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75화 (175/349)

제175화

175화. 공성전 (3)

불지옥.

이보다 적합한 표현이 또 있을까?

뜨겁다 못해 정신까지 아릿한 열기가 전신을 조여온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믿기지 않는 열기는 한차례, 중재를 받은 열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화르륵.

이 살벌한 흑염을 중재하고 있는 한 아랍계의 남성.

“크으읍!!”

바샤르 압둘은 이를 악물다 못해.

눈에 핏발까지 세워가며 무형의 기운으로 흑염을 막아서고 있었다.

하나 그런 노력에도.

끼기긱.

우리에 갇힌 야수마냥.

성난 흑염은 무형의 벽을 마구 긁어댔다.

그 모습에 아메리칸드림의 유망주, 앤드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SS급 특성 화염의 지배자를 지닌 바샤르가 감당하지 못하는 화염이라고?’

SS급 특성 화염의 지배자.

말 그대로 화염을 지배할 수 있는 특성이기에.

화속성 마법계나 화속성과 연관된 이들에겐 최악의 상성을 자랑했다.

애당초 ‘SS급의 지배자’라는 이름을 단 특성들 모두 그랬다.

당장 1세대 출신의 랭커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플레이어.

철목왕 김무열 역시 같은 SS급 특성 식물의 지배자가 아니던가?

김무열 앞에서 드루이드를 포함한 식물 관련 몬스터들은 한낱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바샤르 압둘 역시 그래야 했는데…….

‘막아내긴커녕, 일부의 화염을 감당하는 게 고작이라고……?’

아예 완벽히 막아 냈으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뚫려버린 성벽 안으로 들어왔던 검붉은 구슬.

그것은 바샤르 압둘이 있는 방향을 제외하곤 사람도 건물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든 상태였다.

그나마 앤드류를 비롯한 절반 가까이가 마침 바샤르 압둘 쪽에 있던 참이라.

대략 80여 명의 플레이어가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크윽! 더, 더는……!”

이젠 그마저도 한계였다.

끼기긱.

녹슨 기계음과 함께.

흑염을 억제하던 바샤르 압둘의 양팔이 점점 벌어진다.

SS급 특성인 분석.

그것을 최대로 활성화시킨 앤드류가 푸른 눈동자를 일렁이며 외쳤다.

“저건 힘으로 막을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제가 순간이동 마법을 펼칠 테니, 그때까지만 버텨주세요!”

그 말과 동시에.

화르르르르!

바샤르 압둘의 SS급 특성.

화염의 지배자를 뚫고 쓰나미 같이 들이닥치는 흑염.

“파이어 레지스트.”

“배리어!”

“우릴 보호하소서!”

비틀거리는 바샤르의 앞으로 마법계와 보조계들의 보호막이 펼쳐지고.

“바샤르. 이쪽으로.”

“저 어깨를 잡으시죠.”

암살계 플레이어들이 민첩한 몸놀림으로 바샤르를 부축한다.

어느새 바닥에 완성된 마법진 위로 그들이 올라서자.

“이미 흑염이 지나간 건너편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일방적으로 외친 앤드류는 곧장 대규모 텔레포트를 시동했다.

우웅.

공간이동 특유의 이명이 흘러나오며 80여 명의 플레이어가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화르르르르!

다중 보호막을 깨부순 흑염이 그곳으로 들이닥쳤다.

* * *

화르륵.

따닥.

성난 불의 함성과 나무 따위가 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샤르 압둘이 흑염을 막아섰던 곳의 반대편.

그러니까 이미 저 악랄한 흑염의 손길이 한번 지나간 곳으로 이동한 80여 명의 플레이어.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떡 벌리곤.

“세상에…….”

“저런 게 우릴 덮치려고 했던 거야?”

“역시 바샤르군. 저걸 몇 분이나 홀로 막아 내다니.”

방금까지 서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럴 수밖에.

바샤르 압둘 덕분에 온전할 수 있었던 야만의 요새 절반을.

콰르르륵.

검붉은 화염이 실시간으로 불살라버리고 있었으니까.

오로지 파괴를 위해 달려가는 게걸스러운 불꽃의 몸놀림.

흡사 인간의 손을 떠난 자연재해라도 보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앤드류의 시선은 충격을 넘은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화염은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야…… 일종의 권능에 가까운 힘이다.’

SS급 특성인 분석.

거기다 배후성으로 성좌 아테네까지 둔 그의 시선엔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야만의 요새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저 흑염의 실체가 말이다.

앤드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대체 뭐지? 김시문은 분명 마법계라고 했는데. 어떻게 권능을 사용하는 거지?’

