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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00화 (200/349)

제200화

200화. 정령왕의 요람 (3)

노성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시문은 볼 수 있었다.

“네놈이로구나! 이 망할 짓거리의 원인이!”

12미터가 넘는 크기.

어지간한 건물 정도의 높이에, 어디서 얻었는지 모를 하얀 가운의 거인을 말이다.

‘저자는…….’

시문의 눈이 슬쩍 찌푸려진다.

히든 보스라는 거창한 수식어.

혹은 앞서 등장했던 거인들 중 가장 큰 덩치를 지녀서가 아니었다.

물론 12미터라는 크기는 분명 어지간한 건물을 마주하는 기분을 주긴 하였으니 그뿐.

시문이 신경 쓴 것은 정작 다른 부분이었다.

“요툰?”

채팅창 역시 시문과 같은 마음이었는지.

-ㅅㅂ 저거 요툰 아님?

-ㅁㅊ 요툰이라고?

-근데 꼴 보니까 진짠 거 같은데? 아오! 음소거 ㅅㅂ!

-아무리 히든 보스라지만 요툰은 좀…….

음소거 상태임에도 대번에 요툰이라는 추측이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요툰이면…… 거인 중에서도 특별한 애들 아님?

-ㅇㅇ 무슨 각성 거인? 그런 거라던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걍 X나 셈.

-ㄹㅇ 다이아 최상위권이 아닌데 만났다? 거의 뒈졌다고 보면 됨.

요툰은 안 그래도 아레나 최상위 종족인 거인족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를 과시하듯.

“크흐! 꼴에 우리 요툰을 아는가 보구나. 하긴, 위대한 각성 거인을 모르는 게 이상하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흡족스럽게 웃은 요툰.

수석 연구원 잉그마르는.

“한데…….”

곧 날카로운 눈으로 시문을 노려봤다.

“네놈은 누구냐? 대체 무슨 종족이지?”

경계와 분노,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잉그마르의 시선.

그는 물건을 살피듯.

“분명 느껴지는 기세나 힘은 용족이 맞는데…….”

찬찬히 시문의 전신을 스윽 훑었다.

“이 나로서도 처음 보는 형태란 말이지. 그나마 드래고니안에 가까운가? 하지만 뿔은 보통 진화종의…… 물론 뿔이 있는 드래고니안도 많지만…….”

수석 연구원이라는 별칭은 허투가 아닌 것일까.

잉그마르는 연구실의 습격자임을 규정해놓고도.

연신 호기심을 드러내며, 저 혼자 이리저리 중얼거렸고.

“이름값 하네.”

그 모습에 시문이 픽 웃음을 흘리고 나서야.

“놈! 감히 이 잉그마르를 비웃는 게냐!”

호기심을 버리고 처음의 노기를 되찾았다.

이어.

집채만 한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잉그마르.

“그래. 네깟놈의 정체야…….”

그와 함께 그의 큼직한 두 눈 역시 살기로 번들거렸고.

“잡아서 산채로 해부해보면 알 일이지!”

곧바로 땅을 박찼다.

쿠우웅.

딱 한 번.

그것도 아주 짧게 이어지는 진동.

동시에.

부아아아앙!

허공을 짓이기며 날아드는 잉그마르의 주먹.

그를 본 시문의 눈엔 작은 감탄이 서렸다.

‘과연. 요툰이라 이건가?’

단 한 번의 발돋움으로 쏜살같이 날아드는 잉그마르.

앞서 단순하고 1차원적인 거인들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살랑.

뒤로 자라난 백금색의 꼬리를 여유롭게 살랑인 시문은 저 집채만 한 주먹을 회피하는 대신.

“이놈이?!”

자신의 주먹을 마주 내지르는 것을 택했다.

판단은 훌륭했다.

콰드득.

“아악!”

섬뜩한 파육음.

그에 어울리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근 12미터가 넘는 거인과 고작 2미터가 넘는 시문의 주먹이 맞닿았을 뿐인데도.

정작 손뼈가 통째로 부러지고.

팔꿈치의 관절까지 나가버린 것은 잉그마르였으니까.

