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83화 (183/349)

제183화

183화. 진범 (5)

김무열은 가벼운 코웃음을 쳤다.

“그 같잖은 이중인격은 봐도 봐도 역겹군.”

“이중인격이 아니라, 너한테만 X같이 구는 거야.”

“그런가? 그룹 내의 이사진들 사이에서도 천하의 X년으로 불리던데?”

분명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건만.

그 속엔 칼이 섞인 듯, 욕설과 비소가 난무한다.

“쯧. 나이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이 짓도 40년이 넘으니 질린다~ 됐고.”

이영희는 짧게 친 머리칼을 넘기며 소파로 앉았다.

“무열이 너, 내가 많이 참고 있는 거 알지?”

그녀는 다리를 꼬곤, 그 위로 손을 올렸다.

어느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10년 전, 아버지랑 손잡고 그 또라이 새끼들을 입국시킨 거. 나 알고 있다?”

그 눈빛만은 달랐다.

“하!”

코웃음을 치는 김무열.

“그래서, 네깟 게 뭘 어쩔 거지? 그때의 죄라도 물을 셈인가?”

“덕분에 7년이나 뻗어 있었으니, 물을 자격이 없는 건 아니잖아? 해서 그걸 빌미로 제안 하나 하려고.”

“제안?”

김무열의 미간은 슬쩍 모였고.

이영희는 식어버린 차를 홀짝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김무열 너, 시문이한테 약점 잡힌 거 있지?”

“개소리마라!”

갑작스러운 기습에 두 눈에 불을 켜는 김무열.

그에 이영희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꼬락서니만 봐도 대충 사이즈 나오거든. 네가 그렇게 증오하던 조카에다, 특히 시문이는 은혜 애라고 더 X랄 했잖아.”

“……이영희. 그 이름은 더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어머? 애 좀 봐라?”

이번엔 이영희의 눈이 놀란 토끼처럼 동그래진다.

“그렇게 쿨한 척 하더니. 너 아직도 못 잊었니?”

“난 경고했다.”

“아하핫!”

김무열의 으르렁거림에도 크게 웃는 이영희.

“어쨌거나, 그런 시문이가 하는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만 봐도 뻔하지.”

“누가 고분고분했다는 거냐!”

“지금 이렇게 열 올리는 것만 봐도 알지 않을까?”

“이영희!!”

“얜 나이를 목구멍으로 처먹었나. 왜 이렇게 목청이 좋아졌니? 천날만날 목소리만 깔던 놈이.”

시문이 없어서일까?

김무열이 내뿜는 살기는 아까보다 더 강렬했지만.

“여하튼. 이번 일로 결심한 게 하나 있어.”

이영희는 봄바람을 맞는 것처럼 여유롭게 차를 홀짝였다.

“네년의 결심을 왜 내게 지껄이는 거지?”

“말했잖아. 네가 그 테러범 새끼들을 입국시킨 죄로, 제안 하나 하려 한다고.”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곤 김무열을 바라봤다.

“나랑 같이 청소 좀 하자.”

“청소?”

“네가 데스페라도 새끼들이랑 접점 있는 거 알아. 대륙성이랑도.”

대번에 얼굴이 싸늘해지는 김무열.

“그래서?”

“듣기론 너 최근에 대륙성 쪽이랑은 선을 긋는 거 같던데. 이번에 다니엘까지 죽은 거 보니까. 데스페라도 쪽과도 선 그은 거지?”

“……네 알 바 아니다.”

“아니. 내 알 바야.”

이영희의 얼굴 역시 몹시도 싸늘해졌다.

“그 새끼들이, 아버지랑도 연관이 꽤 깊더라고?”

잠시 침묵하던 김무열은 코웃음을 쳤다.

“흥. 성삼에 숨어 있는 대륙성과 데스페라도의 끄나풀이 많나 보지?”

“그렇겠지. 그게 아니면 아버지가 저렇게 완벽한 타이밍에 암살당하실 수가 없거든.”

“하긴, 그 늙은이가 어떤 인간인데. 회장실에 대 각성자 방어 시스템을 도배해뒀겠지.”

팔걸이를 톡톡 두드린 김무열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했지. CCTV가 그 타이밍에 꺼진 것도 그렇지만, 각성자 방어 시스템이 다 꺼져 있었다는 게.”

“그러니까. 근데 무열이 너, 애들한테 방어 시스템 이야기는 안 했더라?”

“의미가 없으니까. 그 늙은이의 성격상, 그걸 끌 수 있는 스위치는 회장실에만 있을 테지.”

“넌 나보다도 우리 아버질 잘 안다니까. 혹시 숨겨둔 아들 같은 거 아냐?”

피식 웃은 이영희는 말을 이었다.

