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화
151화. 여론이란 (3)
잠시간의 적막이 흐르는 대련장.
상반된 외형의 두 남자가 서로를 응시한다.
정확히는.
“…….”
조폭을 연상시키는 험상궂은 근육질의 사내.
박진욱이 시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겠지.
무리도 아니었다.
‘어떻게 내 기습을 알아차린 거지?’
기습.
암살계에겐 알파이자 오메가이기도 한 공격 수단.
그도 그럴 것이 기습의 시작은 은신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그런 기습을 피했다는 건.
‘설마 내 은신을 알아차린 건가?’
암살계의 근간인 은신이 꿰뚫렸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당연했다.
암살계의 기습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드는 공격.
그걸 피해 냈다면 당연히 어디서 공격해 줄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니까.
이내.
‘아니, 그럴 리 없어.’
박진욱의 고개가 미미하게 저어진다.
다이아급 암살계라는 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기습하기 전까지. 시문 님은 다른 방향을 보고 계셨다.’
실제로 시문의 어깨를 노리기 전까지.
시문의 시선은 박진욱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즉.
‘내가 기습을 가할 때 알아차렸다는 건데…….’
박진욱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게 가능한가?’
다이아 랭크의 암살자.
그것도 다이아 최상위권에 속하는 네임벨류의 암살계가 자신이다.
한데 아무리 시문이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유망주라지만.
그런 자신의 기습을 알아차리고 피한다고?
다른 이의 시점에선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의 공격일 텐데?
그런 박진욱의 상념을.
“절 너무 무시하시네요.”
뚜렷한 미성이 일깨운다.
목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시커먼 기운에 박진욱은 얼른 어깨를 비틀었다.
피잉.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흑색 광선.
분명 스쳤음에도.
파사삭.
어깨의 옷감이 바스러진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제 어깨 근육을 힐끔한 박진욱은.
‘맞으면 나라도 치명타겠어.’
헛웃음을 흘리며 텀블링으로 거리를 벌렸다.
“진욱 씨. 이왕 대련해주시기로 한 거, 제대로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방금 건 경고였다 이건가?’
다시 한번 드러난 제 어깨를 힐끔하는 박진욱.
이내.
“하하! 역시 시문 님이시군요.”
그의 한쪽 눈썹과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호탕한 미소였으나.
밤사냥꾼 박진욱과 가까이 지내는 이라면 모두 눈치를 챘으리라.
“그럼 집중해서 제대로 가겠습니다.”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한 특유의 미소라는 것을 말이다.
“조심하십쇼.”
말이 끝나자마자.
스으으.
순식간에 몸이 흐릿해지는 박진욱.
김시문이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어인지는 아마 그보다 잘 아는 이도 드물 터.
하지만 시문은 플래티넘이고, 자신은 다이아 최상위권의 플레이어다.
그런데.
‘날 봐줬단 말이지? 이 박진욱이를?’
방금 어깨를 스친 그 흑색 광선으로.
‘적중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왔던 시문.
어찌 보면 무척이나 정중한 경고임에도.
‘하!’
박진욱의 속은 뜨겁게 끓어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시문 님이 제대로 쏘셨다면…… 내가 반응할 수 있었을까?’
시문이 보내온 경고.
그것이 진심 어린 공격이었다면.
정말로 적중당했을 거라는 확신이 스멀스멀 속을 달궜으니까.
그리고 그 의문의 끝은.
‘그래. 인정하자.’
인정이었다.
‘방금 상태에선 아무리 나라도 반응하지 못했을 거다.’
상념에 빠졌을 때 날아든 불시의 공격.
그것도 빛으로 이루어진 공격 아니던가?
아무리 플래티넘과 다이아의 차이라 하더라도.
기습적인 광속성 공격은 피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 얼굴 근육이 풀리며 감정이 빠르게 가라앉는다.
암살자에게 감정이란 배제할수록 강해지는 법.
실제로.
“음…….”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방향을 대략적으로 경계하던 시문이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먹잇감 주변을 배회하는 야수처럼.
