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82화 (182/349)

제182화

182화. 진범 (4)

[이순철 회장의 살해 범인은 데스페라도?!]

[데스페라도 핵심 멤버의 처단자는 검성과 밤사냥꾼!]

[3대 암살계 공허 질주자 다니엘, 한국에서 뼈를 묻다]

뉴스 1면에 도배되는 뉴스들.

모두가 하나같이 다니엘만을 논하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세계 3대 암살계,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 등.

다니엘이 지닌 네임벨류는 그야말로 세계적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뉴스들을 훑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

“이해가 가지 않는군.”

김무열은 뉴스가 가득한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왜 저 두 놈에게 공을 넘긴 거지?”

자신과 같이 핸드폰으로 뉴스를 살피는 미남자를 향했다.

그에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자.

“귀찮잖아요.”

시문은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어깨를 으쓱했고.

“기가 차는 소리로군.”

김무열은 코웃음을 쳤다.

“네놈이 아무리 잘나간다 해도 결국 플래티넘이다.”

“알아요.”

“그런 놈이 랭커를 잡으면. 그것도 데스페라도의 핵심 멤버를 잡아냈으면 세상이 널 인정할 텐데. 그 명예를 다 포기하겠다고?”

답지 않게 말이 긴 김무열.

시문은 한쪽 눈썹을 슬쩍 들어 올렸다.

“숙부, 뭐가 궁금한 건데요?”

단도직입적인 조카의 물음에 김무열의 얼굴은 대번에 진중해졌다.

“너. 어떻게 다니엘을 이긴 거지?”

“아! 그게 궁금했어요?”

이제야 알겠다는 듯.

설렁설렁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그에 김무열의 눈매가 꿈틀했다.

“김시문. 이건 장난이 아니다. 다니엘은 보통 암살계가 아니야.”

“저도 알아요. 이 세상에 세 손가락에 꼽히는 암살계인 거.”

“그뿐인 줄 아나? 놈의 은신은 세계 최고다. 나조차 놈의 은신을 알아채지 못하는데…….”

어떻게 네놈이?

라는 뒷말을 가까스로 삼키는 김무열.

그러나 시문은 이미 그 뒷말을 다 들었다는 듯.

“그냥 상성이 좋았어요.”

슬쩍 웃으며 답할 따름이었고.

“상성?”

김무열의 미간은 시문의 짤막한 답에 의문으로 더욱 일그러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니엘이 시문에게 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유야 간단했다.

‘3대 암살계 중 가장 전투력이 떨어지는 다니엘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3대 암살계 내에서다.’

세계에서 단 3명.

그중에서 전투력이 떨어진다 뿐이지.

‘특히 암살계의 은신은 약자멸시에 최적화된 기술인데…….’

그 독보적인 은신은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겐 더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터였다.

하물며.

‘다이아라면 모를까. 플래티넘으로선 공허에 대한 대처도 시답지 않을 텐데?’

다니엘의 특성은 SS급 공허 조형 아니던가?

플래티넘 랭크는 공허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사실상 양민학살에 최적화된 플레이어라 볼 수 있었다.

그런 다니엘을.

‘단지 상성이 좋아서 이겼다고?’

애당초 은신이나 공허 특성을 제외하더라도.

랭커급인 다니엘이 모든 부분에서 플래티넘인 시문을 압도할 텐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러한 감정이 여실 없이 드러나는 김무열의 귓가로.

“김무열. 넌 참 알다가도 모를 놈이야?”

차분한 음성이 들려온다.

“시문이가 시혁이와 진욱이에게 공을 돌린 건, 근본적으로 데스페라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잖아.”

뒤편에 있던 중년의 여성은 마땅찮은 눈으로 혀를 찼다.

“고작 ‘플래티넘에게 핵심 멤버가 죽었다’ 이건 너처럼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놈들의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테니까.”

세계 최강의 빌런 조직인 데스페라도.

사실상 전원이 국제적인 범죄자에 불과한데도.

그에 대한 자부심은 하나같이 대단했으니까.

“당연히 그 오명을 씻으려고 온갖 지X병을 다 떨 텐데. 저렇게 시혁이와 진욱이한테 넘기면 그럴 일도 없잖니?”

그 말에 김무열 역시 인상을 확 찌푸리며.