“여하튼. 아버지가 각성자 방어 시스템을 꺼둔 건 사실이야. 확인해 보니, 그날 아침부터 직접 끄셨더군.”

“호오?”

서늘했던 김무열의 눈가에 흥미가 어렸다.

“다니엘이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건가?”

“적어도 그쪽과 관련된 인물의 방문을 기다렸다는 건 확실하지.”

“그 의심 많은 늙은이가 직접 방어 시스템을 끌 정도로 신뢰하는 이가 말이지?”

이영희는 옆에 놓아둔 명품 가방에서 검붉은 액체의 주사기 3개를 꺼냈다.

그를 본 김무열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뭐지?”

“하나는 회장실에 있던 비밀 서랍, 둘은 아버지의 방에서 발견된 거야. 아레나 재료로 만든 거 같은데…….”

이영희는 주사기를 공중에 넣었다 빼는 시늉을 했다.

김무열은 어렵지 않게 그녀가 의도하는 바를 깨달았다.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는군.”

“그래. 정보창도 안 뜨더라. 다영이는 이게 최우석 박사가 준 물건 같다더라고.”

“……잠시 볼 수 있겠나?”

갑작스레 심각해지는 김무열.

이영희는 얌전히 주사기를 넘겨주었고.

김무열은 그것을 아주 유심히 살폈다.

이내.

‘비슷하군.’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김무열.

‘종리추. 그놈에게 받았던 DS와 어딘가 유사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지만.

비슷한 원료가 쓰였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다.

‘그러고 보니 놈이 주었던 DS도 이런 검붉은 색이었지.’

색 정도야 비슷할 수 있겠으나.

맑은 물에 풀린 물감처럼.

검붉은 액체가 지속적으로 일렁이는 이 형태는 분명 그가 복용한 DS와 동일했다.

특성 향상제 DS와 종리추.

그리고 어째서인지 놈의 실험을 알고 있는 김시문까지.

일련의 단서들이 머릿속을 스쳤고.

‘설마…… 김시문에게 내 특성이 통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두 눈이 슬쩍 커지는 김무열.

‘종리추. 네놈 대체 무슨 짓을!’

꾸욱.

주사기를 쥔 김무열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그를 가만 응시하던 이영희는 평소와 같은 미소로 말했다.

“야. 그러다 깨지겠다.”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김무열은.

“음. 뭐로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범상치 않은 실험물인 것 같군.”

아무렇지도 않게 주사기를 내려놨으나 그뿐.

“그렇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이영희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그러나 이영희는 별다른 답 없이.

“하나 줄까?”

오히려 싱긋 웃으며 제안했고.

“……날 주겠다고?”

“어차피 3개나 되는데. 협회 쪽 연구원들도 분석해 보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지 않겠어?”

“그야 그렇지만…….”

김무열은 의심 어린 눈으로 이영희를 살폈다.

하나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여유로운 미소였기에.

더 정확히는.

“그럼 사양하지 않겠다.”

이쪽이 더 급했기에.

김무열은 곧바로 주사기를 챙겼다.

그에 이영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갈무리한 그녀는.

“어쨌거나. 아버지가 놈들에게 살해당하신 이유가, 난 이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럴지도 모르겠군.”

“아마 확실할 거야. 이걸 만든 최 박사는 대륙성 놈들의 도움으로 밀항하려다 죽었으니까.”

김무열의 얼굴이 대번에 굳는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영상을 봤거든. 시문이가 찍어온 최 박사의 자백 영상을.”

“……최창욱! 이 새끼가!”

“너무 화내지 마. 창욱이 어렸을 때 내가 업어 키웠잖니. 어쨌든.”

대수롭지 않게 손을 저은 이영희는.

“우리 집안일에 딴 놈들이 끼어든 건 못 참아. 아버질 살해한 건 더더욱.”

서늘한 눈으로 말했다.

“그러니 나보고 네 복수를 도와라? 미안하지만, 난 네 말대로 놈들과 선을 그은 지 오래다.”

“그은 거지 ‘끊은 건’ 아니잖아? 싫으면 그 주사기, 다시 받아 갈 거야.”

“너!”

이영희를 매섭게 노려보는 김무열.

하나.

“……알겠다. 단, 성삼 내부의 끄나풀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

결국 급한 쪽에서 굽힐 수밖에 없었고.

이영희는 그런 김무열을 보곤 손을 내밀었다.

“물론이야. 그럼 돕기로 한 거다?”

“한 가지만 묻지.”

김무열은 그녀가 내민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왜 네 딸이나 김시문에게 말하지 않는 거냐? 나이만 어릴 뿐이지. 그것들이 지금의 너보다 훨씬 뛰어날 텐데.”

의외의 질문이었을까?

눈을 잠시 동그랗게 뜬 이영희.

이내.

