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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42화 (142/349)

제142화

142화. 불패의 사르가스 (1)

드워프들의 운명선.

그 단어 하나만으로 사르가스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으나.

시문은 사르가스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이미 그의 정체를 파악한 상태였다.

‘불패의 사르가스. 데이나가 그토록 겁을 집어먹게 했던 용족이었지?’

일전에 중독된 보급로에서 상대했던 스쿠아마 원.

드라헬과 달리 스쿠아마 원의 간부이자, ‘불패’라는 별칭을 지닌 진짜 실력자.

놈을 거론할 때 보였던 데이나의 반응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 안 돼…….”

사시나무 떨리듯 온몸으로 동요하는 데이나.

예전 중독된 보급로 때처럼 떨리는 몸을 꽉 끌어안은 그녀의 품속은 그때처럼.

자상으로 보이는 범상치 않은 흉터가 힐끗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데이나가 저렇게 떤다고?

-오우 쉣! 데이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까부터 데이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는군.

-저 근육질의 용족에게 약점을 잡힌 것일지도. WWWW

-여인이 저리 떠는데. 김시문은 무얼 하고 있는가? 이래서 소국의 사내들이란!

다이아급 플레이어도 업신여기는 데이나.

이전부터 보여 준 그녀답지 않은 모습들에 채팅창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나 채팅창을 보지 않는 시문은 다른 것에 시선이 끌렸다.

[상황을 주시하던 다섯 성좌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섯 성좌가 미션을 겁니다.]

다섯 성좌가 갑자기 미션을 걸어온 것이다.

시문은 사르가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즉시 미션창을 확인했다.

[미션]

-상위 서열의 다섯 성좌는 당신의 패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레나를 클리어하기 전까지, ‘불패의 사르가스’에게서 살아남으십시오.

보상 : 업적 포인트 5,000

그리곤.

“뭐?”

저도 모르게 육성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오해한 것일까?

“내가 네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 그리 놀라운가?”

사르가스의 강직한 입가가 살짝 찢어진다.

“어디 정체뿐인 줄 아는가?”

저벅.

고작 한 걸음 내딛는 것뿐인데도.

거대 골렘이 움직인 듯, 묵직한 진동이 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위대한 용제들께선 그간 네놈이 벌인 수작을 모두 알고 계신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

타고난 포식자.

“언젠가 네놈이 여기까지 발을 들이리라는 것도 알…….”

그 특유의 오만함과 자신감으로 가득하던 사르가스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네놈. 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군.”

가만히 서 있는 시문.

그의 시선은 사르가스를 향한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실제로.

‘처리하라는 것도 아니고 살아남으라고? 이게 미션 조건이야?’

현재 시문의 관심은 다섯 성좌가 준 미션에 꽂혀 있었다.

미션의 내용을 재차 확인한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성좌들은 저 사르가스란 용족을 내가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대체 뭐가 얼마나 강하길래?

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데이나의 반응이나, 사르가스에게서 흘러나오는 용력도 그렇지만.

“건방진!”

쿵.

노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내딛는 진각.

근육으로 꽉 들어찬 저 발이 구를 때마다 발생하는 충격파는 보통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따악.

즉시 튕겨지는 시문의 손가락.

동시에.

타악.

시문 역시 바닥으로 진각을 내디뎠다.

쾅!

둘 사이에 있던 바닥이 거세게 폭발한다.

그로 인해 비산하는 흙무더기들.

그 파편 사이로 사르가스와 시문의 시선이 교차한다.

이내 흙 파편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자.

“과연.”

가만히 시문을 응시하던 사르가스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 떨 한 수는 있다는 건가? 하긴, 요행만으로 운명선을 비틀 순 없는 노릇이지.”

그는 통나무보다 두꺼운 팔로 팔짱을 끼며.

“인간. 제안을 하나 하겠다.”

다소 누그러진 외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굴복하란 말은 하지 않겠다. 얌전히 날 따라와라. 그럼 네가 구하려던 저것들은 보내 주마.”

“무슨!”

충격을 다소 추슬렀는지.

깜짝 놀라는 데이나.

쥐 죽은 듯 숨을 죽이고 있던 수천의 다크엘프들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이어.

“존귀하신 분이시여. 듣지 마십시오!”

데이나가 황급히 소리쳤다.

“놈은 스쿠아마 원의 간부, 간악한 용제들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자입니다!”

불신이 가득한 데이나의 목소리.

무리도 아니리라.

사르가스는 지금까지 그녀의 동족을 핍박했던 이곳, 검은 제련소의 관리소장 아니던가?

하지만.

“날 못 믿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사르가스는 데이나에게 여유로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방금 데이나는 위대하신 용제들을 욕보였다. 하나 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지.”

그의 말대로.

스쿠아마 원은 용제들을 위한 비밀결사대다.

