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13화 (213/349)

제213화

213화. 이득 (2)

우아하고 세련된 석조 건물.

흡사 어느 고신(古神)의 신전을 연상케 하는 이곳 중앙엔 5개의 왕좌가 있었고.

그중 한 왕좌에서.

“이럴 순 없어!!”

거센 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위로 떠오른 녹회색의 눈동자는 노성만큼이나 흥분한 듯.

길게 찢어진 그녀의 동공은 쉴 새 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에트라가 실패하다니! 실패를 넘어 돌아오지도 못하다니!!”

에이션트 드래곤 에트라.

용족의 대모이자, 2용제의 제2전령이기도 한 에트라가 실패하다 못해.

감감무소식인 상황 아니던가?

사실상 말이 무소식이지.

그녀가 죽음을 맞이했으리라는 걸, 모르는 이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2용제의 분노를 말없이 바라보던 3개의 눈동자 중.

“대모님. 진정하셔야 합니다.”

회갈색의 냉정함을 담은 눈동자.

3용제 아포피스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에트라의 실패는 몹시도 충격적이나, 지금은 그보다 다른 부분에 더 신경 쓰셔야 하지 않습니까?”

고작 인간 하나에게 에이션트 드래곤이 당했다.

라는 명제만 놓고 본다면 분명 전 용계가 뒤흔들릴 사건이었지만.

당장 용계의 지배자들인 용제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에 호응하듯.

“아포피스 말이 맞아. 엄마, 지금 갤럭시 아레나 내부에서 난리가 났다고.”

검보라색의 눈동자.

4용제 브리트라가 불만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부탁으로 이번 길드전에 선이 닿았던 의원들 대부분을 투입했는데. 전부 날아가게 생겼어.”

그녀는 볼멘 목소리로 녹회색의 눈동자.

2용제 에키드나를 흘겼고.

아포피스는 그런 브리트라를 향해 물었다.

“그 말은 브리트라. 너와의 관계가 들통났다는 것이냐?”

“그래. 향락의 요람에서 접대받은 상의원들부터, 내 지배에 걸려든 하의원들까지. 90% 이상이 연류되어 축출당하는 상태야.”

“상의원도 축출한단 말이냐?”

“당연하지. 관리자들까지 나섰는데. 상의원이라고 목이 성하겠니?”

이번 일과 아무런 잘못이 없는 아포피스임에도.

빈정거리는 브리트라.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감히 용족의 대모이자, 어미인 2용제 에키드나를 쏘아붙일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걸 아포피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관리자가 나섰다라…… 생각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군.”

그는 별다른 대꾸 없이 말을 이었다.

“관리자로 인한 축출이면, 그 상의원들을 다시 쓸 수도 없지 않나?”

“그렇지. 불미스러운 일로 축출당한 이상, 두 번 다시 의회로 복귀할 순 없으니까.”

“으음…….”

아포피스의 침음성이 깊어진다.

“향락의 요람까지 사용한 뒷배였는데. 모조리 축출이라니…….”

“덕분에 상의원들한테 들인 인과 회수는 하나도 하지 못했어. 하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순수한 적자.

그것이 현 브리트라의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무리 낮은 의원이라도 접촉 자체를 안 하려고.”

“현명한 선택이다. 당분간 뒷작업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어.”

브리트라의 의견에 고개를 까딱이는 아포피스.

하나 그의 눈동자는 좀처럼 펴지지 못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의회 쪽의 피해만 해도 그 정도인가…….”

현 사태의 피해는 앞서 언급한 것들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포피스는 지금껏 아무 말도 없는 검푸른 눈동자.

“니드호그. 갤럭시 아레나 측의 공문은 네가 받았었지?”

5용제 니드호그를 향했다.

“그렇다. 이미 다 공유를 했을 텐데?”

“그건 잘 받았다. 단지 공문 이외에 놈들이 따로 남긴 말이 있나 싶어 묻는 것이다.”

“그딴 건…… 아, 하나 있긴 했지.”

어이가 없는 것일까?

“브리트라의 말대로 관리자가 움직이긴 한 모양이더군.”

“그 말은…….”

“그래. 공문을 관리자가 보냈더군. 친히 경고도 섞어서 말이다.”

헛웃음을 흘린 니드호그는 다소 짜증이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토록 앞뒤 없이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드디어 빌미를 줘서 참으로 고맙다.’ 라더군.”

“하.”

그 말에 아포피스 역시 헛웃음을 머금었다.

“이번 일을 빌미로. 우릴 향한 제재를 제대로 가하겠다는 소린가?”

“그렇겠지. 전과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하니까.”

