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163화. 철원 (2)
강다영.
다이아 랭크의 암살계 플레이어로 밤사냥꾼 박진욱만큼은 아니었으나.
다이아 상위권에 들어가는 실력자.
동시에 성삼의 후계자인 이유정의 개인 비서를 맡을 만큼.
업무적인 요소나 기타 일 처리 능력도 무척이나 뛰어난 플레이어.
라는 것이 시문이 알고 있는 강다영이란 인물의 정보였다.
한데.
“강 비서님이 여기 왜 계신 거죠?”
이순철 회장과 종리추의 연결고리로 보이는 아레나 시설.
그것도 나름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김무열조차 모르는 이 시설에서 만나게 되다니?
놀란 마음은 시문만이 아니었는지.
“저야말로 묻고 싶은 말이에요. 시문 씨가 여길 어떻게 오신 거예요? 그것도…….”
갑자기 여기서?
라는 뒷말을 삼키며 시문이 나타난 벽면을 힐끔하는 강다영.
‘대체 어떻게 저 벽을 뚫은 거지? 이만한 크기면 내가 못 느꼈을 리 없는데?’
다이아 랭크의 암살계.
어지간한 야수들보다 예민한 감각을 지닌 이들이라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상위권인 그녀는 S급 특성인 기민함까지 보유한 플레이어.
한데도 저만한 통로가 생기는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지 않았나?
해서.
‘또 보나 마나 그 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를 확인도 하지 않고 단검을 내지른 것도 그 이유였다.
이토록 깊이 지어진 시설에 설마 소리 소문도 없이 땅굴을 팠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러던 강다영의 눈매가 살짝 어그러진다.
‘잠깐. 이거 땅굴 맞아? 그냥 문 같은데?’
시문의 뒤에 자리한 문.
흡사 벽면의 재질 조형해 낸 듯한 그것은 처음부터 이곳에 존재하던 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열린 문 뒤로 펼쳐지는 시커먼 땅굴은 고수준의 기술로 건설된 이곳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이게 대체…….’
그 괴리감에 강다영의 의문이 증폭될 때쯤.
“개인적으로 조사할 일이 좀 있어서요.”
시문의 답이 들려왔다.
“조사할 일이요?”
강다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단선까지 그인 이곳에 조사할 일이라니?
이내 강다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시문 씨도 어느 정도 알고 오신 거군요.”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저 성삼의 미등록된 시설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여기가 미등록 시설이란 건 어떻게 아신 거죠?”
“유정이가 말해줬어요.”
“걔가요?”
눈이 동그래지는 강다영.
그도 그럴 것이.
‘나 아직 이번 일에 대해선 보고도 안 했는데?’
이곳 철원에 대한 보고는 이유정에게 한 기억이 없는 강다영이었다.
한데 이유정이 이곳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녀의 의문은 금방 풀렸다.
“예. 유정이 말론 아레나 재료 관련 시설이라고 하더군요.”
“재료 관련 시설? 아아…… 그렇게 알고 있는 거구나.”
이제야 상황이 파악되는지.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강다영.
시문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정확히는 저번에 최창욱이 가져온 대륙성 온건파 측의 정보를 듣고, 유정이가 알려 준 거지만.’
국대로 특별전을 치르기 전.
숙부 김무열의 심복인 최창욱이 찾아와, 대륙성 측에서 흘린 정보를 알려 주었지.
자신이 조사를 요구했던 용력을 지닌 돌연변이 민간인과 관련된 시설이 철원에 있다고 말이다.
그때 같이 이야기를 들었던 이유정은 철원에 있는 성삼의 미등록 아레나 시설에 대해 털어놓았었다.
‘근데 강 비서랑 언니 동생 하는 사이 아니었나? 왜 강 비서는 유정이가 여길 몰라야 한다는 말투지?’
갤럭시 아고라에서 만났을 땐 사무적인 관계를 넘어, 제법 친해 보였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유정이가 강 비서랑 있는 모습을 못 봤네.’
처음엔 그저 어련히 바쁘려니, 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강다영이 독자적으로 뭔가를 조사하고 다녔나 보군.’
그러면서 보고는 최소한으로 하고 말이다.
