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화
145화. 움직임 (1)
콰가가각.
검고 두꺼운 금속, 또는 그에 준하는 암벽.
어느 쪽이든 단단하기 그지없는 것들이 실시간으로 갈려 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그그그극.
현신한 사르가스보다 거대한 손을 지닌 골렘이 파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통짜 드라고니움으로 만들어진 골렘이라니…… 엄청나군.’
그 몸체가 전부 드라고니움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거기다 이 거대한 골렘의 머리 위.
“가자! 쾅쾅쾅! 쿠르릉!”
놀이기구를 타듯.
신나게 환호성을 지르며, 이 거대한 골렘을 완벽히 조종하는 아이를 본다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시연이의 골렘 컨트롤이 뛰어나기도 하고.’
태생이 제작 골렘이라선지.
치료제의 제작 과정 같은 세심한 작업에도 다수의 골렘을 컨트롤하던 시연.
당장 골렘 컨트롤만 놓고 보면, 시문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렴. 누구 딸인데?’
흐뭇하게 웃은 시문은 시연을 향해 다가갔다.
내 딸이 잘난 건 잘난 거고.
“요 녀석! 어디서 모른 척 어물쩍 넘어가려고?”
시문은 시연의 뽀얀 볼을 꼬집었다.
“흐에에에!”
“그래서, 왜 아빠 아레나를 따라 들어왔는지 말 안 할 거야?”
찹쌀떡처럼 죽죽 늘어나는 시연의 볼.
그러나 시문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시연아.”
단호한 눈으로 시연을 바라봤고.
“히잉…… 아빠. 시여니가 잘모태쪄!”
시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시문의 품으로 폭 안겨들었다.
“우웅!”
조그맣고 보드라운 감촉이 사부작거렸고.
단단하게 무장했던 시문의 마음 역시 물렁해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더니.
애써 굳혔던 시문의 입가가 절로 스르륵 풀린다.
시문은 머금은 미소 그대로 품속에 안긴 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연아. 아빠가 혼내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야. 걱정돼서 그렇지.”
“걱쩡?”
“그래.”
이내.
“특수 아레나는 아빠도 긴장하는 곳이야. 그런 데서 시연이가 다치면 아빠도 아파요.”
무릎을 낮춰 시연과 눈을 맞추는 시문.
“아빠 아야 해?”
“당연하지.”
제 아이가 다치는데 어느 부모라고 마음이 안 아프겠는가?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에.
“아빠 아야…… 시여니는 아빠 아야 하는 거 싫어.”
시연은 굳은 얼굴로 조막만 한 손을 꼭 쥐었다.
그 모습에 시문은 다시 한번 시연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러니 시연아. 앞으로 아레나 들어올 땐, 꼭 아빠한테 말해 줘야 한다?”
“웅!”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으로 폴짝 들어오는 시연.
‘이래서 아이를 키우는구나.’
품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영혼까지 적시는 기분이다.
시문은 도리도리 고개를 비비며 더욱 파고드는 시연을 부드럽게 안아 주었고.
그런 시문의 품에 안긴 시연은.
“아빠…….”
무섭도록 차가운 얼굴로.
“아야 하게 안 해……. 절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그에.
“응? 시연아. 뭐라고 했어?”
시문이 고개를 갸웃하며 시연을 내려보는 순간.
콰르르르르.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제련소의 답답하고 매캐했던 공기와 달리, 상쾌한 공기가 시문과 시연을 반겼다.
물론 다른 맵에 비하면 여전히 답답한 공기이긴 했지만 말이다.
“밖인가.”
시문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골렘 컨트롤은 멈추지 않았는지.
어느새 성채같 은 검은 제련소의 한쪽 벽을 허물고 나온 골렘.
바깥의 해를 받고 나서야.
‘잠깐.’
시문은 타고 있던 골렘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사르가스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정확히는 근육질의 상급 용족인 드락카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야겠지.
더 놀라운 것은.
“뭐야? 하체가 없어?”
지금까지 자신들을 태우고 벽면을 파냈던 골렘은 하체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이때까지 팔 두 개로 이동과 채굴을 다 했단 말이야?’
물론 이 정도 크기와 재료의 골렘이라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컨트롤이 상당히 힘들 텐데…….’
팔 두 개로 이동과 채굴을 전부 해결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시문은 놀란 눈으로 품에 안겨있는 시연이를 내려다봤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품에 안긴 시연은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더니.
