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38화 (138/349)

제138화

138화. 검은 제련소 (1)

‘이거 실화야……?’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시청자 수.

그것은 140만대를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그 성장세를 멈추었다.

-캬하! 140만 명 ㅋㅋㅋ 돌았네.

-고작 플래티넘 방송을 140만 명이나 보다니…… 다이아도 이 정도는 아닌데.

-다이아를 왜 꺼냄? 어지간한 다이아도 100만 명은 안 봐요.

-ㄹㅇ. 다이아 중위권도 화제성 없으면 100만은 개에바임.

감탄을 숨기지 못하는 시청자들.

실제로 그들의 말처럼 인기가 높은 다이아 랭크가 아니고서야, 시청자 100만을 넘기기는 어려웠다.

특히나 인구수가 적은 한국에선 랭커급 인지도가 아니면 더더욱 그랬다.

고로 플래티넘인 시문이 100만의 시청자를 넘긴 것은 특별전으로 인한 자국민의 유입보단.

-Mr. kim. 특별전이 끝났는데 바로 다음 날에 아레나를 뛰는군.

-아시아인들이 다 그렇지. 워커홀릭이잖아.

-Hey, 아시아인이라고 다 워커홀릭에 빠져있진 않아. 그들은 그냥 쉬는 법을 모를 뿐이야.

-키무 상. 특별전 요쿠 봤습니다. 우리나라와 만나지 않아 참으로 다행! WWWWW.

-소데스네. 우린 한국과 다르게, 딱히 시드권이 필요 없지만 말이죠.

-특별전에서 김 상을 만나는 건 좀 불편하달까? 이번 플래티넘부엔 유우토 군도 없으니까요.

해외의 시청자들이 부쩍 늘어난 영향이 컸다.

채팅양이 너무 많아, 아레니아의 번역기로도 번역도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그러나 시문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채팅의 내용을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없었고.

-꼴랑 플래티넘인데 이딴 방송을 왜 보는 거임?

-나라면 마초이기까지 한 론의 방송을 보겠다.

-우리 대륙성엔 이보다 더 훌륭한 후기지수들이 방송 중이오.

-유우토 군도 마찬가지죠. 일본의 역대급 천재잖아요?

-뭐래. 마음에 안 들면 좀 꺼져.

-무슨 지들 유망주를 여기서 홍보하고 있엌ㅋㅋㅋ.

-뚝배기에 오함마 씨게 마렵네.

당연히 채팅 간의 마찰도 자주 붉어졌다.

“자자, 여러분들. 자극적이거나 분란성 채팅은 자제해주세요. 제재 들어갑니다.”

시문은 그런 채팅창을 달래며 매니저 채팅창을 열었다.

-김시문: 다들 방송 보고 계시죠? 채팅창 관리 좀 부탁드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 : ㅇㅋ.

-성좌 오딘: ㅎㅎ. 오늘이야말로 저 할망구를 이겨야징!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오는 두 성자.

이어.

[성좌 바알이 ‘으음…….’ 불편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

그에 아차한 시문은 얼른 성좌 바알에게 매니저 권한을 부여해주었다.

-성좌 바알: 으음!

-성좌 검은 염소: 저 으음충한텐 또 매니저를 왜 주는 거야?

-성좌 오딘: 맞아! 저놈도 남 목 치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왠지 모를 만족스러움이 느껴지는 바알의 채팅과 다른 성좌들의 불만.

시문은 그것을 깔끔히 무시하며, 매니저 채팅창을 닫았고.

“그럼 여러분들. 저 이제 아레나 집중해야 하니까. 채팅창은 닫아두겠습니다. 매니저분들이 주시 중이니 채팅 조심하세요.”

-ㅇㅇ!

-다들 들었지? 염소 누님 오신다. 전부 엎드려!

-하악…… 염소 누님! 저 좀 때려 주세욧!

[매니저 ‘성좌 검은 염소’가 흑염소성애자 님을 강퇴하였습니다.]

제대로 돌아가는 채팅창을 확인하곤 그 역시 닫아버렸다.

‘그럼 슬슬 움직여볼까?’

먹구름 같은 매연이 쉬지 않고 뿜어지는 검은 제련소.

시문은 그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입장 때 보았던 메시지창들을 확인했다.

‘어디 보자…… 특수 아레난데 힌트는 안 줬지?’

입장했다는 말과 입장 아이템인 ‘검은 제련소의 노예 사슬’이 소모되었다는 메시지만 있었을 뿐.

이전에 진행했었던 특수 아레나들과 달리.

이번 특수 아레나는 목적에 관한 아주 작은 실마리조차 주지 않았다.

본래라면 무척이나 절망적인 상황이었겠지만.

‘뭐, 상관없지.’

지금은 아니었다.

‘이번 특수 아레나의 목적은 들어오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시문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검은 제련소를 향하여] - 히든 퀘스트

-다크엘프 데이나는 용족의 악명 높은 군사 시설 중 하나인 검은 제련소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곳에 잡혀있는 그녀의 동족들을 구출하십시오.