한데 사르가스는 대놓고 용제들을 욕한 데이나에게 살기조차 내비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참고로 저들을 이대로 보내 주는 것은 내게 무척이나 큰 출혈이라고 말해두지.”

사르가스의 시선이 시문을 향한다.

“데이나는 이곳의 첫 탈주자다. 덕분에 내 명예는 물론, 입지마저 말이 아니지. 그럼에도 난, 저들을 보내 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큰 제안인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그렇게 읊조리는 사르가스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존귀하신 분이시여!!”

시문의 수락에 데이나의 목소리가 높게 찢어진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아, 안 됩니다! 어버이의 동반자께서 어찌!”

“차라리 저희 모두가 남겠습니다!”

사르가스의 등장에 숨죽이고 있던 다크엘프들 역시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에.

“어버이의 동반자?”

사르가스의 단단한 눈매가 슬쩍 올라간다.

“네놈. 설마 세계수의 동반자냐?”

그 눈매엔 작은 놀라움이 섞여 있었고.

“그렇군!”

작은 놀라움이 커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용제들께서 멸절시킨 하이엘프를 찾으라 명하시더니…… 그것도 네놈 때문이었어!”

처음으로 진한 감정을 표출하는 사르가스.

그러나 시문은 사르가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데이나를 돌아봤다.

“데이나. 걱정 말고 먼저 떠나세요. 약속을 어길 자론 보이지 않으니.”

“그럴 순 없습니다!”

방금 사르가스가 한 말 때문일까?

데이나는 한층 더 절실해진 얼굴로 시문의 팔을 붙잡았다.

“부디 재고해주십시오. 이러려고 당신께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놈에게 보낼 바에 차라리!”

“데이나.”

그런 데이나의 말을 부드럽게 끊어내는 시문.

그는 다소 난처한 얼굴로 데이나를 바라보더니.

“이렇게까진 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네요.”

작은 한숨을 흘리고는 단호히 말했다.

“세계수의 동반자로서의 명령입니다. 당장 동족들을 데리고 떠나세요.”

“그런!!”

온몸으로 거부감을 표출하는 데이나.

하지만 엘프에게 세계수란.

그리고 동반자의 명령이란 용제가 용족에게 내리는 명령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

“……명을 받들겠습니다.”

데이나로선 깊이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몸을 일으킨 데이나가 사르가스를 노려본다.

이내.

“부디 조심하십시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놈에겐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속삭임을 남긴 데이나는 몸을 돌렸다.

* * *

통로 저 멀리.

서서히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다크엘프들.

그그극.

그들을 호위하는 3미터의 돌골렘들이 사라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놀랍군.”

사르가스는 시문을 바라봤다.

다크엘프.

포획할 때도 5용제의 군단장이 직접 움직일 만큼 끈질기고 나름의 저력이 있는 종족.

그런 다크엘프들을 명령만으로 움직이는 시문에.

“정말로 인간이 세계수의 동반자일 줄이야.”

사르가스는 내심 남아 있었던 한 줄기의 의심까지 털어버렸다.

“인간, 한 가지 묻겠다.”

사르가스는 묘한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왜 내 제안을 받아들인 거지? 정말 저들을 보내 주겠다는 말을 믿는 건가?”

“뭐, 절반은.”

“절반?”

고개를 끄덕인 시문 역시 묘한 눈으로 사르가스를 바라봤다.

“너 정도 되는 용족은 거짓말을 쉽게 하지 않으니까.”

“우리에 대해 꽤나 잘 아는군.”

“실제로 다크엘프들을 보내줬잖아? ‘넌’ 말이지.”

유독 너라는 말을 강조하는 시문.

그에 사르가스의 입가가 스륵 올라갔다.

“그렇다. 나는 분명 저들을 보내 줬지. 그리고 쫓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

사르가스 본인은 말이다.

“하지만 너의 부하들은 그렇지 않겠지.”

“그래서 네놈은 저렇게 골렘들을 호위로 붙였고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

시문을 바라보는 사르가스의 시선에 흥미가 깃든다.

“네놈의 나의 제안을 반만 믿었다면, 너 역시 내 제안에 반만 동의했을 거라고 말이다.”

그에 피식 웃은 시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다크엘프들을 보내 준다는 조건으로 난 그쪽을 따라가기로 했지.”

시문이 동의한 부분이 뭔지 알아차린 것일까?

사르가스의 미소가 한결 더 짙어진다.

“그렇다면 네놈이 버린 부분은 ‘얌전히’ 따라온다는 부분이겠군.”

“정확해. 같은 스쿠아마 원인 드라헬보다 똑똑한데?”

“드라헬? 아아, 그래. 그놈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도 네놈과 관련이 있구나. 네놈을 처리하면 많은 것이 해결되겠어.”

그 말을 끝으로.

따악.