“안뇽!!”
어느 지점을 보곤 짧은 팔을 홱 들었다.
자연스레 시문의 시선은 그곳으로 향했고.
“조, 존귀하신 분이시여!!”
“아아! 무사하셨군요!”
“어버이시여! 감사합니다!”
검은 제련소를 탈출한 다크엘프들은 광석 무더기를 방책 삼아 모여 있었다.
“시연아. 내려가자.”
“웅! 쾅쾅아. 쩌기!”
시연이의 컨트롤 아래, 골렘의 손을 타고 다크엘프들에게 내려가는 시문.
그는 잠시 광석무더기를 힐끔했다.
‘내가 연성했던 골렘들인가 보군.’
운반로에서 운송 중이던 재료들로 연성해 낸 골렘들.
다행히도 다 나온 후에 연성이 풀려버린 모양이었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어디 다치신 곳은 없는지요?!”
어느새 다가온 여성 다크엘프.
데이나는 우려가 가득한 얼굴로 시문을 훑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감히 어버이의 동반자를 두고 가다니…… 절 죽여주십시오!”
“그런 말 마세요. 데이나.”
시문은 그런 데이나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제 명령으로 간 거잖아요.”
“하지만!”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오히려 짐이 되었을 거예요. 그 사르가스란 용족, 보통이 아니었거든요.”
부드러운 미소로 마지막엔 한쪽 눈까지 찡긋하는 시문.
그의 말 속에 담긴 배려를 모르지 않았기에.
“정말…… 정말 감사하단 말밖엔 드릴 말씀이……!”
떨리는 데이나의 두 눈에선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데, 데이나?”
이는 2번의 삶을 사는 시문으로선 놀랄 수밖에 없는 일.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눈물 어린 그녀의 인사를 끝으로.
[히든 퀘스트 ‘검은 제련소를 향하여’를 완료하였습니다.]
[종족 다크엘프의 절대적인 우호를 얻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검은 제련소의 부품(?)’이 지급됩니다.]
이번 아레나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 * *
한편.
-지, 지렸다!
-형아…… 나 팬티가 더 엄숴…….
-저건 또 무슨 마법인데?
-이건…… 불가능할지도?
검은 제련소의 진입부터 사르가스의 최후까지 지켜본 시문의 시청자들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특히나.
-히든 보스를 저렇게 쉽게 팰 수가 있나.
-히든 보스는 ㅈㄹ ㅋㅋ 크기 못 봤냐? 딱 봐도 레이드 보스구만.
-그걸 두 방 컷 내버리는 킹시문…….
사르가스의 최후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마어마한 충격을 선사했다.
당연했다.
-크다고 다 레이드 보스는 아닌데…… 그 급인 건 맞음.
-22 ㅈㄴ 세긴 했음.
-ㄹㅇ 말이 안 됨. 다이아로 파티 짜도 어렵겠던데.
-문제는 다이아 파티도 어려울 놈을 김시문은 비볐다는 거임.
그간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었던 시문.
불패의 사르가스는 그런 시문과.
-반대로 봐야지. 난 김시문 공격을 다 피하는 애는 첨 봤거든.
-ㄴㄴ 플래 이상이면 다 눈치깠을 거임. 근접전은 김시문이 사르가스한테 밀렸음.
-ㅇㅇ. 은신 쓰고 원거리 공격만 쥰나 갈겼잖아.
-그럼 ㅅㅂ! 마법곈데 저만한 덩치 형님한테 근접은 밀려야지. 이길래?
-그것도 그러네 ㅋㅋㅋㅋ.
호각을 겨루지 않았는가?
-진심 염산 수준의 무력만 보니까 뇌가 절여진 듯 ㅋㅋ 김시문 마법계다 애들아 ㅋㅋ
-킹치만 사르가스도 결국 ‘시문’ 당해 버렸는걸.
-대체 저 마법은 뭐냐? 나 유도 능력 있는 벼락은 첨 봄.
-설마 날아가는 뇌속성 마법을 도중에 컨트롤한 건…… 아니겠지?
-님 마법 컨트롤은 날아가는 번개보다 빠르세요?
-방심하지 마. 상대는 김시문이야!
그렇게 쉬지 않고 올라가는 채팅창은.
-어엇! 시연이다!
-다들 닥쳐! 우리 시연이 왔잖아!