“크윽!”

망가진 오른 주먹을 감싸 쥐는 잉그마르.

그는 작은 신음을 흘리며 시문을 노려봤다.

“그 쥐새끼만 한 몸으로 어떻게…….”

이내.

“하지만! 위대한 요툰에겐 어림없다!”

망가진 손을 뒤틀어버리는 잉그마르.

정확히는.

우드득.

까득!

망가진 오른손이 멋대로 뒤틀리고 있다고 해야겠지.

이어 그것은 시간을 되감듯.

뼈와 근육, 살들이 차례대로 조형되며, 순식간에 제 형태를 되찾았다.

‘역시 요툰. 안 그래도 거인족인데 각성까지 하니, 재생력이 상당하군.’

요툰.

달리 말해 각성 거인이라고 불리는 저들은 용족의 드라고닉처럼.

거인족으로 태어나, 특정 깨달음으로 한층 더 격이 오른 존재들이었다.

당연하게도 타고난 태생 역시 더욱 우월해지기 마련.

시문은 한층 진중하진 눈으로 잉그마르의 재생된 손을 바라봤다.

‘드래고노이드 덕에 용력이 오러처럼 신체 내부에 침투했을 텐데…….’

오러의 강점은 단순히 기의 형상화로 인한 것만이 아니었다.

체내의 회로나 근육 등을 오러로 강화시키듯.

반대로 침투경의 묘리처럼 내부를 헤집고, 내상까지 유도가 가능했다.

플래티넘과 다이아를 가르는 오러 운용의 차이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드래고노이드를 얻은 시문은 역시.

용력으로 그러한 운용이 가능해졌거늘.

‘그걸 저렇게 쉽게 회복하다니.’

수석 연구원 잉그마르는 그런 시문의 용력을 무시하고 재생해 버렸다.

하나.

“잘됐네.”

객관적으로 보자면 분명 좋지 않은 상황일 텐데도.

시문은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여유로이 입꼬리를 끌어올릴 뿐이었다.

그것이 거슬린 것인지.

“이놈이!!”

쿠웅.

노성을 토한 잉그마르가 또다시 발을 굴렀다.

그러나 아까의 대응이 충격이긴 했던 것일까?

이번엔 허공으로 몸을 내던져, 전력으로 달려들지 않고.

쿠구구구.

땅을 달리며 주먹을 들어 올리는 잉그마르.

“어디 또 한 번 건방을 떨어 보아라!”

그는 아까와 다르게.

허리와 어깨, 보폭 등.

나름 권법의 기술과 묘리를 담은 주먹을 날려왔다.

그때.

치이익.

아까와 달리.

잉그마르의 주먹 곳곳에서 허연 김이 솟아난다.

그를 본 시문의 눈엔 작은 이채가 어렸다.

‘그래. 요툰인데 왜 안 쓰나 했지.’

하지만 그뿐.

이채 띤 눈과 달리.

시문은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주먹을 내질렀고.

대비가 엄청난 두 주먹은 순식간에 맞붙었다.

빠아아악!

강렬한 마찰음이 울린다.

놀랍게도.

이전과 다르게 어느 한쪽의 부상 없이,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두 주먹.

하지만 체급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크그극.

힘을 겨루던 시문의 발이 고랑을 만들며 조금씩 밀려난다.

그러나.

“무슨……!”

힘겨루기에서 명백한 우위를 보이고 있음에도.

정작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은 잉그마르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경화의 이능까지 사용했거늘! 나와 동수를 이룬다고?!’

경화의 이능.

각성한 거인족, 요툰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힘.

물론 경화는 연화와 함께 요툰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이능이긴 했어도.

‘힘이든 내구성이든, 좀전의 주먹보다 2배 가까이 강력할 텐데!’

아까의 주먹을 거의 2배 가까이 강력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데도 그러한 자신의 주먹을 저리 멀쩡하게 받아내다니?

이는 흡사.

‘같은 요툰을 상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자신과 같은 각성 거인을 상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익!”

잉그마르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어.

“이깟 조그마한 쥐새끼 따위에게!!”

