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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65화 (165/349)

제165화

165화. 철원 (4)

[으음…….]

이 어둑한 차원을 잔잔하게 울리는 신음.

검보랏빛 기운과 촉수가 무더기로 뒤엉킨 존재는 촉수 한 가닥을 들어.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데…….]

턱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쓱 쓸며, 한 여성을 들쳐메고 있는 시문을 바라봤다.

사소한 것도 잘 믿지 않는 성정 때문인지.

아니면 세포 단위까지 정밀히 확인하고 있는 것인지.

검보랏빛의 촉수 무더기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시문의 주변을 돌며 살폈고.

[…….]

마냥 검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거대한 거미는 쥐 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음. 멀쩡하네.]

거대 거미가 그토록 원하던 답이 들려왔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침착히 답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제가 어찌 감히 대모님의 권속에 손을 대겠습니까.]

[하긴, 혼돈 그 개자식이 아니고서야, 이 저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리 없지.]

[아무렴요!]

얼른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거미.

[하나…… 나태한 거미야. 네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구나.]

[그것이 무엇인지, 감히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저 아이는 나의 권속이 아니다.]

고개를 저으며 부정을 표하는 검은 염소.

그에.

[하면 배후성이 된 플레이어인지요? 최근 대모님께서 갤럭시 아레나에 발을 들였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거대 거미는 다시 조심스레 물었고.

[아니. 후원은 하고 있으나, 배후성은 아니다.]

[……그, 그게 무슨!]

16개의 붉은 소행성.

거대 거미의 눈들이 급격히 흔들린다.

[그럼 저 인간은 대모님의 관심과 후원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당신께 어떤 귀속도 되지 않았다는…… 그런 말씀이십니까?]

스스로 내뱉고도 믿기지 않는 건지.

거대 거미는 혼란이 가득한 목소리와 시선으로 검은 염소를 바라봤으나.

그런 거미가 무안할 정도로.

[그렇다.]

검은 염소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

헛숨을 내쉬는 거대 거미.

어지간히도 충격적인지.

그 거대한 몸체가 미세하게 떨렸다.

하나 안타깝게도.

[고작 그따위 것으로 묶어둘 순 없는 노릇이지.]

[예?]

그의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아깝다는 말이다. 나태한 거미야.]

은하급 크기 때문인지.

쩌억.

한순간에 큼직한 블랙홀이 형성된 것처럼 거대 거미의 입이 떡 벌어진다.

무리도 아니리라.

‘한낱 인간을…… 대모님께서 거두기가 아깝다고?’

검은 염소.

저편에서 추앙받는 강대한 외신 중 하나이자.

저편이 아닌 어느 차원을 가더라도, 신왕급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존재이거늘.

그런 존재가 거두기 아까운 자라니?

하나 충격은 잠시일 뿐.

[그렇다면 대모님의 손님으로 보아도 되겠군요.]

[나뿐이더냐? 이 저편의 귀빈이지. 너도 봐서 알겠지만, 저 아인 그분의 흔적까지 지녔거든.]

[그랬지요.]

금세 감정을 추스른 거미는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곤.

[만나게 되어 반갑네. 저편의 귀빈이여. 난 경계의 방직공이라고 불리지.]

아주 정중하게 거대한 다리까지 낮춰가며 예를 취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나의 진명도 기꺼이 알려 주리라.]

‘진명? 자신의 진짜 이름 말인가?’

그 말에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뿐.

별다른 의문은 표하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뭔지 몰라도 저쪽에선 나름 중요한 거겠지.’

자신을 경계의 방직공이라 소개한 거미는 딱 보아도 저편의 성좌로 보였다.

그런 존재가 저렇게 예를 갖추며 언급하는 것을 보면.

진명이라는 것이 보통 중요한 것은 아닐 터.

‘하긴, 검은 염소도 일종의 별칭 같은 느낌이지. 실제 이름은 아닌 거 같았으니까.’

자신에게 그토록 호의를 보이는 검은 염소마저도 진명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에 경계의 방직공이 얼마나 큰 예를 표하는지 절로 느낀 시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었을까?

쿠아아아아아앙!!

[커헉!]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들려온다.

가히 행성이 박살 나면 이런 소리일까 싶을 정도로 강대한 폭음.

시문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폭발의 원인을 바라봤다.

[뭐? 진명? 감히 네까짓 게 나의 아가에게 침이라도 발라보겠다는 것이냐?]

대체 어디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모시여! 전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시끄러워!]

휘릭.

경계의 방직공의 머리를 내려친 검은 염소는 또 한 번 거대한 촉수를 들어 올렸고.

