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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89화 (189/349)

제189화

189화. 저울 위 사막 (3)

옵시디언 타블렛.

혹은 에메랄드 타블렛처럼.

황색과 회색이 조화롭게 섞인 석판.

정확히는 석판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 시문의 손가락 위에서 자전했고.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괴수의 시선은.

크르릉.

석판 같은 책을 지닌 시문에게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

고오오오오.

그저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자아내는 괴수의 시선.

실제로.

“허, 허억!”

뒤로 물러나 있던 레오니는 방패 모양의 오러를 펼쳤음에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전신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하나.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고 있습니다.]

[두아트의 괴수 암무트의 존재감에 저항합니다.]

정작 괴수 등장의 원인인 시문은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엄청나네.”

감탄이 담긴 눈으로 암무트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전생에서 방송으로 봤을 땐 별 느낌 없었는데. 역시 직접 보니까 장난이 아니야.’

두아트의 괴수 암무트.

사자와 하마, 악어 등.

다양한 육식 동물을 섞어 놓은 듯한 머리의 괴수는 실제로 신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하긴, 저래 봬도 두아트의 여신 중 하나니까.’

사박.

시문은 뒤편에 쓰러진 레오니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라.

쿠그그그.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

시문에게 고정된 암무트의 시선이 아주 조금 움직인 영향이었다.

시문은 손위로 자전 중인 석판을 레오니에게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푸아!”

호흡장애가 있는 환자처럼.

핏줄까지 서며 쩔쩔매던 레오니가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하나 그뿐.

“기, 김시문…… 저, 저건 대체……!”

아무런 저항 요소 없이 신적인 존재를 대면해서일까?

그간 보여주었던 용맹한 여전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시문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떠는 레오니에게 포션 한 병을 건네주었다.

“마셔. 좀 괜찮아질 거야.”

“고, 고맙…….”

감사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레오니.

시문은 부드럽게 웃어주곤, 암무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까의 작은 지진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석상처럼 시문을 응시하는 괴수 암무트.

그에 시문은 만족스러운 눈으로 손 위에서 자전 중인 석판 책.

‘역시 사자의 서로군. 효과가 확실해.’

사자의 서를 바라보았다.

그런 시문의 눈앞으로.

[성좌 오시리스가 ‘그분이 아니라, 내가 먼저 이 자를 접하게 될 줄은 몰랐군.’ 곤란한 미소를 짓습니다.]

오시리스의 반응이 떠올랐다.

이어.

[성좌 천마가 ‘뭐 어떤가? 두아트의 왕이면 대충 급도 맞네만.’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성좌 제우스가 ‘엔네아드의 옛 신왕이면 충분히 자격이 있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오딘이 ‘오랜만이야! 오시리스.’ 반갑게 손을 흔듭니다.]

왕들의 픽에 속한 성좌들이 줄지어 반응해온다.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들.

무리도 아니었다.

‘오시리스는 죽음의 성좌 중 상위 서열의 성좌니까.’

저번에 연성했던 나글파르의 주인.

성좌 헬보다도 윗줄에 있는 죽음의 성좌 아니던가?

하데스와 비견되는 급 높은 성좌였으니.

당연히 시문의 성좌들도 호의적일 만했다.

딱 한 명.

[성좌 검은 염소가 ‘흐응, 오시리스라?’ 묘한 눈으로 오시리스를 바라봅니다.]

검은 염소만 빼고 말이다.

[성좌 검은 염소가 ‘이봐, 오시리스. 너도 여기에 합류하고 싶니?’ 짓궂은 시선을 보냅니다.]

[성좌 오시리스가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소만…… 아시잖소?’ 난처한 웃음을 흘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오호호홋!! 그렇지. 그 미친 이중인격자가 자기보다 먼저 나서는 걸 허락할 리 없지.’ 광소를 터뜨립니다.]

검은 염소의 반응과 함께.

[성좌 ?가 몹시도 못마땅한 시선을 보냅니다.]

정체 모를 성좌의 반응이 나타났고.

[성좌 검은 염소가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죽거립니다.]

[성좌 ?가 불쾌한 눈으로 검은 염소를 노려봅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꼽냐? 그러게, 사자의 서를 왜 넘겨줘?’ 혀를 날름거립니다.]

