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화
162화. 철원 (1)
겉보기에는 늙은 노인의 응시에 지나지 않지만.
“죽다 살아났더니 버릇이 더 없어졌어. 네 나이가 몇인지는 아느냐?”
그 눈에 어린 기세는 감히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종의 제왕이랄까?
늘 군림하는 자의 입장에서 삶아온 노인의 눈빛은 흡사 각성자의 그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시선을 정면으로 받는 여성은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안 본 사이에 많이 변하셨네요. 그런 재밌는 말씀도 다 하시고.”
미소까지 머금으며 여유롭게 답하는 여성.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이순철 회장은.
“딸년 하나 잘못 키워서 말년에 이 무슨.”
짧게 한숨을 쉬곤 눈을 돌렸다.
“이만하면 잘 키우셨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무너질 뻔한 가업도 되살리고.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라는 위치를 고수시켰잖아요?”
그 말에 이순철 회장의 눈매가 꿈틀했다.
“버릇만이 아니구나. 겁도 상실했어.”
“죽다 살아나니 그런가 봐요. 그래도 이만한 딸은 세상천지에 없을걸요?”
“너!”
고개를 홱 돌려 자신의 딸.
이영희를 노려보는 이순철 회장.
이영희는 코웃음을 쳤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각성을 못 하셨어도’. 그렇게 노려보시면 고랭크의 각성자처럼 보인단 말이에요.”
꽤 무섭다고요?
그렇게 읊조린 이영희는 어깨를 슬쩍 떨었다.
하나 두려움보단, 질린다는 감정이 여실히 담긴 떨림이었고.
“…….”
그런 딸의 능청에 이순철 회장의 얼굴은 더욱 싸늘하게 굳었다.
이내.
“얌전히 요양이나 하고 있을 것이지. 뭣 하러 여기까지 기어 나온 게냐.”
미간 사이를 꾹꾹 누르며 감정을 추스르는 이순철 회장.
그의 물음에.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그간 제가 일궈놓은 것들이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쉬겠더라고요. 제가 직. 접. 손을 써야 할 정도로 말이죠.”
여유롭게 웃기만 하던 이영희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눈가만 굳었다고 해야겠지.
“아버지. 대체 무슨 꿍꿍이세요?”
“뭘 말이냐.”
“아버지께서 길드나 각성자 사업에 손을 대시는 건, 병에 걸렸을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어요. 돈 낳는 기계를 가만두실 분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영희의 언성이 점차 높아졌다.
“대륙성은 믿을 놈들이 못 된다고 가르치신 건 아버지 아니셨어요?”
“…….”
“물론 본인 말과 다르게 행동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돈이면 뭐든 하시는 분이니까. 하지만 이건 설명이 필요하네요.”
이영희는 가져온 서류를 이순철 회장의 책상에 툭 던졌다.
“제가 쓰러지고 수년간, 성삼 바이오를 이용해, 아레나 관련 제작을 위한 협업을 하셨더군요.”
“네 말대로 돈이 되어서 한 사업이다.”
“알아요. 그런데 결과물은요? 설마 아직도 나오지 않은 건가요?”
이순철을 바라보는.
아니, 노려보는 이영희의 눈매가 점점 사나워진다.
“실적이 없으면 칼같이 자르시는 분 아니셨나요? 어째서 근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작은 보고서조차 없는 이 ‘협업’을 유지하고 계시는지요?”
“……미래를 위한 투자다. 기술력이라는 게, 고작 몇 년 끄적인다고 생기는 것이더냐.”
“그러니 묻는 겁니다. 아버지. 대체 뭘 개발하려고 당신이 하신 말씀까지 어겨가며, 대륙성과 손을 잡은 거예요?”
“그게 그렇게 불만일 줄은 몰랐구나. 걱정 말거라. 이미 치워뒀으니까.”
“바로 그거 때문이에요!”
쾅.
책상을 거칠게 내려치는 이영희
감히 그 무례를 지적할 법도 하건만.
이순철은 가만히 열이 오른 제 딸을 바라볼 뿐이었다.
“시설부터 재료, 관리비까지. 분명 예산은 지난 수년간 결재되었는데, 협업을 위한 연구실의 존재는 찾아볼 수도 없더군요?”