[대, 대모님!]

은하급 스케일의 덩치에 걸맞지 않게.

거대한 두 다리로 애처롭게 머리를 감싸는 경계의 방직공.

그에.

“검은 염소님. 진정하세요.”

시문은 얼른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 잘은 모르지만, 제게 예우를 차려 주시려는 거 같았는데. 이러시면 제가 미안해지잖아요.”

[흐음…….]

다행히 말이 먹혀드는 분위기였지만.

[좋다.]

검은 염소는 썩 내키지 않는 어조로 치켜들었던 촉수를 거두었고.

[이, 이게 대체…….]

무자비한 폭력을 예상했던 경계의 방직공은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16개의 눈을 끔뻑였다.

이내.

[대, 대모님의 노기를 달래주어 참으로 고맙네! 귀빈이여.]

그는 감복한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감복만이 아니었다.

[그대는 내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존재로구나.]

일종의 경외.

무려 검은 염소의 행사를 제지시킨 존재에 대한 경외를 여실 없이 내비쳤다.

물론 그런 감정까지는 알 수 없는 시문이었기에.

“별거 아닙니다.”

진심을 담아 손사래를 쳤고.

[벼, 별 게 아니라니…….]

그러한 반응에 경계의 방직공의 눈동자들은 더욱 격렬히 떨렸다.

“그런데.”

시문은 조금 난처한 웃음으로 뒷머리를 긁고는 검은 염소를 향했다.

“검은 염소님. 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죠?”

[물론이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

단호히 고개를 끄덕이는 검은 염소.

그에.

[귀빈이여. 잠시만 기다려주시게.]

충격으로 파르르 떨고 있던 경계의 방직공이 다급히 시문을 붙잡았다.

“왜 그러시죠?”

[보아하니 귀빈은 자신의 의지로 나의 영역을 방문한 것이 아닌 듯한데…… 맞는가?]

“맞아요.”

시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계의 방직공은 의문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하면 어떻게 나의 영역을 방문한 것인가? 이곳은 내 허락 없이 진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거늘.]

“그건…….”

답하려던 시문의 말끝이 갑자기 흐려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잠깐. 이거 잘만하면?’

짧은 찰나에 머릿속에서 일련의 상황이 주르륵 짜여진 것이다.

생각을 끝마친 시문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예상하신 대로. 제 의지가 아닌, 타의로 인해서 오게 됐죠.”

[타의? 누군가 그대를 이곳으로 보냈다는 뜻인가?]

“네. 뭐라더라…… 그래. 폐기한다고 했었지.”

[폐기?]

16개의 거대한 붉은 눈들이 일제히 갸우뚱거린다.

시문은 절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억제하며 답했다.

“예, 절 폐기처분 한다며 강제로 이동시켰는데. 눈을 뜨고 보니 여기더라고요.”

[…….]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진다.

하나 이것은 검은 염소의 등장으로 인한 침묵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이내.

[감히!!!]

쿠그그그그그그.

강렬한 노성과 함께 광활한 차원이 거세게 요동쳤고.

우드득.

용력이 절로 들끓으며 시문의 몸을 뒤틀었다.

‘이런!’

시문은 황급히 끓어오르는 용력을 짓눌렀다.

‘몸이 제멋대로 용체화를 활성화시키다니…….’

검은 염소에게 쩔쩔매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경계의 방직공의 격노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과연 성좌라는 건가.’

성좌.

흔히 말하는 초월적인, 또는 신적인 존재.

경계의 방직공은 단순히 감정을 표출하는 것만으로 그 모든 대명사를 납득시켜 주었다.

이어.

[말해보게. 귀빈이여. 감히 이 몸의 영역을 쓰레기통 취급한 자가 누구인지!]

시문의 귓가로 노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문은 준비했던 답을 내밀었다.

“최우석이라는 잡니다.”

[최우석? 최우석. 최우석…….]

시문이 이름을 말해 주자, 그는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최우석이라는 이름을 곱씹었다.

그런 경계의 방직공을 바라보던 시문은 문득 묘한 눈길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씨익.

검은 염소의 검보랏빛 촉수 무더기 중.

입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주욱 올라가고 있었다.

시문은 검은 염소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에.

‘저 잘했죠?’

같은 미소로 답하는 시문.

검은 염소의 촉수 무더기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내.

[귀빈이여.]

이름을 곱씹던 경계의 방직공이 시문을 불렀다.

[참으로 분한 일이나, 그대가 알려 준 그 괘씸한 인간을 벌하진 못하겠구나.]

“에?”

예상치도 못한 답에 의문을 표하는 시문.

