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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87화 (187/349)

제187화

187화. 저울 위 사막 (1)

태양이나 달, 별 등.

빛 한점 없는 것을 보아, 분명 외부와 단절되었을 어느 건축물.

혹은 지하 속일 텐데.

스으으.

서늘한 바람이 무채색의 모래사막을 훑으며 다가온다.

흡사 다 타버린 잿가루와 같은 그 모래를 맞으며.

“흐음…….”

3미터의 덩치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의 곁으로.

“재수없게 왜 한숨을 쉬어대?”

톡 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침음성을 흘린 덩치만큼은 아니었지만.

“두아트라서 그런 거야?”

2미터의 늘씬한 여성은 과할 만치 큼직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두아트가 짜증 나는 차원이긴 하지만, 그건 나한테나 해당되는 거지. 드락크인 너한텐 아니잖아?”

여성의 물음에 덩치는 고개를 슬쩍 저었다.

“그 때문이 아니다.”

“그럼 뭔데? 아아~ 하필 저울 위 사막이라 그러냐? 하긴, 여기가 두아트에서 제일 지X맞긴 하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여성.

하나 이번에도 덩치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의 업보 디버프도 내겐 큰 의미가 없다.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에 여성은 과할 정도로 큼지막한 눈을 확 찌푸렸다.

“그럼 뭐가 문젠데? 협력 조건으로 우리 둘이 팀까지 됐잖아.”

“바로 그것 때문이다. 크루나.”

“무슨…… 아! 협력 조건!”

이제야 감이 잡힌 것일까.

크루나라 불린 큰 눈의 여성은 고개를 주억거렸고.

“베룬켈. 룰 개입이 일어난 게 신경 쓰이는 거구나?”

“그래.”

베룬켈이라 불린 덩치의 남성 역시 굵직한 머리를 끄덕였다.

“고작 여긴 고작 플래티넘 랭크다. 한데 다이아 랭크대에서도 보기 드문 룰 개입이 이루어졌지.”

“고로 이 중에 성좌의 후원을 아주 팍팍 받는 놈이 있을 거다?”

“그렇다.”

“어째 뉘앙스가 짐작 가는 놈이 있는 느낌인데?”

“너도 잘 아는 놈이지. 대모께서 모든 용족에게 내렸던 그 인간놈 말이다.”

“아항! 김시문이었나? 아까 저기 저 끝에 있던…….”

크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스악!

날카로운 파공음을 머금은 칼날이 갑작스레 허공을 갈라온다.

베룬켈은 그곳을 보지도 않은 채.

근육으로 똘똘 뭉친 왼팔을 내질렀다.

“컥!”

근육질의 팔 끝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상대의 수준도 알아보지 않고 덤비다니.”

신음의 주인을 확인한 베룬켈은 돌덩이 같은 눈썹을 슬쩍 들어 올렸다.

“동서족이라……? 신기하군. 이리 멍청한 종족이 아니었을 텐데?”

목이 잡혀 시뻘겋게 달아오른 동색 쥐 머리의 수인.

동서족의 모습이 퍽이나 재밌는지.

“킥! 원래 똑똑한 개체들의 수는 적은 게, 저열한 종족의 특징이잖아.”

킥킥대던 크루나는 2미터의 키에 비해서도, 과하게 긴 팔을 들어 올렸다.

펄럭.

기다란 그녀의 팔에서 옆구리까지.

커튼과 같은 널따란 피막이 펼쳐진다.

이내.

콰츠츠.

베룬켈의 왼팔을 향해 날아드는 얼음 송곳을 막아 냈다.

놀랍게도.

“흐응~ 5성에 얼음 관련 특성을 더했나? 위력은 거의 6성급인데?”

펄럭이는 천 같은 외형과 달리.

6성급에 달하는 얼음 송곳에도.

그녀의 피막은 미세한 흠집조차 나 있지 않았다.

“하긴, 기습을 하는데 캐스팅 땡길 여유는 없겠지. 꼴에 나름 머리는 썼네.”

비소를 머금은 크루나가 마법의 시전자를 돌아본다.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가재.

“크랩스터? 쥐새끼랑 딱 맞는 파트너네?”

“망할!”

크랩스터는 크루나와 눈이 마주치자, 짧은 욕설과 함께 급히 몸을 돌렸다.

무려 여덟 개에 달하는 다리 덕분인지.

파다닥.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4쌍의 다리는 푹푹 빠지는 모래 위를 잘도 질주했다.