[성좌 천마가 ‘허허. 보나 마나 두아트까지 관리하기 귀찮으니 넘긴 것이겠지.’ 웃음을 흘립니다.]

[성좌 바알이 ‘으음.’ 얄미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문의 성좌들이 줄줄이 정체 모를 성좌를 놀려대었다.

[성좌 ?가 몸을 파르르 떱니다.]

그게 어지간히도 화가 나는 것인지.

[성좌 ?가 당신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응시합니다.]

정체 모를 성좌의 시선이 곧바로 시문을 향했다.

단순한 메시지만이 아니었다.

크, 크르르!

석상같이 멈춰 있던 괴수 암무트가 경계 어린 울음을 흘리고.

쿠그그그그.

무채색의 사막과 어둑한 하늘 전체가 크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런 하늘 위로.

쩌억.

공허와 블랙홀이 뒤엉킨 듯한.

거대한 검보라색 구멍이 나타난다.

오딘의 눈으로 그것을 바라본 시문은 알 수 있었다.

저건 공허나 블랙홀이 아니라.

‘눈?’

괴수 암무트조차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눈이라는 것을.

실제로 그 존재감도 엄청났는지.

“커헉!”

뒤편에 있던 레오니가 각혈을 하며 모래 위로 쓰러졌다.

“레, 레오니!”

시문은 화들짝 놀라 그녀를 향해 달려갔고.

[성좌 검은 염소가 ‘그만해 X신아! 쟤 죽으면 우리 아가 미션이 날아간다고!’ 앙칼지게 외칩니다.]

[성좌 천마가 ‘허허! 자네는 여전히 애새끼구먼. 이리 대놓고 간섭을 하다니.’ 혀를 찹니다.]

시문의 성좌들은 정체 모를 성좌를 향해 일갈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갤럭시 아레나에서 인과 없는 성좌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부디 정상적인 인과와 절차를 통해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허공에 떠오르는 메시지.

갤럭시 아레나 역시, 정체 모를 성좌에게 정중한 경고를 보냈다.

하나, 앞서 성좌들이 말한 발언들을 증명하듯.

성좌들과 갤럭시 아레나의 만류에도.

쿠그그그그!!

허공에 떠오른 검보라색의 눈은 더없이 살벌하게 커졌고.

두아트의 괴수 암무트는 신적인 존재라는 것이 무색하게.

크, 크릉…….

사막을 덮을 수준의 거체를 애처롭게 떨어대었다.

시문은 낭패 어린 눈으로 품속에서 헐떡이는 레오니를 바라봤다.

“쿨럭!”

‘이대로는 위험해.’

이젠 피까지 토하는 레오니.

아까 최상급 회복 포션을 복용한 걸 떠올려 보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이리라.

시문은 빠르게 상황을 되짚었다.

‘레오니와 다르게 나한테 별다른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아.’

그 말은 곧.

저 ?의 성좌가 자신에게 상당한 호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

더불어.

‘거기다 다른 성좌들의 반응까지 살펴보면…….’

아마도 저 정체 모를 성좌는 다른 다섯 성좌들처럼.

즉, 왕들의 픽의 성좌들처럼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일 터.

그리고 그 관계의 형태는 뻔했으니.

“나중에 꼭 관련 무구를 연성할 테니. 일단 좀 진정해 주세요.”

시문은 사막을 집어삼킬 듯.

거대해진 눈을 향해 말했고.

지금까지의 이 현상은 모두 거짓말인 것처럼.

뚝.

들끓던 세상이 멈추었다.

이내.

[성좌 ?가 ‘약속하신 겁니다. (안 지키기만 해 봐. 네 차원을 날려 버릴 거야!)’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정체 모를 성좌의 반응이 떠올랐고.

“물론이에요.”

시문은 그곳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좌 ?가 굉장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스으으으.

거대했던 검보라색 눈이 서서히 축소되었고.

그의 개입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성좌 제우스가 ‘쯧. 실상 창세의 신이거늘. 어찌 저리도 품위가…….’ 혀를 찹니다.]

[성좌 오딘이 ‘너희들 이제 나보고 애새끼라고 하지 마라?’ 입술을 삐죽거립니다.]

[성좌 바알이 ‘으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습니다.]

시문의 성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내왔다.