이건 아마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서라기보단.
‘확실한 게 아니면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유정이의 말대로예요. 이곳은 성삼에서 미등록한 아레나 재료 관련 시설이죠.”
강다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요.”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지는 강다영의 눈매.
‘아. 그렇게 된 건가?’
시문은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았지만.
“표면적이요?”
모르는 척 강다영에게 되물었다.
“네. 덕분에 찾는데 애먹었어요. 어디 꼭꼭 숨겨뒀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설마 간판만 속일 줄은 몰랐거든요.”
강다영은 마땅찮은 눈초리로 어둑한 실내를 훑으며 말을 이었다.
“표면적으로 이곳은 성삼의 아레나 재료 관련 시설이 맞아요. 성삼의 내부 자료에도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네. 뭐 여긴 미등록 시설이라, 유정이가 실상을 알았다 해도 어찌하지 못했겠지만요.”
강다영의 말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삼의 후계자니, 랭커니 해도. 유정이는 아직 20대 초반이니까.’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대기업이든 치부는 있기 마련.
심지어 할아버지인 이순철과도 사사건건 날을 세우는 상황 아닌가?
성삼의 미등록 시설을 알았다 한들.
유정이가 손을 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해 본 결과, 세간에 알려지면 성삼 그룹의 근간이 흔들릴 짓을 하고 있더군요.”
“예를 들면…… 지탄받을 만한 실험을 하고 있다거나?”
“그, 그걸 어떻게!”
시문의 추리에 강다영의 두 눈이 부릅떠진다.
무리도 아니리라.
‘이건 성삼의 극비리 정보에도 없는 내용인데!’
성삼 그룹의 내부 정보.
그중에서도 최고등급의 정보에도.
이곳의 실험과 관련된 정보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수개월 동안 굴러가며 겨우 알아낸 정본데!’
괜히 그녀가 수개월을 구른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한데 그걸 어찌 김시문이 알고 있단 말인가?
서서히 경악으로 번지는 강다영의 눈빛에.
“저도 나름의 정보원이 있어서요.”
시문은 싱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다행히 납득이 되었는지.
“정보원…… 그래. 이상할 것도 없네요.”
강다영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이 말로는 심드라실 길드의 성장 버프도 저 남자의 것이라고 했지.’
이유정의 개인 비서가 된 후.
꽤 다수의 암살계 플레이어들이 그렇듯.
강다영 역시 아레나를 최소로 줄이고, 현실에 그 능력을 발휘하는 케이스였다.
그럼에도 시문이 일으키는 파장은 꼬박꼬박 그녀의 귓가에 들어왔었지.
당연히 그에 걸맞은 정보책이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시문 씨 말이 맞습니다. 아레나 관련 제작 시설이라는 건 껍데기일 뿐, 진짜는 실험이에요. 그것도 인체 실험이요.”
“인체 실험?”
“네. 단순히 약물이나 주입하는 임상실험 같은 게 아니에요. 제가 방금 시문 씨를 공격한 것도 그…….”
강다영의 말이 뚝 끊어진다.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뒤편으로 단검을 그었다.
슈아악.
단검에 어울리는 작은 반월.
그러나 다이아 플레이어라는 것을 증명하는 무척이나 선명한 검기가 허공을 갈랐다.
플래티넘 상위권부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검기발출이었다.
이어.
까가가각!
쇠와 쇠가 마찰하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이 터져 나온다.
놀랍게도.
“키이이!”
웬 3미터의 거구가 강다영의 검기를 전신으로 받아 내고 있었다.
이윽고 검기가 가시자.
“키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증기처럼 짙은 입김을 후욱 내뱉는 3미터의 거구.
후두둑 떨어지는 비늘 몇 장만이, 검기가 효력을 발휘했음을 알려 주었다.
그 건재한 모습에.
“망할!”
강다영은 짜증을 내뱉었다.
그녀는 두어 번 더 검기를 던지곤 몸을 돌렸다.
“저게 바로 그 실험체에요! 일단 물러나죠. 저건 강기가 아니면 작은 기스밖에…….”
다급히 시문을 잡아끌려던 강다영이 역으로 잡아끌린다.
다이아급 암살계답게.
후웅.
