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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37화 (137/349)

제137화

137화. 갈무리 (2)

무려 50,000점이라는 업적 포인트를 사용해서일까?

스아아아아아아아!!

연구실을 가득 채우는 공허는 접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체 모를 공포감을 자극했다.

실제로.

뚝.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의 지휘 아래, 한창 치료제 포장 작업 중이던 미스릴 골렘들이 일시에 동작을 멈추었다.

미스릴이라는 걸출한 재료가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 것인지.

그, 그극…….

그극!

분명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할 텐데.

미스릴 골렘들은 지독한 추위를 맞이한 것처럼, 쉴 새 없이 몸을 떨어대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이내.

슈아아아악!

독무처럼 자욱했던 검보랏빛의 공허가 거센 풍랑이 되어 휘몰아친다.

그것은 어느 한 곳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서 둥실 떠오른 미남자.

“아…….”

시문의 가슴을 향해 급격히 빨려들었다.

십여 초가 지났을까?

순식간에 시문에게 흡수된 공허.

그러나 여전히 격류의 잔재는 존재하는지.

우주를 떠다니듯.

허공에 둥실 떠오른 시문은 바닥으로 내려오지 않았고.

그 잔재가 꽤나 격렬한지.

“으, 으흣! 아아앗!!”

몸을 덜덜 떨며 달뜬 신음을 쉬지 않고 내뱉었다.

쿨쩍.

츄르륵!

촉수가 연상되는 어느 촉촉하고 미끈한 소리와 함께.

* * *

한동안 열기가 그득했던 연구실.

땀을 흘려서일까?

앞머리가 다소 촉촉이 젖은 미남자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앞에 둥둥 떠 있는 플라스크.

“정말이야?”

그 안의 큼지막한 눈알을 노려봤다.

-그, 그렇다니까!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회로가 변하는데 고의로 쾌락을 주입해?

“흐음…….”

열띤 현자의 돌의 변명에도 좀처럼 의심을 지우지 못하는 시문.

그에.

-아니, 염소 언니! 언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이러다 나 혼자 뒤집어쓰겠어!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은 황급히 허공을 노려보며 외쳤고.

[성좌 검은 염소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문의 앞으로 곧장 반응이 떠올랐다.

-봤지 봤지? 검은 염소도 인정하잖아. 고의가 아니라 원래 그런 거라니까.

하지만 성좌 검은 염소의 지원에도.

“그 능욕에 가까운…… 쾌락이 말이지?”

시문의 눈에 깃든 의심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고.

-그, 그렇다니까! 처음 옵시디언 타블렛을 얻었을 때. 한번 동기화하긴 했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은 완성도가 무려 60%잖아.

그런 시문에게 현자의 돌은 연신 속사포 같은 말을 쏟아냈다.

-완성도 60%의 출력을 내려면 그에 걸맞은 회로를 다시 짜야지.

“그래?”

물론 그런 노력에도 시문의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았으나.

“뭐, 알았어.”

시문은 굳이 더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직접 반응을 보내온 것도 그렇지만.

‘아픈 거보다야 이게 나…… 으니까?’

약간의 의문이 있긴 해도, 고통보다야 쾌락이 낫지 않는가?

특히나 회로는 여러모로 예민한 터라, 관련 영약을 먹어도 통증을 수반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에 비하면 완성도가 60%나 된 옵시디언 타블렛이 주는 회로 동기화의 쾌락은 사실상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뭔가 알면 안 되는 곳으로 점차 빠지는 느낌이지만…….’

공허나 마기에 잠식되어 타락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감히 인간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저 쾌락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으나.

끝이 보이질 않아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역시 공허는 위험해. 정신 바짝 차리자.’

아직도 옵시디언 타블렛의 동기화 여운이 가시지 않은 육신.

시문은 그것을 몰아내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들었다.

“후. 그럼 퀘스트 완료부터 해볼까?”

완성도 60%의 옵시디언 타블렛은 분명 큰 성장이지만.