“음. 어떤 관리자였나?”

“그것까지는 알지 못한다. 애당초 그놈들이 제가 누군지 일일이 밝히던가?”

“그도 그렇군.”

한숨을 내쉬는 아포피스.

그는 다섯 왕좌가 모인 중앙을 바라봤다.

그곳으로.

파앗.

황금으로 장식된 갤럭시 아레나의 공문이 떠올랐다.

아포피스의 시선은 공문의 맨 위를 향했다.

그리곤.

“영구적으로 용족 플레이어의 각성률이 10% 감소, 고등급 특성의 등장 확률 역시 10% 감소.”

내용을 읽어나가며 서서히 아래로 향하는 아포피스의 시선.

“더불어 향후 6개월간, 차원 용계의 전 랭크대 경험치와 보상이 20% 감소, 모든 능력치와 특성의 위력이 각각 10%씩 감소, 업적 상점에서 면사권 판매 중지라…….”

공문의 끝으로 갈수록 점차 흐려지는 아포피스의 목소리.

그에.

“흥! 아주 난리도 아니군.”

니드호그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의 상당수가 불만을 표하겠어.”

6개월간 경험치와 보상, 그리고 스펙과 직결되는 모든 능력치와 특성의 위력.

전반적인 모든 부분에서 장시간 페널티를 받아야 했고.

“애는 당연한 소릴 하니? 특히 상위 플레이어들이 난리겠지.”

특히나 작은 수치에도 변화가 큰 상위 플레이어들에겐 더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브리트라. 이는 하위 플레이어들에게도 큰 제재다.”

“어머. 누가 아니랬니? 면사권의 판매를 중지해 버렸으니. 6개월간 아주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겠지.”

목숨의 안정을 확정받는 면사권의 판매 중지로 인해.

가진 것이 많이 없는 하위 플레이어들 역시 성장에 상당한 제약이 걸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이럼 어째지? 6개월간 아예 아레나 금지령을 내려야 하나~?”

용계 출신의 모든 용족 플레이어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숫자를 논하기 이전에.

“멍청한 소리! 검은 제련소의 재건이 아직 한참 남은 상황이다. 여기서 아레나까지 막으면, 물자는 어찌 수급하란 말이냐?”

“어머~ 신경질은.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면사권 없이 아레나를 계속 진행하면? 우리 애들 다~ 죽게 내버려 두자. 이거니?”

용족 플레이어들로 인해 용계에 유통되는 아레나 부산물들.

그것의 수급 자체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용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었고.

“어찌 네년이 용제의 자리에 올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누가 보면 본인은 거~대한 제국의 황제이라도 되시는 줄 알겠어. 그래서 니드호그, 네 서열은?”

“네년이 정말!”

파츠측!

그를 잘 아는 브리트라와 니드호그는 대번에 마찰을 일으켰다.

그리고 늘 그렇듯.

“그만.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3용제 아포피스는 두 용제의 다툼을 만류하며.

“면사권은 우리가 따로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 나머지 페널티는 무구 창고를 풀어, 고등급의 아이템 대여로 메꾸는 수밖에.”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브리트라의 눈동자가 대번에 찌푸려진다.

“웃겨. 우린 뭐 면사권을 그냥 찍어낸다니? 거기에 들어가는 인과는 어쩔 건데?”

“거기다 무구 창고의 아이템으로 대여한다 한들, 100% 회수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아레나에서 죽는 놈들은 반드시 나올 테고. 그럼 유실분은 어쩐단 말이냐.”

니드호그 역시 대번에 불만을 표출했다.

아포피스는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듯.

“이미 우리의 실수로 벌어진 일.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거기다…….”

지그시 눈을 감으며 답했다.

“앞선 내용들은 어떻게든 수복이라도 되지만, 영구적인 페널티는 그 어떤 방법도 없다.”

영구적으로 용족 플레이어의 각성률 10% 감소.

더불어 고등급 특성 등장률까지 10%나 감소되었다.

갤럭시 아레나에 계속해서 참여해야 하는 이상.

“우린 미래의 일부를 잃어버린 것이란 말이다.”

이는 용족의 미래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당장 6개월의 페널티로 왈가왈부하진 말도록.”

아포피스의 말에 동감하는 것인지.

“쯧.”

“에휴.”

한숨을 내쉬며 감정을 추스르는 니드호그와 브리트라.

물론 그 둘의 시선은 여태껏 침묵 중인 녹회색의 눈동자.

2용제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힐끔했다.

그때.

화륵.

마지막 남은 빈 왕좌 위로 검붉은색의 눈동자가 떠오른다.

