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60화 (160/349)

제160화

160화. 타르타로스 (3)

“닉……스?”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그도 그럴 것이.

전생의 지구.

비록 멸망에 도달하긴 했으나, 그전까지의 생존자들은 대부분이 플레이어였고.

그만큼 많은 성좌들이 모습을 드러냈었다.

당장 활동하는 랭커들만 따져도, 절반 이상이 배후성을 둔 이들일 정도로 말이다.

당연히 급부터 종류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성좌들을 알고 있는 시문이었다.

하나 그토록 많은 성좌들 중에서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야.’

닉스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시문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까 검은 염소랑 이야기했던 것도 그렇고. 갤럭시 아레나에 참가하지 않은 성좌겠지.’

실제로 성좌 검은 염소 역시, ‘그’의 시선과 옵시디언 타블렛을 연성하기 전까진.

갤럭시 아레나에 눈길도 주지 않던 성좌이지 않았나?

그런 시문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후후. 제 이름이 좀 생소하죠?”

닉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왔다.

“이해해요. 우리는 갤럭시 아레나에도 참가하지 않으니까.”

그러곤 장인이 혼신을 다해 빚어낸 듯.

“시문 님. 괜찮으시다면 죽음의 증표를 잠시 건네줄래요?”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잠시 바라보던 시문은.

“그러죠.”

들고 있던 죽음의 증표를 곧바로 넘겼다.

닉스의 눈동자가 잠시 커졌다.

“말한다고 이렇게 쉽게 주는 거예요? 이거 되게 좋은 물건인데.”

“물건의 가치는 잘 모르지만, 당신에게 넘긴다고 별다른 문제가 생길 거 같진 않아서요.”

“왜죠? 제가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죽음의 증표를 빼앗았겠죠. 그만한 능력도 충분해 보이시고.”

틀린 말이 아니었다.

거칠 것 없던 검은 염소와 맞먹고.

올림푸스의 왕이자, 상위 서열의 성좌인 제우스마저 어려워하는 존재.

거기다 갤럭시 아레나에 참가하지도 않으면서, 그들의 시스템을 이용해 버리는 능력까지.

밤의 여신이라는 어딘가 알 수 없는 위치와 달리.

이 닉스라는 여신은 상상치도 못할 힘을 지녔음이 분명했다.

그만한 존재가 아이템을 뺏으려 한다?

어느 누가 막아낼 수 있겠는가.

‘아마 갤럭시 아레나도 어쩌지 못하겠지.’

그러니 저렇게 닉스에게 메시지와 경고로만 떠들고 있는 것 아니겠나.

당장 자신을 돌려보내라고 말이다.

그런 시문의 가슴에서.

-오빠 생각이 맞아.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자의 돌이었다.

-밤의 여신 닉스는 프로토게노이. 상위 서열의 성좌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거든.

‘프로토게노이? 그게 뭔데?’

-뭐랄까. 그냥 쉽게 말해서 태초의 존재 같은 거야.

‘태초라……. 대충 감이 잡히네.’

태초.

인간사에서 그다지 큰 뜻을 지닌 개념은 아니었으나.

신과 같은 수준으로 가면 그 무게가 아예 달라졌다.

‘최고라는 거지? 밤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뭐…… 비슷하긴 한데. 일단은 오빠가 아는 밤이랑은 개념이 완전 달라.

‘대충 뭔 말인지 알겠어.’

현자의 돌의 말에 시문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이곳의 영역을 둘러보라.

밤하늘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 우주.

그것도 온갖 은하들이 총집합되어 있는 듯한 광활한 우주가 펼쳐져 있지 않은가?

시스템까지 조작해 가며 자신을 불러낸 것으로 보아, 이곳은 분명 닉스의 영역일 터.

이는 즉.

‘이 우주를 아우를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는 거겠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

반대로 이 정도는 되어야.

‘검은 염소와 맞먹고, 제우스와 갤럭시 아레나를 저렇게 대할 수 있다는 건가.’

그때.

뚝.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또 한 번의 기시감이 시문을 엄습한다.

시문이 그것을 알아차렸을 땐.

“후후. 혹여나 그 꼴이 되어 말을 못 하나 했더니…….”

그 광활하고 찬란했던 우주는 온데간데없었고.

처음 타르타로스에 진입했을 때의 암흑만이 자리했다.

서 있는 것인지.

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움직임으로.

“그 맹랑한 목소리를 들어보니 다행히 그건 아니구나?”

닉스는 눈 깜빡할 사이에 시문의 앞에 도달했다.

시문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유를 절로 깨달았으니까.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군요.”

“맞아요. 정확히는 단절했다고 해야겠죠. 우리 동생이 안 본 사이에 낯가림이 심해진 거 같아서.”

시문의 답에 싱긋 웃은 닉스는.

