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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69화 (169/349)

제169화

169화. 일타쌍피 (2)

허옇고 푸른 빛줄기.

정확히는 벼락이라고 일컫는 것들이.

콰자자작!

거친 뇌성을 머금고 모래사장 위로 쏟아졌다.

뇌속성의 강점 중 하나인 속도.

말 그대로 벼락처럼 날아드는 뇌전에.

“끄아악!”

“끄르륵!”

선두로 달리던 플레이어들은 순식간에 시커먼 숯덩이가 되었다.

그에.

“강위항!”

재앙 같은 벼락 다발을 간신히 피해 낸 다이아 플레이어들이 소리쳤고.

“알고 있다고!”

강위항은 윽박으로 답하며, 곧장 양팔을 펼쳤다.

우웅.

그의 손끝에서 검푸른 기운이 흘러나온다.

순식간에 복잡한 마법진의 형태로 조형되는 검푸른 기운.

강위항은 두 손을 합장하여 두 마법진을 합쳤다.

“아쿠아 큐브!”

솨아아아!

시동어와 함께 바닷가에서 물줄기가 세차게 치솟는다.

아군의 앞으로 날아든 물줄기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박스의 형태를 이루었고.

출렁!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벼락 다발을 집어삼켰다.

“오오!”

“역시 강위항이야!”

방금까지 죽음을 코앞에 두었던 대륙성의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감탄을 토하곤.

“이 틈에 포위망을 구축해!”

“원거리 견제를 쉬지 마라!”

시문을 둘러싸며, 연신 원거리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마법의 성공과 별개로.

“큽!”

시전자인 강위항은 이마에 핏대까지 세우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비릿한 피 맛이 감돌았으나 그뿐.

강위항은 그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저 뇌속성 마법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합장을 한 두 손.

그 사이에 자리한 검푸른 마법진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우우웅…….

불안정한 이명을 토하고 있었으니까.

강위항은 경악 어린 눈으로 아쿠아 큐브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 속에서 날뛰는 벼락들이었다.

‘전도율이 높은 바닷물까지 이용했는데……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아!’

뇌속성의 공격을 막아 내는 수속성 마법 아쿠아 큐브.

심지어 전도율 높은 바닷물까지 이용해서 마법의 효과를 극대화시켰고.

자신의 S급 특성인 물의 조형까지 더해져, 7성급 뇌속성 마법 두세 개는 거뜬히 담아낼 여력이 있었다.

그래.

그래야 했는데.

파지직.

“크윽!”

그런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아쿠아 큐브에 담긴 벼락은 무슨 미끼를 문 고래처럼 날뛰었다.

강위항의 얼굴이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단순히 날뛰는 벼락 다발 때문만이 아니었다.

‘현실인데도 이만한 위력이라니!’

본디 플레이어들은 현실에서 전반적인 능력의 제약을 받는다.

스탯이나 스킬, 특성의 위력이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한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이라니!

‘만약 현실이 아닌, 아레나에서 김시문을 만났다면…….’

그랬다면, 저 벼락을 지금처럼 가둘 수 있을까?

아니, 막아 낼 수는 있는 걸까?

따지고 보면 김시문은 플래티넘이고 자신은 다이아인데도.

그러한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래서일까?

덜덜.

합장한 양손의 떨림은 어느새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끼리릭.

녹슨 마찰음이 흘러나오며, 합쳐두었던 마법진이 점점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꾸르르륵.

뇌기를 가두고 있던 아쿠아 큐브 역시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불안정하게 끓어올랐다.

앙다문 강위항의 입술 사이로 핏물이 주르륵 흐른다.

‘이, 이대로는……!’

담아두었던 벼락 줄기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 동료들을 찢어발기리라.

그럼 아까와 달리.

김시문을 둘러싼 진형 덕분에 피해는 배로 커질 터.

그때.

‘아!’

강위항의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화우언 이 자식! 믿고 있었다고!’

함께 온 다이아급 암살계인 화우언.

은신을 풀며 시문의 뒤편에서 나타난 그가.

“죽어라!”

시문의 목덜미로 강기 어린 단검을 내지른 것이다.

거기까지 본 강위항은 온 힘을 담아 외쳤다.

“모두 물러나라!!”

동시에 아쿠아 큐브를 캔슬해 버리는 강위항.

그동안 갇혀 있던 성을 토하듯.

콰가가각!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벼락들.

그에.

“으악!”

몇몇 길드원들이 뻗어 나온 벼락에 적중당했으나, 강위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경고를 했음에도 피하지 못할 놈들이라면 어차피 골드에 불과할 테고.

그따위 것들보다 저 괴물 같은 소국놈의 목에 칼날이 박히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그러나.

“이, 이럴 수가……!”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

김시문의 목에 칼날을.