그리고 꼿꼿이 세운 상체와 거대한 두 집게발 사이론.

“콘 오브 아이스! 프로스트 노바!”

시퍼런 얼음 마법이 더블 캐스팅으로 쏘아졌다.

모두 5성급 이상의 마법인 건지.

쩌저적.

두 마법의 뒤로는 허연 서리가 풀풀 흩날렸으나 그뿐.

“흥. 아주 발악을 하는구만.”

짧게 코웃음 친 크루나는 모랫바닥이라는 환경이 우습게.

파앙.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치솟아.

쿠웅!

달아나는 크랩스터의 머리통을 모랫바닥에 처박았다.

분명 그녀의 손은 앙상하다 싶을 정도로 말랐는데.

“케헥!”

무거운 바위에 깔린 것처럼 꼼짝도 못 하고, 4쌍의 다리를 버둥대는 크랩스터.

상대가 안된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사, 살려 주십쇼!”

크랩스터는 얼른 목숨을 구걸했고.

“살려줘? 주제도 모르고 선빵을 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의 머리통을 쥔 크루나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래서 저열한 종들은 안된다니까? 지 멋대로 덤비곤 살려달라니. 하!”

“으, 으아아아!”

단 한 손으로 2미터가 넘는 크랩스터를 제압한 것으로 보아.

저 단단한 껍질로 덮인 머리통을 부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터.

그때.

“크루나. 잠시 기다려라.”

크랩스터의 귓가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행사를 방해받아서일까?

“왜!”

크루나는 큼직한 두 눈에 짜증을 실어 베룬켈을 돌아봤다.

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베룬켈은.

“방금 아레나가 시작됐는데. 이까짓 것들로 벌써부터 업보 디버프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나?”

왼손에 쥔 쥐 수인, 동서족을 흔들며 말했고.

“그렇긴 한데…….”

크루나 역시 바닥에 처박혀, 꼼지락거리는 크랩스터를 내려다봤다.

그에.

“마, 맞습니다요!”

베룬켈의 왼손에 잡혀있던 동서족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위대하신 상급 용족들께서 저희 같은 놈들을 잡자고 업보 디버프를 받으시면 손해지요!”

효과가 있는 것일까.

“확실히, 킬도 킬이지만, 급 높은 것들을 처리하는 게 점수를 더 주긴 하지.”

크루나는 바닥에 처박았던 크랩스터를 들어 올렸다.

잿가루 같은 모래가 우수수 떨어진다.

“근데 말이야.”

그녀는 제 손아귀에 쥐어진 채.

“그렇다고 내가 너희를 살려둘 이유도 없지 않나?”

감히 반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덜덜 떠는 크랩스터를 향해 히죽거렸다.

“어차피 디버프 1중첩 정도야, 나한테는 별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 말에.

“시, 시키는 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고기 방패라도 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손아귀에 쥐어진 크랩스터가 얼른 소리쳤으나.

“X랄!”

크루나의 큼직한 두 눈엔 더욱 짜증이 어릴 뿐이었다.

“우리랑 붙어먹으면 고기 방패만 해도 순위권은 확정일 텐데. 이것들이 어디서 대가리를 굴려?”

“크루나.”

그러나 나지막한 베룬켈의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쯧.”

크루나는 쥐고 있던 크랩스터를 놓았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한들.

감히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가, 감사합니다! 고기 방패든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크랩스터는 얼른 머리를 박았고.

어느새 베룬켈의 손아귀에서도 벗어난 쥐 인간 역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요. 상급 용족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지요! 헤헤!”

얼른 크랩스터의 옆으로 다가가 머리를 박았다.

그런 두 수인족을 내려다보던 크루나는.

“베룬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입술을 샐쭉이며 베룬켈을 향해 물었다.

“우리 둘이 팀까지 된 마당에. 굳이 이런 버러지들이랑 티밍을 해야 돼?”

크루나의 물음에 대답 대신.

묘한 미소를 지은 베룬켈은 머리를 박고 있는 두 수인족에게 다가갔다.

“시키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했나?”

“무, 물론입니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좋다.”

베룬켈은 팔짱을 낀 채.

“너희가 처리해야 할 목표를 지정해주겠다. 만약 그것들을 깔끔히 처리한다면…….”

서바이벌 종목임에도.

무척이나 고요한 무채색의 사막지대를 훑었다.