하나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흥! 당연하지. 외신도 아닌 놈이, 갤럭시 아레나를 안 거치고 어찌 타 차원에 영향을 행사하겠느냐?]

시문과 은밀한 미소를 주고받던 검은 염소가 입을 연 것이다.

[나태한 거미야. 그렇다고 인간 하나 때문에 갤럭시 아레나에 발을 들일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야…… 아니지요.]

[하지만. 이대로는 너의 위신과 자존심은 회복될 수 없겠지.]

[물론입니다. 무엇보다 그놈을 잡지 못하면,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테니.]

[그래. 귀찮은 것을 무척이나 혐오하는 너에겐 아주 엿같은 일이겠지.]

촉수 한줄기로 경계의 방직공의 턱을 톡톡 두드리는 검은 염소.

[그러니 우리 아가에게…… 이 일을 맡겨보는 것이 어떠하냐?]

[과연 대모님! 대단한 혜안이십니다!]

[후후. 나는 늘 대단했단다.]

그녀는 자신의 제안에 열렬히 아부하는 거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그것을 보던 시문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저번에 날 쓰다듬어줬던 것도 설마 저런 식이었나?’

잠이 절로 쏟아질 정도로 부드럽고 몰캉한 촉감이었는데.

이제 보니 그것이 촉수였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옵시디언 타블렛을 연성할 때도…….’

검은 염소의 창조물인 옵시디언 타블렛.

그것을 연성했을 때도 매번 저 검보라색의 촉수들에게 당하지 않았던가?

상상치도 못한 쾌락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시문의 표정이 심각해지던 그때.

[그대는 어떤가. 귀빈이여.]

경계의 방직공이 시문의 상념을 일깨웠다.

[대모님의 말씀대로. 그대에게 그 간악한 놈을 찾아 줄 것을 부탁한다면 들어주겠는가?]

“물론이죠.”

시문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애당초 이걸 노렸던 거니까.’

저편의 성좌.

실제로도 이렇게 강력한 존재가 최우석 박사를 적대하는 것은 시문으로서 더없이 이득이었으니까.

거기다.

‘최우석을 잡아내면, 그에게 공허 마법을 알려준 용족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이곳으로 자신을 추방시켰던 공허 마법.

그것을 알려 준 배후 용족의 정체도 알게 될 터.

‘보아하니 경계의 방직공은 귀찮은 것을 무척 싫어하는 거 같은데…….’

그럼 최우석을 처리해 봐야, 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알게 될 테고.

‘그 용족도 잡아 족치려고 들겠지.’

자연스레 원인을 뿌리 뽑으려 들 게 뻔했다.

상대는 사람 하나 편하게 처리하려다가.

졸지에 성좌라는 강력한 적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게. 차도살인 같은 못된 심보는 부리질 말았어야지.’

결국 씩 올라가는 시문의 입가.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크핫! 귀빈이여. 잔악한 미소로군. 아주 믿음직스러워!]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린 경계의 방직공은 시문의 앞으로 무언가를 보냈다.

[받게.]

검보라색의 거미줄로 이루어진 고치.

흡사 구슬의 형태를 띤 그것은 시문의 앞으로 둥둥 떠오른다.

시문이 그것을 집으려 손을 내밀자.

스르륵.

순식간에 풀려나는 고치는 시문이 내민 오른팔을 휘감았고.

아무런 무늬나 장식도 없는 검보라색의 팔찌가 되어, 시문의 손목에 장착되었다.

무척이나 심플한 팔찌였지만.

‘엄청나다. 뭔가 공허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이 팔찌에 통째로 압축된 느낌이야.’

공허와 친숙한 시문은 팔찌에 깃든 힘을 대번에 꿰뚫어 보았다.

경계의 방직공은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 팔찌는 나의 영역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다네.]

“이곳과?”

[그렇네. 최우석이라는 간악한 인간놈을 만나면, 팔찌에 힘을 불어넣게나. 그리하면…….]

진득했던 미소가 한결 더 짙어진다.

그 속엔.

[감히 내 영역을 쓰레기통으로 사용한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 물론, 귀빈에게도 섭섭지 않은 성의를 보이겠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잔혹함이 득실거렸다.

* * *

강원도 철원.

어디라고 지칭하기도 어려운 깊은 산중에.

쿠르르르르.

옅은 지진이 일었다.

“저쪽이다. 모두 움직여!”

2미터의 다부진 남자가 소리치며, 지진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간다.

정장을 입은 이들이 일제히 그의 뒤를 따랐다.

모두 각성자답게.

