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01화 (201/349)

제201화

201화. 정령왕의 요람 (4)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대기실로 돌아온 시문의 눈앞으로.

[특수 아레나 ‘정령왕의 요람’을 상상치도 못한 형태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이번 아레나의 클리어로 결정된 운명이 크게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음?”

그것을 치우려던 시문의 손이 멈칫한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결정된 운명이 크게 뒤바뀔 수도 있다고?’

예전에는 분명.

[이번 아레나의 클리어로 결정된 운명이 크게 뒤바뀝니다.]

라는 식으로 뒤바뀐다는 언급을 확실히 했었는데.

이번에는 ‘뒤바뀔 수도 있다’라는 식으로 여지를 남겨둔 탓이었다.

이는.

‘갤럭시 아레나가 애매하게 말하는 건 오랜만인데.’

철저한 것을 좋아하는 갤럭시 아레나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뭐, 대충 예상가는 게 있기는 한데…….’

클리어 조건이었던 정령왕의 흔적.

그 알록달록했던 꽃봉오리 속의 그것을 떠올린 시문은 잠시 턱을 괴었으나 그뿐.

우선.

“그럼 여러분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앙대! 형! 가지 마!

-안 가면 뭐 하라고? 특수 아레나까지 끝냈는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왜케 띠꺼움?

-이해들 해라. 오늘 방송 본 다이아들 날 바짝 서 있다 ㅋㅋ.

-ㅅㅂ ㅋㅋ 예민한 거 보소 ㅋㅋ.

-이해는 해~. 열등감 폭발할 만하자너~.

아레니아 방송부터 종료해야 했기에.

“그럼 여러분들. 다음에 또 봐요.”

-시바~

-저거 욕 아님. 시문 바이라는 뜻이에용!

-고마워요. 누물보맨!

-ㅋㅋㅋ 악질새끼들.

-오해할까 봐 설명을 해줘도 ㅋㅋㅋ.

-시바~.

방송을 종료한 시문은 곧바로 대기실에서 벗어나.

달그락.

그극.

익숙한 작업 소리가 들려오는 펜트하우스의 연구실로 돌아왔다.

-고생했어~.

“아빠!”

현자의 돌과 시연이 돌아온 시문을 반겼다.

동시에.

[아레나 ‘정령왕의 요람’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상상치 못한 형태로 아레나를 클리어하셨습니다.]

[활약에 따라 클리어 보상이 증가합니다.]

[귀속된 특성 ‘현자의 돌’이 일정량의 경험치를 분배받습니다.]

[레벨이 5 올랐습니다.]

[현자의 돌 레벨이 3 상승했습니다.]

아레나 보상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총 8레벨업인가.”

적지는 않지만.

특수 아레나치고 많다고 보기도 어려운 경험치.

하나 시문의 관심은 레벨에 집중되지 않았다.

[정해진 클리어 결과 자체를 바꿔버렸기에, 그에 걸맞은 보상으로 조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이템 보상의 지급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물론 시문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애당초 이번 아레나의 목적은 정령왕의 흔적을 찾는 거였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그 알록달록한 꽃봉오리만 확인해도 클리어는 되었을 터.

한데 자신은 아레나를 아예 뒤엎어버리지 않았던가?

당연히 그 공적치를 계산하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그를 증명하듯.

-오빠, 아주 시원하게 터뜨려버렸네?

다가온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능글맞은 눈웃음을 던져왔다.

피식 웃은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아마 잠입이 가장 적합한 클리어 방식이었던 거 같은데.”

-당연하지. 갤럭시 아레나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설계한 게 딱 보이잖아.

당장 정령왕의 요람에 있던 병력들만 돌이켜봐도 그렇다.

하급들이라곤 해도 아레나 최상위 종족인 거인족이다.

거기에 중급 거인도 하나 포함되어 있었고.

그들의 협력 파트너로 무려 최상급 용족인 나가들까지 다수 파견된 상황 아니던가?

-두 종족의 조합만 봐도 각이 나오지. 아마 어지간한 다이아 상위권 파티로도 힘들었을걸?

현자의 돌의 말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어로 따지면 전투계와 마법계가 명확히 나뉘는 조합이니까. 사안이 없으면 나도 업적 포인트를 꽤나 털었을 거야.”

거인족을 앞세운 나가들의 마법 세례.

단순한 연계이지만.

그 조합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수준을 따지면 그야말로 재앙이었으니까.

거기다.

-치! 그뿐이야? 그것들을 다 박살 내면, 히든 보스가 등장하는 조건까지 걸어뒀잖아.

모든 것을 쓸어버리면 히든 보스가 등장하지 않는가?

누가 봐도 무력으로 깨지 말라고 만들어 둔 아레나였다.

한데.

-근데 그걸 무식하게 화력으로 뚫어버릴 줄은 누가 알았겠어?

하지 말란 짓을 그대로 행해 죄다 때려 부수고.

마지막 제어 장치인 히든 보스까지 밀어버렸으니, 갤럭시 아레나의 입장에선 어찌 당황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저렇게 보상을 고민하는 거겠지.

