했으니까.’

에트라라는 에이션트 드래곤은 시문으로서도 위험한 존재였으나.

그보다 더 강력한 규격 외의 존재가 말끔히 처리해 버리지 않았나?

고로 길드전의 피해 규모치고.

실질적으로 시문이 크게 피해 본 것은 없었다.

그런 시문의 답에.

-아무리 그래도…….

-형이 괜찮다잖아. 왜 자꾸 니들이 난리임?

-ㄹㅇㅋㅋ 방송 보면 알지 않음? 이 형 사람이 아님.

-허허. 사람 아니라니. 말이 넘 심한데?

-아니긴 해. 벌써 다이아 승급이잖어 ㅋㅋ

-ㅇㅈ. 나 방제 보고 내 눈을 의심함.

채팅창들은 곧 걱정을 거두곤.

시문을 두고 이리저리 드립을 치며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동기화 완료.]

[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갤럭시 아레나의 알림이 시문의 눈앞으로 떠오른다.

이어.

파스스.

무주 공간이던 대기실이 삽시간 변화했다.

푸른 하늘.

달리 창공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이곳은 어느 낙원의 한곳처럼.

옅고 푸른색이 사방천지에 가득했다.

아마.

출렁.

그 푸른색이 미묘하게 일렁거리지만 않았더라면.

‘여긴…… 물속?’

누구도 물속이라곤 예상치도 못할 정도였다.

-와…….

-여긴 또 어디임?

-개지린다. 이게 바닷속이라고?

-이형은 소정규니까. 우리도 모르는 신맵 아닐까?

-뭐야. 승급전을 소정규로 치름?

시청자들 역시 이 압도적인 광경에 연신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하나 시문의 감탄은 찰나일 뿐.

‘잠깐. 하늘이랑 구별도 안 될 정도로 맑은 물속이라면 설마…….’

곧바로 연상되는 전생의 기억에 미간을 슬쩍 찌푸렸고.

‘아즈쉬타?’

그를 증명하듯.

[다이아 승급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역은 차원 아즈쉬타의 ‘핏빛 심연의 입구’입니다.]

[이번 아레나의 종목은 ‘서바이벌’이고, 참가 인원은 1,000명입니다.]

[인원이 모두 보이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메시지는 곧 시문의 생각과 똑같은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ㅁㅊ! 1,000명이라고?

-스케일 보소 ㅋㅋㅋ 지구의 10배잖어 ㅋㅋㅋ

-ㄹㅇ 쌉지리네.

시청자들에게는 매칭 인원 1,000명이라는 숫자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다이아 승급전에 천 명이나 들어가?

-이게 정규전 클라스인가?

-다른 종족들까지 합치니까. 다이아도 숫자 저 정도 나오나 봄 ㅋㅋ.

-하긴. 지구처럼 타 차원당 100명씩만 뽑아도…… 와. 새삼 지리네.

지금 시문은 다이아 승급전이지 않는가?

소정규의 첫 승급전도 그렇지만.

다이아의 승급전을 치르는 플래티넘의 숫자가 무려 천 명이나 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하나.

더 큰 놀라움은 따로 있었다.

[해당 플레이어의 동기화 상태에 따라, 유사 매체가 존재하는 일부 정규 아레나 차원에 방송이 송출됩니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메시지들.

[채팅창이 분리됩니다.]

[플레이어 김시문은 비정규 아레나 차원의 소속입니다.]

[정규 아레나로 승격되기 전까진 양방의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오직 차원 지구에서만, 타 차원의 채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안내와 함께.

-어어? 채팅창이 2개 됐어!

-뭐야? 실시간으로 채팅창이 분리가 된다고?

-ㅁㅊ ㅋㅋㅋ 이건 또 무슨 미친 광경이냐?

-이게…… 갤럭시 아레나 기술력?

시문의 채팅창은 실시간으로 분리되어 2개로 나뉘었고.

단 10초도 지나지 않아.

=?????…… 이건 또 무슨 종족이지?

=???…… 다이아 승급전인데 왜 이렇게 시청자가 없는 거냐?

=?…… 잠깐. 인간이잖아?

=인간이라고?

생전 처음 보는 문자들이 점차 빠르게 번역되어.

시문과 시청자들의 앞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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