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92화 (192/349)

제192화

192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2)

드르르르.

쏟아지는 통화와 문자로 인해 쉬지 않고 진동하는 핸드폰.

“다들 버프창만 들여다보고 있었나. 무슨 소식이 이리 빨라.”

그를 본 시문은 실소를 머금었다.

진동하는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고.

우선 동생 녀석의 전화부터 받으려던 그때.

[세계수의 영체가 조금 성장합니다.]

눈앞으로 일련의 메시지가 떠올랐고.

우웅.

시문의 가슴 정중앙.

현자의 돌이 자리한 곳에서 맑은 이명이 흘러나왔다.

이어.

[세계수의 성장으로 ‘엘븐하임’에 입장이 가능해집니다.]

[세계수의 관리대리인으로 지정했던 ‘하이엘프 에르넨’이 엘븐하임에서의 만남을 요청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줄을 이었고.

“에르넨이?”

하이엘프 에르넨.

불과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에 듣는 듯한 그 이름에 눈을 끔뻑이던 것도 잠시.

툭.

소파로 핸드폰을 던진 시문은 곧장 ‘예’를 택했고.

넝쿨이 타고 자라듯.

사르륵.

짙은 녹색의 빛무리가 시문을 휘감았다.

* * *

공간을 이동한 시문은.

“와……!”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절로 탄성을 내질렀다.

끝을 모르고 펼쳐지는 드넓은 고원.

그 위로 자리한 온갖 식생들은 흡사 녹색의 바다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고.

땅만큼이나 푸른 하늘이 지평선에 맞물려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나무가 연결선처럼 우뚝 박혀 있었다.

시문은 한눈에 알아차렸다.

저 거대한 나무가.

“심드라실…….”

자신의 동반자인 세계수라는 것을.

그런 시문의 말에 호응하듯.

샤르릉.

청량한 이명이 시문의 귓가를 간질인다.

이명만이 아니었다.

스르르르.

발밑의 풀과 땅.

그리고 저 위의 하늘까지.

세상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처럼.

순식간에 한눈에 다 담기지도 않는 거목의 앞으로 이동된 시문.

잠시 놀란 시문은 눈을 깜빡였고.

그런 시문의 귓가로.

“어서 오세요.”

싱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문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이에요. 은인.”

햇살을 머금은 듯한 백금발.

자연을 녹여낸 녹색 눈에, 백설로 빚어낸 듯한 뽀얀 피부까지.

“오랜만입니다. 에르넨.”

시문은 시각만으로도 자연을 느끼게 하는 에르넨을 향해 미소로 답했고.

“그간 강녕하셨……는지는 다행히 묻지 않아도 되겠네요.”

에르넨 역시 절로 마음이 포근해지는 미소로 화답했다.

“플레이어셔서 그런 걸까요? 안 본 사이에 무척이나 강해지셨네요.”

“하하! 그런가요?”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시문.

실제로 에르넨을 만났을 때가 골드 랭크 때 아니던가?

그간의 수많은 성장도 그렇지만.

101스탯의 성장 구간을 맛보기 이전에 만났었으니.

그녀로선 시문의 성장이 특히나 크게 체감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근데 에르넨.”

“네, 은인.”

에르넨을 보던 시문의 시선이 미묘해졌다.

뭐랄까.

“어쩐지…… 에르넨도 강해진 거 같은데. 제 착각입니까?”

뭐라 딱 집어 말할 수는 없는 미묘함.

그러나 강해진 것이 분명한 듯한 그 감각에 시문의 눈매는 살짝 가늘어졌고.

“후후. 역시 세계수의 동반자다운 안목이시네요.”

에르넨은 화사하게 웃으며,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섬섬옥수 같은 그 손으로.

휘이이.

산들바람이 구체의 형태로 모여들었다.

“아직 절반도 찾지 못했지만, 베풀어 주신 은혜 덕분에 어느 정도는 힘을 되찾았답니다.”

그것을 살랑살랑 흔드는 에르넨.

주변의 자연 경관과 수려한 미모가 더해져, 가히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바람의 구체를 본 시문의 얼굴은 딱딱해졌다.

“……절반도 찾지 못했다고요?”

하지만.

“네, 전 하이엘프다 보니, 다른 동족분들보다 세계수의 성장 영향을 크게 받거든요.”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것인지.

“아! 마음 쓰실 거 없어요. 전 은인께서 이렇게 세계수의 곁을 허락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걸요.”

싱그러운 미소로 감사를 숨기지 않는 에르넨.

그에.

“아뇨. 전 그…….”

시문은 부정하려 했으나, 딱히 뭐라 할 말도 없었기에.

‘하, 이것 참.’

속으로 말을 삼키며, 유려한 손가락을 오가는 바람의 구체를 바라봤다.

‘저게 절반도 못 찾은 거라고?’

아마 같은 다이아 최상위권이나, 랭커급 플레이어라면 대번에 알아볼 것이다.

저 바람의 구체는 보기에만 편하게 일렁거릴 뿐.

