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화
184화. 소정규 (1)
[아레나 ‘야만의 요새’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공성전에서 홀로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활약에 따라 클리어 보상이 증가합니다.]
[귀속된 특성 ‘현자의 돌’이 일정량의 경험치를 분배받습니다.]
[레벨이 12 올랐습니다.]
[현자의 돌 레벨이 10 상승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야만의 족쇄’를 획득합니다.]
주르륵 올라가는 메시지.
시문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엄청나군.”
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다름 아닌 레벨.
“12레벨이나 올랐네?”
100레벨이 넘으며 다소 짜게 오르던 레벨.
매번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워낙 요구 경험치량이 커진 터라, 레벨업은 한 자릿수로만 이루어졌었는데.
‘현자의 돌까지 합치면 총 22레벨업이라…….’
무려 총 22레벨이라는 어마어마한 레벨업을 하다니.
“과연 공성전이네. 경험치 하난 제대로야.”
전생에도 인정받던 경험치 효율이 상당한 종목.
공성전다운 보상이었다.
그에 비해.
“아이템 보상은 야수형에게 효과를 보이는 야만의 족쇄라…… 쯧, A급 재료네.”
인벤토리에서 꺼낸 아이템 보상.
야만의 족쇄는 사실상 플래티넘이라는 랭크에 딱 들어맞는.
일명 평타 치는 수준의 잡템이었다.
그래도.
“현아야. 이거 창고에 좀 박아 둬.”
-알았어~.
생산계이기도 한 시문에겐 어떤 식으로든 쓰일 수 있는 아이템.
시문은 마법진이 세공된 족쇄를 아무렇게나 던졌고.
끼리릭.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팔은 눈이라도 달린 듯.
철그럭.
족쇄를 받아 냈다.
시문은 야만의 족쇄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럼 잔여 스탯 12는 전부 연성력에 올인해 두고…….”
잔여 스탯 12를 연성력에 전부 투자한 다음.
“진짜 보상 좀 확인해 볼까?”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메인 아레나 관련 히든 보스를 최초로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히든 보스 ‘네메아의 새끼 사자’를 혼자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네메아의 새끼 사자 가죽’이 지급됩니다.]
“오우!”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
그도 그럴 것이.
“역시 최초 보상이라 그런가? 히든 보스인데도 업적 포인트를 만 점이나 줘 버리네.”
메인 아레나 관련 히든 보스 최초 킬.
최초를 우대해 주는 갤럭시 아레나답게, 무려 1만 점이나 되는 업적 포인트를 지급한 것이다.
“어디 보자, 이러면…… 전에 있던 21,300점을 더해서 총 31,300점이 되는군.”
시문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당연했다.
‘만약 세계수의 씨앗 조각을 연성한다 해도 2만 점이 남으니. 아르스 마그나도 편하게 쓰겠네.’
업적 포인트는 곧 자신의 성장과 무력.
두 가지 모두에 직결되는 자원이었으니까.
‘이제 곧 소정규가 열리니까. 여유가 된다면 천마신공 5성 같은 것도 노려봐야겠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아이템 보상을 확인했다.
[네메아의 새끼 사자 가죽]
등급 : X
네메아의 서식했던 새끼 사자의 가죽.
-아레나 매칭 때 사용 시, 메인 아레나인 ‘네메아의 골짜기’로 입장합니다.
-다이아 랭크 이상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해당 아이템을 가공 시, ‘SSS급의 고정된 옵션’을 가집니다.
-해당 아이템을 가공 시, ‘메인 아레나 입장 옵션’을 상실합니다.
“음. 역시…….”
옵션을 훑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시문.
‘전생에 말숙이가 말했던 그대로네.’
전생에서 메인 아레나인 ‘네메아의 골짜기’를 진행했던 고말숙.
개인 방송은 물론.
굳이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오로지 시문만이 ‘네메아의 새끼 사자 가죽’이라는 입장 아이템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생에 그녀가 했던 말대로.
‘가죽이라길래 기대했더니…… 야, 이거 입장 아이템 옵션이 X나 골 때린다?’
입장 아이템은 독특한 옵션을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입장 아이템과 재료. 두 개의 가치 중 하나를 택하는 아이템이라더니…….”
권능이나 그에 준하는 공격이 아니었다면.
아예 공격 자체가 먹혀들지 않았던 네메아의 새끼 사자.
당연히 보상으로 받은 이 가죽도 그러한 효능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실제로 ‘SSS급의 고정된 옵션’도 달려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공을 하면 ‘메인 아레나 입장 옵션을 상실’합니다라…….”
사실상 가공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어차피 네메아의 사자를 잡으면 이것보다 상위의 가죽을 받을 수 있으니까.’