“잘난 척 마라. 이영희. 난 그걸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니다.”

어느새 시문의 곁으로 다가온 이영희를 노려봤다.

하나.

“얼씨구? 그럼 다 알면서도 굳이~ 떠보는 그 고약한 심리는 뭔데?”

당장이라도 베어 버릴 듯한 그의 눈빛에도.

“그 사이코들이 한국에서 날뛰면 협회장인 너도 안 좋잖아? 안 그래?”

이영희는 여유롭게 김무열을 마주 볼 뿐이었다.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 판에, 뭘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물어대다니, 양심이 있어야지.”

“이영희!”

쾅.

책상을 박차며 일어나는 김무열.

당장 랭커인 그와 최근 들어 골드급으로 회복한 이영희의 수준 차이는 상당했지만.

“어머나~ 무서워라. 내가 랭커일 때는 큰소리만 치던 놈이. 나 힘 좀 빠졌다고 이젠 책상까지 치네?”

“건방 떨지 마라!”

“그래. 각성자는 힘이 다지. 시문아, 나도 너희 길드에 가입 좀 해야겠다. 이거 어디 서러워서 살겠니?”

이영희는 그저 능청스럽게 김무열의 기세를 받아낼 따름이었다.

‘이모님…… 역시 숙부와는 사이가 좋지 않으시네.’

늘 어머니 같았던 이영희의 색다른 모습.

그에 시문은 조금 난처한 미소로 두 중년의 사이를 갈랐다.

“전 괜찮으니 두 분 다 진정하세요.”

“흥. 운 좋은 줄 알아라.”

“어머~ 지X을 하세요.”

어째 나이만 들었지.

이제 24살인 시혁이와 유정이를 보는 느낌이 든다면 착각일까?

시문은 그렇게 두 어른을 진정시켰고.

“내 정신 좀 봐. 저런 싸가지한테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닌데…….”

고개를 저은 이영희는 한층 깊어진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이내.

“시문아.”

시문의 손을 감싸 쥔 그녀는 몇 번 입술을 달싹이더니.

“……정말 고맙다. 모든 게 다.”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이모님. 전 그저…….”

시문은 대번에 부정했으나.

이영희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10년 전에 하신 일…… 유정이에게 다 들었단다.”

분명 그녀의 눈과 입은 웃고 있건만.

어찌 시문의 눈엔 정반대로 보였다.

이영희는 시문의 어깨를 부드럽게 쓸었다.

“넌 어렸을 때부터 참 똑똑한 아이였지. 아마 10년 전 사건에 아버지가 연루되었다는 것도, 진즉 눈치챘을 거야.”

“이모님…….”

“그런데도 넌, 나나 유정이에게 따로 언급 없이 저 싸가지와 일을 처리하려고 했지.”

“이모님 그건!”

“시문아. 널 탓하려는 게 아니야.”

입술을 슬쩍 깨문 이영희는 무언가를 삼키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으며 잠시 침묵했다.

이내.

“나와 유정이를 걱정해서잖니. 나도 다 안단다. 난 그냥…… 그냥 그 모든 게 다 고마워서 그래.”

따스하게 웃는 이영희.

“그날의 일로 네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너무 잘 아니까. 그게 또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결국.

“은혜 대신 내가 널 돌봤어야 하는 입장인데…… 그렇게 쓰러져 버려선…….”

그녀의 볼을 타고 맑은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잠시 당황하던 시문은 부드럽게 웃으며.

“이모님. 전 괜찮아요. 이제 멀쩡하고, 그때 일도 다 해결되었잖아요.”

흐느끼는 이영희를 다독였다.

괜히 달랜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더는 마력불능도, 10년 전 그 사건으로 인한 잔재도 없으니까.’

쓰레기 같던 몸도 고쳤고.

멀어졌던 동생들과의 관계도 다시 회복했다.

거기다 이렇게 10년 전 사건의 내막을 알아내고.

이렇게 복수까지 하지 않았는가?

물론 이순철 회장을 처리한 것은 시문 자신이 아니긴 하였으나.

‘어차피 이순철 회장은 살려둘 생각이 없었으니까.’

처단한 손만 달랐을 뿐.

어차피 10년 전 사건의 복수와 유정이를 위해서도.

이순철 회장은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시문의 눈에 담긴 진심을 알아차린 것일까.