[성좌 오시리스가 ‘어음…… 그럼 증조부님. 저는 마저 관람을 해도…….’ 조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성좌 ?가 ‘비키거라. (저리 꺼져!)’ 오시리스의 목덜미를 붙잡아 던집니다.]

‘이건 또 무슨…….’

갑자기 강퇴까지 당해버리는 오시리스.

시문은 잠시 얼이 빠졌으나 그뿐.

‘뭐, 오시리스보다 급은 높아 보이니까. 별문제는 없겠지.’

시문은 가볍게 혼란스러움을 털어버리곤.

따악.

“으으…….”

주변 모래를 침대로 연성해, 신음하는 레오니를 눕혔다.

이어.

“암무트.”

몸을 돌려 괴수 암무트를 부르는 시문.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 크릉!

처음 등장했던 모습과 달리.

암무트는 몸을 움찔하며, 경계 어린 눈으로 시문을 내려다보았다.

계속 검보라색 눈이 나타났던 하늘을 힐끔거리면서 말이다.

시문은 손 위에서 자전 중인 사자의 서를 내밀었다.

“이게 뭔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크릉.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암무트.

“이것에 걸고 맹세합니다. 제가 10번의 살인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이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시문은 그런 암무트를 향해 말을 이었다.

“계속 쌓이는 업보로 보아, 본래 이곳에선 어떤 죄악도 지어선 안 되는 거겠죠?”

크릉.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암무트.

“하지만 누군가의 모략으로 전 원치 않는 죄악을 10번이나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억울하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시문은 억울함이 담긴 눈으로 암무트의 눈을 응시했다.

‘암무트에겐 거짓말이 통하지 않지.’

신적인 존재들이 으레 그렇듯.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주한 이상, 거짓말로 속이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나 다를까.

사아아.

시문을 바라보는 암무트의 눈이 어둡게 빛이 났다.

진실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이다.

시문은 조금도 떠는 기색 없이, 의연한 눈으로 그런 암무트의 시선을 마주했다.

이내.

스으으.

안광이 잦아지는 암무트.

진실임을 확인한 것이다.

‘통했군.’

시문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맺혔다.

‘거짓말일 수가 없지. 애당초 저런 떨거지들 말고. 점수 많이 주는 센 놈들만 골라서 잡으려고 했으니까.’

저울 위 사막에 매칭된 순간부터.

강한 놈만 골라서 잡는 그 공략법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했던 시문이다.

당연히 거짓말일 수가 없었고.

반대로 이렇게 억울함까지 증명했으니.

“제 억울함을 인정해 주셨으니, 이 악랄한 짓을 저지른 진짜 죄인을 처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젠 그 명분을 쥐고 휘둘러야 할 때.

크릉!

확고한 명분에 사자의 서.

그리고 암무트조차 떨게 했던 정체 모를 성좌의 시선까지.

암무트는 절로 시문의 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

“누가 이런 모략을 꾸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막에 있을 어느 한 팀이 분명할 것이고.”

여기서 시문이 말을 좀 더 보탠다 해도.

“이를 ‘방관한 다른 이들’ 역시…… 모두 같은 죄인이지 않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먹혀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이곳의 모두를 처단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크아아아아아아!!

격노한 심판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무채색의 사막을 뒤흔드는 흉성.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상급 용족이라는 태생이 무색할 만치.

“암무트는 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저 지X을 하는 건데? 아까 그 눈은 또 뭐고!”

크루나는 두려움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 나도 잘 모르겠다.”

이는 같은 상급 용족 태생인 베룬켈도 다르지 않았다.

“김시문인가 뭔가 하는 놈이 10킬을 달성했으니까. 암무트가 등장한 거 아냐?”

“아마도 그럴 테지.”

“근데 왜 김시문이 아닌 엉뚱한 곳을 갈기는 거냐고!”

크루나는 지평선에 가까울 정도로 먼 곳을 가리켰다.

그곳으론.

쿠아아아앙!

태산에 버금가는 거대한 주먹이 내려찍히고 있었다.

흡사 거대 운석이라도 처박힌 듯.

강력한 진동에 파도처럼 출렁이는 사막.

우드득.

크루나는 즉시 본 모습으로 현신하여, 허공으로 몸을 띄웠고.

“빨리 타!”

베룬켈을 향해 팔과 합쳐진 날개를 내밀었다.

그에.