“내 책임지고 너희 둘을 10위권으로 만들어주마.”

그 말에 덜덜 떨리던 두 수인족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물론이다. 나 상급 용족 드락크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마.”

그렇게 답한 베룬켈이 크루나를 돌아본다.

상황을 지켜보던 크루나 역시 베룬켈의 눈길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상급 용족 와이번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가, 감사합니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대번에 환해지는 동서족과 크랩스터.

“너희가 처리해야 건 이 둘이다.”

베룬켈의 돌덩이 같은 손위로 두 인간의 작은 환영이 일어난다.

“위치는 이곳과 정반대 방향이지. 가거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곤 순식간에 멀어지는 동서족과 크랩스터.

“이제 답해봐. 베룬켈.”

그들의 뒷모습을 보던 크루나가 물었다.

“김시문은 사르가스님까지 죽인 놈이잖아. 저런 것들이 놈의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

“당연히 안 되겠지.”

“그런데 왜 이딴 짓거릴 하는 건데?”

크루나의 물음에 베룬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크루나. 아무리 와이번이라지만, 머리를 좀 쓰는 게 어떤가?”

“이 새끼가! 너도 드락크잖아! 누가 누구더러 뭐라 하는 거야!”

대번에 살기를 내뿜으며, 언성을 높이는 크루나.

스르르.

주변의 모래가 흔들릴 정도로 진득한 살기였지만.

“아까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이 맵의 특성은 짜증이 난다고.”

베룬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답했다.

“그랬지! 그게 뭐…… 아~”

크루나의 큼직한 두 눈이 대번에 즐거움으로 물든다.

“저 하찮은 것들로 김시문의 업보 중첩을 쌓게 하자?”

“그렇다. 아무리 사르가스님을 죽인 자라 해도, 이곳의 업보 디버프를 피할 순 없을 테니까.”

“그럼 계속 업보를 계속 쌓게 만들어서. 최대한 약해졌을 때 덮치자는 거네?”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베룬켈.

크루나는 진득한 비소를 머금었고.

“흐흐! 그럼 저런 하등한 종족을 계속 보내줘야겠네?”

마침 머지 않은 곳에서 다가오는 또 다른 희생양을 향해 히죽거렸다.

* * *

-대체 뭐임? 서바이벌에 협력 조건?

-ㅁㄹ. 나도 첨 보는데 ㅋㅋㅋ

-이 형 아까 허공에다 살려달라고 했잖아.

-자기 성좌한테 목숨 구걸이라도 한 거임?

-X신임? 자기가 아레나 입장해놓고 살려달라고 빌겠냐?

-팀으로 레오니 붙은 거 보면, 쟤 때문인 거 같은데.

-ㅇㅇ 나도 그래 보임. 하필 딱 2인에 레오니랑 묶였잖아.

-근데 성좌한테 부탁한다고 이런 게 가능하냐?

갑작스레 추가된 협력 조건에 불이 난 채팅창.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냐부터, 시문의 개입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온갖 추측과 뇌피셜이 난무하는 채팅창은 그야말로 혼돈이었고.

‘대체…….’

이는 시문과 함께 팀이 된 레오니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협력 조건을 만들어 달라고 성좌한테 부탁한 건가? 근데 내 성좌는 왜 언급한 거지?’

자신을 후원하는 성좌 브륀힐드를 분명하게 언급한 시문.

‘거기다 분명 살려 달라고 했었어.’

그간 시문의 보여 준 활약이나 성격을 고려해 보면.

저 살려달라는 말은 높은 확률로 시문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 아닐 터였다.

그랬기에.

‘설마…… 날 살려 달라고 한 건가?’

레오니의 머릿속은 믿기 힘든 결론이 계속 맴돌았다.

그때.

스악!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온다.

레오니는 왼쪽 반신이 울려오는 경종에 고스란히 몸을 맡겼다.

슈아악.

서 있던 자리를 베어가는 단검.

레오니는 기습자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어딜!”

곧장 등 뒤의 대검을 휘둘렀다.

하나.

후웅.

묵직한 파공음만이 허공을 갈랐다.

기습자가 허공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놓칠 것 같으냐!”

그를 본 레오니가 즉시 땅을 박찼고.

“레오니 멈춰!”

그녀의 뒤로 시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그뿐.

‘멈추긴 무슨!’

암살계가 가장 약한 이 타이밍을 놓칠 순 없었기에.

레오니는 득달같이 허공을 나른 기습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찍.”