현자의 돌의 말에 시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많이 당황했나 보다.”

오랜만에 저리 아이템 보상을 고민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게. 의외긴 해. 이런 건 나름 자주 있던 일인데 말이지.

어느새 기계 팔들을 가져와 으쓱거리는 현자의 돌.

“마자! 자주 이썼어!”

그리고 무조건적인 긍정을 표하며, 대화에 끼어들려는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쯤.

[클리어 보상이 결정되었습니다.]

클리어 보상이 결정되었다는 알림이 날아들었다.

[인벤토리로 지급이 불가능한 보상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직접 보상을 지급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실험체 – DF’가 지급됩니다.]

연이은 메시지들이 떠올랐고.

파앗.

작은 빛과 함께 시문의 앞으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에.

-오, 오빠! 이거 그거 아냐?!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의 눈알이 휘둥그레진다.

녀석만큼은 아니었으나.

“맞는 것 같아.”

시문 역시 조금 놀란 얼굴로.

아까 특수 아레나에서 보았던 ‘정령왕의 흔적’을 바라봤다.

‘설마 이걸 보상으로 지급해 버릴 줄이야.’

잠시 턱을 괴던 시문은.

“우선 퀘스트도 클리어해야 하니까. 에르넨에게 가보자.”

“아빠! 나도! 시여니도 갈래요!”

“그래. 시연아, 같이 가자.”

정령왕의 흔적을 끌어안는 시연이를 데리고 엘븐하임으로 향했다.

* * *

끝을 모르고 펼쳐지는 드넓은 고원과.

그 위로 온갖 식생들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의 바다.

엘븐하임에 도착한 시문은.

피이…….

시연의 품속에서 힘없는 숨소리를 흘리는 ‘정령왕의 흔적’을 바라봤다.

“히잉. 마니 아픈가 바…….”

마치 강아지처럼.

제 덩치만 한 ‘정령왕의 흔적’을 꼭 끌어안고 있는 시연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그에.

‘시연이가 왜 저렇게 친밀감을 느끼지? 외형이 알록달록해서 그런가?’

시문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뿐.

곧 저 멀리 하늘과 땅을 잇고 있는 거목.

“심드라실, 나왔어.”

심드라실을 향했고.

그에 화답하듯.

샤르릉.

청명한 이명이 귓가를 간질인다.

동시에.

사사삭!

뻥 뚫렸던 고원이 빠르게 스치며, 순식간에 심드라실에 도달한 시문은.

“오셨군요. 은인.”

고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백금발에 자연을 녹여 낸 녹색 눈.

“이렇게 빨리 해결해주실 줄은 예상도 못 했는데. 과연 은인이시네요.”

하이엘프 에르넨은 부드러운 미소를 걸치며 다가왔다.

하지만 그도 잠시일 뿐.

“한데 저건…….”

시연이가 꼭 안고 있는 생명체.

피이…….

힘겹게 숨을 내뱉는 생명체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정령왕의 요람에서 찾았던 ‘정령왕의 흔적’입니다.”

“저, 저게요?!”

퀘스트를 의뢰한 것은 에르넨이건만.

정작 그녀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정령왕의 흔적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특수 아레나의 클리어 조건이자, 보상으로 얻은 ‘정령왕의 흔적’은.

“하지만 은인. 아무리 봐도 저건 용족으로 보이는데…….”

명백한 용족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으니까.

더 정확하게는.

“마치 드래곤의 뿔과 날개를 잘라, 축소해 놓은 듯한 모습인데 어찌…….”

드래곤의 뿔과 날개를 잘라 내어, 축소해 놓은 형태였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비늘이 정령계의 풍경처럼 알록달록하다는 것.

거기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잠깐. 이 기운은?”

잠시 얼굴을 굳힌 에르넨은 좀 더 다가가, 힘겹게 숨을 내쉬는 정령왕의 흔적을 살폈고.

“이, 이럴 수가!!”

곧바로 경악을 내뱉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알록달록한 비늘의 용족은.

“어떻게 용족이 이토록 순수한 정령력을!”

하이엘프인 에르넨조차 경악할 정도의 순도 높은 정령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시문은 그런 에르넨을 보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놀랄 만도 하지. 나도 처음 봤을 때는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까.’

기본적으로 정령은 용족과 계약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못 한다고 해야겠지.

‘정령이 용족을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용력과 정령력은 서로 상극이니까.’

전생의 기억에서도 그렇고.

현재 용력을 보유한 시문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조화의 성향을 띤 정령력은 마기와 같이 패도적인 성향의 용력과 완벽히 상반되는 기운이라는 것을 말이다.

당연히 하이엘프인 에르넨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말도 안 돼…… 이 정도의 순도면 정령왕의 것과 맞먹는 수준인데. 어떻게 용족이!”

에르넨은 충격이 가득한 눈으로 중얼거릴 따름이었다.

시문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가 말했다.

“안 그래도 이 용족, 그 때문에 죽어 가고 있는 상탭니다.”

“죽어 가요? 아.”