산짐승보다 빠른 속도로 숲을 돌파한 그들은 금세 지진의 발생지에 도착했고.

볼 수 있었다.

“아, 최 비서님. 딱 맞춰오셨네요.”

한 여성을 안고 있는 미남자를.

정장을 입은 이들 중 가장 선두에선 2미터의 사내,

“시문 님. 괜찮으십니까?”

최창욱은 얼른 시문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저보단 이쪽부터 살펴주세요.”

“여자? 잠깐. 이 여자는!”

품에 안긴 여성을 내미는 시문

평소와 달리 다소 흐트러진 모양새지만.

최창욱은 한눈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강다영?”

성삼의 후계자인 이유정.

그녀의 개인 비서인 강다영을 말이다.

자연스레 의문도 따라붙었다.

“이 여자가 왜 시문 님과 함께 있는 겁니까?”

“일 보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산책하다 만난 이처럼 이야기하는 시문.

이곳이 강원도 철원에서도 인적 드문 산속임을 떠올려보면, 정말이지 어이없는 답이었으나.

“그렇군요.”

시문이 관련된 일들은 하나같이 상식 밖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최창욱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최 비서님. 혹시 힐러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정유나!”

“네! 비서장님!”

최창욱이 정유나라 불린 여성을 부를 때를 맞춰.

“으윽…….”

강다영이 깨어났다.

그녀는 어지럽기만 하는지.

“치료는 괜찮습니다.”

치료를 거절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나저나 여긴…….”

“철원이에요.”

“철원이요?”

깜짝 놀라는 강다영.

그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벌떡 일어나 주변을 홱홱 둘러봤다.

그리곤.

“……정말 돌아왔군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강다영.

이어 그녀의 얼굴은 의문으로 번졌다.

“그런데 어떻게 공허 속에서 돌아온 거죠?”

“공허? 설마 공허에 빠지셨습니까?”

공허라는 단어에 깜짝 놀라는 최창욱.

강다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설명을 하다가.

“네. 함정이었어요. 덕분에 정신이 완전히 나가는 줄 알았…… 잠깐, 설마!”

고개를 홱 돌려 시문을 바라봤다.

“시문 씨가 절 데리고 그곳에서 탈출하신 건가요?”

“예. 어쩌다 보니 거기서 나오게 됐습니다.”

“세상에!”

이어지는 시문의 긍정에 강다영은 입을 떡 벌리며 경악했고.

“시문 님. 그게 정말입니까? 공허에서 자력으로 빠져나오셨다고요?”

최창욱은 재차 질문을 던졌다.

무리도 아니었다.

‘어지간한 다이아들도 공허에 빠지면 그대로 아웃인데…….’

공허가 어떤 것인지는 랭크가 높을수록 지독하게 잘 아니까.

더군다나.

‘현실의 공허는 더욱 위험하지.’

이유 불명으로 간혹가다 등장하는 아웃브레이크.

그중 공허 관련 아웃브레이크에서 실종 사고는 상당히 빈번했다.

‘랭크의 고하를 막론하고 돌아온 플레이어는 없었으니까.’

아레나 계약서에 들어가는 공허도 그렇고.

괜히 플레이어들이 공허와 관련된 것들을 꺼리는 것이 아니었다.

한데 거길 자력으로 빠져나왔다고?

최창욱은 모처럼 석상 같은 포커페이스가 깨졌고.

시문은 늘 사용하는 치트키를 꺼냈다.

“그쪽과 관련 특성이 있어서요.”

“……이쯤 되니 시문 씨의 상태창이 진심으로 궁금해지네요.”

“동감입니다.”

어이없는 얼굴로 고개를 젓는 강다영과 최창욱.

이내.

“아 참! 그럼 증거는!”

강다영은 머리를 세차게 젓고는 물었다.

“시문 씨. 증거는요? 그 M249인가 뭔가 하는 실험체는!”

“아쉽게도 공허에 떨어졌을 땐 우리 둘뿐이었어요. 아마도 M249는…….”

말끝을 흐리는 시문.

그러나 뒷말이 무엇인지는 강다영과 최창욱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

강다영이 힘없이 제자리로 주저앉는다.

“몇 개월을 팠는데…… 건진 게 단 하나도 없다니…….”

절망적인 목소리로 제 머리칼을 쥐어뜯는 강다영.

그런 그녀의 귓가로.

“누가 그래요?”

시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강다영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고.

볼 수 있었다.

“건진 게 하나도 없다고.”

자신과 상반된 밝은 얼굴의 시문을.

정확히는.

키잉.

황금의 마법진 한가운데로 죽 찢어지는 기다란 동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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