“1용제.”

“1용제.”

짧게.

그러나 격식 있게 인사를 건네는 3명의 용제들.

1용제 크루아흐는 그들을 무심히 훑고는.

“어머니.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셨더군요.”

곧바로 2용제 에키드나를 바라봤다.

“기왕 제 명을 어긴 것. 성공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뭐라 할 말이 없구나. 모두 나의 불찰이다.”

시선을 내리까는 에키드나.

그녀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크루아흐.

이내.

“이번 페널티의 대응책으로 면사권 생산에 들어가는 인과율부터, 대여로 이루어질 아이템까지.”

지나칠 정도로 사무적일 만큼.

“모든 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용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변하는 아들의 말에.

“……받들겠다.”

녹회색빛의 눈이 힘없이 감겼다.

* * *

랭커 팰리스.

길드전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문은.

“형! 몸은 괜찮아?!”

동생 녀석의 걱정스러운 마중에 한동안 몸살을 앓아야 했다.

다행히도.

“진욱 선배한테 이야긴 대충 들었어. 갤럭시 아레나가 입 닫으라고 했다면서?”

박진욱과 미리 연락이 오갔었는지.

“그래도 말할 수 있는 건 다 해줘. 이반 이바노프도 암살당했다며?”

녀석은 길드전에서 발생한 일에 관련된 내용을 대충은 알고 있어, 과도한 질문 치레는 삼갔고.

“저기…… 말숙아? 너한테 연락이 하나 왔는데…….”

“연락?”

“응.”

“이상하다? 나한테 연락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를 해야지. 왜 너한테 해? 누군데?”

“그게…… 잠시 나와 봐.”

갑작스런 연락으로 고말숙을 데려나가는 이유정을 신호로.

“고생했어. 어차피 자세한 건 이야기 못 할 테니. 들어가서 쉬어.”

“고생하셨습니다. 시문 님. 이번 길드전에 대한 보고서는 작성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김시혁과 박진욱 역시 자리를 떴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시문은.

“후아!”

연구실에 마련된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길드전 기간이 짧아, 가볍게 꾸렸던 캐리어는.

“현아야.”

-내가 알아서 정리해둘게. 오빤 쉬어.

“고맙다.”

현자의 돌이 작업용 기계팔로 순식간에 정리해주었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아빠!”

뀨웅!

시연이와 뀨웅이가 침대 위로 난입한다.

시문은 그런 두 귀염둥이를 품으로 안았고.

“시연이 얌전히 잘 놀고 있었어? 뀨웅이도?”

“웅! 뀨웅이랑 치료제 제작 놀이 했어!”

뀨우우~.

힘차게 답하는 두 귀염둥이와 한동안 침대를 뒹굴었다.

이내.

“뀨웅아. 이번엔 심드라실에 가서 숨바꼭질하자!”

뀽!

시연이와 뀨웅이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러 떠나자.

“읏차! 그럼 나도 길드 보너스 체크 좀 해볼까?”

기지개를 켠 시문은 귀국하는 동안 치워두었던 보상창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길드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업적 ‘길드전에서의 첫 승리’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점을 획득합니다.]

길드전 승리 업적으로 주어지는 업적 포인트.

‘뀨웅이의 연성으로 5만 점이나 썼었는데. 달달하네.’

페어리 드래곤의 탄생.

그를 위한 연성의 대가로 업적 포인트를 5만 점이나 사용했던 시문.

물론 그것이 아깝다 못해, 과할 정도의 보상을 돌려받긴 했으나.

업적 포인트가 곧 전투력이기도 한 시문에겐 꽤나 적절한 보상이었다.

시문은 업적 포인트를 확인했다.

‘이걸로 업적 포인트는 총 13,300점인가…….’

5천 점이 들던 아르스 마그나의 대가가 3천 점으로 줄어들었으니.

당장 급한 일이 생겨도, 충분히 위기 대처가 가능한 포인트양이었다.

이어.

[길드전의 승리로 길드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길드 보너스는 다음 길드전이 끝날 때까지 지속됩니다.]

[길드 보너스의 효과가 3배로 커집니다.]

[길드 가입 인원수가 90명으로 확장됩니다.]

[길드원의 아이템 획득 증가율이 15% 증가합니다.]

앞서 약속했던 대로.

3배나 커진 길드 보너스의 효과.

시문은 찬찬히 내용을 읽어나갔다.

‘원래 1승만 달성해주면 누구나 인원수 30명 추가에 아이템 획득 증가율 5%를 주니까…… 3배가 딱 맞네.’

거기다.