“계속 그렇게 있을 거니? 오랜만에 보는 언니한테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은근한 눈으로 시문의 가슴을 바라봤다.

그에 화답하듯.

-……하여간에.

현자의 돌은 짧게 혀를 찼다.

-언제부터 알았어?

“당연히 처음부터지. 뭘 묻니?”

검은 염소 때도 그랬지만.

여신 닉스와도 친분이 있는 것일까?

-언니도 참, 음흉한 건 여전하구나?

“어머. 너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까 왠지 가슴이 아프다?”

-어련하시겠어.

현자의 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근데 그 모습이면……. 역시 실패한 거니?”

-알면서 뭘 물어. 쫄딱 망했지.

닉스의 얼굴이 한결 서글퍼졌다.

“……있지. 네가 원한다면 내가…….”

-아아, 됐어. 신경 쓰지 마. 난 불편한 거 하나 없어. 오히려 좋다? 이런 존잘과 하나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뭔가 마지막엔 괴상한 말이 튀어나온 느낌이었지만.

“그래. 네가 행복하다면야, 이 언닌 뭐라도 상관없단다.”

그마저도 닉스는 익숙한지.

“그래도 그 꼴이 됐는데. 또 얼굴만 밝히진 말고.”

-아씨! 내가 알아서 하거든요!

웃는 얼굴로 현자의 돌을 두들겼다.

그때.

“쯧. 모처럼 동생과의 회포를 푸는데. 정말 눈치가 없네요.”

미소가 끊이질 않던 닉스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었다.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듯.

쿠그그그그그.

암흑뿐인 공간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한다.

-언니. 진정해. 쟤들도 입장이라는 게 있잖아. 염소 언니도 쟤들 규정에 맞춰 주고 있다고.

현자의 돌은 급히 닉스를 진정시켰고.

다행히 먹혀든 것인지.

“후…… 그것도 그렇네.”

닉스의 짧은 한숨과 함께, 공간을 뒤흔들던 진동은 사라졌다.

그러곤.

“아쉽지만, 제대로 된 회포는 다음에 풀어야겠네요.”

싱긋 웃으며 시문을 바라보는 닉스.

“시문 님. 멋대로 불러내서 미안해요.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답니다? 당신 덕에 이렇게,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으니까요.”

그녀가 가볍게 손을 젓자.

-망할 년! 어딜 갔다 온 거야?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며, 곧바로 검은 염소의 앙칼진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그것을 깔끔히 무시한 닉스는 시문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절 믿고 죽음의 증표를 건네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한바탕 싸워야 하나 내심 고민도 했었거든요.”

아까의 주제로 돌아가는 닉스.

“그런 말씀 마세요. 저 무섭습니다.”

그녀의 의도는 잘 알고 있는 시문은 가벼운 농담으로 답했다.

하나 그 의도는 시문만이 알고 있었기에.

[성좌 제우스와 오딘이 화들짝 놀랍니다.]

[성좌 천마와 바알이 놀라움과 짙은 호승심을 표합니다.]

상황을 주시 중이던 성좌들은 각기 놀라움을 표했다.

특히나 닉스의 영역 한편에 자리한 제우스는 어지간히도 놀랐는지.

파츠측.

형상화된 번개 수염이 파직 튀어 오르기까지 했다.

“후후. 제 농담을 받아주시는 분은 슈니랑 시문 님밖에 없네요.”

그런 성좌들의 반응을 장난스러운 눈길로 훑는 닉스.

이내.

“모처럼 절 기쁘게 해 주셨으니, 보답을 드리고 싶네요.”

닉스는 쥐고 있던 죽음의 증표를 다시 내밀었다.

시문이 그것을 받으려 하자.

[닉스 님. 이는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시스템창이 시문의 손을 가로막았다.

닉스는 싱글거리던 눈매를 굳혔다.

“규정? 제가 왜 당신들의 규정에 얽매여야 하나요?”

[갤럭시 아레나에서 지급되는 아이템은 모두 인과에 따른 결과물로 주어집니다.]

“재밌는 발언을 하는군요. 인과를 논하는 분들이 어째서 자신들에게는 그 법칙을 적용시키지 않는지요?”

[닉스 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저희로서는 감히 짐작하지 못하겠습니다.]

“오호호! 여전히 앙큼하시네요?”

한 차례 큰 웃음을 터뜨리는 닉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어둑한 밤하늘처럼 더없이 섬뜩했다.

“갤럭시 아레나의 아이템들. 그것들 모두 본 주인의 허락하에 유통되는 것이던가요?”

[저희 갤럭시 아레나는 언제나 공정성과 합당한 절차를 중요시 여깁니다.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개소리 말아요.”

갤럭시 아레나의 말을 뚝 끊어 버리는 닉스.