마법과 권능은 비슷하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

마법은 마력을 비롯한 각종의 기운을 해당 술식과 지식에 맞춰 풀어내는 일종의 학문.

‘설마…… 보조계였나?’

하나 권능은 고위 보조계나 성좌들이 사용하는 힘.

어떤 학문이나 과학적인 원리가 아닌, 인과를 설명할 수 없는 힘이었다.

말 그대로 신의 힘인 것이다.

그리고 김시문이 던진 두 개의 구슬은 그러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마냥 권능이라고 확신할 순 없어.’

말이 그러하다는 것이지.

김시문의 힘이 확실히 권능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일단 권능이었다면 바샤르가 막아 낼 수 없었을뿐더러.

‘그러기엔 뭔가 권능과 다른 부분이 있었어.’

뭐랄까?

어떤 신도 섬기지 않는 고위 사제의 성력 같달까?

분명 형태는 권능과 같은데, 그것을 이루는 본질이 뭔가 다른 느낌.

즉, 권능이라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내.

“하.”

헛웃음을 흘리는 앤드류.

‘어떤 신도 섬기지 않는 고위 사제의 성력이라니…….’

앙꼬 없는 찐빵.

태양 없는 지구(the earth having no sun)와 다름없지 않은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아마 지금의 내 수준으론 완벽한 분석이 불가능한 거겠지.’

아무리 자신이 SS급 특성에 성좌 아테네를 배후성으로 두었다지만.

김시문은 그 이상의 스펙을 지니고 있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힘에 두들겨 맞았다고.

마냥 이대로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만한 마법을 두 번이나 연달아 펼쳤으니, 김시문의 컨디션도 최악일 겁니다. 바샤르. 당신은 최대한 컨디션을 회복해 주십쇼.”

“그래. 바샤르. 아까 네가 화속성 마법도 통하지 않았잖아, 넌 쉬었다가 김시문이 또 화속성 마법을 펼치면 돕도록 해.”

앤드류의 말에 곁에 있던 굵직한 흑인 남성.

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헐떡이는 바샤르의 어깨를 두드렸다.

“크윽…… 알겠다.”

“궁수와 마법사들은 저와 얼른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시죠. 놈이 쉴 틈을 주면 안 됩니다.”

“성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전투계와 암살계는 나와 앞장서자고.”

앤드류와 론은 익숙하게 상황을 주도했고.

“알겠습니다.”

“어이! 탱커들은 론의 옆으로 붙어!”

80여 명의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둘의 오더를 따랐다.

세계 최강 길드인 아메리칸 드림의 두 유망주이기도 했고.

바샤르를 제외하고서야.

앤드류와 론에 필적할 만한 플레이어가 없는 탓이었다.

정확히는.

‘모두 김시문의 흑염에 타버렸다고 해야겠지…….’

앤드류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처음 매칭된 190명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모두가 아는 얼굴.

심지어 어지간해선 적으로 만났던 이들이라, 실력도 서로 인정하는 상태였는데.

‘남미, 아프리카, 유럽까지. 나름 유망주인 녀석들이 한순간에 비명횡사를 해버리다니.’

바샤르를 제외하면.

현재 살아남은 80여 명 중 실력자라 할 수 있는 이는 같은 길드 유망주인 론 하나 정도였다.

‘그래도 놈도 마력을 많이 소모했을 거야. 그만한 마법을 두 번이나 썼는데, 마력이 남아 있을 리가 없지.’

다이아 랭크라면 모를까.

아무리 김시문이 규격외의 유망주라 불려도.

마력량 자체는 한계가 분명할 터였다.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결국, 올해 초에 아레나를 시작한 플레이어니까.’

높아 봐야 100대 초중반.

이리저리 보너스 스탯을 얻었다 해도, 마력 스탯이 높을 리는 없을 터.

라고.

앤드류는 생각했다.

끼이이!

하늘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오기 전까진.

“저건?”

하늘을 올려다본 앤드류의 미간이 확 찌푸려진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잿빛의 앙상하게 마른 박쥐.

“칼날비명박쥐?”

칼날비명으로 불리는 마수형 박쥐가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저, 저게 다 몇 마리야?”

“칼날비명박쥐가 여길 왜!”

떼거리로 말이다.

‘대충 봐도 100여 마리에 가까운데 저만한 숫자가 갑자기 어디서…….’

칼날박쥐 무리를 노려보던 앤드류의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기, 김시문!”

갑작스러운 앤드류의 외침에.

“뭐?”

“앤드류 그게 갑자기…… 아!”

고개를 갸웃하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탄성을 터뜨린다.

이내.