“…….”
“아레나 재료기반 시설들을 비밀리에 운용하신 건 납득할 수 있어요. 자료도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이 연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말했잖느냐. 네가 이따위로 날뛸까 봐, 이미 치웠다고.”
“아버지. 안 본 사이에 참 단순해지셨네요.”
무덤덤한 아버지의 답에, 이영희는 헛웃음을 흘렸다.
“결재 서류 말고는 연구실에 대한 자료가 단 하나도 없는데, 제가 날뛸까 봐 치우셨다고요?”
“…….”
“아버지. 제가 바보로 보이세요?”
칼날.
흡사 협회장 김무열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기세.
과연 도후라는 별칭이 걸맞은 제 딸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순철 회장은.
드륵.
말없이 의자를 돌려, 통짜 유리로 이루어진 창을 바라봤다.
아직 오전이라서일까?
창밖으로 보이는 시내는 수많은 차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침묵을 택한 아버지를 가만 바라보던 이영희는.
“후…… 좋아요.”
짧은 한숨을 쉬며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어차피 대답을 들으려고 찾아온 건 아니었으니까.”
실망일까?
아니, 실망이 맞겠지.
오랜만에 익숙한 딸의 한숨을 들은 이순철 회장은 조용히 정장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뭘 꾸미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상은 안 됩니다. 그 말씀 드리려고 온 거예요.”
앞으로 아레나 사업에 관련해선 전부 손을 떼라는 경고.
힘으로도, 권력으로도.
다시 자신을 짓밟을 만큼 되살아난 암사자의 으르렁거림을 끝으로.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쁘신데 찾아와서 죄송해요.”
거대한 암사자가 물러난다.
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이순철 회장은 안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곤.
“쿨럭!”
짧고 거친 기침을 토하는 이순철.
이내 그는 거칠게 손수건을 던져버리곤 휴대폰을 꺼냈다.
“최 박사. 날세.”
바닥에 툭 떨어진 새하얀 손수건은.
“영희가 냄새를 맡았네. 서두르게.”
검붉게 죽은 것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 * *
강남의 높은 건물.
각성자 협회의 최상층은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뭐라고?”
협회장 김무열.
이 칼날 같은 사내를 유일하게 쥐고 흔들 수 있는 인물이 몸소 방문한 상황이니까.
더군다나.
“철원의 일부 지역에 봉쇄령을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저번 국대 참가 대가로요”
그가 하는 요구를 들어 보자면 더더욱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지금 네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하지만 시문은 어렵지도 않은 요구라는 듯.
“말이 봉쇄령이지. 그냥 일대를 잠시 차단해 달라는 거예요. 뭐라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대충 위치를 검색해봤는데. 인적이 드문 산지더라고요. 차단하기는 수월할 겁니다.”
“그런 곳에 네놈이 무슨 볼일이 있어 차단까지 요구하는 거냐?”
미간을 찌푸리며 의문을 표하는 김무열.
이내.
“설마, 데스페라도가 또?”
그의 눈이 잠시 커졌다.
다행히도.
“그쪽은 아닙니다.”
시문은 손사래를 치며 부정을 표했다.
“확실한가? 저번 방송에서 데스 로드의 여동생을 엿 먹였다던데.”
“어차피 말리크는 제 여동생은 신경도 안 쓰잖아요.”
“그렇기야 하지.”
시문의 말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무열.
죽음의 남매로 악명을 떨치는 말리크와 말리나.
하지만 남매로 묶여서 불리는 악명과 달리.
실제로 두 남매는 그다지 친하지가 않았다.
정확히는 오빠 말리크가 동생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말리크. 그 삐쩍 골은 놈은 산 자에겐 큰 관심이 없으니.”
데스 로드 말리크.
랭커 수준의 네크로맨서답게, 그는 죽은 자 이외에는 관심을 두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한데.”
김무열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네놈이 어찌 그런 걸 아는 거지?”
데스페라도.
세계 최강의 빌런 조직답게 그들과 줄이 닿아 있는 이들은 많지 않고.
‘놈들을 후원했던 나조차, 핵심 멤버는 한두 번 만나본 게 다인데…….’