그녀는 시문이 당긴 대로 몸을 회전하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치이이익!
그녀가 서 있던 자리로 녹아드는 진득한 녹액.
강다영은 그것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시문을 바라봤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가볍게 고개를 으쓱한 시문이 녹액이 날아든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도.
“키이이!”
3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있었다.
앞선 놈과 다른 것이 있다면.
파충류의 머리통을 달고 있는 것과 다르게.
쩌억.
4갈래로 만개한 아가리에서 저 지독한 녹액을 뱉어낸다는 것.
그리고.
“키이이.”
“키악!”
놈들 특유의 괴상한 울음소리가 점차 많아진다.
소리만 들어도 대충 10여 마리는 가볍게 넘어갈 숫자.
강다영은 급히 시문의 팔목을 붙었다.
“빨리 가요! 한둘이라면 몰라도 저렇게 많은 놈들은 무리예요!”
이미 시문을 만나기 전.
몇 차례 실험체들과 전투를 치러본 강다영이었다.
“강기로 잘라 내도 재생력이 트롤 저리 가라예요. 그냥 무시하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게 나아요!”
해서 최선의 선택지를 꺼내 들었으나.
“강 비서님. 진정하세요.”
“예?”
시문은 의미 모를 미소만 지을 뿐.
스륵.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뿌리치며 놈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시문이 플래티넘이라는 사실 이전에.
‘마법계 아니었어? 어떻게 내 손을…….’
마법계면서 자신의 완력을 뿌리친 것에 깜짝 놀람도 잠시.
“전부 꿇어.”
털썩.
눈 앞에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현상에.
“미, 미친!”
기함을 토했다.
* * *
저벅.
어둑한 통로에 발소리가 울린다.
이어.
두웅.
사람의 것이라곤 믿기 힘든 묵직한 발소리 역시 울렸다.
작은 진동까지 자아내는 발걸음.
그 원인을 따라 걷던 포니테일의 여성.
“하…….”
강다영은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정면의 거대한 등을 바라봤다.
이내.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말을 꺼내던 강다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말을 내뱉은 미남자를 째려봤고.
미남자는 싱글거리는 얼굴로 답했다.
“놀리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번에도 그 말을 하실 거 같아서 한번 따라 해 봤어요.”
“……제가 몇 번이나 물어봤죠?”
“방금까지 네 번이요.”
친히 손가락까지 펼치는 시문에 강다영은 헛웃음을 흘렸다.
불과 10분쯤 지났나?
짧은 사이에 같은 질문을 무려 4번이나 한 것이다.
“그리고 전 ‘그냥 제 특성입니다’라고 답하겠죠.”
“하…….”
그리고 무려 4번이나 같은 대답을 들었거늘.
강다영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질 못했다.
당연했다.
‘말도 안 통하던 괴물을 무슨 애완동물처럼 만들어 버리는데. 안 궁금하고 배겨?’
다이아급 암살계인 그녀조차 고전시킨 실험체들.
한둘이라면 모를까.
강기만 통하는 단단함과 자른 즉시 재생하는 괴물들을 고작 말 몇 마디로 다루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이쪽이 맞는 거죠?”
“물론이에요. M249? 우리 연구실로 향하는 거 맞지?”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연구실로 저렇게 안내까지 시키는 상황 아닌가?
“키익.”
온순한 동물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실험체.
심지어 M249라는 이름까지 지닌 저 실험체는 놀랍게도, 제 이름까지 직접 이야기한 상태였다.
‘물론 그냥 키익키익거린 게 다였지만…….’
이 기상천외한 남자는 그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번역까지 해 주었지.
“후…….”
강다영은 거칠게 이마를 쓸어올렸다.
단 10분 사이에 비현실적인 것을 너무 많은 것을 겪었다.
그렇게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을 때쯤.
“키익.”
M249라 소개한 실험체는 한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시문은 곧장 실험체를 스쳐 문 앞으로 다가갔고.
강다영은 사육사 곁의 야수를 스치듯.
“그…… 시문 씨? 문이 열려 있네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얌전해진 M249를 지나 시문의 곁에 붙었다.
“네. 도어락이 있는데도 열려 있네요.”