“국가대항전에서 봤던 그 마수들!”

“김시문의 소환수야!”

“쏴! 얼른 저것들을 쓸어버려!”

국가대항전 플래티넘부에서 보여주었던 마수들.

그것임을 깨달은 플레이어들은 서둘러 준비했던 원거리 공격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끼아아아아!!

이미 칼날비명박쥐들의 입은 열려버린 상태였다.

위이이잉.

칼날이 날카로운 비명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한둘이라면 모를까.

100여 마리가 넘는 칼날비명박쥐들의 합창은 플래티넘 상위권들도 쉬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고.

“우웩!”

“어, 어지러워!”

초음파에 당한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몸을 비틀거렸다.

“빌어먹을! 힐러들은 뭐 하는 거야!”

“보, 보호막이라도 좀 써줘!”

몸을 쓰는 전투계들이 휘청거리며 악을 썼으나.

“우리도 어지러워서 못…… 웩!”

“집중을 못 하겠어…….”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마법계와 보조계에겐 더욱 치명적이기에.

플레이어들은 어떤 대처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소닉 배리어.”

괜히 아메리칸드림의 최고 유망주가 아닌 것일까?

앤드류는 분석이 활성화된 푸른 눈동자로 일대에 일렁거리는 보호막을 펼쳤고.

“역시 앤드류야!”

“고맙습니다!”

초음파에서 벗어난 플레이어들은 비틀거리며 감사를 표했다.

“나이스다. 앤드류.”

가장 선두에 섰음에도.

비틀거림이 제일 적던 론이 엄지를 척 든다.

앤드류는 고개를 끄덕여 파트너의 인사를 받았으나 그뿐.

‘대체 왜지?’

그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질 못했다.

‘김시문은 펠배트를 소환할 수 있잖아?’

공중에서 녹색의 산성액을 폭격하는 펠배트.

박쥐형 마수 중 단연코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고.

다이아 랭크의 흑마법사들도 공성전에서 즐겨 소환하는 마수였다.

한데.

‘왜 굳이 칼날비명박쥐를 소환한 거지?’

플래티넘 상위권도 뒤흔드는 상태 이상 능력을 지녔다지만 그뿐.

공격력은 없다시피 한 칼날비명박쥐를 굳이 왜 소환했단 말인가?

이내.

‘잠깐. 그러고 보니 칼날비명박쥐의 수가 100마리뿐이잖아?’

앤드류의 눈이 부릅뜨인다.

국가대항전에서 보여준 김시문의 마수 숫자는 총 300마리.

한데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100여 마리뿐이다.

‘나머지 200마리는?’

자연스레 앤드류의 사고가 의문을 떠올렸고.

앤드류는 곧바로 그 해답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세하게.

그러나 플래티넘 최상위권인 그의 감각을 속일 수 없는 진동이.

드드드드.

발밑에서 느껴졌으니까.

‘설마!’

등허리를 스치는 싸늘함.

그 감각의 경고에.

“모두 바닥에서 멀어지세요!!”

앤드류는 곧장 비명 같은 경고를 지르며 부유 마법을 사용했으나 그뿐.

그의 말에 반응한 플레이어는 단둘.

선두에 있던 론과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바샤르뿐이었고.

그렇게.

콰르르르르!

“바, 바닥이!”

“으아아악!”

또 다른 지옥이 그들을 반겼다.

* * *

“으아아악!!”

“끄아악!”

공포와 혼란으로 젖은 비명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그 아래론 이 비명의 원인.

꾸르륵.

꾸득.

전신에 날카로운 가시와 이빨이 돋아난 지렁이 형태의 마수.

가시아귀들이 어느 바닷속 해초같이 흐느적거렸다.

물경 300여 마리에 달하는 가시아귀들.

그러한 벌레 마수들이.

“내, 내 팔! 다리가!”

“살려…….”

“꺄아아악!”

고작 80여 명의 인간들을 나눠 먹으려는 광경은 그야말로 또 다른 지옥을 연상케 했고.

이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교복의 미소년.

‘대, 대단해!’

유우토는 눈을 반짝이다 못해, 얼굴까지 붉히며 두 손을 꽉 쥐었다.

‘아까의 마법도 그랬지만, 저 마수들의 연계는 정말 상상치도 못했는데…….’

공격력은 낮으나,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칼날비명박쥐.

공격력이 뛰어나지만, 기습의 성공률이 다소 낮은 가시아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여, 장점만을 남긴 마수의 연계는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저런 연계를 당하면 위험하겠지.’

슬쩍 몸을 떠는 유우토.

그런 이유로의 귓가로.

“유우토. 슬슬 가자.”