당연히 놈들을 암암리에 후원해 주었던 김무열 자신과 같은 이들이 아니라면.
데스페라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문은 아주 자연스럽게.
“방송으로 보고 대충 짐작했죠.”
“방송? 말리크는 어지간해선 말조차 하지 않는 놈일 텐데?”
“제가 눈치가 좀 좋습니까? 오히려 저야말로 궁금한데요.”
김무열의 의심을 역으로 돌려주었다.
“숙부는 어떻게 말리크의 성격을 그렇게 잘 아십니까?”
“그거야…….”
설마 이런 식으로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는지.
천하의 김무열이 잠시 주춤했으나 그뿐.
“난 너 따위와 다른 한 명의 랭커다. 말리크와 아레나를 치른 적도 많으니 당연히 알 수밖에.”
“그러셨구나. 전 또 대륙성 때처럼 몰래 놈들과 손이라도 잡고 있나 싶었죠.”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
식은땀이 흐른다면 착각일까?
곁에서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골렘 최창욱은 확실히 해당되었다.
‘어, 어떻게 그걸…….’
평소처럼 석상 같은 모습이었으나.
그의 셔츠 안에선 뜨듯한 열기와 식은땀이 주륵 흐르고 있었다.
이는 김무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괴물 같은 새끼. 눈치하고는.’
그의 심복인 최창욱만큼은 아니었으나.
김무열 역시 순간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졌으니까.
이내.
“후. 개소리를 잘도 늘어놓는구나.”
그는 자연스럽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고.
“하하! 재밌잖아요? 한 나라의 각성자 협회장이, 세계 최대의 빌런 조직과 연이 닿아 있다는 게.”
“그딴 헛소리로 날 흔들 순 없다.”
“당연하죠. 말 그대로 농담이었어요. 요즘 기자들 따라해 본 거죠. 당해보니까 지독하더라고요.”
시문 역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숙부의 말을 받아 냈다.
하나 김무열은 놓치지 않았다.
‘이 자식. 설마 정말로 데스페라도의 후원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시문의 미소에 서린 미묘한 기류를 말이다.
김무열은 애써 찝찝함을 숨기며 물었다.
“그래서. 정보 차단이 필요한 이유는 끝까지 말하지 않겠다?”
“제가 잘못 짚은 것일 수도 있어서요. 일단 가보고, 제 예상이 맞으면 그땐 숙부에게도 알려드릴게요.”
“……정말이냐?”
김무열의 두 눈에 의외라는 감정이 깃든다.
당연했다.
이렇게 캐묻고 있긴 하나.
시문이 입을 다문다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장 아니던가?
한데 저 음흉한 조카놈이 스스로 입을 열겠다니?
‘분명 나 좋으라고 하는 짓은 아닐 텐데…….’
왠지 알아봐야 제 발목이 붙잡힐 불안감이 들었지만.
‘혹시 모른다. 저놈이 내 특성에 무효한 것과 관련이 있을지.’
시문에게 여러모로 덜미가 잡혀 있는 김무열로선.
알아야 할 수밖에 없었다.
“좋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김무열.
그의 시선은 곧 옆에 기립해 있는 최창욱을 향했다.
“최창욱.”
“예, 준비하겠습니다.”
앞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던 터라.
최창욱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바로 부탁드립니다. 주소는 찍어드릴게요.”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문.
시문이 협회장실을 나서자.
“……사람을 붙일까요?”
최창욱이 곧장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김무열은 헛웃음을 머금으며 품속을 뒤적였다.
“붙이면. 안 걸릴 자신은 있고?”
“그, 그건…….”
“아서라. 자네가 붙어도 저놈은 이제 못 속여.”
“예?”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최창욱.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이아가 아니던가?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협회장님. 제가 아무리 전투계라지만…….”
최창욱은 무어라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쯧. 그러니 자네가 아직도 랭커가 못 되는 거야.”
김무열은 혀를 차며 그의 말을 잘랐다.
“저놈에게서 뭔가 달라진 걸 못 느꼈나?”
“……예.”
“그럼 내 말이 확실할 테니, 쓸데없는 인력 낭비는 말도록.”