이미 전생의 고말숙으로 인해 어떤 보상까지 주어지는지 다 아는 시문으로선.
“그 가죽이 어떤 가죽인데. 꼴랑 새끼 사자의 가죽으로 만족할 순 없지.”
당장 고기를 얻고자,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건 다이아까지 고이 모셔놓자.”
시문은 새끼 사자의 가죽을 다시 인벤토리에 모셔두었다.
때마침.
똑똑.
“시문 님. 계십니까?”
박진욱이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 * *
랭커 팰리스의 펜트하우스.
그 값어치답게 거실은 파티를 열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었으나.
“다들 오셨군요.”
어째 앉아 있는 이들을 보니 그리 넓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시문 님. 오셨습니까.”
“후후. 이 야심한 시각에 부르시길래 나름 기대 좀 했더니…… 역시나네요.”
철목왕의 비서장인 최창욱과 암시장의 주인 린.
그리고 밤사냥꾼 박진욱까지.
시문은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봤다.
“이 밤에 다들 급히 부른 이유는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어느새 다가온 린이 야시시한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이번 시스템의 공지 때문이시죠?”
그녀는 은근한 손길로 시문의 어깨를 쓸었지만.
“맞아요.”
꿈쩍도 하지 않은 시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허공으로 손을 저었다.
“다들 해당하는 MMR이라 확인은 하셨을 테지만, 다시 한번 공지를 띄워주세요.”
[임시 정규 아레나는 각 랭크당 상위 10%의 MMR 소지자만 참가가 가능합니다.]
[해당 플레이어는 참가에 대한 유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의! 한번 선택한 참가 유무는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칫. 재미없긴.”
그에 혀를 찬 린이 제자리로 돌아가 공지를 띄웠다.
다들 허공에 손을 젓는 것을 확인한 시문은 눈앞으로 떠오른 공지를 확인했다.
임시 정규 아레나.
말 그대로 임시인지라, 전생에선 일명 ‘소정규’라고도 불렸고.
“일단 임시 정규 아레나는 이름이 기니까. 소정규라고 부를게요.”
시문은 이를 그대로 채용했다.
“소정규?”
“의미도 그렇고. 뭔가 입에 달라붙네요.”
“짧으니까 편하군요.”
앉아 있던 3인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러던 와중.
“우리 VVIP께서 이렇게 임시 정규 아레나의 명칭까지 정하셨다면…….”
3인 중 유일한 여성.
린이 턱을 괴며 시문을 바라봤다.
“우리를 불러 모은 이유가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그에 시문은 작게 피식거렸다.
“암시장의 주인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셨을 거 같은데. 아닙니까?”
“어머~ 절 그렇게 높게 평가해 주실 줄은 몰랐는데요.”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는 린.
시문은 그녀와 똑같은 미소로 답했다.
“정말로 눈치채지 못하셨다면. 여기서 자리 빼셔야 합니다?”
“후후. 농담이에요. 농담! 정말이지, 시문 님은 못 당하겠네요.”
두 손을 들며 항복의 제스처를 취하는 린.
그녀는.
“협회장의 비서와 심드라실의 부길마. 시문 님과 가까운 두 세력을 이 시기에 부르셨으니, 내용이야 뻔하겠죠.”
“그런 것 치고는 의문이 있어 보이는데요?”
“어쩜~ 여자의 마음을 잘 아시는지. 맞아요.”
야시시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전 왜 부르셨나요? 물론 우리가 그리 먼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두 분에 비할 정도는 아닐 텐데.”
여전히 입꼬리는 올라가 있으나.
착 가라앉는 눈으로 응시하는 린.
그녀의 눈엔 명백한 의문과 의심이 들어서 있었다.
시문은 덤덤히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간단합니다. 지금 이야기할 내용이, 암시장의 큰손들에게 들어갔으면 하거든요.”
“뭐라고요?”
대답을 들었음에도.
한결 더 짙어지는 린의 의문.
그도 그럴 것이.
“큰손이라면 아마 각국의 최고 길드들을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암시장의 큰손.
아메리칸드림이나 대륙성, 성삼과 같은 길드 거대 길드들을 지칭하는 것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면 각국을 대표한다고까지 볼 수 있는 길드들이었다.
“그들에게 정보가 들어갔으면 한다?”
고로.
“아시는 정보가 소정규 관련 정보 같은데. 그걸 그냥 푼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네요.”
정황상 린의 의심은 무척이나 합당했다.
시문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뭔가 착각하고 계시네요. 전 그냥 푼다는 적 없습니다. 당연히 대가는 받아야죠.”
“대가?”
고개를 갸웃하는 린.
이내.
“아아. 그러니까 저보고 정보 중개상을 해달라?”
그녀는 작게 탄성을 흘렸고.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암시장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요.”