“……정말이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어진지 몰라.”

이영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쯧. X병을 하는군.”

귓가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

이영희는 그것을 깔끔히 무시한 채.

자신을 안아주느라 헝클어진 시문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

“여하튼. 시문아? 난 이번 일을 이렇게 말로만 끝내진 않을 거야.”

“이모님. 전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거기다…….”

전 이모님의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걸요.

뒷말을 애써 삼키는 시문.

그러나 이영희는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러면서도 이해와 씁쓸함이 담긴 미소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다.

시문은 조용히 이영희 두 손을 잡았다.

‘아마 지금의 상황이 가장 힘든 건 이모님이시겠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이영희의 이야기를 몇 번 들었던 시문은 알고 있다.

‘결혼하기 전까진. 이순철 회장과 화목했던 부녀 사이셨으니까.’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딸을 회장직에 올려놓기 위해.

이순철 회장이 했던 노력을 말이다.

‘그렇게 자신을 위하던 아버지가 도리어 자신을 불구로 만들려고 했으니.’

물론 이영희의 결혼 후에 사이가 안 좋아졌다지만.

어리고 젊었던 시절.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어디 가진 않을 터.

당연히 10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상당했으리라.

‘거기다 딸인 유정이는 그 일로 제 할아버질 살해하려고 했고…….’

아버지와 딸.

그 사이에 선 이모님의 속이 어떨지는 가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랬기에.

스륵.

시문은 어느새 자신의 기억보다 작아진 이모님을 가만히 안아주었고.

1세대를 호령하던 랭커는 그렇게.

“흑……!”

소리 없는 위로에 무너져 내렸다.

* * *

“그러니까.”

우아하면서도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문이 네 말은 내가 유정이의 자백을 증언만 해주면 된다는 거지?”

이영희의 물음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미 증거에 범인까지 다 잡아내서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범행을 자백한 이유까지 털어내는 게 깔끔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다니엘에게 협박받았다는 증언은 좀 어렵지 않겠니? 난 그동안 출근부터 아레나까지 멀쩡히 다했는데.”

“네. 그래서 제가 준비한 게 있어요.”

시문은 인벤토리를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검보라색의 기운이 감도는 작은 알이었다.

“그게 뭐니?”

“이건 공허를 정제한 독이에요.”

“공허를 정제한 독? 공허가 이런 식으로 정제할 수 있는 기운이었어?”

“가능은 해요.”

여러 사기적인 요소만 갖추고 있으면요.

속으로 그 말을 삼킨 시문은 부드럽게 웃으며.

“이걸 복용하시면 약간의 고통과 스탯 하락이 있으실 거예요.”

그것을 내밀었다.

“하지만 제가 드린 해독제를 먹으면 금방 회복되니. 후유증도 걱정하실 필요 없고요.”

“어쩜! 재주도 좋지.”

이영희는 시문이 내민 독을 받았다.

“이걸 먹고 각성자 병원에서 검진까지 받으면 딱이겠네?”

“예. 이모님의 체내에서 공허가 검출될 테니. 다니엘에게 협박받았다는 유정이의 자백도 힘이 실릴 거예요.”

“그래서 오자마자 유정이를 기자회견 하라고 보낸 거구나?”

“유정이랑 이야기는 이미 다 되어있거든요.”

시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영희는 헛웃음을 흘렸다.

“새삼…… 네가 어진 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예?”

“호호! 아니. 그냥 혼잣말이었어.”

눈웃음을 흘린 이영희는 독을 품속에 넣었다.

“이건 이모가 잘 복용하고 증언할 테니까. 걱정 말렴.”

“걱정이라뇨. 이모님이 어떤 분이신데.”

“호호호! 세상 사람들은 다 퇴물이라 놀리는데. 너만큼은 날 인정해 주는구나?”

장난스럽게 웃은 이영희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고, 나중에 해독제 꼭 챙겨줘야 한다?”

시문을 배웅했다.

“네 이모님. 몸조리 잘하시고, 성장 버프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머~ 든든해라~ 시문아, 나 정말 연락한다?”

“얼마든지요.”

그렇게 시문이 협회장실을 나서자.

딸깍.

문을 닫고 돌아서는 이영희.

“김무열.”

그녀의 얼굴은 방금 시문을 배웅했다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얘기 좀 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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