“아, 알겠다!”

파충류의 머리에 근육질의 거구.

드락크의 본 모습으로 현신한 베룬켈은 얼른 그녀의 등 위로 올라탔다.

펄럭.

소형 비행기의 그것보다 더 큰 날개가 펄럭인다.

안전한 공중으로 날아올랐건만.

크루나와 베룬켈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미친!”

“으음…….”

암무트가 내려친 주먹을 중심으로.

모래 폭풍이 휩쓸고 간 듯한 모양새의 잿빛 사막.

그 방대한 그림이 무려 사막 전체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암무트의 주먹 한 방에 저울 위 사막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뜻.

더욱 큰 문제는.

크아아아아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그그극.

흉포한 포효와 함께 태산 같은 주먹을 치켜드는 암무트.

이어.

쿠아아앙!

아까와 또 다른 곳을 내려치는 암무트.

또 한 번 뒤흔들리는 사막에 크루나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렸다.

“암무트가 왜 멈추질 않는 거지? 설마! 김시문이 아직 살아 있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마 공간 능력으로 도망 다니고 있겠지.”

“말이 안 되잖아! 10중첩이면 모든 능력치가 100% 감소라고!”

걷는 것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을 텐데, 공간이동이라니?!

불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크루나.

베룬켈 역시 그녀와 같은 마음인지.

“너도 알지 않나? 본래 암무트는 10중첩의 죄인을 벌할 때까지 움직인다.”

불안한 눈으로 암무트의 주먹이 내리꽂힌 곳을 바라봤다.

“아티팩트든 뭐든 사용해서 도망가고 있겠지. 그러니 저러는 가능성이 높아.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베룬켈. 만약 그게 아니…….”

“그래야만 해!!”

이번엔 베룬켈이 불신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돌덩이 같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우린!”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으나.

크루나는 그 내용을 이미 들은 듯.

펄럭이던 날개를 슬쩍 떨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역시. 너희였구나.”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하긴, 용족이 아니면 내게 이런 짓거릴 할 놈들이 없지.”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누, 누구냐!”

펄럭.

곧장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트는 크루나.

그곳엔.

“누구긴.”

발목에 금색의 날개를 팔랑인 채.

“너희가 그렇게 엿먹이고 싶어 했던 놈이지.”

얄미운 미소를 걸친 미청년이 있었다.

그를 본 크루나와 베룬켈의 눈이 부릅 뜨인다.

“김시문!”

“네놈! 어떻게 아직까지!”

시문은 답도 해주지 않고.

“암무트! 여기예요~! 이놈들이 이번 일의 주동잡니다!”

두 손을 모아.

주먹을 회수 중인 암무트를 향해 소리쳤고.

크르릉!

격노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암무트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저, 저 미친놈이!”

“네놈! 어떻게 암무트와 대화를!”

기겁을 하는 두 용족.

이어.

“크루나!”

베룬켈의 다급한 외침에.

“알고 있다고!”

펄럭.

크루나는 얼른 날개를 펄럭이며 나아가려 했다.

하지만.

“어허. 어딜 가시나?”

어느새 시문이 금색 날개를 팔랑이며 경로를 막아섰다.

“내가 친히 방송까지 잠시 중단해줬는데.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는 실토하고 가야지?”

그러나.

“개소리 마라!”

베룬켈은 노성을 지르며 거대한 창을 내질렀고.

“궁금하면 어디 내 뱃속에서 알아보던가!”

크루나는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큼직한 입을 쩍 벌렸다.

현신한 두 상급 용족의 합공.

우웅.

창날과 이빨에 어린 용력까지 따지면 가히 위협적인 공세였지만.

“너희.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시문은 여전히 얄미운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이건 부탁이 아니야.”

그런 그의 왼쪽 눈은.

“명령이지.”

길게 찢어졌다.

동시에.

“그건!”

“와, 왕의!”

맹렬한 두 용족의 돌진이 뚝 멈춘다.

이내.

“아아, 2용제라? 그래서 소정규도 반년이나 앞당겨진 거구나? 참나. 애썼네.”

시문은 작은 탄성과 함께 실소를 머금었고.

“정보 고맙다. 그럼.”

멈춰버린 두 용족의 위로.

“잘 가라.”

쿠아아아앙!

두아트의 대재앙이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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