그것도 강기 어린 칼날을 쑤셔 넣던 화우언은 반대로.

펄럭.

S급 방어구였을 검은 가죽을 펄럭이며, 상체를 잃고 허공을 날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철퍽.

흥건하게 젖은 헝겊.

또는 핏물이 그득한 살덩이가 땅에 처박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

“…….”

방금 전투의 열기로 들끓었던 모래사장은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고.

“깜짝 놀랐네.”

말의 내용과 달리.

지나치게 차분한 시문의 목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키잉.

그의 왼쪽 눈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이명도 함께 말이다.

* * *

시문은 패황쇄로 상체가 사라져버린 암살계 플레이어의 시체를 힐끗했다.

‘고등급의 은신 특성인가? 기습전까진 전혀 눈치를 못 챘네.’

뭐랄까.

얼마 전에 대련했던 밤사냥꾼 박진욱과 비슷한 은신 수준이랄까?

분명 찌르고 들어온 기습은 박진욱의 기습과는 비교하기 미안할 수준이었으나.

은신 자체는 진심 모드의 박진욱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미래시가 아니었으면 최소 치명상이었겠어.’

물론 미래시가 없었어도 순간적인 살기에 대처는 했겠지만.

상대는 강기를 씌운 상태였으니, 피해는 상당했으리라.

‘사르가스. 이 효자녀석 같으니.’

미래시를 남겨준 용족.

사르가스를 향해 감사를 표하던 시문의 귓가로.

“화, 화우언!!”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왔다.

시문의 시선은 화우언을 부르짖는 남자를 향했다.

‘아스트라페의 뇌기를 잠시 막았던 사람이네.’

전도율 높은 물의 장점을 이용해, 수속성 마법으로 아스트라페의 벼락을 봉인한 남자.

‘마법에 담긴 마력 수준으로 보아, 다이아급 마법계일 테고. 고등급 특성의 힘도 제법 섞인 모양인데…….’

시문의 시선이 하늘을 향한다.

정확히는 위로 넓게 펼쳐진 투명한 막이라고 해야겠지.

‘섬 전체의 비까지 막아 내는 걸 보면, 아마 물과 관련된 S급 이상의 특성 소유자겠군.’

그뿐만 아니었다.

“네노오옴!!”

“이 망할 새끼가 화우언을!”

노성과 함께 달려드는 또 다른 플레이어들.

그들이 뿜어내는 기세 역시 앞선 화우언이라는 암살계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저들도 전부 다이아급이군. 대체 다이아가 몇이나 온 거야?’

따악.

시문은 모래를 연성해 거대 주먹과 병장기 등.

“이익!”

“저 비겁한 새끼가!”

저들의 접근을 막아내곤 빠르게 적진을 훑었다.

‘다이아만 4명에 플래티넘도 10명, 뒤에 골드는 사망자까지 거의 100명인가.’

소규모 길드는 명함도 못 내밀 전력.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주 작정을 했군.’

고작 비각성자 하나 데려오자고 저만한 전력을 보내다니?

심지어 아까 폭파시켰던 마법진으로 보아, 순간이동이 가능한 마법계까지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우리 대단하신 창왕께서, 최우석 박사를 아주 높이 평가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고서야.

이만한 전력을 호위로 일개 비각성자를 위해 보낼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더더욱.

‘곱게 보내줄 수 없지.’

아스트라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에 호응하듯.

파직.

아스트라페는 살가운 스파크를 일으켰다.

시문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로브의 덩치들을 힐끔하고는.

“울어라. 아스트라페.”

또다시 벼락 다발을 쏟아냈다.

그에.

“미, 미친!”

“모두 달아나!!”

대경실색하는 대륙성의 플레이어들.

특히나.

“저런 걸 또!”

아쿠아 큐브로 시문의 뇌전을 막아 냈었던 강위항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다.

더는 아스트라페의 벼락을 막아 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때.

저벅.

지금껏 상황을 주시하기만 하던 로브의 덩치 하나가 움직였다.

힘껏 숨을 들이마신 듯.

로브를 눌러쓴 덩치의 몸은 더 크게 부풀었고.

푸아아아!!

뿜어진 푸르죽죽한 물줄기가 아스트라페의 벼락을 들이박았다.

치이이이.

뿌연 수증기가 쉴새 없이 피어오른다.

이어.

쿠웅.

작은 진동이 일 정도로 강하게 발을 내디딘 로브인은 어느새 대륙성의 길드원들 앞을 가로막았고.

기이하게도 몸을 돌려.

콰자자작!

등으로 아스트라페의 번개 다발을 맞이했다.

침대보 같은 로브가 삽시간 타버린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등껍질?’

거북이의 것으로 보이는 등껍질이었다.

단지 기존에 알고 있던 거북이의 등껍질과 다른 것이 있다면.