“당장 김시문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이 죽음의 증표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요?”

그녀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시스템창을 향해, 죽음의 증표를 들이밀었다.

[해당 아이템은 죽음의 성좌들께서 미션 보상으로…….]

“죽음의 성좌들이 각자의 호의를 담아 건넨 아이템이라는 건 나도 알아요. 그래서? 정작 이 아이템의 본 주인에겐 동의를 구했나요?”

[…….]

“아니겠죠. 왜냐하면 내가 타르타로스에게 들은 적이 없거든.”

그녀의 입가는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눈가에 어둑한 밤 그늘이 더해지자, 그녀의 얼굴은 더없이 권위적이고 무시무시해졌다.

“죽음의 성좌들이 이걸 사용한 것 자체는 타르타로스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그는 죽음의 성자들을 아끼니까.”

[…….]

“하지만 여기에 갤럭시 아레나의 입김이 닿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어디, 타르타로스에게 직접 물어볼까요?”

닉스가 가볍게 턱짓하자.

우우우웅.

그녀의 옆으로 시커먼 암흑이 모여든다.

처음 타르타로스에 진입했을 때 조우했던 그 암흑이었다.

“본인의 물건이 갤럭시 아레나의 입김으로 변화, 유통이 되었는데. 혹시 연락받은 것이 있냐고.”

[……부디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시스템.

하나 그것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들은 타르타로스가 죽음의 성좌들에게 관대한 걸 이용해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겠죠.”

닉스의 얼굴은 더욱 서늘해졌다.

“얼마나 좋아요? 위대한 프로토게노이의 물건이 알아서 아레나 내로 굴러들어 오니. 갤럭시 아레나의 위상은 물론, 여러 성좌들에게도 어필이 가능해지니까.”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는 갤럭시 아레나.

“계속 그렇게 닥치고 있을 건가요?”

[결코 프로토게노이분들을 우롱하려는 뜻은 없었습니다. 그저 인과에 비해 너무 과한 보상이라…… 독자적인 조치가 조금 가해졌을 뿐입니다.]

“조금? 하! 당신들이 그따위니까 욕을 먹는 거예요. 어떻게 이따위로 조작해 놓고 조금이란 소릴 해?”

닉스는 짧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까딱였다.

“더 말도 섞기 싫으니 비켜요. 내 손으로 치워 버리기 전에.”

그 말에 마법처럼.

스륵.

닉스와 시문 사이를 가로막던 시스템창이 옆으로 이동했다.

그것을 한 번 더 흘겨 준 닉스는.

“시문 님.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저것들이 워낙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라.”

본래의 미소를 되찾으며 죽음의 증표를 건넸다.

그에 시문은.

‘이거 뭐…… 스타일만 다르지. 검은 염소랑 똑같잖아. 괜히 친구 사이가 아니야.’

속으로 헛웃음을 삼키곤, 닉스가 건네주는 죽음의 증표를 받았다.

“음?”

죽음의 증표를 받은 시문이 고개를 갸웃한다.

‘뭔가 아까랑 느낌이 다른데?’

닉스에게 건네줄 때와 달리.

지금 받은 죽음의 증표는 어딘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시문은 즉시 정보창을 확인했다.

[타르타로스의 조각]

등급 : ?

죽음의 성좌들이 플레이어 김시문에게 선물한 아이템.

닉스의 힘으로 진정한 모습을 되찾았다.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는다.

타르타로스의 조각이라는 이름부터.

죽음의 호의를 최대치로 받는다는 내용까지.

정보창은 죽음의 증표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래서 갤럭시 아레나를 두들겨 팼던 건가.’

시문은 닉스가 그렇게 화를 낸 이유를 단박에 깨달았다.

본디 신적인 존재일수록 제 소유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한데 정보창에 ‘진정한 모습을 되찾았다.’라는 문구가 들어갈 정도라면.

‘어지간히도 기분이 나쁘겠지.’

시문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참 신기해요. 필멸자인데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게.”

한결 부드러워진 닉스는 한 걸음 더 다가온다.

이내.

-저년이!

-니, 닉스시여!

시문을 와락 끌어안는 닉스.

그녀는 시문이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하긴…… 두 번 살았으니 필멸자는 아닌가?”

‘……뭐?’

아주 작은 속삭임으로 시문을 구속시켜 버렸다.

“후후. 비밀을 알게 되는 건 늘 즐겁죠. 부디 세 번째는 없길 바라요.”

그렇게.

-내 아가한테 손대지 말랬지! 당장 떨어져!

-커흠! 부디 체통을 지키시오.

다른 성좌들의 만류를 받으며 물러났고.

예술품 같은 손을 흔들자.

“그럼 시문 님, ‘우리’ 다음에 또 봐요.”

시문의 시야는 점멸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