애당초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를 60%까지 끌어올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시문은 곧장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를 완료했다.

[성좌 검은 염소의 퀘스트 ‘잊힌 지식 호문쿨루스’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호문쿨루스 제작법’이 지급됩니다.]

스륵.

앞쪽 허공이 길게 갈라진다.

일반인이라면 보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질 아득한 심연.

그러나 시문에겐 더없이 아늑한 심연 속에서 진한 보랏빛 광선이 날아들었다.

그것은 정확히 시문의 가슴 정중앙으로 파고들었고.

-헤으응! 사라졌던 지식이 다시 새겨져버렷!!

동시에 가슴 정중앙의 현자의 돌과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간헐적으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시문의 눈에 작은 이채가 서렸다.

‘호오. 두루마기나 책 같은 형태로 줄지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도 가능하구나.’

굉장히 독특한 방식의 지식 전수법.

그러나 그런 전달 방식에 놀랄 틈은 없었다.

‘와…… 이건 정말이지!’

현자의 돌로 인해 머릿속에 아로새겨지는 호문쿨루스의 지식.

그것의 위대함에 경악과 같은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으니까.

‘나만의 생명을 연성…… 이건 거의 신의 영역이나 다름없잖아?’

동시에 납득도 되었다.

‘이래서 연금술에서 인체 연성이 금기가 된 거로군.’

왜 인체 연성이 금기이고, 호문쿨루스의 제작법이 실전되었는지 말이다.

‘사실상 인체 연성의 극의나 마찬가지지만…… 쓰기에 따라선 재앙이 될 수도 있겠어.’

당장 복제인간에 대한 것만 따져도 무수히 많은 찬반이 오가지 않는가?

지금 머릿속에 아로새겨진 지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알겠지? 내가 왜 옵시디언 타블렛을 연성한다고 했을 때, 그렇게 고민했는지.

“그래.”

자신과 현자의 돌의 신뢰 관계를 떠나서.

“이건 이 세상에 나와선 안 되는 지식이야.”

호문쿨루스라는 지식.

그리고 완성도 60%로 향상된 인체 연성의 지식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결코 이 세상에 알려져선 안 된다는 확신을 주었다.

만약 어떤 미친 과학자에게.

아니.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생명과 관련된 소망이 있는 자가 이런 지식을 얻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딱히 인간성에 대해 정확한 규정을 내리고 있진 않지만.

비윤리를 넘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온갖 끔찍한 일들이 절로 시문의 머릿속을 스쳤다.

동시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현자의 돌. 넌 용케 이걸 허락해줬구나.”

자신을 향한 현자의 돌의 믿음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으니까.

물론 우리의 현자의 돌께선.

-당연하지. 오빠는 존잘이잖아? 자고로 옛날부터 잘생긴 놈들 중에 나쁜 놈은 없…… 었던 거 같거든. 헤헷!

“…….”

그런 따스한 마음에 얼른 소화기를 방사해주셨다.

그에 시문이 뭐라 한마디 하기도 전에.

[성좌 검은 염소가 ‘참 난년은 난년이야. 그 꼴이 되고도 그딴 소릴 하다니.’ 코웃음을 칩니다.]

검은 염소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 꼴?’

잠시 의문이 들었으나 그뿐.

-언니이이이익!!

곧장 이어지는 현자의 돌의 호통에 금방 날아가 버렸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게 지금 언니가 나한테 할 소리야?!

[성좌 검은 염소가 ‘못할 건 뭐니. 너랑 달리, 난 실컷 즐기고 잉태해서 저편의 대모가 됐잖아?’ 어깨를 으쓱합니다.]

-……씨X년.

감히 저편의 대모에게 대놓고 쌍욕이라니?

깜짝 놀란 시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놀랍게도.

[성좌 검은 염소가 ‘후후. 천박하긴. 그러게 왜 그랬니?’ 한껏 비웃음을 흘립니다.]

-으아아아아아!!

검은 염소는 한술 더 떠 현자의 돌을 비웃을 뿐이었다.