‘한 3미터는 되겠는데?’

어지간한 성체 바다 거북이도 비비지 못할 만큼 거대하다는 것.

파직!

그런 거대 등껍질이 시퍼렇고 하얗게 번들거린다.

아스트라페의 뇌전을 머금은 것이다.

꽤나 고통스러운지.

“으윽…….”

작게 신음한 거대 거북은 물기를 털어내듯.

전신에 힘을 주며 빈 모래사장으로 등껍질을 털었다.

파츠측.

등껍질이 머금었던 벼락이 다시금 쏟아져나온다.

이전과 다르게 다소 가늘고 숫자도 줄어버린 벼락들.

그를 본 시문은 고개를 까딱였다.

‘묵직한 용력이 느껴지길래 고위 용족이겠거니 예상은 했지만, 설마 터틀 드래곤일 줄이야.’

터들 드래곤.

최상급 용족 중 하나로 드레이크에 필적하는 방어력을 지닌 용족.

특히나 방어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드레이크보다도 훨씬 더 단단한 용족이었다.

당장 아스트라페의 벼락 다발을 홀로 막아 낸 것이 그 증거였다.

-히히! 난 아까 브레스를 보고 바로 예상했지롱~.

‘브레스? 아아. 그렇겠네.’

현자의 돌의 말에 시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상급 용족이라는 증거이자, 용족 최고의 기술 중 하나인 브레스.

하지만 드래곤이 아니고서야.

브레스는 사용하는 용종마다 각기 그 위력이 달랐고.

방금 저 터틀 드래곤이 아스트라페에 뿜어 낸 브레스도 마찬가지였다.

‘터틀 드래곤의 브레스는 기본적으로 약화의 성질을 담고 있으니까.’

-그렇지. 괜히 용족의 브레스 중 가장 부실한 브레스라고 하겠어?

용족 최고의 기술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터틀 드래곤의 브레스는 용력으로 이루어진 수압 말고는 공격력이 전무했다.

‘그래도 난 파괴력만 강한 브레스보단, 저런 브레스가 더 까다롭더라.’

-그렇긴 해. 단순히 파괴력이 높은 것보다야, 저렇게 특정 효력을 지닌 것들이 상대하기 더 귀찮으니까.

대신 닿는 모든 것을 약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상황에 따라선 더럽게 까다로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정보가 사실이었어. 아스트라페라니…….”

“이곳은 아직 정규 아레나가 아니어서 위력이 많이 약해졌을 텐데. 대단하군.”

지금이 딱 그러한 상황이었다.

펄럭.

침대보 같은 로브를 벗어 던지는 또 다른 용족들.

하나는 악어를 빼닮은 넓적하고 기다란 머리에 다소 살이 빵빵한 거구였고.

하나는 드라크처럼 파충류 특유의 머리통에 근육질을 지닌 거구였다.

시문은 한눈에 저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드라커다일과 드레이크라…….”

자신들을 알아보는 것이 꽤 신기했는지.

“호오? 플래티넘이라 들었는데. 우릴 알아보나?”

“어디 다이아 랭크의 방송이라도 봤겠지.”

드레이크와 드라커다일은 큼직한 눈을 잠시 반짝였다.

시문은 그런 용족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전투가 시작됐는데도 그렇게 무게를 잡고 있나 했더니. 그럴 만했네.’

저 둘 모두, 앞선 터틀 드래곤처럼 최상급에 달하는 용족들.

당연히 용족 특유의 오만함은 하늘을 찌르는 수준일 테고.

아무리 같은 편이라 해도.

인간 따위가 죽어 나가는데 눈도 깜짝하지 않겠지.

‘그런데도 이렇게 나섰다는 건…….’

시문은 잠시 세 최상급 용족을 훑고는 말했다.

“너희는 애당초 날 노리고 온 거구나?”

“흐흐. 제법 똑똑한 인간이로군.”

“여태 잠자코 있었던 건, 내가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했던 거고?”

“크핫! 그렇지. 혹여나 우리를 보고 줄행랑이라도 쳐버리면 기껏 행차한 보람이 없지 않겠나?”

웃음을 터뜨리는 드라커다일.

그는 살기 어린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네놈이 아스트라페로 추정되는 무구를 사용한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상태였지. 해서 잠시 확인 절차를 거쳤을 뿐이다.”

“그, 그런!”

대륙성의 플레이어 측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저 말은 곧, 그들의 목숨을 미끼로 썼다는 뜻이었으니까.

시문은 그쪽을 힐끔하곤 말했다.

“대륙성이면 같은 편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나서주지 않았나? 저 나약한 것들이 더 죽어 나가기 전에 말이야.”

앞서 한 차례.

아스트라페로 쓸려나간 인원만 근 20명에 달하거늘.