시문은 문 옆에 있는 도어락을 가리켰다.
척 봐도 홍채에 지문, 비밀번호까지 입력해야 하는 엄준한 도어락임에도.
연구실의 문은 관리도 되지 않는 빈집처럼 반쯤 열려 있었다.
“설마!”
강다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늘 세심하게 혹시 모를 함정을 대비하던 다이아급 암살계는 온데간데없다.
그녀는 다급히 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아…….”
깊은 탄식을 흘렸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이미 뒷정리를 끝냈어.’
연구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퀭한 공간.
그나마 깨진 유리관들과 널브러진 몇 장의 종이들이 연구실이었음을 알려 주었으나 그뿐.
건질 만한 것은 하나도 없어 보였으니까.
실제로도 그러한지.
“망할!”
쾅!
남아 있는 서류나 컴퓨터를 뒤적이던 강다영인 거칠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느새 연구실로 들어선 시문은 오딘의 눈을 활성화시켜 주변을 둘러봤다.
‘음…… 뒷정리는 진즉 끝났나 보네.’
연구실을 중심으로 많은 구조와 정보들이 들어왔으나 그뿐.
하나같이 작동을 정지한 기계처럼 무의미한 것들에 불과했다.
시문은 이제 파괴 수준으로 책상을 쾅쾅 던지며 수색하는 강다영을 바라봤다.
“컴퓨터는 뭐 건질 만한 거 없습니까?”
“없어요. 메모리는커녕 CPU랑 메인보드까지 뜯어갔거든요. 켜지는 컴퓨터는 전부 보조용이고.”
손톱을 잘근잘근 깨무는 강다영.
그러면서도.
쾅쾅!
“제발 뭐라도 있어라! 내가 몇 개월을 개고생했는데!”
그녀는 파괴적인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
시문은 강다영에게 다가갔다.
“강 비서님. 진정하세요. 아무것도 얻지 못한 건 아니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강다영은 뭔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돌아봤고.
시문은 싱긋 웃으며 연구실 입구를 턱짓했다.
“키익.”
묵직한 발걸음과 함께 들어서는 3미터의 파충류 거구.
M249의 모습에 연구실처럼 퀭하던 강다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맞아! 저게 있었지!”
어디 저것 하나뿐이던가?
시문을 만났던 장소에 대기 중인 M16, M24 등등 수많은 증거가 있지 않던가?
하지만 그녀의 화색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봐야 실험체. 10년 전 그 사건에 도움 될 자료는 못돼.’
이유정이 그녀에게 내린 명령은 10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
그것을 어찌어찌 추적하다 보니 이곳까지 다다르긴 했으나.
막상 그와 관련된 자료는 하나도 건지지 못했으니까.
그때.
“허허. 이거 놀랍군.”
웬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다영은 쏜살같은 움직임으로 단검을 그어나갔으나.
터억.
하얗고 탄탄한 손에 팔목이 잡혔다.
시문이었다.
플래티넘 마법계가 다이아 암살계의 공격을 한 손으로 붙잡다니?
하지만 이에 놀랄 틈은 없었다.
시문이 말없이 고개를 저은 것이다.
“자네는 강다영 비서 아닌가? 이상하군. 이영희라고 말씀하시더니…….”
갑자기 나타난 하얀 가운에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의 중년인.
왼팔과 오른 다리가 휑한 그는 의문 어린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고.
강다영은 그런 중년인을 눈에 담고 나서야, 시문이 왜 자신을 막아섰는지 깨달았다.
“환영 마법?”
“제대로 봤네. 과학자가 할 말은 아니지만, 홀로그램보다 이쪽이 더 쓰기 편하더군.”
시답지 않게 웃은 중년인은 강다영과 달리.
“한데.”
평온한 얼굴의 시문을 바라봤다.
“이거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오셨군.”
“절 아시나 봅니다?”
“자네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겠나?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꼭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라서 말일세.”
“저를요?”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에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그의 환영이라고 해야겠지.
“그렇다네. 난 최우석 박사라고 하네. 이곳의 연구소장이지. 그리고…….”
하나 환영이라 한들.
“자네의 그 변신 능력에 무척이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그의 눈빛에 담긴 진득한 욕망은 숨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