“하긴, 넌 자식이 없으니 모르겠구나.”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부모라서 그런 거야.”

“부모?”

“그래. 음 너한텐 어른이라서? 라고 해야 하나.”

고개를 갸웃하는 이영희.

그녀는 묘한 눈으로 김무열을 응시했고.

“아니. 일단은 너도 부모라고 하자. 그게 맞는 거 같아.”

이어지는 말에 김무열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무슨 개소리냐?”

“확신은 못 해서. 그리고 나도 제발 이게 개소리이길 바라고 있단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 아비가 죽었다고,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그러게. 그냥 확 미쳤으면 좋겠네.”

기지개를 쭉 켜는 이영희.

그녀는 그대로 소파에 늘어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곤.

“내가 알아보려면 알 수야 있겠지만…… 만약 진짜면 은혜가 좀 무서울 거 같거든.”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러니 이건 네 숙제로 줄게. 네가 알아서 알아봐.”

“미친년.”

* * *

[이유정 자백의 진실, 다니엘에게 협박당했다?]

[도후 체내에서 공허 검출, 다니엘의 소행으로 보여]

[협회 측 ‘도후의 안전을 위한 모든 방법 동원 중’]

화면을 가득 채우는 뉴스들.

“예상대로 잘 흘러가네.”

그것을 확인한 시문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시문은 곧장 고급스러운 복도를 지나서 큼직한 문을 열었고.

“아빠!”

도도도.

달가운 소리를 맞이했다.

시문은 두 팔을 활짝 벌려, 파고드는 아이를 안았다.

“우리 공주님. 잘 놀고 있었어?”

“웅! 돌 언니랑, 말쭉이 이모랑, 골렘들이랑 노라쪄요!”

마구 볼을 비벼오는 시연.

“그랬어? 재밌었겠네!”

그에 찰떡 같은 볼을 마주 비벼준 시문은 뒤따라 나오는 여성을 바라봤다.

“아레나 때문에 바쁠 텐데. 시연이 돌봐줘서 고마워.”

“돌봐주긴 뭘, 저 알아서 잘만 놀더만.”

고말숙은 대수롭지 않게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유정이 일은 잘 해결된 거냐?”

“어.”

“하긴, 뉴스 보니까 거의 끝난 분위기긴 하더라.”

설렁설렁 고개를 끄덕이는 고말숙.

“그럼 난 간다.”

그녀는 짧은 인사를 남기며 몸을 돌렸고.

“말숙아.”

왠지 모를 이질감에 시문은 물었다.

“너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다. 방에 처박혀서 아레나만 뛰는 년이 일은 무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는 고말숙.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뒷모습만 보이며 걸어 나갈 뿐이었고.

그게 어떨 때 나오는 행동인지 잘 아는 시문은.

“그래?”

굳이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말숙이의 성격상.

저럴 땐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아니까.

“말숙아.”

단지.

전생에도 그랬듯.

“굳이 뭔가를 하지 않아도, 늘 힘이 되는 사람이 있어.”

짧은 배웅은 남겨주었고.

“…….”

그 말에 고말숙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제 방으로 향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씩씩한 걸음.

그러나 꽉 쥐어진 그녀의 두 손을 본 시문은.

‘하여간에, 속은 여리다니까.’

짧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내.

“읏차! 시연아? 아빠랑 연구실로 갈까?”

“웅. 골렘들이랑 소꿉놀이할 거야!”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연이를 안고는 연구실로 이동했다.

끼리릭.

그극.

익숙한 작업 소리와 함께.

-왔어?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시문을 반겨온다.

-오늘 피곤했지? 좀 쉬어.

시문은 다소 해괴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아야, 누가 보면 넌 집에만 있었는지 알겠다?”

자신의 가슴에 자리해, 항상 함께하는 것이 현자의 돌 아니던가?

하나.

-에이~ 고생하고 집에 왔는데. 누가 반겨주면 좋잖아?

“그래. 그렇긴 하네.”

현자의 돌의 능청에 시문은 너털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유정이 일은 다 끝난 거야?

“어, 거의.”

-말이 좀 묘하네?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오는 현자의 돌.

-유정이가 제 할아버지를 죽이지도 않았고, 10년 전 사건의 진범도 찾아냈잖아.

“바로 그 부분 때문에 하는 말이야.”

시문은 턱을 슬쩍 쓸었다.

“10년 전 사건의 진범. 난 아직 다 밝혀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

-왜? 일을 주도한 건 이순철 회장이고. 테러는 데스페라도가…… 아!

짐작 가는 게 있는 걸까.

현자의 돌은 작게 탄식을 흘렸고.

-마력불능 때문에 그러는 거구나?

“맞아.”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10년 전 그 사건 이후로, 아레나 질병이 걸렸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그런 것치고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눈친데?