“알겠습니다.”
김무열은 어느새 품속에서 꺼낸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정확히는.
물려고 했다.
“협회장님?”
자연스레 두 손으로 라이터를 가져다 대던 최창욱이 되묻기 전까진.
한동안 손가락에 낀 담배를 가만 바라보던 김무열.
보드라웠던 온기와 촉감, 그리고 웃음소리까지.
점차 멍해지는 김무열의 눈동자는 환영에 사로잡힌 듯.
무언가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결국.
“쯧.”
김무열은 짜증스럽게 담배를 도로 집어넣었다.
* * *
강원도 철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라는 아성에 걸맞게.
“선선하네.”
6월에 들어선 날씨임에도 쾌적한 온도를 자랑했다.
“경치도 좋고.”
-그러게. 확실히 서울이랑은 달라.
도심에선 볼 수 없었던 자연 광경을 현자의 돌과 함께 즐기던 시문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이 다수 포진해있었다.
숙부 김무열이 보내온 협회 측 인사들이었다.
시문은 가장 선두에선 2미터의 사내.
“최 비서님. 그럼 부탁드릴게요.”
“예. 걱정 말고 다녀오십쇼.”
골렘 최창욱에게 신호를 주곤.
따악.
인체 연성으로 빠르게 숲속을 질주했다.
머지않아 한 공터에 도착한 시문.
“뭐야. 아무것도 없어?”
주변을 둘러본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휴대폰을 꺼내 유정이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상하다. 유정이가 준 정보로는 분명 여긴데…….’
유정이의 정보가 잘못되었을 리는 없다.
이렇게 자세히 적어 줄 정도면.
성삼 내부에서 가져온 정보일 테니까.
그렇다면.
‘숨겨져 있다는 거겠지.’
협회에도 미등록한 시설답게 숨겨져 있다는 뜻일 터.
키이잉.
시문의 왼쪽 눈에서 날카로운 이명이 울린다.
눈앞으로 겹겹이 모습을 드러내는 찬란한 황금의 마법진들.
그렇게 활성화된 오딘의 눈으로 아래를 바라보자.
“역시.”
흡사 도면처럼.
지하 깊은 곳에 복잡하게 건축된 통로와 공간들이 보였다.
또한.
‘저건…… 사람?’
그 통로 속을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한 존재도.
따악.
시문은 주저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변의 흙과 바위 따위가 뭉치며 드릴의 형태로 연성 되었고.
드르르륵.
순식간에 바닥을 뚫으며 내려갔다.
드릴의 뒤편으론 어느 빌딩의 고급스러운 엘리베이터처럼 고급스러운 공간이 자리했고.
“읏차.”
시문은 곧장 그 공간으로 뛰어내려, 깊고 깊은 지하속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콰가각!
시설의 벽면에 닿았는지.
지금까지와 다른, 거칠고 강렬한 마찰음을 내는 드릴.
시문은 드릴에 연성력을 더하는 대신.
따악.
시설의 벽면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면을 문의 형태로 연성했다.
그리곤.
덜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시문.
동시에.
“이번엔 거기냐!”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파공음이 날아든다.
스륵.
시문은 자연스레 몸을 기울여, 날아드는 단검을 피해 내곤.
터억.
오딘의 눈으로 확인했던 사람의 손목을 잡아 엎어 쳤다.
단검을 내질렀던 속도가 상당했는지.
“읏!”
기습자는 제대로 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공을 날았다.
그때.
“어?”
“다, 당신은?!”
허공을 날던 기습자와 눈을 마주친 시문이 동시에 놀란다.
시문은 급히 팔을 내밀어, 허공을 날던 여성의 발목을 잡아당겼고.
따악.
곧장 바닥을 푹신한 쿠션으로 연성해, 그곳으로 패대기쳤다.
물컹.
단단한 바닥으로 연성했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말캉한 촉감.
강렬한 충격을 예상했던 여성은 잠시 눈을 끔뻑이더니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김시문? 당신이 여길 왜…….”
귀신이라도 본 듯한 시선으로 시문을 바라봤고.
시문 역시.
“강다영 씨 맞죠? 유정이의 비서분.”
놀란 눈으로 그녀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