‘풀려나면 최소 7성급 마법의 위력을 내겠는데…….’

그 안에 응축된 힘은 가히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더 큰 문제는.

‘저걸 정령도 없이, 그냥 끌어모은 힘이란 말이지.’

엘프 종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정령.

그런 정령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만들어 냈다는 거였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말이다.

시문은 헛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리 하이엘프라지만, 이게 맞나?’

스스로도 나름 이레귤러라고 생각했거늘.

하이엘프인 에르넨의 앞에선 평범해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에르넨이 같은 편이라 다행이야.’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는 만족감도 들었다.

시문은 너털웃음을 흘리곤 물었다.

“그런데 에르넨. 정령은 사용하지…… 아니, 함께하지 않는 건가요?”

중간에 살짝 말을 바꾸는 시문.

그의 작은 배려를 알아차렸는지.

“은인께선 여전히 자상하시군요.”

부드럽게 웃은 에르넨은 꽃잎을 날려 보내듯.

스륵.

가지고 놀던 바람의 구체를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그리곤.

파앙!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돌풍.

시문의 예상을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휘이이이이!

7성의 마법에 준하는 돌풍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하나, 나름 힘 조절을 한 것인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바람은 주변의 꽃잎과 잎사귀들을 흩날릴 뿐.

어떤 공격성도 보이지 않았다.

그 속으로.

“은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이후.”

에르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븐하임을 재건하며, 저도 제 친우분들과 다시 계약하려고 했답니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어딘가 처연해 보였고.

시문은 곧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데 이상하게도 다들 응답이 없으시더군요.”

“응답이 없다고요?”

“네.”

“이상하네요. 지구의 정령사들은 정령 소환에 문제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시문의 물음에 에르넨은 따뜻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은인의 말씀이 맞아요. 일반적인 정령들은 다행히 부름에 응하더군요.”

그 말에 시문은 에르넨의 친우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설마…… 그 친우라는 이들이 정령왕인가요?”

에르넨은 대답 대신 미소로 답했고.

“허.”

이번만큼은 시문도 흘러나오는 헛웃음을 참아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하이엘프라지만, 정령왕의 계약자라고?’

정령왕은 성좌급의 존재가 아니던가?

한데 그런 존재와 계약했다면.

성좌를 배후성으로 둔 플레이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이거 뭔가 알면 알수록. 에르넨이 다르게 보이는데?’

에르넨이 보통 엘프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거나.

“정령왕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 보군요.”

시문은 정령왕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전생에서도 정령왕과 계약한 플레이어는 없었으니까.’

어디 계약뿐이던가?

‘정령왕이 작은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고 아주 난리였지.’

덕분에 정령사는 마법계임에도 고점이 낮은 직업이 되어.

많은 최상급 정령사들이 곡소리를 내었었다.

아무래도 성좌의 후원 없이는 최상위권에 진입하기가 어려웠으니까 말이다.

그때.

“어째.”

하이엘프 특유의 맑은 눈으로.

“은인께선 그들에게 일이 생겼다고 확신하시는 것 같으시네요.”

시문을 가만 응시하던 에르넨이 말했고.

‘이런.’

아차 한 시문은 자연스럽게 답했다.

“뻔하잖아요. 기존의 정령들은 소환이 되는데, 정작 정령왕만 오리무중이니까요.”

납득이 되었는지.

“그렇긴 하네요.”

고개를 끄덕인 에르넨은 잠시 시문을 바라보곤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해서 은인께 부탁이 있습니다만…… 들어주실 수 있을는지요?”

이어.

[하이엘프 에르넨이 퀘스트를 의뢰합니다.]

시문의 눈앞으로 퀘스트 알림이 떠올랐다.

“물론이죠.”

시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륵.

에르넨의 손에 있던 작은 수정이 사라졌고.

[인벤토리에 입장 아이템 ‘정령계의 열쇠 조각’이 추가됩니다.]

눈앞으로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문은 곧바로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정령왕의 행적] - 연계 퀘스트

-하이엘프 에르넨은 응답이 없는 정령왕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수 아레나 ‘정령왕의 요람’에서 ‘정령왕의 흔적’을 발견하십시오.

입장 제한 : 플래티넘 랭크 이상. 정규 아레나.

보상 : 스탯 정령력, 업적 포인트 20,000, 세계수와 정령계의 연결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문.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연계 퀘스트라고?’

연계 퀘스트.

말 그대로 연계되어 진행되는 형태로.

뒤로 갈수록 그 난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입장 조건만 봐도 난도는 상당하겠네.’

정규 아레나의 플래티넘 이상.

딱 그 난이도는 상당할 터였다.

퀘스트를 확인하던 시문의 눈은 보상 부근에서 슬쩍 찌푸려졌다.

‘근데 세계수와 정령계의 연결은 무슨 말이지?’

회귀자인 그로서도 처음 보는 형태의 보상이었으니까.

그런 시문의 상념을.

“퀘스트는 잘 들어갔을까요? 후후. 너무 오랜만에 의뢰해보는 거라, 조금 낯서네요.”