물론 세계수의 성장 버프 덕분에.
심드라실 길드를 이용하면 자체적인 각국의 최정상 길드들과 소통이 가능했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여러모로 귀찮아져.’
시문의 입장으로선 상당히 귀찮아지게 된다.
“흐응~.”
비음을 흘리며 턱을 톡톡 두드리는 린.
“굳이 큰손들에게 정보가 들어갔으면 한다는 건, 반드시 당신의 정보가 그들에게 들어가야 한단 말씀이시군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네요.”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소정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사망 페널티잖습니까?”
“그렇죠. 현실에서도 똑같은 죽음을 맞이한다니…….”
린은 정면에 띄워놓은 공지를 바라봤다.
[‘임시 정규 아레나’는 정규 아레나로 들어가기 전, 해당 차원의 적응을 돕기 위한 절차입니다.]
[따라서 해당 참가자들은 정규 아레나와 똑같은 보상과 페널티를 받습니다.]
[아레나에서 죽음을 맞이할 시, 현실에서도 똑같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공지를 확인한 린이 싱글거렸다.
“어지간한 강심장이나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부담되는 페널티죠.”
심지어 아레나에서 맞이한 죽음과 똑같은 죽음이다.
병장기나 마법, 기괴한 몬스터들이 가득한 아레나에서 맞이하는 죽음.
깔끔하지 못한 죽음들이 상당했고.
그 잔혹한 현실성 때문에 아예 아레나를 참가하지 않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한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린다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하나.
“그런 사망 페널티를 없앨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어지는 시문의 반문에.
“예?!”
“시, 시문 님. 지금 무슨 말씀을!”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창욱과 박진욱이 화들짝 놀란다.
이야기를 나누던 린 역시 잠시 벙찐 얼굴로 시문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 말…… 사실인가요? 아니, 아니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헛웃음을 흘리는 린.
“당신은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죠. 오히려 그걸 사실로 만들어 버리지.”
진중했던 린의 눈동자가 다시 평소의 야시시함을 담는다.
“왜 이런 정보를 타 길드들에 푸는지는 묻지 않을게요. 단,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능글맞은 미소를 걸치며.
“어떤 조건에서든, 제 모든 걸 걸고 전력으로 팔아드리죠.”
제 입술을 핥았다.
* * *
달그락.
그극.
백색 소음과 같은 작업 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온다.
연구실로 들어서 제자리로 향하는 시문.
그런 시문의 뒤를.
-오빠. 대체 무슨 생각이야?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따라붙었다.
“나? 딱히 별다른 생각은 없는데?”
-별생각 없긴!
어지간히도 궁금한 것인지.
-심드라실 길드를 두고, 굳이 암시장을 통해 정보를 푸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현자의 돌은 큼직한 눈을 부릅뜨며 들이댔고.
그에.
“그게 궁금했냐?”
피식 웃음을 흘린 시문은.
“그렇게 하면 정보로 인한 이익은 내가 전부 얻겠지만.”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마냥 이익만 좇기엔 잃는 게 너무 많거든.”
-잃을 거? 아!
뭔가 감이 잡히는 게 있는 것일까.
녀석의 주변에 있던 기계 팔들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오빠가 귀찮아진다는 거지?
“맞아.”
시문은 그런 현자의 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심드라실 길드를 이용하면, 지금의 내 일상을 전부 잃게 될 거야.”
어떻게 이런 정보의 출처를 알게 되었냐부터.
한국 길드원들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들까지.
각국의 최고 길드들은 저마다의 정보통으로 알아내려 기를 쓸 테고.
한국엔 아메리칸드림의 지부를 넘어, 온갖 길드의 지부들이 들어설 터였다.
자연스레.
‘내가 성장 버프의 주체라는 것도 결국 알려지겠지.’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 매일 같이 쏟아질 수백의 스카웃 제의는 물론.
해외 언론까지 가미될 것이 뻔할 뻔 자였다.
그렇게 되면.
“아마 랭커팰리스 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걸?”
-하긴, 당장 지금만 해도 알아보는 사람 엄청 많잖아.
“그러니까. 거기다.”
결정적으로.
“지구의 전력 보존을 위해서도, 앞으로 필수 정보는 어느 정도 풀어줘야 하거든.”
각 랭크의 MMR 상위 10%들만 입장이 가능한 소정규.
언뜻 보면 잘난 이들만 밀어주는 방식으로 보였으나.
이미 전생에 한 차례 겪어본 시문은 알고 있다.
‘유망주와 실력자를 최대한 살려놔야 해.’
이 소정규가 얼마나 큰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지 말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규 아레나 때 활약해야 할 실력자들이 미리부터 절단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전생의 지구에서 바티칸이나 모나코 등.