‘뭔가…… 둘 사이에 사연이 있나 본데?’

그래.

분명 그럴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검은 염소가 쌍욕을 듣고도 태연히 웃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알고 싶지 않다. 아주 격하게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

결코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마를 슬쩍 짚은 시문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어쨌거나.’

이내 분노에 파르르 떠는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을 바라봤다.

‘당장 저런 형태의 호문쿨루스도 제조할 수는 없겠네.’

도덕적, 윤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인체 연성의 극의라고 볼 수 있는 호문쿨루스 제작.

그 위상답게.

‘고수준의 재료가 없으면 현재의 내 수준으론 최하의 호문쿨루스도 무리야.’

호문쿨루스의 제작은 고난도의 연금술, 인체 연성술을 요구하는 탓이었다.

아득한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고맙기도 했다.

‘검은 염소는 정말 호문쿨루스의 지식을 거저 주려고 한 거구나.’

모조품 등급이긴 해도 무려 완성도 60%의 옵시디언 타블렛이다.

그나마 60%의 완성도를 채웠기에.

조금이라도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는 수준이지.

만약 퀘스트로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 60%를 요구하지 않고 그냥 호문쿨루스 제작법을 주었다면.

폐기조차 못 하고 머릿속을 괴롭히는 애물단지가 될 뻔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시문은 허공을 향해 슬쩍 고개를 끄덕였고.

[현자의 돌을 악랄하게 비웃던 성좌 검은 염소가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검은 염소는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으으…… 저런 걸 언니라고 부르고 지낸…… 커흠!

이를 갈며 허공을 노려보던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황급히 헛기침을 내뱉는다.

녀석은 뻔뻔함을 담은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오빠도 알겠지만, 지금 수준으론 최하 수준의 호문쿨루스도 불가능하잖아.

“그렇지. 대단한 재료가 있다면 모를까. 아직은 많이 어렵지.”

아직은 말이다.

하나 조급하거나 아쉬울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해답은 있잖아?”

시문은 한쪽 구석에 있는 간이형 침대를 향했다.

그곳엔 이유정이 주었던 미발매 고글형 아레나 접속기기가 놓여 있었다.

-하긴, 어차피 성장만 하면 다 해결될 문제니까.

“거기다 아레나에서 귀한 재료를 얻으면 또 모르는 일이고.”

-그것도 그렇네. 일단 제작 쪽은 재료빨도 무시 못 하니까.

그가 고글을 쓰자,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현자의 돌이 물었다.

-재료라고 하니까 떠올랐는데. 오빠 설마, 바로 특수 아레나를 들어갈 생각이야?

“어.”

시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라켈수스의 실린더를 성장 못 시킨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인체 연성이 대폭 상승했으니까. 스펙은 충분하겠지.”

-하긴. 그 정도면 문제는 없겠네.

검은 제련소가 등장하는 이번 특수 아레나도 할 만하리라.

-그래도 조심해. 거긴 다른 곳도 아닌 검은 제련소니까.

“알았어.”

-아참! 오빠, 근데 시연이는 안 데리고 갈 거야?

“시연이?”

갑작스러운 딸의 등장에 시문은 슬쩍 고글을 벗었다.

“시연이를 왜 데려가?”

-검은 제련소잖아. 걔 그래 보여도 나름 쓸만해. 들어간 재료가 얼만데.

“그건 그렇지만…….”

잠시 침묵하던 시문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시연이가 싸우고 다치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아.”

-에? 아니…… 어음…… 그래! 오빠가 특별전 뛸 때, 시연이가 엄청 흥분했었어. 도련님한테 들었지? 쾅쾅쾅! 쿠르릉! 했다는 거.

“알아. 그래서 더 못 데려가.”

검은 제련소가 어떤 곳인데.

애를 데려갔다가 어떤 꼴이 되려고?

-하지만 오빠.

“그만. 내 스펙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일반 아레나가 아니면 시연이는 동반할 생각 없어.”