파앙.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강렬한 파공음이 운반로에 메아리친다.

어느새 거리를 좁힌 시문은 손에 응집된 강렬한 마기를.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코앞까지 날아든 솥뚜껑만 한 주먹을 향해 내질렀다.

쩌어엉!

주먹과 주먹이 자아냈다곤 믿을 수 없는 이명이 운반로로 퍼져나간다.

그 반동으로 몸을 물린 시문은.

휘릭.

깔끔한 공중제비로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곤 격돌의 잔재로 미세하게 떨리는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봤다.

‘엄청난 힘이군.’

다른 형용사는 필요도 없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상대를 간파한 시문은 놀라운 눈으로 사르가스를 바라봤다.

‘나름 전력을 쏟은 패황쇄인데. 꿈쩍도 하지 않다니…….’

인체 연성과 천마신공.

심지어 레메게톤의 원본을 얻으며, 통제가 힘들 정도로 마기가 강력해진 상태 아니던가?

한데 사르가스는 격돌했던 자세를 멀쩡히 유지하고 있었고.

솥뚜껑만 한 주먹 역시 작은 생채기도 보이지 않았다.

‘과연 성좌들이 그런 미션을 줄 법하네.’

처음으로 살아남으라는 미션을 줬었던 다섯 성좌들.

왜 성좌들이 그런 내용의 미션을 걸었는지.

방금의 격돌로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 놀란 것은 시문만이 아닌 것일까?

“과연…….”

주먹을 서서히 회수하는 사르가스.

그의 한쪽 눈은 감탄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용제들께서 속을 썩일 만해.”

겉보기엔 멀쩡한 주먹.

하나 이는 겉보기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사르가스는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행동과 달리.

“이만한 힘이라니.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군.”

사르가스의 길쭉한 동공은 흥분으로 연신 벌렁이고 있었다.

이내.

쿠웅.

다시 한번 진동하는 바닥.

바닥을 박찬 사르가스는 거대한 체구와 맞지 않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시문의 앞까지 당도했다.

후우웅.

고작 휘두르는 주먹에서 나온다곤 믿기 힘든 파공음이 들려온다.

시문은 그것을 받아치는 대신.

‘순수한 힘 싸움은 내 쪽이 밀린다.’

그것을 피하며 왼팔에 장착된 파라켈수스의 실린더를 매만졌다.

정확히는.

‘우선 마수들로 시간을 벌면서 원거리 공격으로…….’

주먹을 회피하고 실린더를 사용하려고 했다.

사르가스의 주먹이 귀신같이.

“뻔하구나.”

스륵.

회피 경로를 따라오기 전까진 말이다.

“쯧.”

짧게 혀를 차는 시문.

이어.

우드득.

어느 영화의 변신 장면처럼.

시문의 몸이 한결 더 탄탄해진다.

용체화로 더욱 강력해진 시문의 주먹으로 시커먼 마기가 응집되었고.

쩌엉!

또다시 운송로에 강렬한 이명이 메아리쳤다.

아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콰가각!

이번엔 터져 나온 충격파로 인해 바닥과 주변까지 흙 파편이 흩날린다는 것.

그 반동으로 다시 거리를 물린 시문은.

‘어떻게 내 움직임을 읽은 거지?’

놀라운 눈초리로 사르가스를 바라봤고.

“네놈…….”

그것은 사르가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체 정체가 뭐냐? 어째서 인간이 용력을 지니고 있는 거지?”

아까 흥분했던 것과 다르게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노려보는 사르가스.

하나 시문은 대답 대신.

‘한번 알아봐야겠어.’

행동으로 답해주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波) 섬멸포(殲滅砲).

피잉.

순식간에 쏘아지는 흑색 광선.

그러나 놀랍게도.

슥.

고개를 살짝 꺾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버리는 사르가스.

언뜻 보면 쉽게 피한 듯 보였으나, 시문에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저건 보고 피하는 움직임이 아니야.’

사르가스 정도되는 용족이라면.

섬멸포가 응집된 손끝을 보고 반응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방금의 회피는 달랐다.

시문은 다시 한번 섬멸포를 쏘았다.

피잉.

아까와 비슷한 궤도로 쏘아지는 섬멸포.

하나 방향만 비슷할 뿐.

흑색 광선은 사르가스의 왼쪽 경동맥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번에도 똑같이.

“흥.”

슥.

목을 살짝 꺾어 피해버리는 사르가스.

언뜻 보면 최소의 움직임으로 회피한 듯 보였지만.

‘역시.’

그 모습을 본 시문은 확신을 내렸다.

‘공격을 보고 피하는 게 아니야. 알고 피한 거야.’

아까 데이나가 떠나기 전.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놈에겐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절로 이해가 갔다.

“사르가스. 너…….”

그리고 사르가스에게 왜 ‘불패’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도.

“미래를 볼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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