에르넨이 일깨운다.

“아, 네. 확인했습니다.”

시문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고.

“이런. 내 정신 좀 봐. 이런 부탁이나 드리려고 은인을 모신 게 아닌데 말이죠.”

부드럽게 웃은 에르넨은 옆의 거대한 거목.

세계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촤르륵.

세계수의 뿌리가 깊게 뿌리내린 바닥.

“은인 덕분에 세계수의 영체가 한층 성장하게 되면서…….”

그곳에 고인 물이 물줄기가 되어, 에르넨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본체도 함께 성장해, 약소하게나마 부산물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녀는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한 잎사귀에 물을 담고는.

“은인께선 연금술사이시니, 아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리로 모신 거였어요.”

시문에게 내밀었다.

푸르다 못해 투명한 거울 같은 물.

시문은 그곳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과.

“세, 세상에!”

그 위로 떠오르는 정보창을 확인하곤 입을 떡 벌렸다.

당연했다.

처음으로 얻은 세계수의 부산물.

그것의 정보창엔.

[세계수의 샘물]

등급 : X

오로지 세계수의 본체 아래서만 생겨나는 샘물.

사용법에 따라, 특정 스탯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켜준다.

‘스탯의 영구 상승’이라는 효과가 떡하니 붙어 있었으니까.

* * *

이번 소정규의 등장 이후.

세계 각성자 연맹의 회의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사망 페널티를 무효화시켜준다니요!”

“그것도 매주 1회입니다. 단순히 길드 버프를 받는 것만으로 그런 효과를 누리는 것이죠.”

“벌써 랭커들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난리도 아닙니다. 당장 심드라실 길드에 가입시켜 달라고 말입니다.”

심드라실 길드.

일명 검성의 길드로 불리는 그곳에 갑작스레 등장한 버프의 옵션 때문이었다.

“저희 세르비아의 랭커들도 아우성이더군요.”

“당연한 일이죠. 이미 레오니 볼프를 통해, 소정규의 보상이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어떤 조건도 없이, 특성이 한 단계 상승했다죠?”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저희 태국은 전혀 들은 적이 없는 이야긴데…….”

“저희 리비아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열띤 대화의 흐름에 따라.

회의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독일의 대표인 밀라를 향했고.

쏟아지는 눈빛에 잠시 한숨을 내쉰 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레오니 볼프의 S급 특성이 SS급으로 성장했다더군요.”

그러곤.

“한데 발텐베르크 길드에선 이를 비밀리에 알려왔는데. 이미 알고 계신 여러분들이 꽤나 많으시군요?”

미소와 함께 이어지는 밀라의 의문.

그 말 속에 뼈가 있음을 모르지 않았기에.

“…….”

“크흠!”

특성 성장에 대해 발언했던 대표들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를 본 밀라는 관자놀이를 슬쩍 눌렀다.

‘보나 마나 뒷돈을 찔러주고 내부의 정보를 빼냈겠지. 망할 능구렁이들 같으니!’

틀림없었다.

특성 성장에 대해 발언한 대표들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다수의 힘 있는 길드들이었으니까.

어쨌거나.

“그리고 특성 상승은 최초 업적으로 얻은 보상입니다. 아마 다시 얻을 수는 없을 거예요.”

이미 새어버린 정보는 주워 담을 수 없었기에.

밀러는 치미는 짜증을 삼키며 말했고.

“그, 그래도 기본적인 보상은 어마어마하다는 말이겠군요.”

“그렇겠죠. 최초 보상이 저 정도이니, 클리어 보상도 상당할 겁니다.”

“랭커들이 저렇게 몸이 단 것도 이해가 갑니다.”

“클리어에 목숨을 걸어야 하지 않습니까? 리턴도 당연히 크겠죠.”

회의실은 다시 소정규의 보상으로 뜨거워졌다.

그런 대표들의 목소리 사이로.

“다들 해당 버프가 얼마나 대단하신지는 인지한 것 같으니.”

힘 있는 목소리가 파고들었고.

회의실은 대번에 조용해졌다.

비단 그의 목소리가 커서만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저 위안훙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국력별로 자리하는 회의장.

그곳의 가장 앞줄에 앉은 중국 대표의 발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꽤나 만족스러운 듯.

“아시다시피 심드라실 길드의 버프는 기존의 아레나 체계를 완전히 흔들 수준 아닙니까?”

위안훙의 입가론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하나.

“소정규는 귀중한 각성자들, 특히나 범지구적인 상위층 인재들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곧 미소를 지우고 진중한 얼굴이 된 그는.

“해서. 저는 연맹에 정식으로 안건을 제의하고자 합니다.”

회의실에 폭탄을 투하했다.

“심드라실의 길드 버프를 우리 지구의 발전과 안보를 위해, ‘글로벌 공공자원’으로 지정하자고 말입니다.”

그것도.

“물론 우리 세계 연맹의 주도 아래, 정의롭고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말이지요.”

아주 큰 핵폭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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