“현아야. 너 이모님 치료했을 때 기억나?”

-이모님?

잠시 갸우뚱하던 현자의 돌.

곧 녀석의 큼직한 눈에 힘이 들어갔다.

-맞다. 용력!

“그래. 그때 이모님을 치료하면서 용력을 얻었잖아.”

그것을 비추어 볼 때.

-오빠 말은 이 회장이나 데스페라도와 별개로, 용족 놈들이 관여했을 거다?

“이모님에다 시혁이와 유정이까지 노렸어. 난 이게 이 회장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만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당시 이름을 날리던 랭커 이영희.

거기다 자신만큼이나 각성치를 주목받던 시혁이와 유정이까지.

이순철 회장을 떠나 제3자, 혹은 제3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미래를 깎아 먹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그럼 이 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놈이 범인이겠지. 전생까지 돌이켜보면…… 종리추 그놈뿐이겠네?

이런 흉계를 꾸밀 자는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시문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 국가건 기본적으로 자국의 잇속부터 챙겨. 당장 세계 연맹만 봐도 그렇잖아.”

세계의 평화를 수호한다는 각성자 연맹조차.

은연중에 서로를 견제하고 깎아 먹으며,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챙기려고 기를 쓰는 상황 아닌가?

-하긴, 유정이 안건이 처음 제시된 날. 거의 만장일치로 빌런 지정을 하려고 했다며?

당장 이유정의 빌런 지정 건이 그 증거 아닌가?

아무리 이유정이 직접 자백을 했다 한들.

한 나라의 랭커를 빌런으로 지정하는 절차는,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그럼 짐작 가는 국가는 있어?

“하나하나 따지면 끝도 없겠지만, 데스페라도만 놓고 보면 견적이 나오는 곳이 한 곳 있지.”

전생의 후반기에 결국 소탕당하는 데스페라도.

그러나 거기에 다다르기까지.

데스페라도는 세계 최강의 빌런 조직이라는 위치를 유지했고.

그 뒤에는.

“숙부와 같은 개인 후원자들, 그리고…… 중국과 미국 같은 국가가 있으니까.”

정확히는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두 길드.

대륙성과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현자의 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설마 아메리칸 드림도 10년 전 사건에 관여를 하고 있을 거라는 거야?

“이상할 것도 없지. 대륙성이 지독했을 뿐, 아메리칸 드림도 전생에 그리 깨끗하진 않았으니까.”

단순히 강하기만 해서야.

전생의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당초 데스페라도 같은 집단을 암암리에 후원하는 것부터가 깨끗할 리 없지.

결정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길드 마스터, 데릭은 그리 좋은 인간이 아니거든.”

이건 멸망 직전의 지구까지 살아 본 사람만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슈퍼 히어로라 불리는 데릭.

그가 어떤 실상을 가진 인간인지 말이다.

-확실히 그런 건 오빠가 나보다 더 잘 알겠네. 난 연성 되자마자 회귀했으니까.

“그래도 이 부분은 읏차! 차차 알아보자.”

시문은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목을 이리저리 풀었다.

“당장은 국내에 큼직한 문제들을 마무리한 걸로도 충분하니까.”

시문은 열심히 작업 중인 제조 구역을 힐끔했다.

“내가 따로 도울 건 없지?”

-응. 조만간에 특성 불감증 치료제의 시제품 만들 때만 봐주면 돼.

“알았어. 그럼 난 보상이나 정리해야겠다.”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자신의 자리를 향했다.

“일단 미션부터 완료해야겠네.”

시문은 검은 염소의 미션을 완료했다.

[성좌 검은 염소의 미션을 완수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점을 획득합니다.]

다니엘을 만난 이후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검은 염소.

미션을 완료했음에도 그렇다는 건.

‘아마 뭔가 생각에 빠진 거 같은데.’

시문은 굳이 이에 대해서 물어보진 않았다.

‘그 혼돈이라는 존재가 궁금하긴 하지만, 때가 되면 알려 주겠지.’

검은 염소의 성격상,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말해줄 테니.

시문은 미션의 보상에 집중했다.

‘안 그래도 요즘 업적 포인트가 궁했는데. 달달하네.’

아르스 마그나만 해도 무려 5,000점의 업적 포인트가 소모된다.

물론 네메아의 사자 새끼를 잡고, 다시 복구하긴 했으나.

최근 업적 포인트의 소모량이 어마어마해진 건 사실이었다.

“여기에 저번 아레나의 보상들까지 따지면…….”

절로 올라가는 입가.

시문이 흐뭇해진 얼굴로 지난 아레나의 보상들을 확인하려던 순간.

[축하합니다. 조건 만족으로 ‘임시 정규 아레나’에 참가할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뭐?!”

깜짝 놀랄 메시지가 눈앞으로 떠올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