쥐 인간의 입가가 슬쩍 올라간다.

휘릭.

갑자기 기이한 형태로 몸을 튼 쥐 인간.

그의 품에서.

쐐애액!

다량의 암기들이 쏘아졌다.

하나하나가 수준급의 오러를 머금은 듯.

제법 이글거리는 아지랑이를 품고 있는 암기들.

레오니의 두 눈엔 대번에 낭패가 어렸다.

‘저 상황에서 암기를 날리다니!’

설마 허공에서 저렇게 몸을 비틀어, 역공을 가할 줄이야.

‘피하긴 늦었어.’

그러나 이미 전력을 다해 달려든 시점이라 피할 수는 없는 상태.

‘벌써부터 쓰긴 아깝지만, 어쩔 수 없군.’

이건 지금까지의 아레나와 달리, 목숨이 걸린 아레나니까.

입술을 질끈 깨문 레오니는 소리쳤다.

“브륀힐드시여!”

우우웅.

휘황찬란한 빛으로 그녀의 전신에 조형되는 한 세트의 갑옷.

발키리 슈트(Valkyrie suit)를 걸친 레오니는 날아드는 암기를 그대로 몸으로 받아냈다.

그에.

카칵!

작은 불똥만 튈 뿐.

오러를 머금은 암기들은 속절없이 튕겨나갔고.

“이, 이건 성좌의!”

쥐 인간이 그 힘에 제대로 놀라기도 전에.

서걱.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털썩.

나누어진 쥐 인간의 상체와 하체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에.

“미, 미친! 성좌의 후원자란 말은 없었잖아!”

게와 가재를 합쳐놓은 듯한 수인.

크랩스터가 경악을 토했다.

그를 포착한 레오니는 바닥을 딛기도 전에.

파앙.

허공을 박차고 크랩스터를 향해 돌진했다.

“코, 콘 오브 아이스! 프로스트 클라우드! 슬로우! 프로즌…….”

크랩스터의 두 집게발에서 갖가지 마법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콰즈즉!

흡사 쇄빙선처럼.

백색의 갑주로 마법의 세례를 뚫고 나가는 레오니.

“죽어라!”

그녀는 곧장 크랩스터의 머리통을 향해 대검을 내리찍었다.

정확히는.

“멈추라니까.”

찍으려고 했다.

어느새 용체화를 한 시문이.

터억.

그녀의 손목을 잡아내기 전까진 말이다.

“이!”

이를 악문 레오니는 시문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그뿐.

‘발키리 슈트까지 입었는데. 무슨 힘이!’

바위 사이에 낀 듯.

꿈쩍도 하지 않는 팔에 두 눈을 부릅떴다.

레오니는 시문을 노려봤다.

“김시문! 이게 무슨 짓…….”

하나 말을 끝맺을 순 없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녀의 눈앞으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죄악의 업보로 심장의 무게가 더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으니까.

발키리 슈트로 능력치가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일까?

“히, 힘이!”

모든 능력치 10% 감소를 제대로 체감한 레오니.

당황으로 물든 그녀를 본 시문은 덤덤히 한숨을 쉬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에.

“이게 어떻게…….”

레오니가 뭐라 말을 이을 틈도 없이.

“죽어라! 망할 것들아!”

쩌저적.

옆에서 허연 서릿발이 그녀를 덮쳐왔다.

어느새 거리를 벌린 크랩스터가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쯧.”

짧게 혀를 차는 시문.

‘업보 디버프 때문에 최대한 센 놈들만 골라잡아야 이득인데.’

시문은 아쉬운 얼굴로 서릿발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석.

눈더미에 주먹을 박아넣은 것처럼.

힘없이 부서지는 얼음 마법.

“이, 이것들이! 인간 주제에 마법 면역이 무슨 패시브라도 되냐!”

그 어이없는 광경에 경악을 토하는 크랩스터.

그의 입으로.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이번엔 묵색을 휘감은 주먹이 틀어박혔다.

콰직!

그대로 터버리는 크랩스터의 머리.

피로 추정되는 체액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시문은 볼에 붙은 체액을 슥 닦으며,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업보 1중첩 정도는 감내할 수밖에.’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죄악의 업보로 심장의 무게가 더해집니다.]

레오니와 똑같은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고 있습니다.]

[죄악의 업보가 급감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 감소합니다.]

이어지는 메시지들에.

“엥?”

시문은 잠시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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