-전국 팔도 시연맘 총출동 ㄷㄷ…….
-오, 시연 킴! 널 기다렸다.
-시연쨩! 너무 귀여워!
-전국 팔도는 무슨. 지구촌 시연맘들이구만 ㅋㅋㅋ
시연이의 등장에 더욱 불타올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금발의 여성은.
“엄청나군요.”
각진 안경을 슬쩍 밀어 올리며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그에 곁에 있던 남성은 다소 놀란 눈으로 여성을 바라봤다.
티끌 하나 없는 오피스 정장 차림에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묶어 올린 금발.
외형만 봐도.
여성이 얼마나 깐깐한 성격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하나 남성이 놀란 것은 그녀의 외형 때문이 아니었다.
‘저렇게 감탄했던 플레이어는 최근 김시혁과 이유정 말곤 없었는데…….’
한국의 역대급 인재라는 김시혁과 이유정.
금발의 여성은 지금 그들의 유망주 시절 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해서.
“누나, 김시문이 그 정도로 놀랄 수준이야?”
남성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었지만.
“올리버. 여긴 직장입니다.”
돌아오는 건 차가운 대답이었다.
하나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 것일까?
“죄송합니다. 올리비아 부장님, 저 김시문이라는 플레이어가 그 정도로 놀랄 수준입니까?”
곧장 말을 바꾸어 자연스레 물어 오는 남성에.
“……올리버 팀장. 누차 말하지만,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 주세요.”
올리비아라 불린 여성은 올리버를 째려볼 뿐.
짧은 경고와 함께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곤.
“대단합니다. 대단하다 못해 경이로울 지경이에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올리버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누나가 경이롭다는 말을 하다니…….’
또 한 번 튀어나오는 올리비아의 감탄사를 곱씹는 올리브.
‘하긴, 이렇게 방송으로만 봐도 말이 안 되는 무력인데. 실제로 대면한다면 더 엄청나겠지.’
아무리 아레니아가 갤럭시 아레나의 기술 원조로 만들어진 방송 매체라지만.
결국 실제 상황을 한 다리 건너서 중계해 준다는 체계는 변함이 없다.
당연히 방송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엔 차별이 있을 수밖에.
괜히 국대 선발 등의 경기에 관람석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세계 최강의 길드.
아메리칸드림의 영입부 팀장인 올리브는 이 사실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올리버 팀장.”
올리비아는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미동도 없이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압니다. 하지만 장담컨대. 저 김시문이란 플레이어는 당신이 뭘 상상하던, 그 이상이에요.”
자칫 잘못 들으면 자신에 대한 무시가 깔려 있는 말.
실제로.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 올리버는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고.
“부장님. 저도 벌써 7년 찹니다. 알건 다 안다고요.”
볼멘 목소리와 함께 입술이 삐쭉 튀어나왔다.
30대에 접어든 남성이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반응.
하나 반듯한 올리버의 외모를 보면 나름 귀엽기도 했으나.
“……X랄은 거기까지 하세요. 올리버, 아구창 날려버리기 전에.”
같은 혈육이기 때문일까?
올리비아는 어느새 시문의 방송에서 눈을 뗀 채.
냉담하다 못해 싸늘한 시선으로 제 남동생을 노려봤다.
하나 차가운 그녀의 반응보다.
“알구……촹? 그게 무슨 말이야?”
올리버는 그녀가 내뱉은 처음 듣는 단어에 집중했다.
“튀어나온 그 엿 같은 주둥이를 의미하는 한국업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는 올리비아.
거친 욕설을 퍼붓기 위해 한국어까지 끌어오는 누나의 정성에.
“하…….”
올리버는 감동의 헛웃음을 흘렸다.
“한국어는 어렵기로 유명하지 않나? 대체 그런 욕은 언제 배운 거야?”
“원래 언어는 욕설부터 배우는 법입니다.”
단호한 올리비아의 대답에 눈을 번뜩이는 올리버.
“아~ 그래서 누나가 여러 나라 언어를 금방 배우는 거구나?”
그는 회심의 일격을 가했으나.
“그렇죠.”
저 똑똑한 누이는 어림도 없다는 듯.
“어느 빌어먹을 놈이 툭하면 주둥이 삐쭉 내밀면서 귀여운 척하는데. 매번 아구창을 날려 버릴 순 없잖습니까?”
“…….”
받아넘기다 못해, 카운터까지 야무지게 쑤셔 넣었다.