단호히 선을 그은 시문은 다시 고글을 썼고.

-흐응…… 뭐, 오빠 생각은 알겠어.

현자의 돌은 묘한 목소리로 답했다.

* * *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익숙한 문구.

그 아래론 잇따른 메시지들이 날아들었다.

[입장 아이템으로 인한 특수 아레나로, ‘검은 제련소’로 입장합니다.]

[입장 아이템 ‘검은 제련소의 노예 사슬’이 소모되었습니다.]

일전 ‘중독된 보급로’의 NPC인 다크엘프 데이나에게 받았던 입장 아이템.

그것의 소모를 알리는 메시지창 너머로.

쿠르릉!

천둥이 치는 어둑한 하늘이 펼쳐졌다.

“죽이는 광경이네…….”

빈말이 아니다.

상당히 먼 거리임에도 거산처럼 우뚝 솟은 흑회색의 구조물.

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듯한 저곳은 제련소가 아닌 요새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게다가.

‘한여름 밤 같은 온도야.’

상당히 먼 거리인데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하나 검은 제련소와 가까워질수록.

이 따스함은 잔인한 열기로 변하겠지.

지옥의 어느 한 곳에 자리한 요새와 같은 풍경.

그런 검은 제련소를 바라보던 시문은 주변을 슥 훑었다.

‘곧바로 움직이고 싶지만…… 시청자들과 먼저 이야기 좀 나눠야겠어.’

아무래도 특별전을 치른 후이다 보니.

평소처럼 곧장 아레나로 몰입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으니까.

시문은 시야 한쪽에 쉴 새 없이 반짝거리는 칸을 열었다.

-쾅쾅! 문 열어!

-오오오! 왔다!

-대한민국의 영웅!! 김시문 님……, 동년배들과~ 함께~ 응원하고 있읍니다!

-형! 뉴스 봤어? 전 세계가 난리라고!

-캬하! 국뽕 차오른다!

-시하~!

우수수 올라가는 채팅창.

이어.

[나는야골드 님이 AP 1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형! 특별전 개지렸어. 나 팬티가 남아나질 않아.

[가능충 님이 AP 5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하아아앙! 개쌉가능!

[심해학살자 님이 AP…….]

후원 행렬도 줄지어 이어졌다.

-어? 나골드랑 가능이 오랜만에 왔네 ㅋㅋㅋ.

-가능충 어서오고~.

-반갑 가능이~!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들 AP많이 버셨나 봐요. 예전보다 후원 금액이 많아졌네요.”

-형 덕에 다들 역배 오지게 땡겼잖어 ㅋㅋㅋ

-ㅁㅈㅁㅈ. 이 방송 보는 사람 중에 매국 배팅한 흑우가 있겠음?

-아가리.

시문은 적당히 시청자들과 소통해두고 아레나를 시작하려고 했다.

[업적 ‘시청자 7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7,000점을 획득합니다.]

[업적 ‘시청자 1,0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눈앞으로 연이어 메시지창이 떠오르기 전까진 말이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문.

그도 그럴 것이.

‘배, 백만이라고? 갑자기?!’

70만에 이어 순식간에 100만의 시청자 수를 돌파했다는 업적이지 않은가?

업적 포인트를 17,000점이나 얻었으나, 지금은 보상보다 시청자 수가 더욱 관심이 갔다.

시문은 서둘러 시청자 수를 확인했고.

“미친……!”

입을 떡 벌렸다.

-?? 갑자기 왜 저래?

-ㅁㄹ.

-아! 이 형 시청자 수 확인했나 본데?

-어 뭐야? 100만 넘었잖아?

-ㄹㅇ? ㅅㅂ! 진짜네? 꼴랑 플래 방송을 100만 명이나 봐?

이유는 간단했다.

[1,151,271명 시청 중.]

100만을 넘었음에도.

[1.241.278명 시청 중.]

[1,378,412명 시…….]

시청자 수가 쉬지 않고 새로이 갱신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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