노성과 함께 쏟아지는 연타.

복싱의 뎀프시롤을 연상시키듯.

치이익.

경화의 이능으로 허연 김을 풀풀 날리는 두 주먹은 쉬지 않고 휘둘러진다.

하지만.

쩌억. 쩍!

마주 내지르는 시문의 주먹에 매번 막혀 들었고.

이대로는 안된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망할!”

콰앙.

묵직한 팔꿈치로 바닥을 내리찍은 잉그마르는 곧장 거리를 물렸다.

파괴적인 연격의 여파로 발생한 흙먼지가 정령왕의 요람 곳곳을 휩쓴다.

시문은 물러난 잉그마르를 보곤.

“음…… 신체 능력은 최하급 요툰보다 약간 밀리는 정돈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유려하고 날카로운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꼬리의 그것처럼 백금의 비늘에 뒤덮인 두 손.

마치 용족의 비늘로 만든 장갑이라도 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럼 스펙 측정은 이만하면 된 거 같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시문.

그 말을 들은 것인지.

“이 조막만 한 쥐새끼가 감히! 이 몸을 실험체로 사용했다 이것이냐!”

거리를 벌렸던 수석 연구원 잉그마르는 대번 노성을 토했다.

시문은 대답 대신.

뚜둑.

백금의 손을 슬쩍 움켜쥐며, 입꼬리를 끌어올릴 뿐이었고.

“크아아아아!!”

고막이 저릿할 정도로 분노를 내지른 잉그마르는.

“형체도 남기지 않고 다져주마! 빌어먹을 쥐새끼야!”

전신에 도드라지는 핏대와 함께 땅을 박찼다.

치이이익!

작동 중인 증기 기관마냥.

거대한 전신에서 뿌연 연기들이 줄줄 흘러나온다.

이어.

“캬아악!”

두 손을 깍지낀 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잉그마르.

부아아아앙!

공기를 찢으며 날아드는 두 손.

안 그래도 큰 두 손이 합쳐져서인지.

2배로 커진 그 공격은 흡사 운석이 내리박히는 듯했다.

시문은 어깨를 슬쩍 뒤로 빼며 자세를 잡았다.

‘요툰의 이능을 최대치로 쑤셔 넣었나 본데.’

전신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긴 했으나.

유달리 심하게 김을 뿜어내는 깍지낀 두 손.

보나 마나 저 두 주먹에 이능이 최대치로 집중되었을 것이 뻔했다.

‘저만하면 드래고노이드의 본격적인 전투력을 측정하긴 부족함이 없겠어.’

좀 더 위로 상승하는 시문의 입꼬리.

그를 따라.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강맹한 묵색의 기운을 품은 시문의 주먹 역시 위로 상승했다.

그리하여.

쩌어어어엉!

고막을 뚫고 뇌까지 뒤흔드는 이명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는 찰나일 뿐.

맞닿은 두 공세는 순식간에 그 균형이 무너졌고.

믿을 수 없게도.

콰드득.

시문의 주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잉그마르의 두 손이 처참히 부서졌다.

아니.

부서진 수준이 아니었다.

우드드득!

거대한 둔기로 으깨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운석을 연상시키던 잉그마르의 두 손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나 버렸다.

하나.

이런 처참한 부상에서도 잉그마르는 신음 한 번 내뱉지 않았다.

오히려 핏발이 서다 못해, 터진 눈으로 시문을 노려볼 뿐.

그에.

‘뭐지?’

시문의 한쪽 눈이 꿈틀한다.

이내 그 눈으로.

휘릭.

이 파괴적인 전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낭창한 소리와 함께 높이 치솟은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다리?’

이 거대한 팔보다도 더욱 긴 다리였다.

신기하게도.

휘리릭!

일종의 고무줄, 혹은 채찍처럼.

요툰의 단단한 다리는 유연하게 낭창거렸다.

“제법이었다. 쥐새끼야.”

그런 시문의 기색을 읽은 잉그마르는 진득한 미소와 함께.

“이제 뒈져랏!!”

낭창거리는 다리를 내리찍었고.