등 뒤편으로 이동했음에도.
시문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아까처럼 다른 방향을 경계하고 있었다.
‘역시, 내 은신은 간파하지 못하는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SS급 특성인 밤의 가호에 다이아 최상위권의 스펙을 지닌 박진욱.
만약 그런 스펙으로 펼쳐지는 은신마저 간파당했다면 꽤 현타가 클 뻔했다.
스윽.
작은 발소리도 없이.
시문의 주변을 지속적으로 맴도는 박진욱.
그는 처음 기습과 달리, 거의 10분을 넘게 맴돌기만 하고 있었다.
암살계의 기본적인 전략인 간보기였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보이지 않는 적을 경계한다.
이것이 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 심력 소모는 상당하다.
결국 인간인 이상 빈틈을 보이기 마련이고.
그 찰나에 날아드는 공격은 다이아도 어쩔 수 없다.
은신한 박진욱의 얼굴에 약간의 회의감이 떠오른다.
‘시혁이나 유정이가 봤으면 어지간히도 놀렸겠지. 플래 상대로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마 괴물 같은 두 후배 녀석이 봤다면, 지독하다고 혀를 내둘렀을 광경.
하나.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내 기습을 눈치챈 요소가 뭔지 빨리 알아내야 해.’
박진욱은 간 보기를 구사하며 시문을 훑었다.
다행히도.
‘그래. 저 눈, 저것 때문이군.’
그것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시문의 왼쪽 눈.
어째서인지 이전보다 한결 차분해진 저 금색 눈이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까.
‘아까 내가 기습했을 때도 저 눈이 활성화되었었지.’
박진욱은 확신에 찬 눈으로 시문의 왼쪽 눈을 바라봤다.
‘지난 방송들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아마 시각적인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같은데…….’
그렇다면야.
‘시야의 사각을 노리면 그뿐이지.’
아무리 눈이 좋아도 모든 방향을 볼 순 없는 노릇.
마침 아까 노렸던 부위도 왼쪽 어깨 아니던가?
왼쪽의 시야권만 피하면, 자신의 기습을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
라고.
박진욱은 생각했다.
슈아아악!
전력을 다해 시문의 오른쪽 어깨로 내지른 단검이.
스륵.
“아니?!”
자로 잰 듯.
정확한 간격으로 빗겨나가기 전까진 말이다.
* * *
오른쪽 어깨를 스치는 서늘한 감각.
“아니?!”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단검을 피해 낸 시문은 놀란 박진욱의 얼굴을 보며.
‘아직은 좀 낯서네.’
오른쪽 어깨를 슬쩍 떨었다.
‘공격 루트는 잔상으로까지 확실히 보여 주는 데도…….’
미래시.
공격당할 경로를 이미지화시켜 보여 주는 그것은 분명 더없이 완벽한 알리미였지만.
‘아직은 좀 어색해.’
경로에 맞춰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는 것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그래.
‘마치 눈앞으로 8톤 트럭이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랄까?’
죽음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날 해하려는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 내는 느낌이었다.
‘사르가스. 이 자식은 대체 어떻게 이런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거야?’
그래도 대련이라고.
나름 급소를 피한 곳만 노리는 공격들인데, 피할 때마다 간담이 서늘하다.
이는 다이아 최상위 암살계인 박진욱이어서도 있겠지만.
‘아마 놈의 미래시보다, 내 미래시의 성능이 떨어져서겠지.’
당장 미래시가 발동하는 타이밍부터가 그랬다.
‘잔상이 알려주는 시간이 너무 짧아.’
과장 좀 보태서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이다.
그 짧은 순간에 상대의 공격 루트가 번뜩하며 시야에 비추는데.
‘거의 상대의 공격이 인접했을 때쯤에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사실상 탈 플래티넘급인 스펙이 아니었으면.
잔상이 보여도 반응할 수 없을 만큼 짧았다.
‘아마 사르가스는 이런 잔상을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봤겠지.’
놈의 그 여유롭던 회피를 보면 틀림없었다.