‘인원수 90명 증가라니. 업적 포인트 제대로 굳었어!’

타 플레이어들과 달리.

업적 포인트가 피와 살 같은 시문의 입장에서 인원수 90명 증가는 상당한 메리트로 다가왔다.

애당초 길드전에 한국 대표로 초대받았을 때부터.

기본 보상인 인원수 30명 증가를 노리고 참가한 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또한.

[위로 보상으로 ‘정체불명의 신물’이 지급됩니다.]

3배의 약속과 더불어.

경계의 방직공의 신물을 대처할 보상 역시 지급되었다.

시문은 즉시 인벤토리를 열어 그것을 확인했다.

[정체불명의 신물]

등급 : ?

플레이어 김시문의 요구로 만들어진 주인 없는 신물.

오로지 플레이어 김시문만이 해당 신물의 주인을 선정할 수 있다.

등급도 표시되지 않았고.

설명조차 조촐하며, 밋밋한 백금의 돌조각에 지나지 않았으나.

[성좌 검은 염소와 천마, 바알이 신물을 보며 침을 꿀떡 삼킵니다.]

[성좌 제우스와 오딘, 라가 신물을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시문을 지켜보던 성좌들의 반응이 대번에 내리꽂혔고.

‘성능은 확실하네.’

만족스럽게 웃은 시문은 신물을 도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내.

‘지금쯤이면 용족들에게도 페널티가 부여되었겠지?’

만족스럽던 미소가 얄밉게 승화한다.

‘반년 동안 용계 출신의 전 랭크대에 디버프를 가하고, 면사권의 판매까지 금지시켰으니. 아주 눈이 돌겠지.’

특히 면사권의 판매는 시문이 0순위로 밀어붙였던 조건.

‘이러면 용제들이 제 힘을 소모해서 면사권을 만들어 보급해야 할 테니. 피해가 상당하겠지.’

고로 면사권의 판매 중지는 당장에 뼈가 아픈 피해인 것이다.

거기다.

‘제일 중요한 영구적인 페널티까지 먹였으니까.’

영구적으로 10% 감소.

이걸 지구의 국가 단위로 식량, 경제, 인구수 등등.

그 어떤 분야에 적용시켜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 수치다.

한데 그걸 용족 전체에 적용시킨다?

‘이게 바로 손 안 대고 용족 두들겨 패기지.’

그로 인한 피해 규모는 시문이 한평생 때려잡을 용족보다 몇십, 몇백 배는 더 많을 터.

“아. 상상만 해도 배부르다.”

헤실헤실 녹아내리는 시문의 얼굴.

그때.

“참. 그러고 보니 얼마 안 가면 가을이지?”

한 가지 기억이 시문의 머릿속을 스쳤다.

‘올해 가을쯤이었지? 체르노젬에서 그 사단이 나는 게.’

러시아의 서남부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동유럽까지 이어지는 고대로부터 세계 최대의 곡식 생산량을 자랑하는 흑토 지대.

체르노젬(Chernozem)에서 상당히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음…….”

작게 침음성을 흘리는 시문.

이내.

‘뭐, 그때까진 아직 시간도 남았고. 니콜라이와 안면도 터 뒀으니까.’

체르노젬에 진입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이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생각을 정리한 시문은 침대에서 일어나.

멀지 않은 곳에 놓인 접속기기를 잡았다.

그에.

-엥? 아레나 뛰게?

근처에서 작업 중이던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다가왔다.

“어.”

-참나. 오빠. 길드전에서 돌아온 지 몇 시간밖에 안 지났거든?

“그럼 뭐하냐. 길드전은 이벤트 아레나지, 내 아레나가 아닌데.”

고로 내 스펙은 올라가지 않잖아?

그렇게 말하는 시문에 현자의 돌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하여간에. 아레나 중독자라니까.

“기왕이면 세상을 위해 근면성실하는 용사라고 불러줘.”

-……오빠. 러시아 가서 뭐 잘못 먹었어? 갑자기 뭔 소리야?

“…….”

너무나 진지하게 물어오는 현자의 돌에.

차마.

‘그냥 한번 던져본 드립인데…….’

라는 말조차 내뱉을 수 없었던 시문은 침음을 삼키며, 접속기기를 착용했다.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익숙한 메시지가 머쓱한 시문을 반겨주었다.

하나.

[플레이어 김시문의 수준은 현 랭크대에서 MMR로도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다이아 랭크 승급전으로 배정됩니다.]

[비정규 아레나 차원의 소속이지만, 현재 정규 아레나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승급전을 정규 아레나로 배정받으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이어지는 메시지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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