뚜렷한 미성이 들려온다.

유우토는 퍼뜩 시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예?”

“슬슬 가자고.”

“어딜…… 말씀이신지.”

“어디긴. 야만의 요새지.”

너털거리며 전방으로 턱짓을 하는 시문.

그에 유우토의 얼굴이 조금 해괴해졌다.

“저길요?”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나설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만…….’

바닥에서 솟아난 300여 마리의 가시아귀의 기습 덕분에.

80여 명의 플레이어들은 벌써 조각조각 나뉘어, 저들의 입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나?

더는 비명도 들려오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하나 그걸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뭐야. 유우토, 너 저런 벌레몹들 무서워하냐?”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고.

“아뇨. 전 벌레 따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유우토는 얼른 부정했다.

“상대는 시문 씨께서 다 처리하신 거 같아서요.”

“아.”

시문은 작게 탄성을 흘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직 세 명이 남아 있어.”

“남아 있다고요?”

대답은 할 필요도 없었다.

콰광.

키에에!

폭음과 가시아귀들의 비명이 곧장 이어져 온 것이다.

잠시 눈을 깜빡이던 유우토의 얼굴이 더욱 해괴해진다.

“설마. 절 위해 남겨두신 겁니까?”

“음?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시문은 부정했으나.

“……그렇습니까?”

시문을 바라보는 유우토의 해괴한 표정은 여전했다.

유우토는 그 표정 그대로.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반파를 넘어.

지옥이 되어버린 야만의 요새를 향했다.

“빌어먹을!”

“론! 아래 또 옵니다!”

부서진 성벽 사이로 거친 욕설이 들려온다.

요새 내부를 확인한 유우토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남긴 게 아니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셨군요.’

앤드류와 론, 그리고 바샤르까지.

3명의 생존자들은 유우토 본인도 인정하는 실력자들이었으니까.

다만.

끼이이이!

꾸드득.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라도 칼날비명박쥐와 가시아귀의 연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는지.

“좀 뒈져라!”

“X발. 대체 얼마나 더 죽여야 되는 거야?!”

호적수로 인정하던 3인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커헉!”

“바, 바샤르!”

“제기랄! 앤드류! 바샤르를 엄호해 줘!”

바샤르가 쓰러지면서 위태로워지는 상황이었고.

“당신들은!”

“김시무우운!!”

시문과 유우토를 알아본 앤드류와 론이 성난 고함을 토했다.

하나 그뿐.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쉬세요.”

서걱.

이어지는 유우토의 깔끔한 발도에 모두 목이 달아났다.

최후의 저항인 3인이 사라져서일까?

끼이이.

꾸륵.

박살 난 야만의 요새엔 살아남은 마수들의 울음만이 들려왔고.

시문은 3인의 시체를 말없이 내려다보는 유우토를 향해 다가갔다.

“고생했다. 유우토.”

“고작 칼 한 번 휘둘렀을 뿐인걸요. 모두 시문 씨 덕분이죠.”

“아니야. 저 셋은 살아남을 만한 실력자였잖아. 너도 네 몫을 한 거지.”

“아닙니다. 전 그저 숟가락만…….”

“아. 니. 라. 고.”

재차 부정하는 유우토의 어깨를 꽉 잡는 시문.

“넌. 네 몫을. 한 거야. 그러니까 ‘우린 함께’. 아레나를 끝낸 거고.”

눈치 챙겨 유우토.

라는 말을 간신히 삼킨 시문은 또박또박 강하게.

특히나 ‘우린 함께’라는 단어를 강조했고.

“시, 시문 씨…….”

늘 차분하고 다소 냉담하던 유우토의 눈동자엔 작은 물기가 차올랐다.

“당신은 정말이지…….”

입술을 달싹이던 유우토는 고개를 푹 숙이곤.

“예.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우린 함께 아레나를 클리어했어요.”

인정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시문 씨. 정말로요.”

고개를 든 유우토의 얼굴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미소가 가득했고.

[세 성좌의 미션을 완수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그 앞으로 떠오르는 미션 완료창에.

“그래. 그래야지.”

시문 역시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야만의 요새가 반파되었습니다.]

[요새에 설치되어있던 봉인이 풀립니다.]

[특수 조건 만족으로 히든 보스. ‘네메아의 새끼 사자’가 등장합니다.]

메시지들이 주르륵 두 사람의 눈앞으로 떠올랐고.

[성좌 제우스가 두 눈을 부릅뜹니다.]

[다른 네 명의 성좌들이 경악을 토합니다.]

제우스를 포함한 성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는.

‘메인 아레나? 이게 왜 벌써 나와?’

시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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