시문은 자신의 왼쪽 눈가를 슬쩍 쓸었다.
‘그래도 미친 능력인 건 부정할 수 없겠네.’
용력까지도 상당히 잡아먹기는 하나.
상대의 ‘공격 경로를 보여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능력이다.
‘어차피 내 스펙이 오르면 잔상도 더 일찍 보여 주고, 용력 소모도 줄어들 테니까.’
그때가 되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효력을 보여 줄까?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걸 다른 뜻으로 오해한 것일까.
“…….”
경악으로 가득하던 박진욱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그를 확인한 시문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아! 진욱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전 그저…….”
“압니다.”
하나 정작 오해한 것은 시문이었는지.
“시문 님께선 순수하게 제 기습을 성공적으로 피한 것에 기뻐하신 걸 테죠. 정확히는 제 기습을 알려주는 그 능력에 말입니다.”
박진욱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문 님이 왜 대련을 하자고 하셨는지도 알겠습니다. 이제 능력은 다 확인하셨을 테니, 더 이상의 대련은 의미가 없겠지요.”
“어…… 네, 맞기는 한데…….”
박진욱의 얼굴에 드리운 어둠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 것도.
“그렇지만 시문 님, 이대로 끝내기엔 뭔가 아쉬우시지 않습니까? 전 오랜만의 대련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그리 어렵진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나 보군.’
사실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차가운.
그리고 비정한 조폭과 같은 이미지의 사내.
그런 박진욱이 세상이 곧 멸망할 것 같은 얼굴로 미세하게 떨기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사실상 동료나 마찬가진데.
뭔가 자존심을 긁은 기분이랄까?
볼을 슬쩍 긁은 시문은 빠르게 대책안을 내놓았다.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원하신다면 밤새도록 하셔도 됩니다!”
대번에 얼굴이 환해지는 박진욱.
목이 부러질 듯 끄덕여대는 그 기세에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기본적인 공격만 하지 마시고, 기술도 사용해 주세요.”
“기술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걱정이 가득한데.
정작 얼굴은 굉장히 기뻐 보인다면 착각일까?
시문은 실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러만 사용하시지 않는다면 큰 부상은 없겠죠. 만들어 둔 회복 포션도 있고.”
인벤토리에서 포션까지 꺼내 흔드는 시문.
그에 안심이 된 것일까?
“알겠습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박진욱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는 곧장 은신에 들어갔다.
시문은 훈련장의 입구.
유리로 된 문을 힐끔했다.
‘슬슬 해가 져서 그런가? 이젠 시작부터 감이 안 잡히네.’
SS급 특성 밤의 가호.
그 이름답게 밤이 와서인지.
박진욱의 은신은 아까와 다르게, 대략적인 위치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러는 안 쓴다지만, 그래도 위험하겠어.’
따악.
시문은 즉시 전신에 인체 연성을 하곤 긴장을 일으켰다.
‘여차하면 용체화까지 써야…….’
그때.
키잉.
왼쪽 눈에서 날카로운 이명이 들려온다.
그와 함께.
스르르.
왼쪽 시야로 그려지는 잔상들.
쾌검의 고수가 난도질을 하면 이러할까?
순식간에 시야 전체를 빼곡히 채우는 검고 날카로운 잔상들은 흡사 거미줄처럼 촘촘했다.
시문은 이 잔상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밤의 그물? 이건 기습보단 제압기에 가까운 기술일 텐데…….’
밤의 그물.
무기보단 SS급 특성인 밤의 가호를 극대화시킨 기술.
물론 마냥 제압기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저 한 가닥 한 가닥이 어지간한 검기와 맞먹는 공격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다이아 최상위권의 암살계답게, 스치기만 해도 자상을 입을 테니까.
그래도.
‘나름 손속에 사정을 두겠다는 건가?’
다른 살벌한 기술들을 두고 굳이 제압기를 펼치는 것.
또한.
‘그물에 오러는 아예 두르지도 않았어.’