“너도 제법이네. 잉그마르.”

시문은 그것을 향해, 백금의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아귀엔.

우웅.

묵색 구슬이 맑은 이명을 토하고 있었다.

* * *

쿠아아아아앙!

정령왕의 요람이 거세게 요동친다.

박살 난 인체 연성 시설의 잔재나 어두운 톤의 잎사귀와 흙 따위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스으으으.

그것들을 품었던 자욱한 흙먼지까지 가시고 나서야 보였다.

이 사태의 원인이 말이다.

“…….”

잠시간 이어지는 침묵.

이윽고.

“……쥐새끼. 방금. 그건.”

짤막하게.

그리고 더없이 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

“천마신공 파의 초식, 천마옥이야.”

이어지는 뚜렷하면서도 퇴폐적인 미성에.

“큭. 그렇.”

이 강대한 폭발의 중심지.

한때 12미터였던.

그리고 지금은 그 반절이 소멸되어 버린 잉그마르의 얼굴이 작게 일그러졌다.

“네놈.”

이내.

“용족이면서. 천마의 계약자였…….”

말도 끝맺지 못한 채.

서서히 옆으로 스러지는 잉그마르.

쿠우우웅.

건물 하나가 통째로 넘어간 듯.

심장을 비롯한 왼쪽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잉그마르는 묵직한 진동으로 작별을 고했고.

[히든 업적 ‘히든 보스 잡기 (8/?)’을 달성하셨습니다.]

[히든 보스 ‘수석 연구원 잉그마르’를 단신으로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를 총 7,000점을 획득합니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시스템창이 시문의 눈앞으로 떠올랐다.

이어.

[성좌 검은 염소의 미션을 완수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검은 염소의 미션의 클리어를 알리는 시스템창까지 이어졌다.

또한 시문의 눈앞까지 떠오르진 않았지만.

-…….

-ㄷㄷㄷ…….

-위력 보소.

-애들아. 이거 맞냐?

시문의 시야 한쪽에 처박혀 있는 채팅창 역시 난리가 났다.

무리도 아니었다.

-쟤 요툰이라며?

-요툰은 ㅈㄹ ㅋㅋ! 그냥 중급 거인 아님?

-어음…… 그럴 거야. 근데 난 왜 현타가…… 오지?

-이 새끼들 호들갑은 진짜 ㅋㅋ 저런 게 요툰일 리 없잖아 ㅋㅋ.

-ㄹㅇㅋㅋㅋ. 사지 잘려도 몇 초 만에 재생하는 요툰일 리가 없잖음?

-아까 주먹에 경화부터 다리가 휘는 연화까지. 요툰 이능 다 본 거 같기는 한데…….

-어허! 눈치 챙겨!

요툰.

다이아 상위권을 휩쓸던 각성 거인이 단 일격에 쓰러지지 않았나?

물론 이러한 사태를 확인하지 못하는 시문으로선.

‘업적 포인트 17,000점이라? 짭짤하네.’

히든 보스 업적 보상과 검은 염소의 미션 보상에 흡족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메시지들을 치운 시문은 정령왕의 요람의 중심부.

‘그럼 슬슬 아레나를 끝내볼까?’

무지갯빛 기둥이 있었던 곳으로 몸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히든 보스의 등장과 검은 염소의 미션 때문에 그렇지.

본래 이번 특수 아레나의 목적은 하이엘프 에르핀의 퀘스트 조건인.

‘정령왕의 흔적’을 발견하기 위해서니까.

찰박.

작은 물소리가 들려온다.

빛기둥이 있던 곳은 신발 밑창쯤에나 올 정도의 옅은 물이 차 있었다.

‘딱 봐도 저게 정령왕의 흔적 같은데.’

시문은 물이 고인 중앙.

정령들을 강제로 재생시켰던 4개의 꽃봉오리와 비슷하지만.

무척이나 알록달록한 꽃봉오리를 향해 다가갔다.

이어.

사락.

시문은 알록달록한 꽃봉오리를 조심스레 펼치곤.

“이, 이건?!”

눈을 부릅뜨며 경악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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