작게 탄식한 에르넨은 하얀 이마를 짚었다.

“그렇겠네요. 용족의 육신에 정령왕의 정령력을 담았으니까.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이상하네요.”

“그러니까요.”

에르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처음 특수 아레나의 꽃봉오리에서 발견했을 때부터 그랬지.’

서로 상극인 두 기운 덕분에.

저 알록달록한 용족은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전엔 정령들을 쥐어짜 낸 정령력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 그만한 정령력을 주입해 줄 요소가 없으니.

더는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우리라.

시문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망할 아레나 놈들. 하필 보상을 이런 식으로 지급하다니.’

끔찍한 방법으로 정령들을 쥐어짜 내던 시설.

굳이 검은 염소가 미션을 걸지 않았어도, 파괴했을 시설들이었거늘.

‘이래서야, 쓸모의 유무를 떠나서 마음만 찝찝해지잖아.’

그 원인인 생명체를.

그것도 죽어가는 녀석을 보상으로 지급하다니?

철저한 인과를 따지는 갤럭시 아레나 아니던가.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보상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시문의 눈매가 슬쩍 좁혀진다.

‘설마 내게 경고하기 위해서인가? 정령력을 얻으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이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겠지. 현자의 돌이 있는 내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걸, 갤럭시 아레나도 모르지 않을 테니.’

모든 기운을.

심지어 단전을 대체하고 세계수의 영체까지 받아들이는 만능의 존재가 현자의 돌이다.

갤럭시 아레나가 그 존재를 모를 리 없을 터.

순간.

‘잠깐. 그러고 보니 아까 애매했던 메시지가 있었잖아?’

갤럭시 아레나답지 않았던 애매한 메시지.

명확한 이유는 몰랐지만.

대충 저 알록달록한 용족 때문임을 대충 짐작했던 시문이었다.

‘나한테 뭔가 힌트를 주려는 건가?’

그때.

“이런! 내 정신 좀 봐!”

갑작스러운 에르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해요. 은인. 퀘스트부터 완료해드려야 하는데. 워낙 충격적인 상황이라 저도 모르게…….”

“괜찮아요. 저도 처음 봤을 때, 에르넨만큼이나 놀랐거든요.”

시문의 배려에 본연의 미소를 되찾는 에르넨.

그녀는 복잡한 시선으로 시연이의 품에 안긴 알록달록한 비늘의 용족.

정령왕의 흔적을 힐끔하고는 허공으로 손짓했다.

[연계 퀘스트 ‘정령왕의 행적’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정령력 스탯을 획득합니다.]

[특성 현자의 돌로 인해, 연성력 스탯으로 귀속됩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20,000점을 획득합니다.]

눈앞으로 줄줄이 떠오르는 보상들.

하나 시문은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보상을 확인하진 않았다.

아직 받아야 할 보상이 하나 남아 있는 것이다.

“은인. 잠시 손을 주시겠어요?”

에르넨이 섬섬옥수와 같은 손을 내민다.

시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꽃잎을 만지는 촉감.

그러한 손끝으로 알록달록한 기운이 스며든다.

시문은 대번에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정령력이군.’

손을 타고 스며든 정령력은 팔을 지나 가슴 정중앙.

현자의 돌에게로 스며들었고.

-헤으응! 순도 높은 정령력 넘나 포근해!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부르르 몸을 떠는 현자의 돌의 진동이 느껴졌고.

녀석의 안에 뿌리 내린 세계수의 영체까지 알록달록한 정령력이 닿았다.

그러자.

샤르릉.

세계수의 영체에서 청명한 이명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한눈에 담기도 힘든 거목.

세계수 심드라실이 순식간에 알록달록한 빛에 휘감겼고.

-세계수! 세계수다!

-꺄하하! 오랜만이야!

-하이엘프도 있어!

-안녀어엉~!

싱그러운 웃음을 머금은 빛무리들이 벚꽃처럼 일대에 휘날렸다.

다양한 속성의 정령들이었다.

“와아……!”

그 아름다운 장관에 용족을 안고 있던 시연이의 어두운 얼굴이 잠시나마 밝아졌고.

시문과 에르넨의 얼굴 역시 한층 밝아졌다.

이 장관을 배경으로.

[세계수 심드라실이 정령계와 연결되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정령들의 호의가 깊어집니다.]

[정령력이 20 증가합니다.]

[연성력의 귀속 스탯입니다.]

[치환되어, 연성력이 10 증가합니다.]

정령계의 연결 보상이 떠올랐다.

이어.

[히든 퀘스트 ‘차원과 차원을 잇는 나무’를 획득합니다.]

“히든 퀘스트라고?”

예상치 못한 히든 퀘스트까지 떠올랐다.

시문이 그것을 확인하려던 순간.

“아, 아빠!”

생전 처음 듣는 시연이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연아! 무슨 일이야!”

시문은 벼락같이 고개를 돌렸고.

볼 수 있었다.

시연의 품속에서.

꾸, 뀨우웅…….

바들거리며 힘겹게 일어나는 알록달록한 용족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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