오러만 둘러도 어지간한 것들은 토막 내 버리는 절단기가 될 텐데.
그물은 그저 순수한 밤의 기운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이는 박진욱은 여전히 자신의 안전을 염두해 두고 있다는 뜻일 터.
‘참나 봐주지 말라니까. 그래도 뭐, 기분은 좋네.’
누군가 날 걱정해준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씨익 웃은 시문은 곧장 몸을 비틀었다.
사사사삭!
미래시의 잔상이 모두 현실로 이루어져 날아든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조형되는 밤의 기운은 빠져나갈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하나.
‘결국 그물일 뿐.’
아무리 촘촘하다 한들.
선으로 이루어진 이상 작은 틈은 있기 마련.
물론 그 작은 틈들은 시연이와 같은 아이라면 모를까.
시문과 같은 건장한 남성이 지나가기엔 좁았다.
타앗.
그러나 시문은 힘껏 땅을 박차고, 작은 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
‘좁으면 넓히면 되니까.’
우웅.
주먹으로 응집되는 묵색의 기운.
이어.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그것을 그대로 내지른 시문은 그물의 틈을 넓히다 못해.
콰지직!
찢어버렸다.
* * *
랭커팰리스.
그 고급스러운 펜트하우스 안으로.
스슥.
검은 옷을 입은 일련의 무리가 들어섰다.
그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남자.
유일하게 복면을 쓰고 있지 않은 다소 마른 인상의 중년인이 주변을 훑었다.
“……놈은 어디 갔지? 설마, 내가 올 걸 눈치채고?”
그에.
“형님.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 봐선, 그냥 외출한 게 아닐까요?”
“맞습니다. 반나절 만에 모여, 전부 은신으로 여길 왔는데. 어떻게 알아차리겠습니까?”
곁에 있던 덩치 둘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음. 그렇겠군.”
다소 마른 인상의 중년인.
김종준은 턱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매복으로 작전을 바꾼다. 입구부터 여기 거실까지 함정이란 함정은 전부 설치하도록.”
“예.”
한두 번 해 본 일이 아닌지.
흑의 남성들은 은밀하고 깔끔한 움직임으로 곳곳에 함정을 설치했다.
불과 5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십여 가지가 넘는 함정을 설치한 남성들.
“형님. 작업 끝냈습니다.”
그들이 흩어지기 전의 대형으로 돌아와 고개를 숙이자.
“다들 매복 위치를 잡아라. 첫 기습이 가장 중요하니, 입구 쪽은 내가 맡겠다.”
“예.”
김종준은 손목을 매만져 날카로운 클로를 꺼냈다.
그리곤.
스륵.
스며들어 사라지듯.
입구의 벽면으로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추는 김종준.
그를 시작으로 흑의의 남성들이 곳곳으로 몸을 숨겼다.
“…….”
“…….”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한 적막이 감돈다.
한동안 이어지던 그 숨막힐 듯한 적막이.
“흐흐흥!”
뜬금없는 콧노래에 부서졌다.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헤헤.”
어린 나이임에도 새하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아이.
자라면 틀림없이 미인이 될 아이가.
“꼭꼭 수머라! 머리카라 보인다!”
거실 한가운데서 두 눈을 가리고 흥얼거리고 있지 않은가?
갑작스러운 아이의 등장에 부하들은 물론.
‘놈에게 애가 있었나?’
은신한 김종준 역시 아이에게 당황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우웅?”
거실 한가운데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이.
어째 그 시선이 꼭 매복한 이들의 위치를 바라보는 느낌이었지만.
매복한 이들은 결코 아이가 자신들을 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김종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확히는.
‘잠깐.’
마찬가지가 될 뻔했었다.
‘애가 거실 한 가운데까지 나왔는데.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거지?’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전까진 말이다.
그리고 그 의문은.
“헤헤! 제일 재밌어 보이는 아찌.”
해맑게 웃는 아이와 눈을 마주친 순간 풀렸다.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찾았…….”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까지 다가온 아이의.
“다?”
잔혹한 미소를 본 순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