공격 좀 가해보려다 본전도 못 건진 올리버.
그런 남동생의 모습에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린 올리비아는.
“그리고 전 빈말은 하지 않습니다.”
만족스러운 눈으로 다시 시문의 방송을 바라봤다.
“올리버, 당신이 아무리 영입부에서 7년을 뒹굴었다고 해도, 김시문의 가치를 완벽히 꿰뚫어 보진 못합니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장담해?”
마침 다크엘프 데이나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저 장면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 장면을 보던 올리비아는 각진 안경을 추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뭐, 이해 못 할 건 아닙니다. 당신은 플래티넘이니까.”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자존심 상하는데. 나 나름 플래티넘 상위권이라고?”
“그래봐야 플래잖습니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전 다이아 상위권입니다만?”
“…….”
또 한 번 말문이 막히는 올리버.
누나의 말은 무척이나 재수 없었으나.
플래티넘과 다이아의 차이는 어마어마했고.
그중에서도 다이아 상위권은 사실상 랭커를 바라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올리비아는 다시 벽에 걸린 화면을 바라봤다.
“제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손에 꼽습니다. 대표적으로 10년 전, 현 길드 마스터이신 데릭이나 종리추의 플래티넘 시절 때가 딱 이랬었죠.”
“에? 김시문이 길마님과 비교할 정도야?”
“비교가 아니에요. 그때의 길마께서 딱 저런 수준이었습니다.”
“그, 그렇구나…….”
올리버는 누나의 대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누나는 아레나 경력이 10년 차니까.’
자신의 누이인 올리비아는 현 길드 마스터인 데릭과 함께.
한때 아메리칸드림의 유망주로서, 가장 가까이서 그를 봐온 몇 안 되는 플레이어였으니까.
물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속마음과 조금 달랐다.
“역시 40살이 다 되어가는 역사의 산증인이니, 믿기 싫어도 믿을…….”
빠각.
머리통에 수직으로 내려꽂히는 다리.
본래라면 하이힐의 굽으로 내려찍은 공격이었으나.
플래티넘급 전투계의 감각으로 간신히 정강이로 타격점을 옮긴 올리버였다.
물론.
“커헉!”
다이아 상위권의 발차기는 그런 대비책으로 막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누, 누굴 죽일 속셈이야!!”
올리버는 얼얼한 옆통수를 감싸 쥐고 소리쳤으나.
“죽여 달라는데 죽여 드려야죠. 그리고 비록 지부라고 해도, 이곳 역시 직장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공과 사, 구분하세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올리버는 눈에서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공과 사는 개뿔! 그래서, 어떻게 영입할 건데?”
사나운 누이를 향해 물었다.
“길마께서 직접 명령을 내렸다며? 김시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입하라고.”
“그랬죠. 실제로 영입부의 부장인 제가 이렇게, 한국의 지부까지 설립했잖아요?”
아메리칸드림의 영입부 부장이 지부를 몸소 설립하다니?
이는 아메리칸드림의 이전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
올리버는 다소 놀란 눈으로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그럼 이번 영입 건에 관해서는 길마급으로 권한이 많겠네?”
“명확히 말하자면 더 높습니다. 김시문의 영입에 관해서는 길드의 이사진마저도 절 어찌하지 못하니까요.”
길드 마스터인 데릭의 결정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이사진임을 떠올려보면.
이는 아메리칸드림의 창설 이후, 전례 없는 강력한 권한이었다.
“거기다…… 마침 좋은 소식도 있고 말이죠.”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게 차려진 사무용 책상.
그 위에 켜진 모니터를 힐끔하며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올리버 역시 모니터 속 내용을 아는 것일까?
“아아, 이런 거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 자기 나라 인잰데. 뭣 하러 이리 못 잡아먹어 안달들인지.”
올리버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있는 자들의 사정, 또는 저열한 열등감이겠죠. 어찌 되었건, 우리 입장에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용하기 딱 좋은 상황이니까.”
올리비아의 녹안이 모니터에 떠오른 한국 기사들을 빠르게 훑는다.
“제 경험상, 김시문 같은 타입은 돈과 같은 재물엔 연연하지 않지만…….”
그녀는 좀처럼 보기 힘든 미소를 지으며, 제 동생을 바라봤다.
“추잡한 짓은 아주 혐오하거든요. 한국말론…… 그래. 정떨어지는 짓이라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