무슨 벌레들이 죽어 나간 것처럼 말하는 드라커다일.

당연히 대륙성의 플레이어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으나 그뿐.

“크윽!”

“…….”

꽤 익숙한 상황인 건지.

다들 별다른 말 없이 주먹이나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헛웃음을 흘린 시문은 파직거리는 아스트라페를 어깨에 턱 걸쳤다.

“그래서, 너희 셋이 나서면 날 잡을 수 있다?”

그 모습이 무릇 마음에 드는 걸까?

드레이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제법 호기로운 인간이군. 그러나 주제 모르는 호기는 만용일 뿐이다.”

“만용? 너희 용족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는데.”

“건방떨지 마라. 인간.”

가만 듣고 있던 터들 드래곤이 움직인다.

그는 아레나 파티의 탱커처럼.

드라커다일과 드레이크 앞에 자리해, 시문을 응시했다.

“이곳은 아직 정규 아레나가 시작되지 않은 곳. 네놈의 능력은 전반적으로 제약된 상태지.”

“그래서?”

“네놈이 우리 용족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기묘한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의 입가엔 비릿한 조소가 그려졌다.

“그것이 정확히 무슨 능력인지는 몰라도, 능력이 하향된 현실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순 없는 노릇이지.”

“확신할 수 있어? 난 지금도 너희에게 영향을 끼칠 자신이 있는데.”

“그런가? 그럼…….”

터틀 드래곤이 등껍질 속을 뒤적거린다.

이내.

검붉은 비늘 형태의 조각을 꺼내는 터틀 드래곤.

“이러면 어떻겠는가?”

그는 그것을 허공으로 던졌다.

화아악!

검붉은 빛을 토하는 조각.

시문은 발광하는 조각을 가만 응시했다.

‘격 높은 용력이군. 세계수를 정화시켰을 때의 수준이야.’

고수준의 용력.

그것을 담은 비늘 조각은 세 갈래로 나뉘어, 각 용족에게 깃들었다.

“용제의 신물이다. 이것이 지속되는 동안, 우린 용제의 권능 아래 모든 정신을 보호받지.”

비늘 돋은 입꼬리를 비죽 끌어올리는 터틀 드래곤.

“또한.”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드득.

까득!

세 최상급 용족의 몸이 뒤틀리며, 급속도로 부풀어 오른다.

이내.

“여기서 현신까지 한다면. 과연 네놈의 그 기묘한 능력이 우리에게 통할까?”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세 괴수가 진득한 미소로 시문을 내려봤다.

그 모습을 본 시문은 아주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레나 내에서면 모를까. 이 정도면 불가능하겠네.”

용제의 축복에 현신까지 해버린다면, 아무리 용력 스탯이 100이 넘었다 한들.

현실에서의 제약으로 사안은 온전한 힘을 발휘하기 힘들 터였다.

당당히 인정하는 시문의 모습마저도 호기를 부린다고 생각한 것인지.

“우리는 너희처럼 힘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도 그리 태연하다니.”

“배짱 하나는 인정해 주마. 상으로 선택권을 주겠다.”

“손가락을 모두 자르고 얌전히 따라오겠나? 아니면 시체로 이송되겠나?”

세 최상급 용족은 인심을 베푸는 척, 조건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시문은 옅은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이대로라면 내가 지겠어.”

능력 제약을 같이 받는 대륙성의 플레이어들이라면 모를까.

아레나 내에서도 다이아 상위권들이나 조우하는 최상급 용족을.

이렇게 현실에서 상대하는 것은 시문으로서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물며 저 셋의 조합마저 조화롭다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하나.

“근데 너희는 이런 생각 안 해봤어?”

시문의 얼굴엔 불리한 자에게서 마땅히 나와야 할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왜 혼자서 여길 왔는지 말이야.”

오히려 세 용족이 지어야 할, 즐거움과 여유만 가득할 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하! 협회라는 단체를 믿어서겠지. 하지만 놈들은 이곳에 오지 못한다.”

“이 결계에는 우리 힘도 깃들어 있으니까.”

세 용족의 눈매가 한결 사나워졌으나 그뿐.

“믿는 구석이 있는 건 맞는데. 대상을 잘못짚었어. 내가 믿는 건 협회가 아니라…….”

곧 경악을 넘어 공포에 젖고 말았다.

무리도 아니었다.

“좀 말이 안 되는 존재거든.”

싱긋 웃은 시문의 팔에서 풀려나는 검보라색 실타래는.

사아아아아아!

“저건!”

“고, 공허가 어찌 이곳에!”

존재해선 안 될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누구든 반응할 틈 없이.

[흐흐! 이리도 빨리 조우하게 될 줄이야. 과연 대모님의 말씀대로 뛰어나구나. 귀빈이여.]

듣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흉성이 섬 전체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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