입장 제한 : 플래티넘 랭크 이상.

보상 : 다크엘프 종족의 우호도, 업적 포인트 10,000, 검은 제련소의 부품 (?)

애당초 이곳의 입장 아이템은 데이나에게 퀘스트와 함께 받은 것.

고로 데이나의 퀘스트를 목표로 움직이면 이번 특수 아레나는 충분히 클리어될 터였다.

“우선 데이나를 만나야 하는데…….”

시문은 혼돈계처럼 삭막한 일대를 둘러보았다.

드문드문 고목과 식생들이 존재했으나.

검은 제련소의 여파 때문인지 하나같이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일단 시작 지점인 이곳에 없다는 건, 검은 제련소 주변이나 내부에 있다는 말이 되겠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시문은.

따악.

“찾아봐야겠어.”

손가락을 튕겨 전신에 인체 연성을 하곤 잿빛이 땅을 박찼다.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가 60%가 된 만큼.

쐐애애액!

시문의 신형은 어느새 점이 되어 빠르게 사라졌고.

시문의 뒤편에 있던 작은 바위.

빼꼼.

“아빠 갔쪄?”

그보다 더 작은 머리를 슬쩍 내민 한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멀어지는 시문을 바라봤다.

“헤헤! 아빠 시여니 못 차자따!”

생글생글 웃는 아이.

한동안 점이 되어 사라지는 시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이는.

쿠르릉.

또다시 내려치는 천둥에 고개를 홱 돌렸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엔.

“쩌기가 쿠르릉! 쾅쾅쾅! 이네?”

먹구름과 같은 매캐한 매연을 뿜으며, 천둥과 몸을 섞는 시커먼 요새가 담겼다.

* * *

메마르고 삭막한 바람.

따당. 땅!

그것에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실려 온다.

이젠 질릴 대로 질린 그 소리를 들으며, 시문은 걸음을 멈췄다.

“으음. 여기가 마지막인데…….”

주변을 슥 훑어보는 시문.

오딘의 눈만 활성화하지 않았을 뿐이지.

[블랙팬서의 신체조직]과 [나이트호크의 신체조직] 등.

감각을 극대화하는 다중 인체 연성이 걸려있는 상태.

그렇게 검은 제련소의 넓은 외곽을 돌았음에도, 데이나의 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문은 주변의 뭉툭한 바위에 털썩 앉았다.

‘이러면 데이나는 검은 제련소 내부에 있다는 건데…… 설마 사로잡혀있다거나, 뭐 그런 설정은 아니겠지?’

잠시 외곽을 돌면서 조사해본바.

검은 제련소의 병력 수준은 상당했다.

‘최소가 중급 용족 이상에다 상급 용족도 드문드문 있었지.’

기본적으로 중급이든 상급이든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저렇게 요새에 무리를 이루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저 정도 규모면 데이나가 잡혔다 해도 이상한 건 없겠어.’

아무리 다이아 플레이어마저 업신여기는 데이나라 해도 결국 1인이다.

대충 눈에 보이는 병력 규모만 봐도 공격대급 인원수를 필요로 하는데.

아무리 잘난 데이나라도 저들을 상대로 버티기란 무리였으니까.

그때.

스륵.

시문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은 파동치는 수면처럼 허공이 일렁이고 있었다.

시문은 경계 대신 미소를 지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가죽 갑옷.

섹시함보다는 탄탄함과 위험함을 뽐내는 여성은 모습을 드러낸 즉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이에요. 데이나.”

중독된 보급로의 NPC이자.

이번 특수 아레나의 입장 아이템과 퀘스트를 준 다크엘프 데이나였다.

그녀는 의문이 담긴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한데 방금의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네? 아, 별거 아니에요. 우리 세계의 속담이죠.”

“그렇군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나.

“일단은 제 은신처로 가셔서 자세한 이야기를…….”

그녀가 말을 이어가던 순간.

후웅!

다중 인체 연성으로 한껏 상승된 시문의 감각에 묵직하고 강렬한 파공음이 잡혔다.

시문은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자연스럽게 데이나를 끌어당기며 뒤로 물러났다.

콰앙.

박살 나는 바위와 주변.

시문은 고개를 슬쩍 움직여, 날아드는 파편을 피하며 기습자를 바라봤다.

그곳엔.

“호오. 피했다라?”

굵직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3미터의 잿빛 거구가 팔짱을 낀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이 있다면.

‘드발리를 타고 있어?’

켄타우로스와 같은 4족 보행의 중급 용족.

용족의 기마병이라고도 불리는 드발리를 말처럼 ‘타고’ 있는 것이다.

잿빛 거구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수, 순찰대장 말리도크!”

곁에 있던 데이나가 평소답지 않은 목소리로 외친 것이다.

그에 말리도크의 시선은 데이나를 향했고.