작은 나라들이 소정규 때 상위권 플레이어들을 잃고.
정규 아레나를 시작하기도 전에 망해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러니 그런 일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망 페널티같이 치명적인 것들에 대한 정보는 미리 풀어줘야 했고.
-흐응~ 그래서 고 요망한 년을 이용해서 길고 꾸준하게 보겠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풀기 위해, 처음부터 암시장을 이용하겠단 거지.”
시문은 눈매를 꿈틀하며 답했다.
이내.
“현아 너. 요즘 뭘 보길래 입이 요렇게 못돼졌냐? 혼날래?”
플라스크를 쥐고 힘껏 흔들어 버리는 시문.
-아악! 오빠, 잘못했어! 잘못했다구!
큼직한 눈으로 눈물까지 찔끔하며, 항복 의사를 표하는 현자의 돌.
그제야 시문은 녀석을 놓아주었다.
-씨잉! 어쨌거나, 그러려면 첫 단추가 중요하겠네.
“그래. 암시장을 이용하면 내가 정보의 주체로 알려질 일은 없잖아.”
-그 요망한…… 이 아니라! 암시장의 주인도 제 욕심 채우려면 정보의 출처에 대해선 엄수할 테고?
“그렇지.”
시문은 황급히 말을 바꾸는 현자의 돌을 흘겨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린은 일종의 고기 방패네? 아무리 암시장이라 해도, 정보의 출처를 내놓으라고 지X들을 할 테니까?
“그런 이유로 중개 수수료를 주는 거야. 린도 그걸 알고 거래에 응한 거고.”
애당초 소정규의 정보 중개를 맡긴다는 것에서부터.
린은 여기까지 눈치를 챘을 것이다.
괜히 암시장의 주인이 아니니까.
-좋아. 린은 그렇다 치겠는데. 최창욱한텐 왜 알려 준 거야?
“한국의 협회도 알아야지. 정규 아레나부턴 국가 순위도 매겨지잖아.”
-아아! 아직 소정규이긴 해도, 소속 국가 관리는 지금부터 하겠다?
“이번 일로 협회의 명성도 크게 올랐고. 이모님도 완전히 성삼을 휘어잡으실 거야.”
협회장이나 도후를 막을 만한 이들은 3대 길드 말곤 없을 테니.
“두 분이 협력해서 여론을 조성하면. 국내의 각성자들은 어지간해선 다 눈치를 보겠지.”
권고는 물론.
다소 강압적으로 나간다 해도.
멋대로 행동하는 한국 플레이어의 수는 상당히 줄어들 테니.
“그것만 해도 소정규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반 이상 줄일 수 있을걸?”
-오올~ 그동안 나름 고생한 보람이 있네?
“그러게나 말이다.”
-근데 오빠.
옆구리를 툭툭 치는 현자의 돌.
-일주일 후면 업적 상점에 면사부(免死符) 풀리는 걸 정보라고 파는 건, 너무 양아치 아냐?
“우리야 아니까 양아치처럼 보이는 거고. 지금의 지구엔 아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하긴, 정보라는 게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값어치가 있으니까.
“거기다 목숨 걸린 일이잖아.”
-헤헤! 고렇긴 하네!
고개를 까딱인 현자의 돌은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그럼 오빠. 우리 정보 잔금으로 오리하르콘이랑 아다만티움 좀 달라고 하자!
“안 그래도 돈 대신 귀한 재료들로 받을까 싶어. 돈은 그다지 필요 없으니까.”
-꺄흥! 신난당!!
허공에서 폴짝폴짝 뛰는 현자의 돌.
그 귀여운 모습에 또다시 머리를 쓸어주던 시문은 잠시 얼굴을 굳혔다.
‘근데 소정규는 내년 1월부터 열려야 하는데…… 왜 지금 열리는 거지?’
전생보다 6개월 앞당겨진 소정규.
이게 무엇 때문에 생긴 변화인지.
잠시 고민하던 시문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고민해서 뭐 하겠어. 어차피 내 입장에선 이득인데.’
성장의 정체 구간인 플래티넘.
하나 소정규의 보상이라면 다시 브실골 때의 폭업을 노려볼 수 있었다.
시문은 제 자리에 있는 고글을 들었다.
-엥? 뭐야. 지금 소정규 뛰게?
“당연하지.”
현자의 돌의 의문에 씩 웃으며 돌아보는 시문.
“대부분 플레이어의 입장을 일주일 늦췄으니. 얼른 가서 최초 업적들 먹어야지.”
그 말과 함께.
고글을 쓴 시문은 모습을 감추었고.
-그렇게 안 봤는데…… 이 오빠 진짜 개 양아치네?
현자의 돌의 읊조림만이 그 자리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