“호오. 이게 누구신가? 우리 검은 제련소에 첫 오명을 안겨준 데이나 아니신가?”

돌덩이 같던 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안 그래도 네년의 탈주 덕에 우리의 명예가 땅바닥에 처박혔었는데. 이렇게 제 발로 걸어들어올 줄이야.”

쿵.

드발리에서 내리는 말리도크.

그 두텁고 단단한 거구 때문인지, 놈의 큼직한 발은 반쯤 바닥을 파고들었다.

“하긴, 너희 엘프들은 다 그렇지. 제 주제도 모르고 남이나 신경쓰는 머저리들. 덕분에 포획하기 편한 종이었어.”

쿵. 쿵.

통나무 같은 다리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황량한 땅이 북을 치듯 진동한다.

한 5미터는 되었을까?

시문과 데이나에게 근접한 말리도크는 그제야 위압적인 전진을 멈추었다.

그것이 놈의 공격 사거리 안임을 시문도, 데이나도 모르지 않았다.

단지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보아하니 상급 용족 드락크 같은데. 히든 보스 알림이 따로 없는 걸 보니 네임드 몬스턴가?’

시문은 흥미로운 눈으로 말리도크를 바라봤고.

“조, 존귀하신 분이시여…….”

데이나는 한껏 긴장한 얼굴로 말리도크를 훑는다는 것.

이내.

“제가 최대한 시간을 끌 테니, 당신께선 어서 달아나십시오!”

그녀는 시문에게 도주를 권했다.

“크하하핫!! 탈주한 사이에 겁쟁이가 되었구나. 데이나.”

그런 데이나를 보며 광소를 터뜨리는 말리도크.

“하긴, 태생부터가 나약한 종족이니 어쩔 수 없겠지. 너희 다크엘프들은 역시 지하의 노동이나…….”

말리도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슈아악!

데이나의 단검이 허공을 가른다.

그녀의 단검에 어린 검은 아지랑이를 보아, 검기가 씌워지지 않은 것도 아닐 텐데.

까가각!

말리도크의 목과 맞닿은 단검은 철을 긁는 마찰음을 내었다.

놀랍게도.

“그래도 우두머리라고. 나약한 동족들과 다르게 발톱은 세울 줄 아는구나.”

말리도크의 목은 작은 비늘 한 조각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를 본 시문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저 말리도크라는 놈. 단순한 네임드 몬스터가 아니야.’

드락크.

드라칸보다 더 큰 체구에 근육질을 가진 거구.

하나 여타 용족과 달리 꼬리 없이 용족 특유의 파충류 머리를 지닌 상급 용족.

그러나 아무리 상급 용족 출신의 네임드 몬스터라고 해도.

데이나의 검기를 저렇게 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고로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각성한 용족.

“말리도크라고 했나? 너, 드라고닉이로군.”

드라고닉 정도는 되어야 데이나의 검기를 맨몸으로 받아 낼 만했다.

시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는지.

“호오? 하급 미물이 그런 것도 아는가?”

말리도크는 목이 그인 부분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흥미로운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어서 이곳을……!”

놈이 관심을 보여서일까?

데이나는 황급히 시문을 도주시키려 했으나 그뿐.

철컥.

어느새 사방으로 포위망을 구축한 드발리들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까부터 존귀한 분이라 부르는군? 드라고닉에 대해 아는 것도 그렇고. 마냥 연료로 때우기엔 아까운 미물인가?”

말리도크는 몹시도 흥미로운 눈으로 턱을 쓸며 시문을 바라봤다.

“흐음. 네놈은 향락의 요람으로 보내는 게 좋겠어. 그 열등한 머릿속을 전부 헤집어볼 수 있도록.”

“향락의 요람?”

처음 듣는 명칭에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가는 시문.

말리도크는 답해줄 의향이 없는지.

쿵.

바위 같은 주먹을 그러쥐며 멈춘 걸음을 다시 디딜 따름이었다.

그러나 시문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는다면.

키이잉.

“헙!”

답하게 만들면 그만이니까.

“꿇어.”

시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쿵.

바닥으로 처박히는 말리도크의 무릎.

그만이 아니었다.

철퍽.

“케, 케헥!”

주변을 둥글게 둘러싸며 포위망을 구축했던 드발리들.

그들 모두가 땅바닥에 무릎을 처박았다.

“이게 무슨…….”

그에 말리도크가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터억.

머리채를 잡아채듯.

그의 한쪽 뿔을 잡아, 고개를 꺾은 시문은 놈을 내려다보았다.

시문과 눈을 마주친 말리도크의 얼굴은 경악으로 얼룩졌다.

“이, 이럴 수가! 어찌 왕의……!”

그러나.

“불어. 향락의 요람은 뭐 하는 곳이지?”

감히 항거조차 할 수 없는 목소리와 시선에.

“……그, 그곳은.”

돌덩이 같던 말리도크의 두 눈은 멍하니 풀려버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